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5장 (5/194)

제 5장 다이애건 앨리

그 다음날 아침 해리는 일찍 잠에서 깼다. 새벽이라는 걸 알았지만, 그는 계속해서 눈을 꼭 감고 있었다.

"꿈이었어."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해그리드라는 거인이 와서 내가 마법학교에 가게 될 거라고 말하는 꿈을 꾼 거야. 눈을 뜨면 난 벽장 속에 있을거야."갑자기 똑똑하는 시끄러운 소리가 들렸다.

페투니아 이모가 노크하고 있군. 해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눈을 뜨지 않았다. 그 멋진 꿈에서 깨어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똑. 똑. 똑.

"좋아." 해리는 중얼거렸다. "일어나야지."

그런데 일어나 앉자, 해리의 몸에서 해그리드의 무거운 코트가 툭 떨어졌다. 그는 그제서야 꿈이 아니었다는 걸 깨달았다.

밤 사이 폭풍이 멈추었던지, 오두막에는 어느새 햇빛이 가득했고, 해그리드는 푹 꺼진 소파에서 잠들어 있었다. 그리고 소리나는 쪽을 보니 부엉이 한 마리가 부리에 신문을 물고 발톱으로 창문을 톡톡 두드리고 있었다.

해리는 너무나 기뻐 부리나케 기어나갔다. 마치 가슴속에서 커다란 풍선이 부풀어 오르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그는 곧장 창문으로 가서 문을 활짝 열었다. 그러자 부엉이가 얼른 날아 들더니 아직 잠에서 깨지 않은 해그리드의 머리맡에 신문을 떨어뜨렸다. 그리고는 마룻바닥 위에서 날개를 퍼덕이며 해그리드의 코트를 쪼아대기 시작했다.

"그러지 마."

해리는 손을 내저어 부엉이가 오지 못하게 하려고 했지만, 부엉이는 부리로 그를 사납게 물고는 계속해서 코트를 쪼아댔다.

"해그리드!" 해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 "부엉이가......""심부름 값을 줘야지."

해그리드가 소파에 얼굴을 파묻은 채 툴툴거렸다.

"뭐라구요?"

"그 녀석은 신문 배달료를 받겠다는 거야. 주머니를 뒤져 봐."해그리의 코트에는 온통 주머니밖에 없는 것 같았다. 열쇠꾸러미가 나왔고, 총알, 구슬, 박하사탕, 차 봉지까지 나온 뒤에야...... 마침내 해리는 이상하게 생긴 동전 한줌을 꺼냈다.

"5넛을 줘." 해그리드가 아직 졸린 목소리로 말했다.

"넛이라뇨?"

"청동으로 만든 작은 동전 말야."

해리가 작은 청동 동전 다섯 개를 세자, 부엉이는 기다렸다는 듯 조그마한 가죽 주머니가 매달린 다리를 쭉 내밀었고, 그 안에 돈을 집어넣자마자 열린 창문으로 홱 날아가 버렸다.

해그리드는 큰 소리를 내며 하품을 한 뒤, 일어나 앉아 기지개를 켰다.

"빨리 떠나는 게 좋겠다, 해리. 오늘은 할 일이 많거든. 런던까지 가서 학교에서 필요한 물품들을 다 사야 해."해리는 그 마법사 동전을 뒤집어 들여다보고 있었다. 갑자기 모든 희망이 단숨에 무너져 버릴 것 같은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저, 해그리드?"

"응?"

해그리드가 큼지막한 부츠를 잡아당겨 신으며 말했다.

"전 돈이 없어요. 그리고 어젯밤 버논 이모부가...... 마법을 배운는 데는 돈을 대지 않겠다고 했잖아요.""그건 걱정 마." 해그리드가 일어서서 머리를 긁적이며 말했다. "네 부모님이 네게 유산을 한푼도 남겨 두시지 않았을 것 같니?""하지만 우리가 살던 집이 다 부서졌다면......"

"사람들은 금은 집 안에 보관하지 않아! 그러고 보니 먼저 그린고트부터 들러야겠군. 마법사들의 은행 말야. 소시지 하나 먹어. 식었어도 먹을 만해. 그런데 네 생일 케이크를 조금 먹어도 될까?""마법사들에게도 은행이 있어요?"

"그린고트 하나뿐이야. 도깨비가 운영하지."

해리는 깜짝 놀라 들고 있던 소시지 조각을 떨어뜨렸다.

"도깨비라구요?"

"그래, 그러니까 그 은행을 털려고 하는 건 미친 짓이란 말이야. 도깨비들 일에는 쓸데없이 참견하지 마, 해리. 네가 뭔가 안전하게 보관하고 싶다면, 세상에서 그린고트만큼 안전한 장소는 없어. 호그와트를 빼면 말야. 사실, 난 어쨌든 그린고트에 좀 가봐야 해. 볼일이 있어서 말야. 덤블도어 교수님께서 특별히 부탁하셨거든. 호그와트 일로."해그리드가 으스대며 어때를 세웠다. "그분은 중요한 일은 언제나 날 시키거든. 너를 데령라거나, 그린고트에서 뭘 가져 오거나 뭐 그런 것 말야. 그분이 날 대단히 신뢰하고 있다는 증거야. 다 챙겼니? 그럼, 가자."해리는 해그리드를 따라 바위 위로 나왔다. 하늘은 이제 티 없이 맑았고 바다는 햇빛을 받아 반짝거렸다. 버논 이모부가 빌렸던 배는 폭풍으로 바닥에 물이 가득 고인 채 그 자리에서 흔들거리고 있었다.

"여기에 어떻게 오셨어요?"

해리가 또 다른 배가 있나 주위를 둘러보며 물었다.

"날아왔지."

해그리드가 말했다.

"날아왔다구요?"

"그래, 하지만 돌아갈 땐 이걸 타고 갈거야. 너를 찾았으니 마법을 사용할 필요가 없지."배에 자리를 잡자, 해리는 해그리드가 날아가는 모습을 상상하며 그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래도 노를 저어 가는 건 좀 창피한 일인 것 같군." 해그리드는 해리를 또 한 번 힐끗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내가 만일, 저, 조금나 더 속도를 낸다면, 호그와트에는 비밀로 해줄래?""물론이죠." 해리가 마법을 더 많이 보고 싶어 얼른 대답했다. 해그리드가 핑크빛 우산을 다시 쭉 내밀고, 배 옆구리를 두 번 탁탁 치자 배가 갑자기 육지 쪽으로 내달렸다.

"그린고트를 터는 것이 왜 미친 짓이라는 거죠?"

해리가 물었다.

"마법 때문이지." 해그리드가 신문을 펼치며 말했다. "사람들이 그러는데, 금고실을 지키는 용들이 있대. 그리고 그린고트까지 찾아가기도 어려워. 그린고트는 런던 지하 수백 킬로미터 되는 곳에 있거든. 지하철 저 밑이지. 뭔가를 간신히 손에 넣어다 해도 빠져나오려고 하다가 굶어죽고 말 거야."해리는 해그리드가 《예언자 일보》를 읽고 있는 동안 가만히 앉아서 생각에 잠겼다. 해리는 사람들이 신문을 읽을 때는 방해받는 걸 아주 싫어한다는 걸 버논 이모부를 보아서 익히 잘 알고 있어지만, 참고 있기가 힘들었다. 그는 묻고 싶은 게 이렇게 많은 건 난생 처음이었다.

"마법부가 또 일을 망쳐 놓았군." 해그리드가 신문을 넘기며 이렇게 중얼거렸다.

"마법부가 있어요?" 해리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물었다.

"물론이지." 해그리드가 대답했다. "사람들은 물론 덤블도어가 마법부 장관이 되길 바랐지만, 그분이 호그와트를 떠나려 하지 않아서, 코넬리우스 퍼지 노인이 장관 직을 맡으셨지. 아주 실수투성이인 사람이야. 그래서 그는 조언을 구하느라, 아침마다 덤블도어에게 수십 마리의 붕어이들을 보내지.""그런데 마법부는 어떤 일을 하죠?"

"글쎄, 주요 임무는 나라 이곳저곳에 아직도 마녀와 마법사들이 있다는 사실을 머글들이 알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왜요?"

"왜냐구? 해리,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들의 문제를 해결할 마법을 알고 싶어해. 그러니까 그저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이지."바로 그때 배가 항구 벽에 부드럽게 부딪혔다. 해그리드는 신문을 접었고, 그들은 힘겹게 돌계단 위로 올라가 거리고 나갔다.

그들이 작은 마을을 지나 기차역으로 걸어갈 때 지나가는 사람들이 모두 해그리드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해리는 그들을 탓할 수가 없었다. 해그리드는 모통 사람보다 키가 두 배는 더 컸을 뿐만 아니라, "저것 봐, 해리. 머글들이 만들어 낸 저 건물들 말야, 거참." 하며 주차 시간 자동 표시기 같은 아주 평범한 것들을 가리키며 계속 손가락질을 했던 것이다.

"해그리드." 해리가 쫓아가느라 숨을 헐떡이며 물었다. "그린코트에 용들이 있다고 했죠?""뭐랄까, 사람들이 그렇게 말했다는 거지." 해그리드가 말했다. "난 용을 갖고 싶어.""용을 갖고 싶다구요?"

"난 어렸을 때부터 용이 갖고 싶었어. 자, 가자."

그들이 기차역에 도착했을 때, 마침 5분 뒤에 출발하는 런던행 기차가 있었다. 해그리드는 '머글 돈'을 잘 알지 못했으므로, 해리에게 수표를 주어 기차표를 사게 했다.

기차에 탄 사람들은 그들을 훨씬 더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해그리드는 두 좌석을 차지하고 앉아 밝은 노란색의 서커스 천막 같은 것을 뜨고 있었다.

"편지 갖고 있지, 해리?" 그가 바늘 땀 수를 세며 물었다.

해리는 주머니에서 양피지 봉투를 꺼냈다.

"좋아." 해그리드가 말했다. "거기에 네가 필요한 것들의 목록이 다 적혀 있어."해리는 그 전날 밤에는 미처 읽지 못했던 두 번째 종이를 펼쳐 들었다.

그 쪽지엔 이렇게 쓰여 있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복

1학년 학생들이 필요한 것:

1. 무늬 없는 긴 망토 세 벌(검정색)

2. 일상용 뾰족한 모자 하나(검정색)

3. 보호 장갑(용 가죽이나 그와 유사한 것)

4. 겨울 망토 하나(검정색에 은색 단추)

*학생들의 모든 옷에는 반드시 이름표를 붙이기 바랍니다.

교과서

모든 학생들은 다음 책을 한 권씩 준비하기 바랍니다:

《표준 마법서(1학년)》, 미란다 고시오크 지음

《마법의 역사》, 바틸다 백셧 지음

《마법 이론》, 아달버트 와플링 지음

《초보자를 위한 변신술 지침서》, 에메릭 스위치 지음《1000가지 마법 약초와 곰팡이》, 필리다 스포어 지음《마법과 마법의 약》, 아르세니우스 지거 지음

《기이한 짐승들과 그것들을 찾을 수 있는 장소》, 뉴트 스캐맨더 지음《어둠의 힘》, 쿠웬틴 트림블 지음

다른 용품

요술지팡이 하나

큰 냄비 하나(양은, 표준 사이즈 2호)

우리나 크리스탈 약병 하나

망원경 하나

놋쇠 저울 하나

*학생들은 부엉이나 고양이, 혹은 두꺼비를 가져와도 괜찮습니다.

학부모님들께서는 첫 1년 동안은 학생들 개개인 빗자루가 허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유념하시기 바랍니다.

"이걸 다 런던에서 살 수 있어요?"

해리가 놀라서 큰 소리로 물었다.

"어디서 살 수 있는지만 알고 있다면."

해그리드가 답했다.

해리는 런던에 가 본 적이 없었다. 해그리드는 가는 길을 잘 알고 있는 것 같기는 했지만, 분명 정상적인 방법으로 가는 것에는 익숙지 않은 듯했다. 그는 지하철 개찰구에 몸이 갇혔는가 하면, 자리는 너무 비좁고 기차는 너무 느리게 간다며 큰 소리로 불평을 해댔다.

"난 머글들이 마법 없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도무지 모르겠단 말야." 그가 가게가 죽 늘어선 북적거리는 도로까지 연결된 망가진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올라가며 이렇게 불평했다.

해그리드는 그 큰 몸집으로 어찌나 쉽게 인파 속을 뚫고 지나가는지, 해리는 그저 해그리드 뒤에 꼭 붙어 있기만 하면 되었다. 그들은 서점과 레코드 가게와 햄버거 가게와 극장을 지나 갔지만 요술지팡이를 파는 곳은 어디에도 없는 것 같았다. 이 곳은 그저 보통 사람들로 붐비는 평범한 거리에 불과했다. 저 아래 땅속에는 정말로 마법사의 황금이 산더미같이 쌓여 있을까? 마법서와 빗자루를 파는 가게가 정말로 있기나 한 걸까? 이 모두가 혹시 더즐리 가족이 꾸며 낸 장난을 아닐까? 해리가 만일 더즐리 가족에게 유머 감각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몰랐더라면, 어쩌면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해리는 해그리드가 지금까지 말한 모든 것을 도저히 믿기 어려웠지만, 어쨌든 지금 상황에서는 그를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바로 이곳이로군." 해그리드가 발을 멈추며 말했따. "리키 콜드런. 아주 유명한 곳이지."그곳은 아주 작고 지저분하게 보이는 술집이었다. 해그리드가 손가락으로 가리키지 않았다면, 해리는 그 술집이 있는지 조차 알아채지 못했을 것이다. 급히 지나가는 사람들은 그곳을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들은 마치 리키 콜드런을 볼 수 없기라도 한 듯, 대형 서점이나 그 반대편의 레코드 가게만 훑어보았다. 사실 해리는 자신과 해그리드만 이 술집을 볼 수 있다는 아주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그가 이 말을 하기도 전에 해그리드는 그를 안으로 데리고 들어갔다.

유명한 장소치고는 그곳은 아주 어둠침침하고 지저분했다. 노파 몇 명이 한쪽구석에 앉아 아주 작은 술잔으로 백포도주를 마시고 있었는데, 그 중 한명은 긴 담뱃대로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뾰족한 모자를 쓴 자그마한 남자 하나는, 대머리에다 꼭 호두처럼 생긴 이빨 빠진 늙은 바텐더에게 말을 걸고 있었다. 그들이 걸어 들어가자 웅성대던 소리가 딱 멈췄다. 모두 해그리드를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들은 손을 흔들며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였고, 바텐더는 술잔으로 손을 뻗으며 이렇게 말했다.

"늘 마시던 걸로 하겠소, 해그리드?"

"마실 수 없어, 톰, 호그와트의 일을 하고 있는 중이거든."해그리드가 대답하며 커다란 손으로 해리의 어깨를 탁 치는 바람에, 해리는 무릎이 휘청거렸다.

"아아." 바텐더가 해리를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이 애가...... 그럼 이 애가......?"리키 콜드런이 갑자기 쥐죽은 듯 조용해졌다.

"이런." 늙은 바텐더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해리 포터...... 이렇게 영광스러울 데가."그는 허둥지둥 바 뒤편에서 나와, 급히 해리에게 다가가더니 눈물을 글썽이며 해리의 손을 꼭 잡았다.

"돌아온 것을 환영해요, 포터 군, 돌아온 걸 환영해."

해리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다 모두 그를 쳐다보고 있었다. 담뱃대를 물고 있던 노파는 불이 꺼진 줄도 모른 채 계속 뻐끔뻐끔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해그리드는 밝게 미소짓고 있었다.

그리고는 여기저기에서 드르륵드르륵 의자가 마루를 긁어대는 시끄러운 소리가 나더니 다음 순간, 어느새 리키 콜드런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해리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었다.

"도리스 크록포드네, 포터 군, 마침내 자네를 만나게 되다니 믿을 수가 없군.""너무나 자랑스럽네, 포터 군, 그저 자랑스러울 뿐이야.""언제나 자네와 악수를 하고 싶었지. 가슴이 두근거리는 군.""반갑네, 포터 군, 뭐라 말할 수가 없군, 디글일세, 데달루스 디글.""전에 뵌 적이 있어요!" 해리가 이렇게 말하자 흥분한 나머지 데달루스 디글의 뾰족한 모자가 벗겨져 떨어졌다. "언젠가 어떤 가게에서 제게 인사를 하셨죠.""기억을 하는구만!" 데달루스 디글이 모두를 둘러보며 외쳤다. "들었나? 이 애가 날 기억한다구!"해리는 다시 계속해서 악수를 했다. 도리스 크록포드는 몇 번이고 다시 왔다.

얼굴이 창백한 한 젊은 남자가 아주 초조한 모습으로 앞으로 걸어나왔다. 그의 한쪽 눈은 씰룩씰룩 경련을 일으키고 있었다.

"퀴렐 교수님!" 해그리드가 말했다. "해리, 퀴렐 교수님은 호그와트에서 널 가르쳐 줄 선생님들 중 한분이셔.""포...... 포...... 포터!." 퀴렐 교수는 해리의 손을 덥석 잡으며 더듬더듬 말했다. "자네를 마...... 만나다니 이...... 이렇게 기...... 기쁠 데가.""퀴렐 교수님은 어떤 마법을 가르치시나요?"

"어...... 어...... 어둠의 마법을 막는 바...... 방어술이지." 퀴렐 교수는 그것에 대해 생각조차 하기 싫은 듯 비밀스럽게 말했다. "그게 피...... 필요하다는 말은 아...... 아니겠지, 포...... 포......포터?" 그는 초조하게 웃었다. "준비물은 모두 잘 채...... 챙겨가야 할걸? 난 흡혈귀에 관한 새 채...... 책을 좀 찾아야 해." 바로 그 말을 할 때 그의 모습은 좀 으스스해 보였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퀴렐 교수가 계속해서 해리를 붙들고 있도록 내버려두지 않았다. 사람들 모두에게서 빠져나오는 데는 거의 10분이 걸렸다. 마침내 해그위드는 왁자지껄하게 떠들어대는 사람들 너머로 간신히 이렇게 말했다.

"이제 가야만 해. 살 게 많아. 자, 해리."

도리스 크록포드는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해리와 악수를 했다. 해그리드는 술집을 빠져나와 쓰레기통과 잡초 몇 포기말고는 아무것도 없니, 벽으로 둘러싸인 자그마한 안마당으로 나왔다. 해그리드는 해리를 보고 씩 웃었다.

"내가 말했지? 넌 유명하다고 말야. 퀴렐 교수님조차 너를 만나니까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잖아. 하지만 착각하지는 마, 그분은 원래 떨리는 목소리로 말씀하시니까.""그분은 늘 그렇게 긴장하시나요?"

"어, 그래. 가엾은 분이지. 하지만 대단히 훌륭하신 분이야. 책을 보면서 연구하실 때는 괜찮았는데, 직접 경험을 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셨다가 1년 만에 그만...... 사람들이 그러는데 '어둠의 숲'에서 흡혈귀를 만나셨대. 그리고 어떤 심술궂은 마녀와 약간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나 봐. 그 이후론 결코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않으셨대. 학생들을 무서워하고, 자신이 가르치는 과목도 무서워하고 말야. 그런데, 내 우산이 어딨지?"흡혈귀? 마녀? 해리는 머리가 핑핑 돌았다. 그동안 해그리드는 담에 기대어 있는 쓰레기통 위쪽의 벽돌 수를 세고 있었다.

"위로 세 개...... 가로로 두 개......" 그가 중얼거렸다. "좋았어, 뒤로 물러서, 해리."그는 우산 끝으로 담을 세 번 탁탁탁 두드렸다.

그러자 그가 두드린 벽돌이 흔들흔들하더니, 가운데에 작은 구멍 하나가 나타나 점점 더 넓어졌고 잠시 뒤엔 좀 삐뚤어지긴 했어도 아주 멋진, 그리고 해그리드가 빠져나가기에도 충분히 큰 통로가 생겼다.

"다이애건 앨리에 온 걸 환영해."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는 깜짝 놀라고 있는 해리를 보고 싱글싱글 웃었다. 그들은 그 통로를 지나갔다. 어깨 너머로 흘끗 바라본 해리는 통로가 다시 순식간에 오그라들어 딱딱한 벽이 되는 걸 보았다.

태양이 바로 옆 가게에 쌓아 둔 큰 냄비들 위를 밝게 비추고 있었다. 접을 수 있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비롯해 각종 크기의 청동, 놋쇠, 양은, 은 냄비들이 죽 진열되어 있었다.

"그래, 너도 하나는 있어야 할거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하지만 먼저 돈을 찾아야 해."해리는 눈을 여덟 개쯤 더 가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걸어가며 가게며, 가게 바깥에 놓인 물건들이며, 쇼핑하는 사람들 등 모든 걸 한꺼번에 보려고 고개를 이쪽저쪽으로 돌렸다. 약국 앞에 서 있던 어떤 살찐 여자는 그들이 지나가자 고개를 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용의 간이 온스당 17시클이라니. 미친놈들......"

'이이롭스 부엉이 백화점'이라는 표지판이 붙은 한 어두컴컴한 상점에서 황갈색 부엉이, 외양간 부엉이, 눈 부엉이 등, 부엉이들이 부엉부엉 우는 나지막하고 부드러운 소리가 흘러나왔다. 해리 또래의 남자아이 대여섯 명이 창문에 코를 바짝 붙이고 빗자루를 들여다보고 있었다. "저것 봐." 해리는 그들 가운데 한 아이가 하는 말을 들었다. "가장 빠른 님부스 2000을 새로 들여놓았네."그곳엔 긴 망토를 파는 상점이며, 망원경과 은으로 만든 이상한 기구를 파는, 해리가 한 번도 본적이 없는 상점들이 있었는데, 창가에는 박쥐의 비장과 뱀장어 눈알이 가득 담긴 드럼통과, 마법서, 깃펜, 양피지 두루마리, 약병, 달 모양으로 둥글게 만든 공 등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것처럼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그린고트가 저기 있군."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들은 다른 작은 상점들 위로 우뚝 솟아 있는 새하얀 건물로 다가갔다. 반짝반짝 윤이 나는 청동 문 옆에 서서, 진홍색과 황금빛 제복을 입고 있는 것은......

"그래, 그게 바로 도깨비야." 하얀 돌계단을 따라 그 도깨비에게 걸어가며 해그리드가 나직이 말했다. 그 도깨비는 해리보다 머리 하나 정도 더 작았다. 해리는 그 도깨비가 영리해 보이는 가무잡잡한 얼굴에, 뾰족한 수염을 기르고 있으며, 손가락과 발가락이 아주 길다는 것을 알아챘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그 도깨비가 인사를 했다.

그들은 이제 은빛이 나는 두 번째 문 앞에 와 있었다. 문에는 이런 글귀가 새겨져 있었다.

들어오시오, 낯선 이여, 하지만 명심하시오.

탐욕의 죄를 기다리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를,일하여 얻지 않은 것을 가져가는 이들은,반드시 그 죄과를 치르게 될 것이오.

그러니 만일 우리의 마룻바닥 밑에서

결코 당신의 것이 아닌 보물을 찾게 된다면,도둑이여, 경고하노니, 주의하시오.

그곳에서 보물보다 더 귀한 것을 발견하도록.

"아까도 말했지만, 보물을 훔치려고 하는 건 미친 짓이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은빛 문을 지나가자 문 양 옆에 있던 도깨비 두 명이 그들에게 인사했고, 그들 앞에는 넓은 대리석 홀이 나왔다. 100명이 넘는 도깨비들이 기다란 카운터 뒤편의 높은 의자에 앉아 회계장부에 뭔가를 갈겨 쓰고 있거나, 놋쇠 저울로 동전 무게를 달거나, 확대경을 눈에 끼고 보석을 감정하고 있었다. 홀로 통하는 문은 셀 수가 없을 정도로 많았고, 그보다 더 많은 도깨비들이 사람들을 이 문 저 문으로 안내하고 있었다. 해그리드와 해리는 카운터로 향했다.

"안녕하시오." 해그리드가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도깨비에게 말했다. "우린 해리 포터씨의 금고에서 돈을 좀 꺼내가려고 왔소.""열쇠는 있소, 선생?"

"여기 어딘가에 있을 거요." 해그리드는 이렇게 말하고는, 카운터 위에다 주머니에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다 꺼내고 케케묵은 강아지용 비스킷 한 줌을 도깨비의 장부 위에 쏟아 놓자, 그 도깨비가 코를 씰룩거렸다. 해리는 오른쪽에 있는 도깨비가 시뻘겋게 달아오른 석단만큼이나 큰 루비를 산더미처럼 쌓아놓고 차례차례 무게를 다는 걸 놀란 눈으로 바라보았다.

"찾았다." 해그리드가 마침내 쬐그마한 황금빛 열쇠 하나를 들어올리며 말했다.

도깨비는 그것을 유심히 살펴보았다.

"맞는 것 같군요."

"여기 덤블도어 교수님의 편지도 가져왔소." 해그리드가 가슴에 손을 쭉 펴고, 거드름을 피며 말했다. "그건 713번 금고에 있는 그것에 관한 것이오."도깨비는 편지를 주의 깊게 읽었다.

"알겠소." 그가 편지를 해그리드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사람을 시켜 금고 두 곳으로 안내하겠소. 그립훅!"그립훅은 또 다른 도깨비였다. 해그리드는 일단 강아지용 비스킷을 다시 주머니에 쑤셔 넣고, 해리와 함께 그립훅을 따라 홀로 통하는 문 가운데 하나로 향했다.

"713번 금고에 있는 그것이라는 게 뭐죠?" 해리가 물었다.

"말할 수 없어." 해그리드가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비밀이거든. 호그와트의 비밀이지. 덤블도어 교수가 날 믿고 일을 맡긴 건데 네게 그걸 말하면 난 파면당할 거야."그립훅이 문을 열었다. 더 많은 대리석이 있으리라 예상했던 해리는 깜짝 놀랐다. 그들은 활활 타오르는 횃불로 밝혀진 좁다란 석조 통로에 들어와 있었다. 그 통로에는 아래쪽으로 가파르게 경사져 있었고, 바닥에는 작은 철로가 있었다. 그립훅이 휙 하고 휘파람을 불자, 작은 궤도차가 트랙을 타고 그들이 있는 위쪽으로 올라왔다. 해그리드가 어렵사리 올라탔고, 그들이 오르자마자 궤도차가 출발했다.

처음에 그들은 꼬불꼬불한 미로를 지나갔다. 해리는 왼쪽, 오른쪽, 오른쪽, 왼쪽, 중간 분기점, 오른쪽, 왼쪽하며 기억해 보려 했지만, 도저히 불가능했다. 덜컥거리는 궤도차는 그립훅이 운전을 하지 않는 걸로 봐서, 길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차가운 맞바람 때문에 눈이 시렸지만, 해리는 계속해서 눈을 뜨고 있었다. 한번은, 어떤 통로 끝에서 폭발하는 불빛을 본 것 같아 혹시 용인가 보려고 몸을 비틀었지만 너무 늦고 말았다. 그들은 엄청나게 큰 종유석과 석순이 천장에서 바닥까지 자란 지하 호수를 지나, 훨씬 더 깊숙이 들어갔다.

"난 정말 모르겠어요." 해리가 궤도차의 소움 너머로 해그리드에게 소리쳤다. "종유석과 석순이 어떻게 다르죠?""종유석에는 '종'자가 들어 있잖아."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묻지 마, 멀미가 날 것 같으니까."그의 얼굴은 아주 창백해 보였다. 궤도차가 마침내 통로 벽에 나 있는 작은 문 옆에 멈춰 서자, 해그리드는 얼른 내려 무릎을 후들거리며 벽에 기대 섰다.

그립훅이 문의 자물쇠를 열었을 때 해리는 숨이 멎는 줄 알았다. 뿌연 초록빛 연기가 소용돌이치며 흘러나오더니 곧이어 산더미같이 쌓인 금화가 눈에 들어왔다. 은화도 잔뜩 들어 있었고, 작은 동화 넛도 한 무더기 있었다.

"다 네거야."

해그리드가 미소를 지었다.

몯가 내 거라니, 도저히 믿어지지가 않았다. 더즐리 가족은 틀림없이 이 사실을 까맣게 몰랐을 것이다. 알았다면 아마 순식간에 빼앗아 갔을 테니까. 그들은 나를 키우는 데 돈이 너무나 많이 든다며 얼마나 자주 불평을 했던가. 그런데 그동안 내내 엄청난 내 재산이 런던 밑에 깊숙이 묻혀 있었다니.

해그리드는 해리가 그 중 일부를 가방에 담는 걸 도와주었다.

"금화는 갈레온이야." 그가 설명했다. "1갈레온은 17 은 시클이고 1시클은 29넛이니까. 그거면 충분해. 좋아. 두 학기 정도 보내는 데는 그거면 충분할 테니, 나머지는 여기에 안전하게 보관해 두자." 그는 그립훅에게로 몸을 돌렸다. "이번에는 713번 금고로 갑시다. 그런데 좀 천천히 갈 수 있을까요?""궤도차는 한 속도로만 움직여요." 그립훅이 말했다.

그들은 이제 훨씬 더 깊숙이 들어가고 있었고,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었다. 그들인 옴짝달싹도 할 수 없는 좁은 모퉁이를 휙 돌자 공기는 점점 더 차가워졌다. 궤도차가 지하의 좁은 터널을 덜컥거리며 지나갈 때, 해리가 저 아래 어두운 바닥에 무엇이 있는지 보려고 몸을 옆으로 기울이자, 해그리드가 위험하다면 목덜미를 홱 잡아당겼다.

713번 금고에는 열쇠 구멍이 없었다.

"뒤로 물러서시오."

그립훅이 으스대며 말했다. 그가 기다란 손가락 하나로 문을 부드럽게 어루만지자 문이 스르르 녹아 내렸다.

"그린고트 도깨비 이외에 누구라도 이렇게 했다간, 문으로 빨려 들어가 안에 갇히고 말거요."그립훅이 말했다.

"누가 안에 들어왔는지 얼마나 자주 살피죠?"

해리가 물었다.

"10년에 한 번씩."

그립훅이 다소 불쾌하게 씩 웃으며 말했다.

해리는 이 1급 금고 안에 무언가 정말로 굉장한 것이 들어 있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하며, 그 굉장한 보석을 조금이라도 더 보려고 애썼다. 하지만 언뜻 보기에 금고 안은 텅 비어 있는 것 같았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다보자 누런 종이로 싼 더러운 작은 꾸러미 하나가 바닥에 놓여 있었다. 해그리드는 그것을 집어들더니 코트 속 깊숙이 밀어 넣었다. 해리는 그것이 뭘까 몹시 궁금했지만, 묻지 않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자, 이 지긋지긋한 궤도차를 타고 돌아가자. 그리고 돌아갈 땐 내게 말 걸지마. 입을 다물고 있으면 그나마 멀미가 안 날 것 같으니까." 해그리드가 말했다.

제멋대로 난폭하게 달리는 궤도차를 타고 나온 뒤 그들은 그린고트 밖에서 눈부신 햇살에 눈을 깜박이며 서 있었다. 해리는 돈이 가득 든 가방을 갖게 되자 이제 어디로 먼저 가야할지 몰랐다. 그는 비록 몇 갈레온이 1파운드인지는 몰랐지만 자신이 지금, 평생 가졌던 돈보다 더 많은 돈 - 두들 리가 가져본 것보다 훨씬 더 맣은 돈 -을 들고 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우선 교복을 사는 게 좋겠다." 해그리드가 고개로 '말킨 부인의 망토' 가게를 가리키며 말했다. "그런데 해리, 리키 콜드런에 잠깐 가서 한잔만 하고 와도 괜찮겠니? 그리고트의 고속 궤도차는 언제 타도 끔찍하단 말야."그가 아직도 멀미를 하는 것같이 보였으므로, 해리는 다소 겁이 났지만 해그리드를 보내고 혼자서 말킨 부인의 가게로 갔다. 말킨 부인은 땅딸막한 마녀였는데, 연한 자줏빛 옷을 입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너도 호그와트니?" 해리가 막 말을 꺼내려고 하자 그녀가 말했다. "여기 많이 있단다. 실은, 또 다른 아이가 지금 막 입어보고 있지."가게 안쪽에서는 또 다른 마녀가 발판 위에 서 있는 창백하고 갸름한 얼굴을 가진 남자아이의 긴 검정 망토를 핀으로 꽂고 있었다. 말킨 부인은 해리를 그 옆에 있는 발판에 세우고 긴 망토를 머리에서부터 뒤집어씌워 입히고는 적당한 길이에서 핀을 꽂기 시작했다.

"안녕." 남자애가 말했다. "너도 호그와트니?"

"응." 해리가 대답했다.

"우리 아빠는 옆 가게에서 내 책을 사고 계시고 엄마는 길가에서 요술지팡이를 보고 계셔." 남자애가 말했다. 그 아이는 따분한 목소리로 느릿느릿 말했다. "그 다음에 난 엄마 아빠와 함께 경주용 빗자루를 보러 갈 거야. 왜 첫 해는 자기 빗자루를 가질 수 없는지 이해하지 못하겠어. 난 아빠를 졸라서 하나를 몰래 사 작고 들어갈거야."해리는 꼭 두들리는 보고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넌 빗자루 있니?" 그 남자애가 계속해서 물었다.

"아니." 해리가 말했다.

"퀴디치는 해본 적 있어?"

"아니." 해리는 퀴디치라는 게 도대체 무얼까 의아해하며 다시 이렇게 대답했다.

"난 해봤어. 아빠는 내가 만약 우리 기숙사 대표로 뽑히지 않는다면 뭔가 크게 잘못된 거라고 말씀하시지. 나도 같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말야. 그러데 넌 어떤 기숙사에 들어가게 될지 아니?""아니." 해리는 시간이 갈수록 점점 자신이 멍청하게 느껴졌다.

"하긴, 거기 도착할 때까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난 내가 우리 가족 모두가 생활했던 슬리데린에 들어갈 거라는 걸 알고 있어. 후플푸프에는 절대로 배정받고 싶지 않아. 그렇다면 난 그냥 나와 버릴 것 같아. 너라면 안 그러겠니?""음." 해리는 자신이 뭔가 좀더 재미있는 말을 할 수 있길 바라면서 이렇게 말했다.

"저 사람 좀 봐!"

그 남자애가 갑자기 정문 창문 쪽을 향해 턱짓을 하며 외쳤다. 해그리드가 가게 밖에 서 있었다. 그는 해리를 보며 씩 웃으면서 손에 뒨 두 개의 커다란 아이스크림을 가리키며, 이것 때문에 가게 안으로 들어갈 수 없다는 손짓을 하고 있었다.

"저 사람은 해그리드야. 호그와트에서 일하시지."

해리는 뭔가 그 남자애가 모르는 것을 알고 있다는 데 기뻐서 얼른 말했다.

"아하." 그 남자애가 말했다. "나도 이름은 들어 본 적 있이 있어. 저 사람은 일종의 하인이야, 안 그러니?""그는 사냥터지기야." 해리가 말했다. 해리는 그 남자애가 점ㄷ점 더 싫어졌다.

"그래, 바로 그거야. 난 저사람이 야만인이라고 들었어. 학교 운동장에 있는 오두막에 사는데, 가끔 술에 잔뜩 취해서는 마법을 부리려고 하지만 침대에 불을 질러 놓기가 일쑤래.""내가 볼 때는 훌륭하신 분이야." 해리가 차갑게 말했다.

"그래?" 그 남자애가 약간 비웃으며 말했다. "그런데 저 사람이 왜 너와 함께 있는거지? 네 엄마와 아빠는 어디에 계셔?""그분들은 돌아가셨어." 해리가 짧게 말했다. 해리는 이 아이와 그 이야기를 하고 싶은 생각이 조금도 들지 않았다.

"오, 미안." 그러나 그 아이의 말투는 전혀 미안해하는 것처럼 들리지 않았따. "하지만 그분들도 우리와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셨겠지, 안 그래?""그래, 마법사셨어."

"난 그 학교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들어오게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 안 그러니? 그들은 우리와 다르거든. 우리의 풍습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지. 어떤 사람들이 그 편지를 받을 때까지 호그와트에 대해 전혀 들어본 적이 없다고 생각해 봐. 난 그들이 마법사 가족 속에서 오랫동안 그러한 풍습을 익혀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데 너는 성이 뭐니?"하지만 해리가 막 대답하려던 찰나, 말킨 부인이 말했다.

"다 됐다, 얘야."

그러자 해리는 그 남자아이에게 말을 하다 말아서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발판에서 펄쩍 뛰어내렸다.

"그럼, 호그와트에서 보자."

그 아이가 질질 끌며 천천히 말했다.

망토 가게에서 나온 해리는 말없이 해그리드가 사 온, 땅콩 가루가 박힌 초콜릿 랍스베리 아이스크림만 먹었다.

"왜 그러니?" 해그리드가 물었다.

"아무것도 아녜요." 해리는 거짓말을 했다. 그들은 양피지와 깃펜을 사러 가게에 잠깐 들렀다. 해리는 쓰고 있는 동안에 색깔이 변하는 잉크를 발견하자 약간 기분이 좋아졌다. 그 가게를 나오며 그가 해그리드에게 물었다. "해그리드, 퀴디치가 뭐에요?""아차, 해리, 난 네가 아직 많은 걸 모르고 있다는 사실을 자꾸 깜박한단 말야. 퀴디치도 모르고 있었구나!""제 기분은 더 엉망으로 만들지 마세요." 해리가 말했다. 그는 해그리드에게, 말킨 부인 가게에서 만난 그 창백한 아이에 대해 말했다.

"...... 그 아인 머글 갖고 출신들은 그 학교에 들어가서는 안 된다고 했어요......""넌 머글 가족 출신이 아냐. 만일 그 애가 네가 누군지 알았다면...... 그 애의 부모가 마법사라면 그 앤 틀림없이 네 이름을 들으면서 자랐을 거야. 너도 리키 콜드런에 있는 사람들이 널 만났을 때 어떻게 했는지 봤잖아. 어쨌든, 그 애가 뭘 알겠지, 내가 만난 최고의 마법사 중 몇몇은 오랫동안 머글들 틈에서 살아온 사람들이었어. 네 엄마를 봐! 그리고 네 엄마가 어떤 언니를 가졌는지 보라구!""그런데 퀴디치는 뭐죠?"

"그건 우리의 스포츠야. 마법사들의 스포츠. 그건 머글 세계에서의 축구와 같아. 누구나 퀴디치를 하지. 빗자루를 타고 날아다니며 하는 건데 공이 네 개 있어. 하지만 경기 규칙을 설명하기는 좀 어려워.""그리고 슬리데린과 후플푸프는 뭔에요?"

"학교 기숙사 이름이야. 네 개가 있지. 모두들 후플푸프는 바보 천치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고들 하긴 하지만......""그럼 전 틀림없이 후플푸프에 들어가겠군요."

해리가 침울해져서 말했다.

"슬리데린보다는 후플푸프가 더 좋아." 해그리드가 운밀하게 말했다. "슬리데린에 들어가지 않았다고 해서 잘못된 마법사 마녀는 단 한명도 없거든. 그 사람도 슬리데린 출신이었지.""볼......, 죄송해요. 그 사람도 호그와트에 있었어요?""아주 아주 오래 전에."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들은 해리의 교과서를 사기 위해 '플러리시와 블러트'라는 서점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큰 가죽으로 장정된 책에서부터 책 표지가 실크로 만들어진 우표 크기만한 책, 이상한 기호들로 가득 찬 책과, 안에 아무것도 없는 책까지 선반들이 온통 책으로 산더미같이 쌓여 있었다. 책을 전혀 읽지 않는 두들리조차도 아마 몇 가지 책에는 흥분해서 손이 저절로 뻗어 갔을 것이다. 해그리드는 빈딕투스 비리디안 교수가 쓴 《저주 내리기와 저주 풀기: 탈모, 흐느적흐느적 다리, 혀 묶어 버리기 등 최신 복수법으로 친구를 매혹시키고 적을 정신나가게 하기》라는 제목의 책 앞에서는 해리를 거의 끌어내다 시피 해야 했다.

"두들리를 곯려 줄 방법을 알아내려는 거에요."

"좋은 생각이기는 하지만, 머글들 세상에서는 아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마법을 쓰지 말아야 해."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리고 어쨌든, 네가 두들리에게 마법을 써먹으려고 해도 지금은 잘 듣지 않을거야. 그런 수준에 도달하려면 훨씬 더 많이 공부해야 해."해그리드는 황금 냄비는 사지 못하게 했지만 (모록에는 '양은 냄비'라고 되어 있어다), 약 혼합물의 무게를 다는 멋진 저울과 접을 수 있는 청동 망원경은 하나씩 사게 했다. 그 뒤 그들은 약재상(藥材商)에 들렀는데 그곳은 상한 달걀과 썩은 양배추를 합한 것 같은 끔찍한 냄새가 나기는 했지만 그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을 정도로 활홀했다. 마룻바닥에는 끈적끈적한 재료가 담긴 통들이 세워져 있었고, 벽에는 약초며 말린 뿌리며 밝은 분말가루 병들이 죽 세워져 있었다. 또 천장에는 깃털 더미와, 동물의 송곳니와 발톱들이 뒤섞여 매달려 있었다.

해그리드가 카운터 뒤에 있는 남자에게 해리가 쓸 만한 좀 기본적인 약 성문들이 있는지 묻는 동안, 해리는 하나에 21갈레온 하는 은으로 만들어진 유니콘 뿔과 한 국자에 5넛 하는 까맣게 반짝이는 조그마한 딱정벌레 눈을 들여다 보고 있었다.

약재상을 나와서, 해그리드는 해리의 목록을 다시 한 번 살폈다.

"이제 요술지팡이만 남았군. 아참, 아직 생일 선물을 사 주지 않았구나."해리는 얼굴이 달아오르는 걸 느꼈다.

"굳이 하실 필요는 없......"

"그건 나도 알아. 말해 줄까, 난 네게 동물을 사 줄 거야. 두꺼비는 아냐. 두꺼비는 이미 오래 전에 유행이 지났거든. 그리고 난 고양이도 좋아하지 않아. 고양이만 보면 난 재채기를 하니까 말야. 난 네게 부엉이를 한 마리 사 줄거야. 애들은 모두 부엉이를 갖고 싶어하지. 굉장히 쓸모 있거든. 우편물을 보낸다거나 모든 점에서 말야."20분쯤 뒤 그들은 어둡고 바스락거리는 날개 소리로 가득찬, 보석처럼 빛나는 눈들이 깜박대고 있는 이이롭스 부엉이 백화점 문을 나섰다.

해리의 손에는 이제 눈처럼 새하얀 예쁜 부엉이 한 마리가 머리를 날개 밑에 묻고 잠들어 있는 커다란 새장이 들려 있었다. 해리는 꼭 퀴렐 교수처럼 더듬거리며 계속 고맙다고 했다.

"천만에." 해그리드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네가 더즐리네 가족에게서 선물을 별로 받은 것 같지 않아서 먈야. 이제 올리밴더스에만 가면 되는군. 요술지팡이를 파는 곳은 거기 뿐이거든. 넌 최고의 요술지팡이를 사야해."요술지팡이라...... 이거야말로 해라가 정말로 가지고 싶었던 물건이었다.

마지막 가게는 생각보다 비좁고 초라했다. 문에 쓰여진 '올리밴더스: 기원전 382년부터 좋은 요술지팡이를 만들어 온 장인'이라는 황금빛 글자가 벗겨지고 있었다. 먼지투성이의 창가에는 색 바랜 보랏빛 쿠션 위에 요술지팡이가 한 개 놓여 있었다.

그들이 안으로 들어가자 가게 깊숙이 어딘가에 있는 종이 딸랑거렸다. 자그마한 가게 안에는 엉성한 의자 하나만 덜렁 놓여 있어서, 해그리드는 거기에 걸터앉았다. 해리는 마치 매우 엄격한 도서실에 들어온 것 같은 서먹서먹한 느낌이 들었다.

그는 막 떠오른 많은 새로운 질문들을 억누르며, 대신 천장까지 깔끔하게 쌓여 있는 수천 개의 가느다란 상자들을 바라보았다. 어떤 이유에선지, 목덜미가 따끔따끔 아파왔다. 이 안에 있는 먼지와 정적이 어떤 신비한 마법으로 따끔거리게 하는 것 같았다.

"안녕하시오."

갑자기 들린 목소리에 해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해그리드도 놀란 게 분명했다. 왜냐하면 우두둑 부서지는 소리가 나더니 그 약해 빠진 의자에 앉아 있던 그가 바닥으로 굴러 떨어졌던 것이다.

그들 앞에는 어느새 한 노인이 서 있었는데, 엷은 빛깔의 둥그런 눈은 어둠 속에서 마치 두 개의 달처럼 빛나고 있었다.

"안녕하세요."

해리가 어색하게 인사를 했다.

"오, 그래." 그 노인이 말했다. "그래, 그래. 자넬 곳 만나리라 생각했지. 해리 포터." 그건 질문이 아이었다. "엄마 눈을 닮았구나. 네 엄마가 요술지팡이를 사러 처음 여기 온 게 바로 엊그제 같은데. 버드나무로 만들어져서 한 번 휘두르면 휙 하고 소리나는 26센티미터짜리 지팡이었지. 마법에 쓰기에는 아주 좋은 지팡이었단다."올리밴더 씨가 해리에게 가까이 다가섰다. 해리는 전혀 깜박이지 않는 그의 은백색 맑은 눈이 어쩐지 소름 끼쳤다.

"하지만 네 아버지는 마호가니 지팡이를 가장 좋아했지. 28센티미터짜리였다. 잘 휘었지. 힘이 약간 더 세서 변신하는 데는 최고였단다. 글쎄, 뭐랄까. 네 아버진 그걸 가장 좋아하셨단다. 그건 물론 마법사를 스스로 선택하는 지팡이였단다."올리밴더 씨는 해리와 코가 거의 맞닿을 정도로 가까이 다가왔다. 해리는 그의 눈에 자신의 모습이 비치는 걸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이게 바로......"

올리밴더 씨는 길고 하얀 손가락으로 해리의 이마에 난 번개 모양의 흉터를 만졌다.

"바로 내가 깎은 지팡이 때문이란다. 미안하구나." 그가 부드럽게 말했다. "34센티미터. 주목(朱木)으로 만들어진 거지. 강력한 아주 강력한 요술지팡인데, 잘못된 사람 손에 넘어갔어...... 그 요술지팡이가 세상에 나와 어떤 짓을 하리라는 걸 내가 알았더라면......"노인은 고개를 젓더니 해그리드를 발견했다. 해리는 한시름 놓았다.

"루베우스! 루베우스 해그리드 아닌가! 다시 만나서 정말 반갑네...... 오크, 40센티미터, 약간 휘는 것, 맞지?""그렇습니다, 맞아요."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것도 좋은 지팡이였지. 그런데 자네가 쫓겨날 때 그들이 그걸 반으로 뚝 부러뜨렸지 아마?" 올리밴더씨가 갑자기 무성누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너, 네. 그러했어요, 맞아요." 해그리드는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며 말했다. "하지만 전아직도 그 부러진 조각들을 갖고 있어요." 그가 밝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걸 사용하진 않나?"

올리밴더 씨가 날카롭게 물었다.

"아, 아뇨." 해그리드가 얼른 대답했다. 해리는 그가 그렇게 말할 때 핑크빛 우산을 꽉 움켜쥐는 걸 보았다.

"흠." 올리밴더 씨가 해그리드를 날카로운 눈길로 쳐다보았다. "그럼, 자, 포터 군. 어디 좀 보자." 그는 주머니에서 은빛 점들이 표시되어 있는 기다란 줄자를 꺼냈다. "어느 쪽에 지팡이를 쥘 거지?""저, 전 오른손잡이에요." 해리가 말했다.

"팔을 쭉 뻗어 봐, 그렇지."

그는 해리의 어깨에서부터 손가락까지의 길이를 잰 뒤, 손목에서부터 팔꿈치까지, 어깨에서 마룻바닥까지, 무릎에서 겨드랑이까지 그리고 머리 둘레를 쟀다. 그는 길이를 재면서 이렇게 말했다.

"얼리밴더 지팡이 중심에 모두 강력한 마법의 물질이 들어 있네, 포터 군. 우리 지팡이엔 유니콘 털과, 불사조 꼬리 깃털이 사용되고, 용의 심장이 담겨 있다네. 올리밴더 요술지팡이는 똑같은 게 하나도 없네. 유니콘이나, 용이나, 불사조 같은 것이 서로 다 다른 것과 마찬가지지. 그리고 우리 지팡이는 다른 마법사가 만든 지팡이보다 훨씬 강력하다고 알려져 있지."해리는 불현듯 줄자가 자기 혼자서 움직이며 자신의 콧구멍 사이를 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올리밴더 씨는 선반 주위를 날아다니며 상자들을 꺼내고 있었다.

"그만하면 됐다." 그가 이렇게 말하자, 줄자가 마룻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그러면, 포터 군. 이걸 한 번 써 보지. 너도밤나무와 용의 심장이야. 23센티미터고. 멋지고 유연하지. 그냥 한번 손에 쥐고서 휘둘러 보게."그러나 해리가 그 지팡이를 가져가 (멍청한 기분을 느끼며) 약간 휘둘러 보려고 하자마나 올리밴더 씨가 그걸 손에서 홱 채갔다.

"단풍나무와 불사조 깃털. 18센티미터. 탄력이 아주 좋지. 자 해 보게......"해리는 휘둘러 보려고 했지만, 지팡이를 거의 들어올리지도 못하자 올리밴더 씨가 얼른 가져갔다.

"아니, 아니. 여기 흑단(黑檀)과 유니콘 털에 20센티미터, 잘 휘지. 자, 한 번 해봐."해리는 몇 번이고 계속 시도했다. 해리는 도대체 올리밴더 씨가 무엇을 기대하고 있는 건지 전혀 몰랐다. 한 번씩 휘둘러 본 지팡이들이 그 약해빠진 의자 위에 점점 더 높이 쌓이고 있었지만, 올리밴더 씨는 선반에서 새로운 지팡이를 더 많이 꺼내 올수록 점점 더 행복해하는 것 같았다.

"까다로운 손님이야, 인 그런가? 하짐잔 걱정 말레, 여기 어딘가에서 꼭 들어맞는 걸 찾게 될 테니까. 혹시 그러면 말야. 그렇지, 좀 별난 걸 찾아봐는 게 어떨까? 서양호랑가시나무와 불사조 깃털에 28센티미터, 그리고 나긋나긋하고 유연한 것으로 말야."해리는 그 지팡이를 잡았다. 그는 손가락에서 갑자기 온기를 느꼈다. 그가 지팡이를 머리 위로 들어올렸다가 먼지투성이의 공기를 가르며 휙 휘두르자, 지팡이 끝에서 마치 불꽃놀이처럼 빨갛고 노란 불꽃이 튀며, 반짝이는 작은 점들이 춤추듯 벽 위에 흩뿌려졌다.

해그리드는 함성을 지르며 손뼉을 쳤고 올리밴더는 큰 소리로 외쳤다. "브라보! 그렇지, 좋았어. 그런데 말야. 정말로 이상하군...... 정말로 이상해......""죄송해요." 해리가 말했다. "그런데 뭐가 이상하다는 거죠?"올리밴더 씨는 창백한 눈길로 해리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난 내가 만든 지팡이들은 모두 기억하네, 포터 군. 하나 하나 다. 자네 지팡이처럼 불사조의 깃털이 있는 지팡이가 꼭 하나 더 있었다네. 이 지팡이가 자네한테 가게 된다는 게 정말로 이상해. 왜냐하면 그 형제 지팡이가 바로 자네에게 그 흉터를 냈거든."해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그래, 34센티미터. 주목.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정말로 이상해. 기억하나, 지팡이가 마법사를 선택한다는 걸 말야...... 내가 볼 때 우린 자네에게서 굉장한 일을 기대해야 할 것 같네, 포터 군...... 무엇보다도, 이름을 불러서는 안될 그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는 굉장한 일을 했네, 끔찍한 일이었지, 그래, 하지만 굉장했어."해리는 몸이 오싹했다. 그는 올리밴더 씨가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해리는 그 지팡이 값으로 황금 갈레온 일곱 개를 냈고, 올리밴더 씨는 그들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했다.

해리와 해그위드가 다시 벽을 뚫고, 다이애건 앨리의 텅빈 리키 골드런으로 향했을 때 하늘에는 늦은오후의 태양이 낮게 걸려 있었다.

해리는 길을 걸어 내려가면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지하철에 온갖 우스꽝스러운 모양의 짐 꾸러미들을 들고 탄 그들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멍하니 바라보고 있는지도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해리의 무릎에 놓인 새장에서는 새하얀 부엉이가 잠을 자고 있었다. 또 한 번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가자, 패딩턴 역으로 나왔다. 해리는 해그리드가 어깨를 탁 쳤을 때에야 비로소 여기가 어딘지 알았다. "기차가 떠나기 전에 뭐 좀 먹을 시간이 있겠군."해그리드가 말했다. 해그리드는 해리를 햄버거 가게로 데려가 플라스틱 의자에 앉혔다. 해리는 계속 주위를 둘러보았다. 웬일인지 모든 게 너무 이상하게 보였다.

"괜찮니, 해리? 말이 없구나." 해그리드가 물었다

.해리는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몰랐다. 이렇게 멋진 생일은 난생 처음이었다. 그는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고민하며 햄버거를 먹었다.

"모두들 내가 특별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해리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리키 콜드런에 있는 사람들과, 퀴렐 교수님과, 올리밴더 씨 모두...... 하지만 난 마법에 대해선 아는 게 하나도 없어요. 그런데 어떻게 나한테서 굉장한 일을 긷대할 수 있는 거죠? 난 유명한데 내가 무엇 때문에 유명한지도 기억하지 못해요. 볼드......, 죄송해요, 제 말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그 날 밤에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전 몰라요."해그리드가 탁자 앞으로 몸을 숙였다. 그는 제멋대로 난 수엽과 눈썹 너머로 상냥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걱정 마, 해리. 넌 금방 배우게 될거야. 호그와트에서는 모두 처음부터 시작하는 거야, 너는 잘할 거야. 그저 침착하기만 하면 돼. 어렵다는 건 알아. 넌 선택받은 마법사야. 그렇게 되기란 힘들지. 하지만 넌 호그와트에서 멋진 시간을 보내게 될거야. 나도 그랬거든. 사실 지금도 그렇고 말야."해그리드는 해리가 더즐리 가족에게로 돌아갈 기차를 타는 걸 도와준 뒤, 그에게 봉투 하나를 건네주었다.

"호그와트로 가는 기차표야." 그가 말했다. "9월 1일, 킹스 크로스 역이야. 모든 건 표에 다 써 있어. 더즐리네 가족과 무엇이든 문제가 생기면, 부엉이로 내게 편지를 보내. 부엉이는 내가 어디에 있는지 알고 있을 테니...... 그럼 또 보자, 해리."기차가 역을 빠져나갔다. 해리는 해그리드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그를 지켜보고 싶었다. 자리에서 일어서서 창문에다 코를 바짝 갖다 댔지만, 눈 깜빡할 사이에 해그리드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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