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장 (4/194)

제 4장 사냥터지기 해그리드

쿵 다시 노크 소리가 났다. 갑자기 두들리가 눈을 떴다.

"어디선가 대포 소리가 났는데?" 잠에서 덜 깬 채로 그가 물었다.

그리고는 그들 뒤에서 쾅 하는 소리가 나자, 버논 이모부가 헐레벌떡 방에서 나왔다. 그는 손에 라이플 총을 들고 있었다. 이제야 그가 가져온, 기다랗고 얇은 꾸러미 속에 들어 있던 것이 무엇이었는지 알 수 있었다.

"누구야?" 그가 큰 소리로 물었다. "경고하는데, 우린 총을 갖고 있다!"잠깐,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그리고는......

쾅!

문을 어찌나 세게 쳤던지 경첨이 툭 빠지면서 귀청이 터질듯한 소리를 내며 문짝이 마룻바닥으로 쓰러져 버렸다.

문간에는 거인 한 명이 떡 버티고 서 있었다. 얼굴은 텁수룩하고 긴 갈기 같은 머리털과 제멋대로 헝클어진 수염으로 거의 가려져 있지만, 머리털 밑에서 마치 딱정벌레처럼 반짝반짝 빛나고 있는 눈만은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그 거인은 천장에 닿을락 말락 한 머리를 숙이고 오두막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는 허리를 굽혀 문짝을 집어들더니 아주 쉽게 문틀에 다시 끼웠다. 바깥의 폭풍소리가 다소 잦아들었다. 거인이 고개를 돌려 모두를 바라보았다.

"차라도 한잔 끓여 마시는 게 어떻겠수? 수월한 여행이 아니었거든......"그는 두들리가 겁에 질려 꼼짝 않고 앉아 있는 소파로 성큼 성큼 다가갔다.

"저리 가라, 뚱보야."

두들리는 앙앙 울며 달아나더니 버논 이모부 뒤에서 무서움에 떨며 웅크리고 있는 그의 엄마 뒤로 가 숨었다.

"해리가 여기 있군!"

거인이 말했다. 무시무시하고 험상궂게 생긴 야만인 같은 그의 얼굴을 올려다 본 해리는, 그 툭 불거진 눈이 미소로 주름지는 걸 보았다.

"지난번에 보았을 땐 갓난아이였는데. 아빠를 쏙 빼닮았군. 하지만 눈은 엄마와 똑같구나.

거인이 말하자, 버논 이모부가 귀에 거슬리는 우스꽝스런 소리르 냈다.

"당장 이곳에서 나가시오, 선생!" 그가 말했다. "당신은 지금 무단 침입을 하고 있는 거요!""입 닥치시오, 더즐리, 몹쓸 사람 같으니라구."

거인이 말했다. 그리고는 소파 뒤로 가서 버논 이모부의 손에서 총을 홱 잡아 빼더니 마치 고무를 다루듯 손쉽게 구부려 매듭을 지은 다음 방구석으로 던져 버렸다.

버논 이모부는 또 한 번 생쥐가 교미하는 것 같은 이상한 소리를 냈다.

"어쨌든, 해리." 거인이 더즐리 가족에게서 등을 돌리면서 말했다. "생일 축하한다. 여기 선물을 가져 왔단다. 좀 짜부라지기는 했지만, 맛을 괜찮을 거다."거인은 까만 코트 안주머니에서 약간 짓눌린 상자 하나를 꺼냈다. 해리는 손을 부들부들 떨며 그 상자를 열었다. 안에는 초록색으로 '해피 버스데이 해리'라고 쓰여진 질척질척한 커다란 초콜릿 케이크가 들어 있었다.

해리는 거인을 올려다 보았다. 고맙다고 말하려고 했지만, 그 말은 입 안에서 맴돌기만 했다. 그는 대신에 이렇게 말했다.

"누구세요?"

거인이 싱글벙글 웃었다.

"그래, 내 소개를 하지 않았군. 루베우스 해그리드야. 호그와트의 사냥터지기지."그는 엄청나게 큰 손을 쑥 내밀더니 해리의 팔을 잡고 흔들며 악수를 했다.

"그럼 차를 마셔 볼까?" 그가 양손을 비비며 말했다. "뭐 좀 독한 술이라도 있으면 좋을 텐데."거인은 오그라든 과자 봉지들이 흩어져 있는 벽난로의 연료받이 쇠살대 쪽을 쳐다보더니 콧김을 훅 내뿜었다. 그는 벽난로로 허리를 굽혔다.

그들은 그가 무엇을 하려는 건지 알 수 없었지만, 잠시 후 그가 돌아오자 벽난로에서는 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다. 축축한 오두막은 금방 번쩍이는 불빛으로 가득했고, 해리는 마치 더운 물이 담긴 욕조 속에 몸을 푹 담그고 있는 것처럼 따뜻한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 오는 것을 느꼈다.

거인은 그의 무게 때문에 푹 꺼진 소팔고 다시 돌아가 앉더니 코트 주머니에서 구리 주전자며, 짜부라진 소시지며, 꼬치, 찻주전자, 이 빠진 머그잔 몇 개, 그리고 차를 끓이기 전에 마실 호박색 액체가 든 병까지 갖가지 것들을 꺼내기 시작했다.

오두막은 곧 소시지의 지글지글대는 소리와 냄새로 진동했다. 그 거인이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는 동안 누구 하나 말이 없었지만, 그가 제일 먼저 꼬치에서 통통하고 기름기가 좌르르 흐르는, 살짝 탄 소시지 여섯 개를 빼내자, 두들리가 입맛을 다시며 먹고 싶어 안달을 했다. 그러자 버논 이모부가 날카롭게 소리쳤다.

"저 사람이 주는 것에 손대지 마라, 두들리."

거인이 험악하게 말했다.

"당신네 뚱보 아들에게는 더 이상 기름기가 필요하지 않을테니 걱정 마시오, 더즐리."그 소시지들은 해리에게 건네졌고, 해리는 너무 배가 고파 몹시 먹고 싶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거인에게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하지만 누구도 아무 설명을 하려 하지 않는 것 같았으므로, 마침내 해리가 말을 꺼냈다.

"죄송한데요, 전 아직도 누구신지 정말로 모르겠어요."거인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손등으로 입을 훔쳤다.

"해그리드라고 부르렴." 그가 말했다. "모두들 그렇게 부르거든. 그리고 말했지만, 난 호그와트의 사냥터지기란다. 너도 물론 호긍돠트에 대해 들어 봤겠지만, 이제 다 알게 될 거야.""저, 아뇨."

해리가 우물우물댔다. 해그리드는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죄송해요."

해리가 얼른 말했다.

"죄송하다구?" 해그리드가 저만치 뒷걸음질을 친 더즐리 가족 쪽으로 고개를 돌려 빤히 쳐다보며 큰 소리로 말했다. "죄송하게 생각해야 할 사람들은 바로 저들이란다! 난 네가 편지를 받지 못하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호그와트에 대해서조차 몰랐으리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했어! 네 부모님이 그 모든걸 어디서 배우셨는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니?""무얼요?"

해리가 물었다.

"무얼요라니?" 해그리드가 몹시 화가 난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자, 잠깐만 기다려라!"그가 벌떡 일어섰다. 그는 화가 날 대로 난 것 같았다. 더즐리네 가족은 잔뜩 겁에 질려서 벽 쪽으로 슬금슬금 가고 있었다. 

"말해 보시오." 해그리드가 더즐리 가족에게 으르렁거렸다. "이 아이가 전혀 아무것도 모르고 있다는 거요?"해리는 그가 좀 지나치다고 생각했다. 자기는 학교에도 다녔고, 성적도 그다지 나쁘지 않은데 말이다.

"조금은 알고 있는데요." 해리가 말했다. "전 수학도 할 수 있어요."하지만 해그리드는 그저 손만 내저으며 이렇게 말했다. "내 말ㄹ은 우리 세계에 대해서 말이다. 너의 세계. 나의 세계. 너의 부모님의 세계.""무슨 세계인데요?"

해그리드는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 같은 표정이었다.

"더즐리!"

그가 떠나갈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버논 이모부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구시렁구시렁거리며 작은 소리로 뭐라고 중얼거렸다. 해그리드가 타는 듯한 눈으로 해리를 쳐다보았다.

"넌 네 엄마와 아빠에 대해 알아야만 해." 그가 말했다. "내 말은, 네 부모님이 유명하시다는 말이야. 너도 유명하고.""뭐라고요? 제, 제 엄마와 아빠는 유명하지 않아요."

"어떻게 이렇게 모를 수가...... 어떻게......" 해그리드는 어리둥절한 눈빛으로 해리를 똑바로 쳐다보며, 손가락으로 머리를 긁적였다.

"네가 누군지 모른단 말이지?"

그때 버논 이모부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그만!" 그가 명령했다. "이제 그만 하시오, 선생! 그 아이에게 더 이상 말하는 건 허락하지 않겠소!"버논 더즐리보다 더 용감한 사람이었더라도 지금 해그리드의 성난 눈길 앞에서는 아마 움찍했을 것이다. 해그리드는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분노로 떨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 아이에게 말하지 않았단 말이오? 덤블도어가 이 아이를 위해 남긴 편지에 뭐라고 쓰여 있었는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단 말이오? 나도 거기에 있었소! 덤블도어가 그 편지를 놓는 걸 똑똑히 보았단 말이오, 더즐리! 그런데 당신이 이 오랜 세월 동안 그걸 저 아이에게 보여주지 않았단 말이오?""제게 뭘 보여 주지 않았단 거죠?"

해리가 몹시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그만! 말하지 마시오! 절대로 안 돼!"

버논 이모부가 당황해서 소리쳤다. 페투니아 이모는 겁이 나서 숨도 제대로 쉬지 못했다.

"당신들은 저리 꺼져. 해리, 넌 마법사야."

해그리드가 말했다.

오두막 안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파도 소리와 씽씽 불어대는 바람 소리만이 들렸다.

"네가 뭐라구요?"

해리는 놀라서 숨이 막혔다.

"마법사라니까." 해그리드가 그의 무거운 체중 때문에 더 푹 주저앉은 소파에 다시 앉으며 말했다. "그것도 굉장히 훌륭한 마법사지. 내 말은, 약간 훈련만 받는다면 말야. 한때는 너도 약간 훈련받은 적이 있었어. 네 엄마와 아빠가 그러신데, 너야 어련하겠니? 그러고 보니까 네가 이 편지를 읽을 때가 된 것 같구나.

해리는 마침내 손을 뻗어 에메랄드빛 초록색으로 바다, 바위 위의 오두막, 마루, H. 포터라고 주서가 적힌 누르스름한 봉투를 잡았다. 그는 편지를 빼내어 읽었다.

호그와트 마법학교

교장 : 알버스 덤블도어 (멀린{{) 멀린 : 아서 왕 이야기에 나오는 요술쟁이 노인이며 예언자}} 1등급 훈장, 위대한 마법사, 최고 거물, 국제 마법사 연합회 회장)

친애하는 포터 씨에게,귀하가 호그와트 마법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는 걸 알려드리게 되어 기쁩니다. 필요한 모든 비품 목록을 동봉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학기는 9월 1일에 시작합니다. 7월 31일까지 당신의 부엉이를 기다리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교감  미네르바 맥고나걸

해리의 머리 속에는 온갖 물음들이 두서없이 떠올랐지만, 어느 것부터 물어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었다. 잠시 뒤 그는 더듬더듬 물었다.

"제 부엉이를 기다린다는 게 무슨 말이죠?"

"아이쿠, 내 정신 좀 봐. 이제야 생각나네." 해그리드가 짐마차를 끄는 말도 때려눕힐 정도로 세게 이마를 탁 치더니, 코트 속의 또 다른 주머니에서 이번에는 조금 성낫 것처럼 보이는 진짜 살아 있는 부엉이 한 마리와 기다란 깃펜과 돌돌 말린 양피지 두루마리를 꺼냈다. 그리고 혀를 질근질근 깨물며 짧은 편지를 휘갈겨 썼다.

친애하는 덤블도어 교수님, 해리에게 편지를 전해 주었습니다. 내일 해리를 데리고 가서 물품들을 사겠습니다.

날씨가 험악하군요.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해그리드

해그리드는 그 편지를 둥글게 말아 부엉이의 부리에 꼭 물리고는, 문 쪽으로 걸어가 부엉이를 폭풍 속으로 날려 보냈다. 그리고 마치 이런 일이 그저 전화에 대고 얘기하는 것 정도로 보통이라는 듯이 다시 자리에 앉았다.

해리는 자신이 입을 헤 벌리고 있다는 것을 알고 얼른  다물었다.

"내가 어디까지 말했지?"

해그리드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버논 이모부가 여전히 잿빛이 된 얼굴로 매우 화난 표정을 지으며 난롯가로 걸어갔다.

"저 애는 가지 않을 거요."

버논 이모부가 퉁명스럽게 말했다.

해그리드가 툴툴거렸다.

"나도 당신과 같은 대단한 머글이 저 아이를 못 가게 막는 걸 좀 봤으면 좋겠소." 그가 말했다.

"머...... 뭐요?" 해리가 흥미로운 듯 물었다.

"머글 말이구나." 해그리드가 말했다. "그건 우리가 저 사람들처럼 마법사가 아닌 사람들을 부를 때 쓰는 말이란다. 그리고 내가 본 머글들 중에서도 가장 못된 머글의 집에서 네가 자랐다는 게 너의 불행이었지.""해리를 받아들일 때 우린 저 터무니없는 짓을 중단시키겠다고 맹세했소." 버논 이모부가 말했다. "저 애에게서 그걸 없애 버리겠다고 맹세했단 말이오! 마법사라니, 기가 차서 원!""아셨단 말이에요?" 해리가 물었다. "제가 마법사라는 걸 알고 계셨어요?""알았지!" 페투니아 이모가 갑자기 날카로운 목소리로 말했다. "알았고 말고! 내 빌어먹을 여동생이 마법사인데, 네가 아닐 턱이 있겠니? 맙소나, 네 엄마도 꼭 저런 편지를 받고  저 학굔가 뭔가 하는 곳으로 사라졌다가 주머니에 개구리 알을 잔뜩 넣고 방학 때마다 집에 와서는, 찻잔을 쥐로 변하게 했었지. 네 엄마의 정체를 꿰뚫어보았던 사람은 나밖에 없었어. 미치광이었지! 하지만 네 할머니와 할아버지는 끔찍하게도, 이것도 릴리, 저것도 릴리, 그저 릴리만 찾으셨지. 그분들은 가족 중에 마법사가 있는 걸 자랑스러워 하셨거든!"그녀는 잠시 말을 멈추고 심호흡을 한 번 한 뒤 계속 고함을 쳐댔다. 그녀는 오랫동안 이 모든 걸 말하고 싶었던 것 같았다.

"그 뒤 네 엄마는 학교에서 포터를 만나 함께 떠났고 결혼을 해서 너를 낳았지. 물론 난 너도 똑같이 될 거라는 걸 알았어. 똑같이 이상하고, 똑같이 비, 비정상적이고, 그 뒤 네겐 안 된 일이었지만, 네 엄마가 그런 식으로 끝장나 버리는 바람에 우리가 너를 떠맡게 된거라구!"해리의 낯빛이 새하얗게 변했다. "그런 식으로 끝장나 버렸다뇨? 교통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했잖아요!""교통 사고라고!" 해그리드가 너무나 화가 나서 펄쩍 뛰며 고함ㅇ르 치자 더즐리 가족은 허둥지둥 한쪽 구석으로 달아났다. "릴리와 제임스 포터 부부가 어떻게 교통 사고로 죽을 수 있다는 거요? 그건 모욕이야! 수치라고! 마법사 세계의 아이들은 누구나 해리 포터라는 이름을 알고 있는데, 정작 본인은 자신의 이야기를 전혀 모르고 있다니!""그렇다면 왜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죠?"

해그리드의 얼굴에서 분노가 사라지더니 갑자기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정말 이렇게 될 줄은 몰랐어." 그가 걱정스런 목소리로 침착하게 말했다. "덤블도어가 나한테 널 이해시키는 데 문제가 좀 있을지도 모른다고 했을 때, 난 네가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단다. 오, 해리, 내가 네게 이런 설명을 해줘야 하는 건지 잘 모르겠다. 하지만 누군가는 말해 줘야겠지. 아무것도 모르고서 호그와트에 갈 수 없으니까 말야."근는 더즐리 가족을 사나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

"하지만 내게 말할 수 있는 것만큼은 알고 있는 게 좋을 거야. 잘 들어, 난 네게 모든 걸 말해 줄 수는 없어. 그건 굉장한 수수께끼거든. 대강 말하자면......"그는 앉아서 잠시 동안 벽난로를 뚫어지게 바라보더니, 말을 시작했다. "그러니까 말야, 어떤 사람이 있었어. 우리 세계에 있는 사람은 누구나 알고 있는 그의 이름을 네가 모르고 있다는 게 좀 믿어지지 않지만 말야......""누군데요?"

"글쎄, 웬만하면 그 이름은 말하고 싶지 않아. 누구나 다 그렇지.""왜요?"

"그냥 그러지 않는게 좋다고 덮어놓고 믿는 거어ㅑ. 해리, 사람들은 여전히 겁먹고 있어. 제기랄, 이거 되게 어렵군. 이봐, 아주 못되게 변해 버린 마법사가 있었어. 굉장히 나쁜 마법사였지. 아주 아주. 그 이름은......"해그리드는 침을 꿀꺽 삼켰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럼 쓸 수는 있으세요?" 해리가 넌지시 재촉했다.

"아니, 글로 써도 안 돼. 좋아. 볼드모트야." 해그리드는 진저리를 쳤다. "다시는 그 이름을 말하게 하지 마. 어쨌든, 이, 이 마법사는 지금으로부터 약 20년쯤 전에, 추종자들을 찾아다니기 시작했지. 그리고 찾기도 했어. 어떤 이들은 두려워했지만, 어떤 이들은 그의 힘의 일부를 원했기 때문이지. 그래, 그는 점점 더 강해지고 있었거든. 암울한 시대였어, 해리. 누구를 믿어야 할지도 알지 못했고, 이상한 마법사들과는 감히 친해지기지도 못했어...... 그리고 끔찍한 일들이 벌어졌어. 그가 권력을 잡아가고 있었어. 물론, 그에게 대항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그는 그들을 모두 죽였어. 끔찍하게 말야. 가장 안전한 곳 가운데 하나는 호그와트였어. 그 사람이 가장 두려워 하는 덤블도어가 바로 그곳에 있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학교는 감히 점령하려고 하지 못했어. 어쨌든 그 당시에는 말야.

네 엄마와 아빠는 내가 아는 마법사들 중에서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었어. 젊었을 때는 호그와트 최고의 소년 소녀였지! 알 수 없는 건, 그 사람이 왜 그 전에 네 엄마 아빠를 자기 편으로 끌어들이려고 하지 않았는가 하는 거야...... 어쩌면 그들이 덤블도어와 너무 가까워서 어둠의 세계와는 어떤 관계도 갖고 싶어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았는지도 모르지.

어쩜녀 그는 그들을 설득할 생각을 했을지도 몰라...... 아니면 그냥 그들을 없애 버리고 싶었는지도 모르지.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은, 10년 전 할로윈 데이 (모든 성인의 날 전야. 10월 31일 : 옮긴이)에 너희 가족이 살고 있던 마을에 그가 나타났다는 거야. 넌 한 살밖에 되지 않았어. 그는 너희 집으로 와서는, 그리고는......"해그리드는 갑자기 아주 더럽고 군데군데 얼룩이 있는 손수건을 꺼내 경적 소리만큼이나 크게 코를 횡 풀었다.

"미안해." 그가 말했다. "하지만 슬퍼서 말야. 네 엄마와 아빠처럼 좋은 분들은 없었어. 그리고는, 이건 정말 수수께낀데 말야, 그는 너도 죽이려고 했거든. 일을 깨끗하게 처리하고 싶었겠지. 아니면 그 당시엔 그저 사람을 죽이는 게 좋았던지. 그런데 너는 죽이지 못했어. 네가 어떻게 이마에 그런 흉터를 갖게 된 건지 전혀 궁금하지 않았니? 그건 평범한 흉터가 아냐. 그건 네게 강력하고 사악한 자주가 미쳤을 때 생겨난 흉터야. 네 엄마와 아빠뿐만 아니라 집까지도 날려 버렸던 그 저주 말야. 하지만 그게 네게는 듣지 않았어. 네가 유명해진 건 바로 그 때문이야, 해리. 그가 죽이려고 마음먹었던 사람이 살아 남은 적은 한 번도 없었거든. 너말고는 하나도. 그는 맥키노 가족이나, 본 가족, 프레웨트 가족 등 당대 최고의 마법사들도 몇 명 죽였어. 그런데 갓난아이에 불과했던 네가 살아 남은 거야."이 이야기를 듣는 해리의 마음은 매우 고통스러웠다.

해그리드의 이야기가 끝났을 때, 해리는 눈부시게 밝은 초록빛을 다시 볼 수 있었다. 그 불빛은 과거의 그 어느 때보다도 더 뚜렷했다. 그리고 그는 난생 처음으로 다른 무언가를 기억해냈다. 오만하고, 차갑고, 잔인한 웃음소리를.

해그리드는 해리를 애처롭게 쳐다보았다.

"덤블도어의 명령에 따라, 내가 그 폐허가 된 집에서 널 데려왔지. 그리고 널 이 사람에게 데려온......""허튼 소리 작작해."

버논 이모부가 소리를 질렀다. 해리는 움찍했다. 더즐리 가족이 거기에 있다는 걸 까맣게 잊고 있었다.

버논 이모부는 확실히 용기를 되찾은 것 같았다. 그는 해그위드를 노려보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자, 잘 들어라." 그가 무성누 어투로 해리에게 말했다. "네게 좀 이상한 점이 있다는 건 인정한다, 해리. 그리고 네 부모에 관해서는, 글쎄, 그들은 이상한 사람들이었지, 그걸 부인할 수는 없어. 하지만 내가 볼 때 네 부모와 같은 이상한 사람들이 없다면 세상은 한결 더 살기 좋을 거다. 그들은 이런 이상한 사람들과 몰려다녔기 때문에 그 모든 화를 자초한 거야. 난 그들이 그렇게 비명횡사 하리란 걸 다 알고 있었어......"그러나 그 순간, 해그리드가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코느 속에서 낡을 대로 낡은 핑크빛 우산을 꺼냈다. 그는 이것을 마치 칼인 양 버논 이모부에게 들이대면서 말했다. "경고하는데, 더즐리. 한 마디만 더 했다간......"수염 난 거인에게 우산 끝으로 찔릴 위험에 처하자, 버논 이모부의 용기는 다시 꺾이고 말았다. 그는 벽 쪽으로 바짝 붙어 입을 꾹 다물었다.

"좀 낫군."

해그리드는 이렇게 말하고는 씩씩거리며 소파에 다시 앉았다. 소파는 마침내 거의 마룻바닥까지 푹 꺼져 버렸다.

한편, 해리는 아직도 묻고 싶은 게 수백 가지나 있었다.

"그런데 볼드......, 아차, 그 사람은 어떻게 되었어요?""질문 잘했어, 해리. 사라져 버렸지. 없어진거야. 너를 죽이려고 했던 바로 그 날 밤에 말야. 그건 널 더 유명해지게 했지. 그게 가장 큰 수수께끼야. 그는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었는데 왜 사라진걸까?어떤 사람들은 그가 죽었다고 하지. 하지만 내 생각에 그건 말도 안돼. 그가 보통 사람처럼 죽기나 할 수 있는지 모르겠어. 어떤 사람들은 그가 여전히 저 밖에 살아 있다고 하지. 때를 기다리면서 말야. 하지만 난 그 말을 믿지 않아. 그의 편이었던 사람들이 우리에게 돌아왔거든. 일부는 혼수상태에서 깨어났어. 그가 다시 돌아올거라면 그들도 돌아오지 않았겠지.

우리들 대부분은 그가 저 밖 어딘가에 아직도 살아 있기는 하지만 힘을 잃었다고 생각해. 계속 버텨 나가기엔 너무 약해졌다는 거지. 너의 무언가가 그를 끝장냈기 때문이야, 해리. 그날 밤 그가 전혀 예기치 못했던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던 거야. 난 그게 뭔지 몰라. 아무도 모르지. 하지만 너의 어떤 능력이 그를 곤란에 빠뜨린 게 분명해, 맞아."해그리드는 온정과 존경의 눈길로 해리를 바라보았지만, 해리는 기쁘거나 자랑스럽다기 보다는 굉장한 실수가 있었던 게 틀림없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법사라고? 내가? 내가 어뻣게 그럴 수 있을까? 난 지금까지 두들리에게 맞고, 페투니아 이모와 버논 이모부에게 시달리며 살아왔다. 만일 내가 정말로 마법사라면, 그들이 나를 벽장 속에 가두려고 할 때마다 왜 사마귀투성이의 두꺼비로 변해 버리게 하지 않았겠는가? 만일 내가 한때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마법사와 싸워 이겼다면, 두들리가 어떻게 마치 축구공처럼 밤낮 나를 발로 찰 수 있었을까?"해그리드." 해리가 조용히 말했다. "제 생각엔 뭔가 큰 실수를 하신 것 같아요. 마법사라뇨. 제가 마법사라니 당치도 않아요."놀랍게도, 해그리드가 킥킥 웃었다.

"마법사가 아니라고? 네가 겁에 질렸거나 화가 났을 때 이상한 일이 일어난 적 없었니?"해리는 벽난로를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해리가 화났을 때는 언제나 이모와 이모부를 당황하게 하고 화나게 하는 이상한 일들이 벌어졌었다...... 두들리 패거리에게 쫓길 때는 웬일인지 쉽게 잡히지 않았고...... 저 우스꽝스런 대머리를 하고 학교에 갈 것을 걱정했을 때, 그의 머리카락은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아주 최근에 두들리가 때렸을 때는, 복수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전혀 깨닫지도 못한 채 멋지게 복수를 하지 않았던가? 또 보아 구렁이를 부추겨 두들리를 공격했던 일도 있었다......

해리가 미소를 머금고 해그리드를 다시 바라보자, 해그리드도 그랬을 거라는 표정으로 환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알겠니?" 해그리드가 물었다. "해리 포터, 마법사가 아니라고? 기다려 봐, 넌 곧 호그와트에서 유명해질 테니까."그러나 버논 이모부는 절대 싸워 보지도 않고 그만둘 사람이 아니었다.

"저 애를 거기에 보내지 않겠어." 그가 아주 못마땅하다는 듯 말했다. "저 애는 스톤월 중학교에 갈 거고 그걸 고맙게 여겨야 해. 편지를 보니 저 애에게 마법서며 요술지팡이 같은 온갖 잡동사니만 필요하더군......""해리가 가겠다면, 당신과 같은 대단한 머글도 막을 수가 없을 거요." 해그리드가 으르렁댔다. "릴리와 제임스 포터 부부의 아들이 호그와트에 가는 걸 막겠다구! 미친 자식, 해리의 이름은 태어났을 때부터 입학 명단에 실려 있었소. 얘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마법학교에 가는 거요. 거기서 7년을 보내고 나면 얘는 자신도 몰라볼 정도로 달라질 거요. 그렇게 되기 위해 해리는 같은 부류의 아이들과 함께 지내며, 호그와트 역사상 가장 훌륭한 교장 선생님이신 알버스 덤블도어 밑에서 기도를 받게 될거요......""난 저 애에게 마술이나 가르치기 위해 그 이상한 늙은이에게 돈을 지불하지는 않겠소!"버논 이모부가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나 그의 말은 도를 넘어서 버렸다. 갑자기 해그리드가 우산을 잡더니 그것을 머리 위로 빙빙 돌렸다.

"절대로......" 그가 고함을 질렀다. "......내...... 앞에서...... 알버스...... 덤블도어를...... 모용하지마!"그는 공중에서 휘두르던 우산을 두들리에게 들이댔다. 보라색 불빛이 번쩍 하면서 폭죽 소리가 나느가 했더니, 끽 하고 날카로운 소리가 났다. 그 다음 순간, 두들리가 양손으로 살찐 엉덩이를 감싸쥐고 고통스럽게 울부짖으며 이리저리 뛰고 있었다. 그리고 두들리가 그들에게로 등을 돌렸을 때, 해리는 또르르 말린 돼지 꼬리가 두들리 바지에 난 구멍 밖으로 삐죽이 나와 있는 걸 보았다.

너무나 무섭기도 하고 화가 나기도 한 버논 이모부는 페투니아 이모와 두들리를 옆 방으로 잡아 끈 뒤, 해그리드를 겁에 질린 표정으로 한 번 더 바라보고는 문을 쾅 닫았다.

해그리드는 우산을 내려다보며 수염을 쓰다듬었다.

"화를 내지 말았어야 했어." 그가 후회하며 말했다. "하지만 어쨌든 마법이 잘 듣지 않았어. 그 녀석을 돼지로 만들어 버리려고 했는데, 그 녀석이 너무나 돼지 같아서 더 이상 손댈 게 없었던 것 같아."그가 짙은 눈썹 밑으로 해리를 슬쩍 보았다.

"호그와트에 있는 사람들에겐 아무 말도 하지 않으면 고맙겠다." 그가 말했다. "나, 어, 마법을 부리지 못하게 되어 있거든. 엄격히 말해서 말야 난 너를 찾아내 네게 편지를 전하거나 뭐 그런 일들을 하기로 되어 있었지. 그런 일을 하기에는 내가 딱 알맞기 때문이라는 게 그 한가지 이유지......""왜 마법을 부리지 못하는 건데요?" 해리가 물었다.

"어, 뭐랄까. 나도 호그와트에 있긴 하지만, 난, 어, 솔직히 말하면 쫓겨났어. 내가 3학년 때. 그들이 내 요술지팡이를 두 동강 내 버렸지. 하지만 덤블도어가 나를 사냥터지기로 머물게 하셨어. 덤블도어는 훌륭하신 분이야.""왜 쫓겨나신 건데요?"

"늦었다. 우린 내일 할 일이 많아." 해그리드가 소리 높여 말했다. "시내로 가서 네 책이나 뭐 그런 것들을 사야 해."그는 두꺼운 까만 코트를 벗어 해리에게 주었다.

"이걸 덮고 자도록 해." 그가 말했다. "코트가 조금 꿈틀거려도 신경 쓰지 마. 어느 주머니엔가 아직도 겨울잠쥐 두어 마리가 있는 것 같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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