소설리스트

6장 (6/194)

제 6장 9와 4분의 3번 승강장

해리가 더즐리 가족과 보낸 마지막 한 달은 별로 재미가 없었다. 사실, 두들리는 이제 해리를 어찌나 무서워했던지 한방에 있으려 하지도 않았고, 페투니아 이모와 버논 이모부는 해리를 벽장 속에 가두지도, 억지로 어떤 일을 시키지도 않았다. 게다가 그들은 해리에게 말도 걸지 않았다. 반쯤은 무섭기도 하고, 반쯤은 화가 나기도 했으므로, 그들은 마치 해리가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많은 면에서는 차라리 이렇게 된 게 좋기도 했지만, 조금 지나자 분위기가 약간 침울해 졌다.

해리는 자기 방에서 갓 사온 부엉이와 함께 지냈다. 그는 부엉이를 《마법의 역사》에서 발견한 헤드위그라는 이름으로 부르기로 했다. 교과서들은 아주 재미있었다. 해리는 침대에 누워 밤늦게까지 책을 읽었고, 헤드위그는 열린 창문으로 휙 날아갔다 휙 날아오곤 했다. 페투니아 이모가 더 이상 청소를 하러 들어오지 않는 게 천만대행이었다. 왜냐하면 헤드위그가 계속해서 죽은 쥐들을 물고 들어왔기 때문이다. 밤마자 잠자리에 들기 전에, 해리는 벽에다 붙여 놓은 달력에 체크를 했다. 9월 1일까지 카운트다운하고 있는 것이다.

8월의 마지막 날이 되자, 해리는 이모와 이모부에게 다음날 킹스 크로스 역에 가야 한다고 말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리는 그들이 텔레비전 퀴즈 쇼를 보고 있는 거실로 내려갔다. 그가 왔다는 것을 알리기 위해 헛기침을 하며 목을 가다듬자, 두들리가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저, 버논 이모부?"

버논 이모부가 해리의 말을 듣고 있다는 걸 보이려고 툴툴거렸다.

"저기, 내일 킹스 크로스에 가야 해요, 호그와트에 가려구요."버논 이모부가 다시 툴툴거렸다.

"태워다 주실 수 있으세요?"

툴툴. 해리는 그걸 긍정의 의미로 받아들였다.

"고맙습니다."

그가 막 이층으로 올라가려고 했을 때 버논 이모부가 말했다.

"기차라니, 마법학교에 가는 것치고는 좀 우스꽝스런 방법이구나. 마법의 카펫에 구멍이라도 났나 보지?"해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도대체, 그 학교는 어디에 있는 거냐?"

"저도 몰라요." 해리는 처음으로 이 사실을 깨달았으며, 주머니에서 해그리드가 준 기차표를 꺼냈다.

"그냥 11시에 9와 4분의 3번 승강장에서 기차를 타기만 하면 된대요." 해리는 승차권을 읽어 드렸다.

이모와 이모부가 눈이 둥그레졌다.

"몇 번 승강장이라구?"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이오."

"허튼 소리 좀 작작해라." 버논 이모부가 말했다. "9와 4분의 3번이라는 승강장은 없어.""제 표에는 있어요."

"헛소리 마라." 버논 이모부가 말했다. "그건 놈들의 미친 소리라니까. 두고 봐라. 곧 알게 될테니. 좋아, 킹스 크로스에 데려다 주지. 어쨌든 우린 내일 런던에 가야 하니까, 어려울 건 없다.""런던에 왜 가시는데요?"

분위기를 부드럽게 만들려고 애쓰며 해리가 물었다.

"두들리를 병원에 데려가려고 그런다." 버논 이모부가 투덜거리며 말했다 "스멜팅 학교에 가기 전에 엉덩이의 저 빨간 부분을 없애야 하니까 말이야."

다음날 아침 해리는 5시에 깼다. 너무 흥분하고 긴장한 탓인지 잠이 별로 오지 않았다. 그는 마법사 망토를 입고 역까지 가고 싶지 않았으므로 일어나서 청바지를 입었다. 옷은 기차에서 갈아입으면 될 것이다. 그는 필요한 모든 게 다 있는지 확인하려고 다시 한 번 호그와트의 목록을 살핀 뒤, 헤드위그가 새장 속에 안전하게 있는지 보고는 방안을 왔다갔다 하며, 더즐리 가족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두 시간 뒤, 해리의 커다랗고 묵직한 가방은 더즐리네 차에 실려졌고, 페투니아 이모는 두들리에게 해리 옆에 앉으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들은 출발했다.

그들은 10시 반에 킹스 크로스에 도착했다. 버논 이모부는 해리의 가방을 손수레 위에 쾅 내려놓은 뒤 직접 밀면서 역으로 들어갔다. 해리가 이건 이상할 정도로 친절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 버논 이모부가 갑자기 멈춰 서더니 플랫폼을 바라보며 심술궂게 씩 웃었다.

"자, 저것 봐라. 9번 승강장, 10번 승강장이지. 네 승강장은 중간 어딘가에 있어야 하는데,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것 같구나.?"물론 그의 말은 옳았다. 한 승강장에는 커다랗게 9라는 숫자가 있었고, 그 옆 승강장에는 10이라는 숫자가 쓰여 있었지만, 그 중간은 어디에도 없었다.

"새 학기 잘 보내라."

버논 이모부는 훨씬 더 심술궂은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말하고는 두말없이 가 버렸다. 해리는 돌아서서 더즐리 가족이 차를 몰고 떠나는 것을 보았다. 그들 셋은 모두 웃고 있었다. 해리는 입이 바짝바짝 말랐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헤드위그 때문인지 사람들이 그를 수상한 눈초리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누군가에게 물어봐야 했다.

해리는 지나가는 역무원 한 명을 불러 세웠지만, 9와 4분의 3번 승강장 소리는 감히 꺼내지도 못했다. 그 역무원을 호그와트에 대해 들어 본 적이 없었고, 해리가 그것이 어느 지역에 있는지도 말하지 못하자, 그는 해리가 일부러 모르는 척한다고 생각했는지 화를 내기 시작했다.

해리는 절망적인 기분으로 11시에 출발하는 기차가 있는지 물어보았지만, 그 역무원은 그런 기차는 없다고 대답하고는 투덜거리며 성큼성큼 걸어가 버렸다.

도착을 알려주는 전광판 위의 대형 시계에 따르면 호그와트행 기차에 탈 시간은 이제 10분밖에 남아 있지 않았지만, 해리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그는 거의 들 수도 없는 커다란 가방을 갖고, 주머니엔 마법사들의 돈을 하나 가득 넣은 채, 커다란 부엉이와 함께 역 한가운데에서 오도가도 못하고 있었다.

해그리드가 왼쪽에서 세 번째 있는 벽돌을 두드려 다이애건 앨리로 들어가는 것 같은, 뭔가 해야만 할 일을 그에게 일러주는 걸 잊어버린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요술지팡이를 꺼내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에 있는 개찰구를 두드려야 하는 게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바로 그때 뒤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지나가면 말하는 소리가 들렸다.

"......머글들로 가득하겠찌, 물론......"

해리는 홱 돌아섰다. 그 사람은 똥똥한 여자였는데, 머리카락이 하나같이 새빨간 네 명의 남자아이들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그 애들은 모두 해리처럼, 커다란 가방을 앞으로 밀며 걸어가고 있었다. 그들은 또 부엉이도 한 마리 갖고 있었다.

해리는 콩닥콩닥 뛰는 가슴을 안고, 손수레를 밀며 그들을 쫓아갔다. 그는 그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을 정도로 바짝 따라가며 그들이 멈추면 따라서 멈췄다.

"그런데 몇 번 승강장이었지?"

아이들의 엄마가 물었다.

"9와 4분의 3번 승강장." 역시 머리카락이 새빨간 자그마한 여자아이가 손을 번쩍 들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엄마, 난 가면 안......""넌 아직 어리단다, 지니. 그러니 이제 좀 조용히 하렴. 자, 퍼시, 너 먼저 가거라."나이가 제일 많아 보이는 남자아이가 9번과 10번 승강장 쪽으로 걸어갔다. 해리는 혹시 보지 못할까 봐 눈도 깜빡이지 않고 지켜보았지만, 그 아이가 두 승강장을 나누는 개찰구에 도달하는 순간, 많은 여행객 인파가 앞으로 떼지어 몰려들었고 마지막 배낭이 지나갔을 즈음엔, 그 아인 이미 어디론가 사라지고 없었다.

"프레드, 다음은 너다."

그 똥똥한 여자가 말했다.

"전 프레드가 아니에요, 조지라구요." 그 소년이 말했다. "정말로 우리 엄마 맞아요? 제가 조지라는 걸 구별하지 못하세요?""미안하다, 조지."

"장난이었어요, 전 프레드예요."

그 아이가 걸어가며 말했다. 그 아이의 쌍둥이 동생이 그에게 서두르라고 소리쳐 말했는데, 정말로 서둘렀는지, 잠시 뒤 그는 사라지고 없었다. 도대체 그 아인 어떻게 한 걸까?이제 세 번째 아이가 개찰구 쪽으로 씩씩하게 걸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거의 다 갔을 때, 갑자기 그가 없어졌다.

단지 그것뿐이었다.

"실례합니다."

해리가 그 똥똥한 여자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 얘야." 그녀가 말했다. "호그와트에 처음이니? 론도 신입생이란다."그녀는 손가락으로 마지막 남은 막내둥이 아들을 가리켰다. 그 애는 키가 호리호리하게 크고 말랐으며, 주근깨투성이에 손과 발이 크고, 코가 길쭉하게 생긴 아이였다.

"네." 해리가 대답했다. "그것 말이에요...... 그거요, 전 어떻게 하는지 모르거든요.""승강장에 어떻게 오르는지 말이니?"

그녀가 친절하게 말하자,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 마라." 그녀가 말했다. "그저 9번과 10번 승강장 사이에 있는 개찰구로 곧장 걸어가기만 하면 된단다. 부딪힐까 봐 멈추거나 겁먹지 않는 것, 그게 아주 중요하지. 떨리면 조금 뛰어가는 게 좋을 거야. 자, 어서 너 먼저 가거라.""저...... 알겠어요."

해리가 말했다.

그는 손수레를 밀며 개찰구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건 아주 딱딱해 보였다.

해리는 그쪽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그를 9번과 10번 승강장 쪽으로 밀쳤으므로 더 빨리 걸었다. 개찰구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멈출 수가 없었다. 손수레는 통제가 되지 않았다. 30센티미터 정도 떨어져 있을 때 그는 부딪힐 준비를 하고 눈을 감았다......

충돌은 없었다...... 계속 달렸다...... 해리는 눈을 떴다.

사람들이 꽉 찬 승강장 옆에 있는 진홍색 증기기관차 한 대가 기다리고 있었다. 머리 위의 표지판에는 '호그와트 급행열차, 11시'라고 쓰여 있었다. 뒤를 돌아보자 개찰구가 있었던 곳에, '9와 4분의 3번 승강장'이라고 적힌 철제 아치 통로가 보였다. 해리는 해낸 것이다.

엔진에서 나온 연기가 수다를 떨고 있는 사람들 머리 위로 떠가는 동안, 각종 색깔의 고양이가 사람들 다리 사이로 요리조리 돌아다녔다. 부엉이들은 왁자지껄한 사람들 소리와 무거운 가방이 긁히는 소리가 불만스럽다는 듯 부엉부엉 울어댔다.

첫 몇 칸은 벌써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는데, 어떤 아이들은 창가에 붙어 가족들에게 작별 인사를 하고 있었고, 어떤 아이들은 자리를 놓고 싸우고 있었다. 해리는 빈 자리를 찾기 위해 손수레를 밀면서 승강장 아래로 내려갔다. 얼굴이 둥근 아이 옆을 지나쳤을 때, 그애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 두꺼미를 또 잃어버렸어요.""어떻하니, 네빌." 할머니의 한숨짓는 소리가 들렸다.

머리를 새끼줄 모양으로 여러 가닥 땋아 내린 어떤 남자아이 주변에 아이들이 웅성거리며 몰려 있었다.

"우리도 한번 보자, 리, 자 어서."

그 아이가 들고 있던 상자의 뚜껑을 들추자, 그 안에 있는 뭔가가 털이 많은 기다란 다리를 쑥 내밀었다. 주위에 있던 아이들이 비명을 질러댔다.

해리는 사람들을 헤치고 나아가 기차 끝에 다 가서야 간신히 빈 칸막이 객실 하나를 찾았다. 그는 먼저 헤드위그를 안에 넣은 뒤 밀치고 나가 기차 문 쪽으로 가방을 들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는 가방을 기차 계단 위로 들어올리려고 했지만 한 계단도 올릴 수가 없었고 발에 떨어뜨리는 바람에 그만 발을 두 번이나 찧고 말았다.

"도와줄까?"

그건 바로 개찰구에서 따라왔던 그 빨간 머리의 쌍둥이 중 하나였다.

"응, 그래 줘."

해리가 헐떡이며 말했다.

"프레드! 이리 와서 좀 도와줘!"

쌍둥이의 도움으로, 해리의 가방은 마침내 객실 한쪽에 밀어 넣어졌다.

"고마워."

해리가 눈을 덮고 있던 땀에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말했다.

"그런데 그건 뭐니?"

쌍둥이 중 한 명이 갑자기 해리의 번개 모양의 흉터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니, 이럴 수가." 다른 쌍둥이가 말했다. "너......?""맞아, 잰......" 첫 번째 쌍둥이가 말했다. "맞지?" 그가 해리에게 물었다.

"뭐가?" 해리가 물었다.

"해리 포터." 쌍둥이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아아." 해리가 말했다. "음. 그래. 난 해리 포터야."

두 소년이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으므로, 해리는 얼굴이 붉어지는 걸 느꼈다. 그때, 다행히도 기차의 열린 문으로 어떤 목소리가 들려왔다.

"프레드? 조지? 너희들 거기 있니?"

"가요, 엄마."

쌍둥이들은 해리를 다시 한 번 더 본 뒤, 기차에서 펄쩍 뛰어내렸다.

해리는 승강장에 있는 빨간 머리 가족을 지켜보며 그들이 하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창가에 반쯤 숨어 앉았다. 그 애들의 엄마가 손수건을 꺼냈다.

"론, 코에 뭐가 묻었구나."

막내둥이 남자아이는 달아나려고 얼른 몸을 뺐지만, 애들 엄마는 그 애를 붙잡아 코끝을 문지르기 시작했다.

"엄마, 싫어요." 그가 요리조리 피하며 말했다.

"론의 코에 뭐가 묻었다구?" 쌍둥이 중 하나가 물었다.

"조용히 해." 론이 말했다.

"퍼시는 어디 있지?" 그 애들의 엄마가 물었다.

"오고 있어요."

나이가 가장 많은 소년이 큰 걸음으로 걸어왔다. 그는 벌써 까만 호그와트 망토로 갈아입고 있었고, 그의 가슴에 달린 반짝이는 은빛 배지에 P라고 써 있는 걸 보았다.

"시간이 없어요,엄마." 그가 말했다. "전 저 앞에 있어요, 반장들이 객실 두 개를 차지했거든요......""어, 퍼시 형이 반장이란 말야?" 쌍둥이 중 하나가 아주 놀랐다는 듯이 물었다. "그럼 말을 했어야지, 우린 전혀 몰랐잖아.""잠깐, 난 형이 말했던 것 같은데." 다른 쌍둥이가 말했다.

"한 번......"

"아니 두 번......"

"일 분에 한두 번......"

"여름 내내......"

"야, 시끄러워." 반장이 퍼시가 말했다.

"그런데 퍼시 형은 어떻게 새 망토를 입었지?" 쌍둥이 하나가 말했다.

"반장이니까 그렇지." 그 애들의 엄마가 다정하게 말했다. "자 그럼, 애들아, 학기 잘 보내라. 도착하면 부엉이를 보내렴."퍼시는 엄마가 볼에 입을 맞추자마자 가 버렸다. 그 뒤 그녀는 쌍둥이 쪽으로 돌아섰다.

"자, 너희들 둘, 금년엔 얌전하게 굴어라. 만약 부엉이가 한 번만 더 와서 네가...... 네가 화장실을 폭파시켜 버렸다거나 뭐 그런 말을 했다간......""화장실을 폭파시켰다구요? 우린 그런 일을 한 적 없어요.""하지만 멋진 아이디어네요, 고마워요, 엄마."

"웃을 게 아냐. 그리고 론을 잘 돌보거라."

"걱정하지 마세요. 론은 저희와 함께 있으면 안전하니까요.""조용히 해." 론이 다시 말했다. 그 애는 키가 벌써 쌍둥이만 했지만 엄마가 문질렀던 코는 아직도 빨갰다.

"엄마, 알아맞혀 보세요. 우리가 기차에서 누굴 만났는지 아세요?"해리는 그들이 볼 수 없도록 얼른 뒤로 물러나 앉았다.

"기차역에서 우리 옆에 있던 까만 머리 아이 아시죠? 그 애가 누군지 아세요?""누군데?"

"해리 포터!"

해리의 귀에 그 작은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엄마, 기차에 가서 봐도 되요? 엄마 제발......."

"벌써 봤잖니, 지니, 그리고 그 가엾은 아이는 네가 동물원에서 열심히 구경하는 그런 동물이 아니란다. 그런데 정말이니, 프레드? 어떻게 알았니?""그 아이에게 물어봤죠. 그 아이의 흉터를 봤거든요. 정말로 거기에 있더라구요. 번개 모양으로.""가엾게끔. 그 애가 혼자 있었던 것도 당연하지. 승강장으로 가는 방법을 묻는 걔의 모습은 정말 품위가 있어 보였어.""그건 그렇구, 그 애가 그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할까요?"애들 엄마의 표정이 갑자기 굳어졌다.

"그 애에게 물어선 안 된다, 프레드. 절대로 안 돼. 그 애가 입학 첫날에 그것을 꼭 기억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해도 말이다.""알겠어요, 화내지 마세요."

호루라기 소리가 났다.

"서둘러라!"

애들 엄마가 말하자 세 소년이 기차 위로 올라갔다. 그들이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고 엄마에게 작별 키스를 하자, 여동생인 지니가 울기 시작했다.

"울지 마, 지니. 부엉이들을 많이 보낼게."

"우리가 호그와트 화장실 변기를 보내 줄게."

"조지!"

"농담이에요, 엄마."

기차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해리는 그 아이들의 엄마가 손을 흔드는 것을 보았다. 여동생은 반은 웃고 반은 울면서, 기차가 속도를 낼 때까지 따라오다가, 뒤로 물러나 손을 흔들었다.

해리는 기차가 모퉁이를 돌아 그 여자아이와 애들 엄마가 보이지 않게 될 때까지 지켜보았다. 창문 밖으로 날아가는 듯이 집들이 휙휙 지나갔다. 해리는 행복해서 날아갈 것 같았다. 앞일이 어떻게 될지는 몰랐지만, 어쨌든 여태까지 살아왔던 것보다는 훨씬 나을 것이다.

객실 문이 스르르 열리며 막내둥이 빨간 머리가 들어왔따.

"여기 앉을 사람 있니?" 그가 해리의 반대편 자리를 가리키며 물었다. "다른 곳은 다 찼거든."해리가 고개를 가로젖자 그 아이가 와서 앉았다. 그는 해리를 흘끗 쳐다보고는 보지 않은 척하며 얼른 창 밖을 바라보았다. 그 애는 코에 여전히 까만 얼룩을 묻히고 있었다.

"야, 론."

쌍둥이들이 돌아왔다.

"잘 들어. 우린 기차 한가운데로 갈 거야. 리 조던이 타란툴라 거미를 갖고 있거든.""알겠어." 론이 웅얼웅얼 말했다.

"해리." 쌍둥이 중 하나가 말했다. "우릴 소개할게. 우린 프레드와 조지 위즐리야. 그리고 이 애는 우리 동생, 론이구. 그럼 나중에 보자.""잘 가." 해리와 론이 대답했다. 쌍둥이 형제는 객실 문을 닫고 가 버렸다.

"네가 정말로 해리 포터니?"

론이 불쑥 물었다. 해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구나, 난 프레드와 조지 형이 또 장난치는 거라고 생각했거든. 그러면 너 정말로 있니......? 그거 있잖아......"론이 해리의 이마를 가리켰다.

해리는 그 번개 모양의 흉터를 보여주려고 앞머리를 뒤로 제꼈다. 론이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그러니까 그게 바로 그 사람이......?"

"맞아." 해리가 말했다. "하지만 난 기억나지 않아."

"전혀?" 론이 몹시 궁금한 듯 물었다.

"글쎄. 초록 불빛이 많았던 건 기억나는데, 그것말고는 전혀 기억이 안나.""와."

그는 잠시 해리를 빤히 바라보며 앉아 있더니, 그에게 한 자신의 행동이 겸연쩍은 듯, 얼른 다시 창 밖을 내다보았다.

"네 가족들은 모두 마법사니?"

해리는 론 만큼이나 이 만남을 흥미로워하고 있었다.

"응, 그래. 그런 것 같아." 론이 말했다. "엄마에겐 회계사인 사촌이 하나 있긴 한데. 우린 그분에 대해 한 번도 들어 본 적이 없어.""그럼 넌 이미 마법을 많이 알고 있겠네."

위즐리 가족은 확실히 다이애건 앨리에서 만난 그 창백한 얼굴의 아이가 말했던 정통 있는 마법사 가족들 중 하나인 게 분명했다.

"난 네가 머글과 함께 살았다고 들었어." 론이 말했다. "머글은 어떤 사람들이니?""끔찍해. 물론, 다 그렇진 않지만, 우리 이모와 이모부와 사촌은 그래. 내게도 마법사 형제가 세 명쯤 있었으면 좋겠어.""다섯이야." 론이 말했다. 무슨 이유인지, 그는 침울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우리 형제 중에서 호그와트에 가는 건 내가 여섯 번째야. 그래서 주위의 기대가 정말 대단해. 빌 형과 찰리 형은 벌써 졸업했어. 빌 형은 수석 학생이었고 찰리 형은 퀴디치 주장이었어. 그리고 이제 퍼시 형은 반장이야. 프레드와 조지 형은 아주 장난꾸러기이긴 하지만, 그래도 성적은 정말 좋고 아이들은 모두 그 쌍둥이 형들이 정말로 재미있다고 생각해. 사람들은 나도 형들만큼 잘할 거라고 기대하지만, 내가 잘한다 해도 별로 대단한 일은 못될 거야. 왜냐하면 형들이 다들 그렇게 했으니까. 만일 너한테도 형이 다섯이나 있다면 너 역시 절대로 새 걸 가질 수 없을 거야. 난 빌 형의 망토와, 찰리 형의 낡은 지팡이와, 퍼시 형의 늙은 쥐까지 모두 헌 것 뿐이야."론은 재킷 속으로 손을 넣어 잠자고 있는 살찐 잿빛 쥐 한 마리를 꺼냈다.

"이 쥐의 이름은 스캐버스인데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어. 잠에서 거의 깬 적이 없거든. 퍼시 형은 반장이 되었다고 아빠에게서 부엉이를 선물로 받았지만, 우리 부모님은 돈이 없어. 그래서 난 대신 스캐버스를 갖게 된 거지."론의 귓볼이 새빨개졌다. 그는 말을 너무 많이 한다고 생각했는지, 다시 창 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해리는 부엉이를 살 수 없는 형편이라는 게 조금도 부끄러워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무튼, 그 역시 한 달 전까지만 해도 돈이란 걸 가져 본 적이 없었으니까. 그는 론에게, 두들리의 낡은 옷을 입어야 했고 제대로 된 생일 선물 하나 받아 본 적이 없었던 생활에 대해 모두 털어놓았다. 론은 이 말을 듣고 나서야 기분이 좀 나아진 것 같았다.

"...... 그리고 해그리드가 말해 줄 때까지, 난 마법사가 된다거나 부모에 대해서나 볼드모트에 대해 아무것도 알지 못했어......"론은 놀란 나머지 숨이 멎는 것 같았다.

"왜 그러니?" 해리가 물었다.

"네가 그 사람의 이름을 말하다니!"

론은 충격과 동시에 감동을 받은 것 같았다. "난 어느 누구보다도 네가 그 사람을 무서워할 줄 알았는데......""내가 그 이름을 말한 건 용감해 보이려고 하거나 뭐 그래서가 아냐." 해리가 말했다. "난 그저 그래선 안된다는 걸 전혀 몰랐을 뿐이라구.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겠니? 난 배워야 할 게 많아...... 정말이야." 그는 최근에 많이 걱정해 왔던 것에 관해 처음으로 말을 꺼냈다. "틀림없이 난 학급에서 꼴찌할거야.""그렇지 않을 거야. 머글 갖고 출신들도 많은데 걔네도 아주 빨리 배운대."그들이 말하고 있는 동안, 기차는 런던 교외로 빠져나갔다. 이제 기차는 소와 양 떼가 가득한 벌판을 달리고 있었다. 그들은 들판과 좁다란 길이 휙휙 지나가는 걸 바라보며, 한동안 말없이 앉아 있었다.

12시 반쯤 바깥 통로에서 달가닥달가닥 하는 소리가 나더니 보조개가 옴폭 들어간 여자가 미소를 지으며 객실 문을 열고 물었다. "뭐 좀 먹을래, 얘들아?"해리는 아침을 먹지 않았으므로 벌떡 일어났지만, 론은 귓볼이 새빨개져서는 샌드위치를 가져왔다고 중얼거렸다. 해리는 통로로 나갔다.

더즐리 가족과 함께 살 때는 사탕을 사 먹을 돈도 가져 본 적이 없었지만, 이제 그의 주머니는 초콜릿 바를 얼마든지 살 수 있는 - 그러나 그 여자는 초콜릿 바는 갖고 있지 않았다 - 금화와 은화로 가득 차 있었다. 그녀는 강낭콩 모양으로 생긴 온갖 맛이 나는 젤리와, 풍선껌과, 개구리 모양의 초콜릿과, 호박 파이와, 큰 냄비 모양의 케이크와, 감초로 만든 요술지팡이와, 해리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많은 다른 이상한 것들을 갖고 있었다. 해리는 한 가지도 놓치지 않으려고, 모든 걸 조금씩 사고 그 여자에게 은화 11시클과 동화 7넛을 냈다.

해리가 산 것을 모두 객실 안으로 갖고 들어와 빈자리에 쏟아 붓자 론이 빤히 바라보았다.

"배고픈가 보구나, 그렇지?"

"죽을 지경이야." 해리가 호박 파이를 크게 한 입 베어 먹으며 대답했다.

론은 둥그런 꾸러미를 꺼내 펼쳤다. 그 안에는 샌드위치가 네 개 들어 있었다. 그는 그 중 하나를 떼어 내며 말했다. "우리 엄마는 내가 쇠고기 소금절이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늘 잊어버리신단 말야.""이거 하나와 바꾸나." 해리가 파이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어서......""넌 이걸 좋아하지 않을 거야. 다 말라 비틀어졌거든." 론이 말했다. "우리 엄마는 시간이 없으셔." 그가 얼른 덧붙였다. "알다시피, 우리 다섯 형제 때문에 말야.""자 어서, 파이 하나 먹어." 해리가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한 번도 누구와 뭘 나눠 먹은 적이 없었다. 아니, 실은, 나눠 먹을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론과 함께 거기에 앉아, 파이와 케이크와 사탕을 먹는 기분은 정말 괜찮았다(샌드위치는 까맣게 잊어 버렸다).

"이것들은 뭐지?" 해리가 개구리 모양의 초콜릿 상자를 들고서 론에게 물었다. "진짜 개구리는 아니겠지?" 그는 이제 무엇을 봐도 놀랄 것 같지 않은 기분이 들기 시작했다.

"그래." 론이 말했다. "하지만 카드는 뭔지 봐. 난 아그리파였으면 좋겠어.""뭐라구?"

"아참, 넌 모르겠구나. 초콜릿을 사면, 그 안에 카드가 들어있어. 있잖아, 유명한 마녀나 마법사들의 사진을 모으는 것 말야. 난 500장 정도 모았는데, 아그리파와 프톨레마이오스는 아직 하나도 없거든."해리는 개구리 초콜릿 하나를 뜯어 카드를 집어들었다. 그 카드엔 어떤 남자의 얼굴이 있었다. 그는 반달 모양의 안경을 쓰고 있었으며, 길고 구부러진 코에, 멋지게 드리워진 은빛 머리카락과 콧수염과 턱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그 사진 밑에는 '알버스 덤블도어'라고 씌여 있었다.

"이 사람이 덤블도어구나!" 해리가 소리쳤다.

"설마 덤블도어를 모르는 건 아니겠지!" 론이 말했다. "나 개구리 초콜릿 하나 먹어도 되니? 아그리파가 있을지도 모르잖아...... 고마워......"해리는 카드를 뒤집어 읽었다.

알버스 덤불도어 / 현 호그와트 교장

수 많은 사람들에게서 현대의 최고 마법사로 인정받는 덤블도어는, 특히 1945년에 어둠의 마법사 그린델왈드를 물리친 것과, 용의 피를 사용하는 방법 12가지를 발견한 것, 그리고 그의 파트너 니콜라스 플라멜과 함께 연금술을 연구한 것으로 유명하다. 덤블도어 교수는 실내악과 텐핀 볼링을 즐긴다.

해리가 카드를 뒤집어 보자 놀랍게도 덤블도어의 얼굴이 사라지고 없었다.

"얼굴이 없어졌어!"

"원래 그런 거야." 론이 말했다. "다시 올 거야. 아니, 이거 또 마녀 모르가나잖아. 여섯 장이나 있는데...... 너 가질래? 너도 모아 봐."론의 눈이 아직 남아 있는 개구리 초콜릿 더미 쪽으로 돌아갔다.

"먹어." 해리가 말했다. "머글 세계에서는 사진 속의 사람이 없어지거나 하는 일은 없어.""그래? 뭐냐, 그럼 사진이 전혀 움직이지 않는단 말야?" 론은 놀란 것 같았다. "신기하군!"해리가 뚫어지게 바라보자 덤블도어가 다시 카드 사진으로 스르르 들어와 그에게 미소를 살짝 지어 보였다. 론은 유명한 마녀나 마법사들의 카드를 보는 것보다 개구리 초콜릿을 먹는데 더 정신이 팔려 있었지만, 해리는 카드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곧 덤블도어와 모르가나뿐만 아니라, 우드크로프트의 헨지스트와, 알베릭 그루니온, 키르케, 파라셀수스, 멀린도 나왔다. 마침내 코를 긁적이고 있는 마법사 클리오드나에게서 눈을 떼고, 갖가지 맛이 나는 강낭콩 모양의 젤리 봉지를 뜯었다.

"그런 건 조심해야 해." 론이 해리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건 온갖 맛이 나는 젤리인데, 그야말로 별의별 맛이 다 있거든. 운이 좋으면 초콜릿이나 페퍼민트나 마멀레이드 같은 맛이 나는 것을 먹을 수도 있지만, 재수 없으면 시금치나 간이나 내장 맛이 나는 걸 먹게 될 수도 있어. 조지 형은 한번은 아주 이상한 맛이 나는 걸 ㅁ거었엇지."론은 초록색  젤리를 하나 집어들고, 유심히 살핀 뒤, 한쪽 귀퉁이를 조금 베어 먹었다.

"으으으...... 봤지? 양배추 맛이야."

그들은 강낭콩 젤리를 먹으며 즐겁게 보냈다. 해리는 구운 빵, 코코넛, 구운 콩, 딸기, 풀, 커피, 정어리 맛이 나는 젤리를 먹었고, 심지어는 론이 손도 대지 않는 이상한 회색 젤리를 조금 뜯어 먹기까지 하는 용기를 보였지만, 그건 알고 보니 후추 맛이었다.

이제 창문으로 지나가는 시골 풍경은 점점 더 황량해지고 있었다. 산뜻한 들판은 사라지고 없었다. 숲과 구불구불한 강줄기와 암록색의 언덕이 보였다.

그때 객실 문을 두드리는 노크 소리가 나더니, 해리가 9와 4분의 3번 승강장에서 지나쳤던, 동그란 얼굴의 남자아이가 들어왔다. 그는 잔뜩 울상을 짓고 있었다.

"미안해." 그가 말했다. "그런데 너희들 두꺼비 한 마리 못봤니?"그들이 고개를 가로젓자 그 애가 울면서 말했다. "잃어버렸어! 그 녀석은 자꾸만 달아나려고 해!""나타나겠지." 해리가 말했다.

"그러겠지." 그 아이가 불쌍하게 말했다. "그래도, 혹시 두꺼비를 보면......"그 애는 그러게 말하고는 가 버렸다.

"쟤는 왜 그까짓 두꺼비 한 마리 갖고 저렇게 걱정하는지 모르겠어." 론이 말했다. "만약 나한테 그런 두꺼비가 있다면 난 차라리 잃어버린 셈치고 찾아다니지 않을 거야. 나도 스캐버스를 가져왔으니, 할 말은 없지만 말야."쥐는 아직도 론의 무릎에서 졸고 있었다.

"이 녓거은 언제나 이래. 늘 이렇게 잠만 자고 있꺼든." 론이 넌더리가 나서 말했다. "어제는 이 녀석을 더 재미있게 보이게 하려고 노란색으로 바꾸려고 했었어. 그런데 그 마법이 듣지를 않더라구. 보여줄게, 자......"론은 가방 속을 뒤적거리더니 아주 낡아 보이는 지팡이를 하나 꺼냈다. 그것은 여기저기가 조금 깨져 있었는데 끝에는 뭔가 하얀 게 반짝이고 있었다.

"유니콘의 머리털이 조금 삐져 나온거야. 어쨌든......"그가 지팡이를 들어올렸을 때 객실 문이 다시 스르르 열렸다. 또 두꺼비를 잃어버린 그 아이였는데, 이번에는 어떤 여자아이와 함께였다. 여자아이는 벌써 새 호그와트 망토를 입고 있었다.

"두꺼비 한 마리 본 사람 없니? 네빌이 잃어버렸거든." 여자아이가 말했다. 그 아이는 으스대는 목소리에, 숱이 많은 갈색 머리, 그리고 조금 큰 앞니를 갖고 있었다.

"본 적이 없다고 아까 말했는데." 론이 대답했지만, 그 여자아이는 론의 말은 듣지도 않고 론의 손에 들리 지팡이를 보고 있었다.

"어머, 너 마법 부리려고 하는 거니? 그럼 한번 해봐."그녀가 자리에 앉았다. 론은 깜짝 놀랐다.

"어...... 좋아."

론은 목을 가다듬었다.

"햇및이여, 데이지여, 버터 멜로우여,이 멍청하고, 살찐 쥐를 노랗게 바꾸어라."

론이 지팡이를 휘둘렀지만,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스캐버스는 그대로 잿빛인 데다 쿨쿨 잠만 자고 있었다.

"그 주문(呪文)이 확실하니?" 여자아이가 물었다. "글쎄, 썩 훌륭하진 않은데, 안 그래? 나도 연습으로 간단한 주문 몇 개는 해봤는데 다 들었었거든. 우리 가족 중에는 아무도 마술을 해본 적이 없어서, 내가 호그와트에서 온 편지를 받았을 때 정말 놀랐어. 물론 난 굉장히 기뻤지만 말야. 난 호그와트가 최고의 마법학교라고 들었거든. 난 교과서를 몽땅 외워 버렸어. 그거면 충분하길 바랄 뿐이야. 난 헤르미온느 그레인저야. 그런데 너희들은 누구니?"그녀는 이 모든 말을 아주 빨리 했다.

론을 바라본 해리는 어리벙벙해진 그의 표정으로 보아 론 역시 교과서를 모두 외우지 않았다는 걸 알고 안도했다.

"론 위즐리야." 론이 우물우물 말했다.

"해리 포트야." 해리가 말했다.

"정말이니?"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난 물론 너에 대해 모든 걸 알아. 난 예비 지식용으로 책을 몇 권 더 샀는데 《현대 마법의 역사》와 《어둠의 마법의 번영과 몰락》과 《20세기의 위대한 마법사 사건》이라는 책에 네가 나와 있었어.""내가?" 해리는 어리둥절해졌다.

"이럴 수가. 넌 몰랐니? 내가 너였다면 찾을 수 있는 건 모두 찾아냈을 거야." 헤르미온느가 말했다. "너희들 혹시 어느 기숙사에 들어가게 될지 아니? 계속해서 물어보고 다녔는데, 난 그리핀도르에 들어갔으면 좋겠어. 지금까지는 거기가 가장 좋은 것 같더라. 덤블도어도 거기에 있었다고 들었어. 하지만 레번클로도 그렇게 나쁘진 않을 거야...... 그건 그렇고, 이젠 네빌의 두꺼비를 찾아 보는 게 좋겠다. 너희 둘도 옷을 갈아입는게 좋을 거야. 곧 도착할 테니까."그리고 그녀는 두꺼비를 잃어버린 그 아이를 데리고 가 버렸다.

"어느 기숙사에 들어가든, 저 여자아이와 같은 기숙사는 아니었으면 좋겠어." 론이 말했다. 그는 지팡이를 다시 가방 속으로 던졌다. "빌어먹을 주문 같으니라구. 그건 조지 형이 가르쳐 준 건데, 형은 틀림없이 그게 엉터리라는 걸 알고 있었을거야.""네 형들은 어느 기숙사에 있니?" 해리가 물었다.

"그리핀도르." 론이 다시 침울해지는 것 같았다. "엄마와 아빠도 거기 계셨었어. 내가 들어가지 못하면 엄마 아빠가 뭐라고 하실까. 난 래번클로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만약 내가 슬리데린에 들어간다고 생각해봐.""그레 바로 볼...... 내 말은, 그 사람이 들어갔던 기숙사지?""그래." 론이 말했다. 그는 의기소침해진 표정으로 맥없이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야, 스캐버스의 수염 끝이 약간 더 밝아진 것 같아." 해리는 론이 기숙사 생각을 떨쳐 버리도록 애쓰면서 말을 걸었다. "그런데 네 형들은 졸업하고 지금은 뭐하니?"해리는 학교를 마치면 마법사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했다.

"찰리 형은 루마니아에서 용을 공부하고 있고, 빌 형은 아프리카에서 그린고트를 위해 어떤 일을 하고 있어."론이 대답했다. "너 그린고트에 대해 들어봤니? 《예언자 일보》엔 어디나 나와 있지만, 네가 머글들과 함께 그곳에 갔을 것 같지는 않거든. 그런데 어떤 사람이 1급 금고를 털려고 했었대.""정말이니? 그래서 어떻게 됐어?"

"아무 일도. 하지만 그 사건이 그렇게 대형 뉴스가 되었던 건 바로 그랬기 때문이야. 범인은 잡히지 않았어. 우리 아빠는 그리고트까지 손을 뻗은 건 틀림없이 강력한 어둠의 마법사 짓을 거라고 하시지만, 그들이 아무것도 가져가지 않았다는 거야. 그게 이상해. 물론, 이런 일이 일어나면 모두들 그 사람이 뒤에서 조종하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서 겁을 먹지."해리는 이 얘기를 곰곰이 생각했다. 그는 '그 사람'이 언급될 때마다 무서운 공포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는 이 모든게 마법의 세계로 들어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생각했지만, 아무 걱정하지 않고 '볼드모트'라고 말할 때가 훨씬 더 편안했었다.

"그런데 넌 어느 퀴디치 팀 팬이니?" 론이 물었다.

"어...... 난 아는 팀이 없어." 해리가 솔직히 말했다.

"뭐라구!" 론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보면 알게 될거야. 그건 세상에서 가장 재미있는 스포츠야......"그리고는 그는 공 네 개와 선수 일곱 명의 위치에 대해 모두 설명하고는, 형들과 함께 가 봤던 유명한 경기들과 돈이 생기면 사고 싶은 빗자루에 대해 더 자세히 설명하려는 순간, 객실 문이 다시 스르르 열렸다. 하지만 이번엔 두꺼비를 잃어버린 네빌도, 헤르미온느 그레인저도 아니었다.

남자아이 세 명이 들어왔는데, 해리는 그 중간에 있는 아이를 단번에 알아보았다. 그 아인 바로 말킨 부인의 옷가게에서 본 그 창백한 아이였다. 그 애는 다이애건 앨리에서보다 훨씬 더 흥미로워하는 표정으로 해리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게 사실이니?" 그가 물었다. "기차 안에 있는 아이들이 모두 해리 포터가 이 객실에 있다고 하던데. 그게 너니, 그래?""맞아." 해리가 대답했다. 해리는 다른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두 명 다 땅딸막하고 아주 심술궂게 생긴 아이들이었다. 그 애들은 꼭 보디가드처럼 창백한 아이 양쪽에 하나씩 서 있었다.

"아참, 이쪽은 크레이브고 이쪽은 고일이야" 그 창백한 아이가 해리가 보고 있는 곳을 살피며 무심코 말했다. "그리고 내 이름은 말포이야, 그레이코 말포이."론은 웃음을 참고 있었던지, 약간 기침 소리를 냈다.

"내 이름이 웃긴다 이거니? 네가 누군지는 물어보지 않아도 알겠구나. 위들리 가족은 모두 빨간 머리에 주근깨투성이에다, 형편에 맞지 않게 아이들을 턱없이 많이 낳았다고 우리 아버지가 그러셨거든."그는 다시 해리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너도 곧 어느 마법사 가족이 더 좋은지 알게 될거야, 포터. 나쁜 부류의 아이들과 사귀고 싶지는 않겠지. 난 널 도와줄 수 있어."그는 해리와 악수를 하려고 손을 내밀었지만, 해리는 그 손을 잡지 않았다.

"어떤 아이가 나쁜 부류인지는 나 혼자서도 판단할 수 있어, 고마워." 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드레이코 말포이의 창백한 양볼이 약간 붉어졌다.

"내가 너라면 조심할 거야, 포터." 그가 천천히 말했다. "조금 더 공손하게 굴지 않는다면, 너도 네 부모와 똑같은 꼴이 되고 말거야. 네 부모도 자신들에게 무엇이 좋은지 몰랐어. 네가 위즐리 가족이나 저 헤그리드 같은 쓰레기들과 어울리면 가치가 떨어질거야."해리와 론 모두 벌떡 일어났다.

"그 말 한번 더 해봐." 론이 얼굴이 머리카락만큼이나 빨개져서 말했다.

"그래, 우리와 한 번 붙어보겠다, 이거니?" 말포이가 코웃음을 쳤다.

"당장 여기서 나가지 않았다간......"

해리가 될 수 있는 대로 용감해 보이게 말했던 것은 크레이브와 고일의 몸집이 자기나 론보다 훨씬 더 컸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린 나가고 싶지 않은데, 안그러니 얘들아? 우린 가져온 음식을 다 먹었는데, 너희들은 아직도 조금 남은 것 같으니 말야."고일은 론 옆에 있는 개구리 초콜릿 쪽으로 손을 뻗었다. 론이 달려들려고 하는 찰나, 고일은 갑자기 죽는다고 소리를 질렀다.

어느새 스캐버스가 고일의 손가락 마디 깊숙이 날카로운 작은 이빨을 박고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던 것이다. 고일이 울부짖으며 스캐버스를 빙빙 돌리자 크레이브와 말포이는 꽁무니를 뺐고, 스캐버스가 마침내 떨어지면서 창문에 부딪히자, 세 명 모두 줄행랑을 쳤다. 그들은 그 과자 속에 쥐가 더 많이 숨어 있다고 생각했던 게 분명했다. 아니 어쩌면 발 소리를 들었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왜냐하면 잠시 뒤 헤르미온느 그레인저가 얼굴을 내밀었던 것이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그녀가 마룻바닥에 널브러진 과자들과 스캐버스의 꼬리를 잡고 있는 론을 바라보며 물었다.

"그 애들 깜짝 놀랐겠지?" 론이 해리에게 그렇게 말하면서 다시 한 번 스캐버스를 자세히 들려다보았다. "이럴 수가, 믿을 수가 없어. 녀석이 다시 잠들어 버렸어."쥐는 정말 다시 잠이 들어 버렸다.

"너 말포이 만난 적 있니?"

해리는 다이애건 앨리에서 그와 만났던 이야기를 했다.

"그 애의 가족에 대해서 들은 적이 있어." 론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그들은 그 사람이 사라진 뒤 가장 먼저 우리쪽으로 돌아온 사람들이었대. 그들이 악마의 마법에 걸려 있었다는 거야. 하지만 우리 아버지는 그 말을 믿지 않아. 말포이 아버지 같은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아도 어둠의 세계로 갈 만한 사람이라는 거지." 론은 헤르미온느를 보며 물었다. "무슨 일 있니?""너희들 빨리 망토로 갈아입는 게 좋겠어. 내가 막 저 앞에서 차장에게 물어봤는데, 거의 다 왔대. 너희들 싸운 건 아니지? 그랬다간 그곳에 도착하기도 전에 벌을 받게 될거야!""스캐버스가 싸웠어. 우리는 아냐." 론이 그녀에게 못마땅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우리 옷 좀 갈아입게 나가 줄래?""좋아. 난 그저 밖에 있는 사람들이 통로에서 이리저리 뛰어다니며 어린애들같이 굴길래 여기에 들어온 것뿐이야." 헤르미온느가 거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건 그렇고, 네 코에 더러운 게 묻었다는 거 알고 있니?"론은 나가는 그녀를 노려보았다. 해리는 창문 밖을 내다보았다. 날이 어두워지고 있었다. 진한 자주빛 하늘 하래에 산과 숲이 보였다. 기차가 확실히 속도를 늦추고 있는 것 같았다.

해리와 론은 재킷을 벗고 길고 까만 망토를 입었다. 론의 망토는 그에게 약간 짧아서, 그 밑으로 운동화가 보였다.

그때 안내방송이 울려퍼졌다. "5분 뒤 호그와트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짐은 따로 학교에 보내질 테니 기차에 그대로 두십시오."긴장해서인지 해리는 갑자기 위가 비틀렸고, 론의 주근깨투성이 얼굴은 창백해졌다. 그들은 남은 과자를 주머니 속에 쑤셔넣고 통로에 떼지어 모여 있는 사람들 속에 끼었다.

기차가 속도를 늦추더니 마침내 멈춰 섰다. 사람들이 서로 밀치며 문 쪽으로 나아가, 작고 어두운 승강장으로 나왔다. 해리는 차가운 밤 공기 때문에 몸을 떨었다. 잠시 후 등불 하나가 학생들의 머리 위로 깐딱깐딱 움직이며 왔고, 해리는 친근한 목소리를 들었다.

"1학년들! 1학년들은 여기로! 저기 있군, 해리?"

털투성이인 커다란 해그리드의 얼굴이 수많은 머리들 위에서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자, 따라와. 1학년들 또 있니? 자, 발밑을 조심해! 1학년들은 날 따르도록!"그들은 미끄러지고 발부리에 걸려 넘어지면서 해그리드를 따라 가파르고 좁은 길로 내려갔다. 어느쪽을 보아도 매우 어두웠으므로 해리는 울창한 숲이 있는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아무도 말을 많이 하지 않았다. 두꺼비를 계속 잃어버리는 네빌만이 한두 번 콜글 훌쩍거렸을 뿐이다.

"잠시 후면 호그와트를 처음으로 보게 될 거야." 해그리드가 어깨 너머로 크게 말했다. "이제 이쪽으로 돌아가기만 하면 돼."그러자 '우우!' 하는 함성 소리가 터져 나왔다.

좁다란 길이 끝나자 갑자기 엄청나게 큰 시커먼 호수가 나왔다. 맞은편의 높은 산꼭대기에는 별이 반짝이는 하늘 아래, 작은 성채들이 모인 거대한 성이 우뚝 솟아 있었다.

"한 배에 네 명씩." 해그리드가 호숫가에 있는 작은 배들을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해리와 론이 배에 타자 네빌과 헤르미온느가 따라왔다.

"다 탔니?" 해그리드 자신은 배에 혼자 올라타며 소리쳤다. "자 그럼, 앞으로!"그리고는 작은 배들이 동시에 잔디처럼 부드러운 호수를 미끄러져 내려갔다. 모두 머리 위에 있는 그 거대한 성만 뚫어지게 올려다볼 뿐 아무 말이 없었다. 성이 서 있는 절벽에 점점 더 가까워지자 절벽이 머리에 닿을 것 같았다.

"머리 숙여!"

첫 번째 배가 절벽에 다다랐을 때 해그리드가 소리쳤다. 그들은 모두 머리를 푹 숙였고 그 작은 배들은 절벽 면에 붙어서 넓은 통로를 가리고 있는 담쟁이덩굴을 지나 안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성 바로 밑으로 나 있는 것 같은 어두운 터널을 따라가자, 지한 선착장 같은 곳에 도달했다. 그들은 바위와 자갈들 위로 기어 올라갔다.

"거기 너! 이게 네 두꺼비니?"

아이들에 배에서 다 기어 나오자, 배를 살피던 해그리드가 소리르 질렀다.

"트래버!"

네빌이 너무 기뻐서 양손을 뻗으며 외쳤다. 그리곤 그들은 해그리드의 등불을 따라 바위 사이의 통로로 기어 올라가 마침내 성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부드럽고 축축한 잔디 위로 나왔다.

그들은 빨리 돌계단을 걸어 올라가 거대한 오크 문 주위에 모였다.

"모두 다 왔나? 거기 너, 두꺼비 아직 갖고 있지?"

해그리드가 거대한 주먹으로 성문을 쾅쾅쾅 세 번 두드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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