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장 이상한 편지들
브라질 보아 구렁이의 탈출 사건으로 해리는 그 어느 때보다도 긴 벌을 받았다. 겨우 벽장에서 다시 나왔을 때는 이미 여름 방학이 시작되어 있었다. 그 동안에 두들리는 벌써 생일 선무로 받은 새 비디오 카메라를 망가뜨렸고, 원격 조종 비행기는 박살 냈으며, 경주용 자전거를 끌고 나가자마자 목바를 짚고 프리벳가를 건너던 피그 할머니를 치어 넘어뜨렸다. 해리는 방학이 시작된 게 기쁘기는 했지만, 하루도 빠짐없이 집에 놀러 오는 두를리 패거리를 피할 도리가 없었다. 피어스와 데니스와 말콤, 그리고 고든, 모두 하나같이 몸집이 크고 돌머리였지만, 두들 리가 대장이 된 것은 그가 그들 중 몸집이 가장 크고 제일 멍청했기 때문이다 해리가 되도록 많은 시간을 집 밖에서 이리저리 거닐며 한가닥 희망이 보이는 새 학기에 대해 생각하며 보낸건 바로 그 때문이었다. 9월이 오면 해리는 중학교에 갈 것이고, 난생 처음으로 두들리와 떨어져 있게 될 것이다. 두들리는 버논 이모부가 다녔던 사립 학교인 스멜팅에 입학 허가를 받았다. 피어스 폴키스도 그 학교에 갈 것이다. 그러나 해리는 그 지역 공립학교인 스토월 중학교에 갈 것이다. 두들리는 이 사실을 아주 재밌어했다. 스톤월 에서는 입학 첫날에 신입생의 머리를 변기에 밀어 넣는데. 두들 리가 해리에게 말했다. 이층에 가서 연습해 볼래? 싫어. 해리가 말했다. 그 가엾은 변기는 아마 네 머리가 들어가는 순간 너무나 끔찍해서 토할지도 몰라. 그리고는 해리는 두들 리가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라 어리벙벙해 하고 있는 사이 얼른 달아났다. 7월 어느날, 페투니아 이모는 해리를 피그 할머니 집에 맡기고 두들 리에게 스멜팅 교복을 사 주기 위해 런던에 갔다. 피그 할머니는 예전처럼 나쁘지는 않았다. 알고보니 피그 할머니는 자기가 기르는 고양이 중 한 마리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다리가 부러졌는데, 그래서인지 예전처럼 고양이를 좋아하지는 않는 것 같았다. 할머니는 해리에게 텔레비전도 보게 했고, 꼭 몇 년은 묵은 것 같은 이상한 맛이 나는 초콜릿 케이크도 조금 주었다. 그날 저녁, 두들리는 거실에서 새로 산 교복을 입고 가족들앞에서 뽐내며 걸어다녔다. 스멜팅에 다니는 남자아이들은 밤색 연미복에 오렌지색바지를 입고맥고 모자라고 불리는 납작한 밀짚 모자를 썼다. 그 애들은 또 선생님 들이 보지 않을 때 서로 때리려고 마디가 있는 막대기를 갖고 다녔다. 이것이 훗날의 삶에 도움이 되는 유익한 훈련쯤으로 생각되었던 모양이다. 새 반바지를 입고 있는 두들리의 모습을 보자 버논 이모부는 쉰 목소리로 일생에서 가장 자랑스러운 순간이라고 말했다. 페투니아 이모는 자신의 귀여운 아들 두들 리가 이렇게 멋지고 어른스러워 보일 줄은 몰랐다며 와락 울음을 터뜨렸다. 해리는 그러나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했다. 그는 웃지 않으려고 애쓰느라 하마터면 갈비뼈가 두 깨쯤 부러질뻔 했다.
다음날 아침 해리가 아침을 먹으러 식당에 들어갔을 때 아주 지독한 냄새가 났다. 그 냄새는 싱크대의 커다란 금속 물통에서 나는 것 같았다. 가까이 다가서서 보자 물통 안에는 더러운 넝마조각이 하나 가득 회색빛 물 속에서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이게 뭐에요? 해리가 페투니아 이모에게 물었다. 그녀의 입술은 그가 집에 뭔가를 물었을 때 늘 그렇듯이 꽉 다물어져 있었다. 네가 입을 새 교복이다. 이모가 말했다. 해리는 그 물통을 다시 들여다 보았다. 어? 해리가 물었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물에 푹 담가 놓으신 거예요? 멍청하긴. 페투니아 이모가 날카롭게 대꾸했다. 널 주려고 두들 리가 입던 옷을 염색하고 있는 거야. 다 하고 나면 다른 애들 옷하고 똑같게 보일게다. 해리는 정말로 그렇게 될까 의심스러웠지만, 말대꾸를 하지 않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식탁에 앉은 그는 스톤월 중학교에 들어간 첫날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으려고 애썼다. 아마 늙은 코끼리 가죽을 뒤집어 쓴 것 같은 모습일 것이다. 두들리와 버논 이모부가 들어오더니, 해르이 새 교복에서 나는 냄새 때문인지 모두 코를 실룩거렸다. 버논 이모부는 평상시처럼 신문을 펴 들었고, 두들리는 이제는 어디나 갖고 다니는 스멜팅 막대로 식탁을 탕 쳤다. 그때 우편함 뚜껑이 열리는 딸깍 하는 소리와 문 앞 발판에 편지들이 툭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편지가져오너라, 두들리. 버논 이모부가 신문 너머로 말했다. 해리한테 시켜, 편지 가져 오너라 해리. 두들리더러 거져오라고 하세요. 저 녀석을 스멜팅 막대로 한방 먹여라. 두들리. 해리는 날쌔게 스멜팅 막대를 피해편지를 가지러 갔다. 문앞 발판에는 편지 세 통이 놓여 있었다. 와이트 섬에서 휴가를 보내고 있는 버논 이모부의 누이, 마지에게 온 우편 엽서와, 청구서처럼 보이는 갈색 봉투 하나, 그리고 해리 앞으로 온 펴지 한 통이 있었다. 서리 리틀 위닝 프리벳가 4번지 계단 밑 벽장 해리포터. 누르스름한 양피지로 만들어진 그 봉투는 두툼하고 무거웠으며 주소는 에메랄드빛초록색으로 쓰여져 있었다. 우표는 붙어 있지 않았다. 떨리는 손으로 봉투를 뒤집은 해리는 대문자 H가 사자와 독수리와 오소리와 뱀에 둘러 싸여 있는 모양의 보랏빛 밀랍봉인을 보았다. 빨리 가져오지 않고 뭐하는 거냐. 식당에서 버논 이모부가 소리쳤다. 편지 폭탄이라도 있을까 봐 살피고 있는 거냐? 그는 자신이 한 농담에 만족해서 킬킬대고 웃었다. 해리는 식당으로 걸어가는 내내, 자기 앞으로 온 편지를 뚫어지게 보았다. 그는 버논 이모부에게 청구서와 우편 엽서를 건네주고는 앉아서 천천히 그 노란 봉투를 뜯기 시작했다. 버논 이모부는 우편 엽서를 읽었다. 마지가 아프다는군. 그가 페투니아 이모에게 말했다. 상한 조개를 먹었대...... 갑자기 두들 리가 소리쳤다. 아빠, 해리가 뭘 갖고 있어. 해리가 봉토만큼이나 두꺼운 양피지에 쓰여진 편지를 막 펼치려는 순간, 버논 이모부가 그의 손에서 편지를 홱 낚아챘다. 그건 제거예요. 해리가 편지를 다시 잡으려고 애쓰며 말했다. 네 녀석에게 편지 쓸 사람이 어디 있냐? 버논 이모부가 한 손으로 그 편지를 흘끗 보면서 비웃듯이 말했다. 다음 순간, 빨갛던 그의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그리고 곧 얼굴이 오래된 포리지처럼 희끄무레해졌다. 페......페......페투니아. 그가 숨이 넘어갈 듯 말했다. 두들 리가 그 편지를 잡고 읽으려고 했지만, 버논 이모부는 두들리의 손이 닿지 못하게 편지를 높이 치켜올렸다. 페투니아 이모가 호기심에 찬 얼굴로 그것을 움켜잡고 첫줄을 읽었다. 그녀는 금방이라도 기절할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목을 부여잡고 숨이 막히는 것 같은 소리를 냈다. 버논. 아니 어떻게 이럴수가 있죠? 버논. 그들은 해리와 두들 리가 그 방에 있다는 사실을 잊기라도 한 듯이 서로를 똑바로 쳐다보았다. 그러자 무시당하는 거에 익숙하지 않은 두들 리가 스멜팅 막대로 아버지의 머리를 세게 탁 때렸다. 나도 좀 보여줘. 두들 리가 큰 소리로 말했다. 보여주세요. 해리가 미친 듯이 화를 내면 말했다. 그런 제편지라구요. 너희 둘 다 나가. 버논 이모부가 편지를 다시 봉투에 쑤셔 넣으며 쉰 목소리로 말했다. 해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제 편지 주세요. 해리가 소리쳤다. 나도 보여줘. 두들 리가 졸라댔다. 다 나가라니까. 버논 이모부가 소리를 버럭 지르더니, 해리와 두를리의 목덜미를 잡아 복도에 내동이치고는 식당 문을 쾅 닫아 버렸다. 해리와 두들리는 서로 열쇠 구멍으로 이모와 이모부가 하는 말 소리를 들으려고 격력한 몸싸움을 벌렸다. 그러나 결국 두들 리가 이겼고, 해는 안경을 한쪽 귀에 늘어 뜨린채, 바닥에 바짝 엎드려 문 틈새로 엿보려고 안간힘을 썼다. 페투니아 이모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하고 있었다. 버논. 그 주소를 좀 보세요. 그들이 해리가 어디서 자는지 어떻게 알았을까요? 우리집을 감시하고 있는게 아닐까요? 감시 염탐, 그럴지도 모르지. 버논 이모부가 신경질적으로 중얼거렸다. 그럼 우린 어떡해요. 버논 답장을 써야 할까요? 감시받는 건 정말 싫다고 말해야..... 해리는 버논 이모부의 빛나는 까만 구두가 식당을 천천히 왔다갔다 하는 걸 볼 수 있었다. 아냐. 그가 마침내 말했다. 아냐. 그냥 무시해 버리는 거야. 그들이 답장을 받지 못한다면.... 그래 그게좋겠어. 모른체 하는 거야. 하지만......이런 편지를 집안에 들여 놓을 수는 없어. 페투니아. 우리가 저 앨 받아들였을 때 터무니없는 위험한 생각 같은 것은 뿌리 뽑아 버리겠다고 맹세하지 않았소? 그날 저녁 버논 이모부는 퇴근한 뒤 전에는 한번도 하지 않았던 일을 했다. 그가 해리의 벽장을 찾아온 것이다. 버논 이모부가 좁은 문을 밀고 들어오자마자 해리가물었다. 제 편지는어디에 있어요? 제게 편지를 쓴 사람이 누구죠? 아무도 아니다. 잘못 온 것뿐이다. 그래서 태워 버렸다. 버논 이모부가 짤막하게 대답했다. 절대로 잘못 온게 아니에요. 제 벽장으로 온 거라구요. 해리가 화가 나서 말했다. 조용히 해. 버논 이모부가 큰 소리로 말하자. 천장에서 거미 몇 마리가 툭 떨어졌다. 그는 심호흡을 몇 번 한 뒤 아주 고통스러워 보일 정도로 억지 미소를 지어 보였다. 어 그래. 해리야. 이 벽장에 대해선 말이다. 네 이모와 내가 생각해 봤는데. 네가 이곳에서 지내기에는 점점 더 몸집이 커지고 있어서.... 우린 네가 두들리의 이층 침실로 옮기는 게 좋겠다고 생각하고 있단다. 왜요? 해리가 물었다. 아무것도 묻지 마. 이모부가 날카롭게 말했다. 네 물건들을 당장 이층으로 가져가라. 더즐리네 집에는 방이 네게 있었다. 하나는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의 방이었고. 하나는 손님(대개 버논의 누이인 마지)방이었으며, 하나는 두들리의 침실이고, 나머지 하나는 두들 리가 모든 장난감과 자기 침실에 들어가지 않는 물건들을 놓아 두는 방이었다. 그러나 해리는 짐이어찌나 없었던지, 단 한번 왔다 가자 벽장 물건들이 다 옮겨졌다. 해리는 침대에 걸터 앉아 주위를 둘러 보았다. 방에 있는 것은 거의 다 부서져 있었다. 한 달 전에 산 비디오 카메라는 두들 리가 언젠가 옆집 개를 쫓아내는 데 사용했던 움직이는 작은 탱크 위에 놓여 있었고, 한쪽 구석에는 두들 리가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취소되자 발로 꽉 밟아 버렸던 첫 번째 텔레비전 수상기가 있었다. 또 한때는 두들 리가 학교에서 진짜 공기총과 맞바꿔 온 앵무새가살았던 커다란 새장이, 그가 그 위에 주저 앉는 바람에 모서리들이 완전히 일그러진 채 선반위에 올려져 있었다. 다른 선반들은 책으로가득 차있었지만, 사람의 손이 전혀 닿지 않았던 듯,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아래층에는 두들 리가 엉엉 울며 자기 엄마에게 마구 고함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난 쟤가 저기 있는 거 싫어ㅗ..... 그 방은 내거야. 나가라고해...... 해리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다리를 쭉 뻗고 누웠다. 어제까지는 벽장이 아니 이층에만 있게 된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를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오늘은 편지 없이 이곳에 있으니 차라리 편지를 가지고 벽장으로 돌아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아침 식사때는 평소와 달리 모두가 말이 없었다. 두들리는 소리도 질러 보고, 스멜팅 막대로 아버지를 세게 때리기도하고, 꾀병도 부리고, 엄마를 바로 차고, 자신의 거북이를 온실 지붕에 내동이쳐 보기도 했지만, 방을 되 찾지 못했기 때문인지 큰 충격을 받은 것같았다. 해리는 어제 이맘때를 생각하며 현관에서 편지를 뜯어 보지 않은 것을 몹시 후회하고있었다. 버논 이모부와 페투니아 이모는 어두운 표정으로 계속해서 서로를 험악하게 쳐다보고 있었다. 아침에 우편물이 도착하자 버논 이모부는 애써 해리에게 친절하게 보이려 하면서, 두들리에게 가져오라고 했다. 두들리는 거실을 걸어가는 동안 내내, 스멜팅 막대로 물건들을 툭툭쳤다. 그런데 두들 리가 소리쳤다. 또 왔어요. 프리벳가 4번지 가장 작은 방, 해리 포토. 로요. 버논 이모부는 숨이 끊어질 듯한 비명을 지르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거실로 달려갔고, 해리도 뒤를 바짝 쫓아갔다. 버논 이모부는 두들리에게 편지를 뺏기 위해 마룻바닥에서 씨름을 벌려야만 했다. 사실 그몸싸움을 더 어렵게 했던 것은 해리가 버논 이모부의 목 주위를 붙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모두가 스멜팅 막대로 엄청 얻어 맞는 몇분간의 혼란스런 싸움이 벌어진 뒤에야, 버논 이모부는 해리의 편지를 손에 움켜쥔 채 똑바로 일어서서 숨을 헐떡였다. 제 벽장으로 아니 네 방으로 가라. 그가 씨근거리며 해리에게 명령했다. 두들리 너도 들어가라. 어서. 해리는 방에서 왔다갔다 했다. 누군지는 모르지만 편지를 보낸 사람은 그가 벽장에서 이사 나왔다는 것뿐만 아니라, 첫 번째 편지를 받지 못했다는 것도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그건 편지를 또다시 보낼 거라는 뜻일까? 그렇다면 이번에는 반드시 편지를 받을 수 있도록 확실히 하리라.. 그는 계획을 세웠다.
그 다음날 아침 6시에 자명종이 울렸다. 해리는 자명종을 얼른 끄고 조용히 옷을 갈아 입었다. 더즐리 가족이 깰까 봐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등 하나 켜지 않고 아래층으로 살금살금 내려갔다. 해리는 프리벳가 모퉁이에서 우편배달부를 기다렸다가 4번지로 오는 편지를 먼저 받을 생각이었다. 어두운 거실을 지나현관문 쪽으로 살금살금 기어가는 그의 가슴이 쿵쾅쿵쾅 두 방망이질을 했다. 아으으으.... 해리는 깜짝 놀랐다. 현관문 앞 발판에서 뭔가 크고 물컹한 것을 밟았던 것이다. 뭔가 살아있는 것을. 이층의 전들이 딸까하고 켜졌고, 해니는 그 커다랗고 물컹한 것이 이모부의 얼굴이라는 걸 알았다. 해리가 편지를 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버논 이모부가 현관문 앞에 침낭을 깔고 누워 있었던 것이다. 그는 해리에게 30여 분간 고함을 쳐댄 뒤, 차 한잔 타오라고 시켰다. 해리는 불쌍하게 발을 질질 끌며 식당으로 걸어갔고, 그가 돌아 왔을 때는 우편물이 이미 도착해 버논 이모부의 무릎 위에 놓여 있었다. 해리는 주소와 성명이 초록색 잉크로 쓰여진 편지 세 통을 볼수 있었다. 전...... 해리가 말을 꺼냈지만, 버논 이모부는 그이 눈앞에서 그 편지들을 갈기갈기 찢어 버렸다. 버논 이모부는 그날 직장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집에서 우편함에 못질을 했다. 이것 좀 봐. 그는 입에 못을 하나 가득 문 채로 페투니아 이모에게 설명했다. 그들이 편지를 배달할 수 없으면 포기하겠지. 난 이방법이 먹혀들 것 같지 않아요. 버논. 이 사람들의 마음은 기묘하게 움직인단 말야. 페투니아. 그들은 당신이나 나와는 달라. 버논 이모부는 페투니아 이모가 막 가져다 준 과일 케이크 조각으로 못을 때려 박으려고 하면서말했다.
금요일에는 해리에게 열두 통 정도의 편지가 도착했다. 그 편지들은 우편함에 들어갈 수가 없었으므로 문 밑으로 밀어 넣어지거나 문 옆 틈에 깨워졌고, 심지어 몇 통은 아래 층 욕실에 있는 작은 창문으로 억지로 쑤셔 넣어지기까지 했다. 버논 이모주는 또 직장에 나가지 않았다. 그는 편지를 모두 태운 뒤 망치와 못을 가져와 아무도 나갈 수 없도록 앞문과 뒷문 주위의 틈새들을 널빤지로 다 막아 버렸다. 그는 못질을 하면서 발소리를 죽이고 튤립 꽃 사이를 이라는 노래를 흥얼거렸고, 작은 소리에도 놀라서 움찔움찔했다.
토요일에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져 버렸다. 우유 배달부가 거실 창문으로 페투니아 이모에게 건네준 스물네개의 달걀 속에 해리 앞으로 온 스물 네통의 편지가 돌돌 말린 채로 감춰져 있었던 것이다. 버논 이모부가 몹시 화를 내며 우체국과 우유판매점에 전화를 걸어 항의 할 사람을 찾고 있는 동안, 페투니아 이모는 편지들을 믹서기에 넣어 갈아 버렸다. 너 같은 녀석에게 이렇게 애타게 소식을 전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도대체 누구니? 두들리도 놀라서 해리에게 물었다.
일요일 아침에, 식사를 하기 위해 식탁에 앉은 버논 이모부는 피로에 지치고 다소 아파 보이기까지 했지만 기분은 좋아 보였다. 일요일에는 우편물이 없지. 그는 회심의미소를 지으며 너무나 기쁜 나머지 그만 마멀레이드 쨈을 빵에 바르지 않고 신문에 펴 발랐다. 오늘은 그 빌어먹을 편지들이 오지 않겠지. 그가 이렇게 말할 때 무언가가 식당 굴뚝으로 핑하고 내려 오더니 그의 뒤통수를 세게 쳤다. 그리고는 벽난로에서 마치 총알처럼 3,40통의 편지가 쏟아져 내렸다. 더즐리네 가족이 모두 머리를 홱 숙이는 순간, 해리는 편지 하나를 잡으려고 공중으로 펄쩍 뛰어 올랐다. 나가. 나가라니까. 버논 이모부가 해리의 허리를 잡고 거실로 던져 버렸다. 페투니아 이모와 두들 리가 손으로얼굴을 가리고 방에서 도망쳐나가자 버논 이모부가 문을 쾅 닫았다. 그러나 그들은 편지들이 여전히 방 안으로 밀려 들어와, 벽과 마루로 튀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버논 이모부가 태연한 척하려고 애쓰는 한편 코밑 수염을 한 움큼 뽑아 내면서 이렇게 말했다. 모두들 5분 내로 떠날 준비를 해. 여행을 떠날 테니까. 옷가지만 조금 싸. 잔소리 말고. 수염이 반쯤 없어져 버린 그의 모습이 어찌나 험악스럽게 보였던지 아무도 감히 말을 꺼내지 못했다. 10분뒤 그들ㅇㄴ 널빤지가 쳐진 문을 비틀고 나가 차를 타고 고속도로를 향해 속도를 냈다. 두들린는 뒷자석에서 코를 훌쩍거리며 울고 있었다. 두들 리가 가방에 텔레비전과 VCR과 컴퓨터를 집어넣자, 그것들을 모두 어떻게 가져가냐며 이모부가 머리를 한 대 쥐어 박았기 때문이다. 버논 이모부는 계속해서 차를 몰았다. 페투니아 이모조차도 어디로 가고 있는지 감히 묻지 못했다. 버논 이모부는 가끔씩 차를 급회전시켜 한참 동안 반대 방향으로 차를 몰곤 했다. 그들을 따돌려야 해...... 따돌려야 해...... 그는 급회전할 때마다 이런 식으로 중얼거렸다. 그들은 온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한 채 달리는 차 안에 앉아 있었다. 해질녘이 되자 두들리는 울부짖으며 악을 썼다. 그엑게 그렇게 힘든 날은 난생 처음이었다. 배는 고플 대로 고팠으며 보고 싶었던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다섯 개나 놓쳤고, 외계인을 신나게 날려 버리는 컴퓨터 게임도 한번 하지 못했다. 버논 이모부는 마침내 대도시 변두리에 있는 음산해 보이는 여관에 이르러서야 차를 멈췄다. 두들리와 해리는 2인용 침대에서 축축하고 곰팡내 나는 시트를 함께 덮고 잤다. 두들리는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며 잠들었지만, 해리는 자지 않고 창턱에 앉아 지나가는 차들의 불빛을 뚫어지게 내려다보면서 생각에 잠겨 있었다.
그 다음날 그들은 눅눅한 콘플레이크와 차가운 깡통 토마토를 얹은 토스토로 아침을 때웠다. 그들이 막 식사를 마쳤을 때 여관 주인이 다가왔다. 실례하지만, 여기 혹시 H. 포터씨가 계신가요? 프런트 데스크에 이런 게 수백 장이나 있어서 말이에요. 주인은 그들이 초록색 잉크로 쓰여진 주소를 읽을 수 있도록 편지를 치켜올렸다. 코크워스 레일뷰여관, 17호 H 포터. 해리가 그 편지를 잡자 버논 이모부가 그의 손을 탁 쳤다. 주인이 빤히 쳐다보았다. 내가 알아서 처리하겠소. 버논 이모부가 얼른 일어서서 주인을 따라 프런트 데이크로 가며 말했다.
그냥 집으로 가는게 낫지 않을까요 여보? 몇시간 뒤 페투니아 이모가 머뭇거리며 이렇게 말을 거냈지만, 버논 이모부는 그녀의 말을 듣는 것 같지않았다. 그들 중 어느 누구도 버논 이모부가 정확히 무엇을 찾고 있는지 몰랐다. 그는 그들을 데리고 숲속으로 차를 몰고 가, 차에서 내려서 주위를 휘 둘러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 뒤, 다시 차를 타고 나왔다. 밭 한가운데서도 흔들다리 중간쯤에서도 주차빌딩 꼭대기에서도 똑같은 일이 벌어졌다. 아빠 머리가 좀 이상해 진 거 아냐? 그날 오후 늦게 두들 리가 멍청하게도 자기 엄마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러자 버논 이모부는 해변가에 차를 세우더니 가족들을 모두 차 안에 두고 문을 잠근 뒤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다. 비가 내리기 시작했다. 커다란 빗방울이 차 지붕을 때렸다. 두들 리가 코를 훌쩍이며 울었다. 오늘은 월요일이야. 두들 리가 자기 엄마에게 징징거리며 말했다. 오늘 밤엔 위대한 훔베르토를 한단 말야.텔레비전 있는 곳으로가. 월요일. 일 말을 듣자 해리는 무언가가 떠올랐다.만일 오늘이 월요일이라면. 두들리는 무슨 요일에 어떤 텔레비전 프로그램이 있는지를 다 알고 있었으므로 이 말은 믿을 만했다. 그러면 화요일인 내일은 해리의 해리의 열한번째 생일이었다. 물론, 그의 생일은 재미있었던 적이 한번도 없었다. 작년에는 더즐리네 가족이 그에게 선물로 코트 옷걸이 하나와 버논 이모부가 신던 낡은 양말을 주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생일이란 특별한 날이었다. 버논 이모부가 미소를 지으며 돌아왔다. 그는 기다랗고, 얄팍한 꾸러미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무엇을 샀느냐는 페투니아 이모의 물음에 아무 대꾸도 하지 않았다. 완벽한 장소를 찾아냈다. 그가 말했다. 자 모두 나와. 차 밖은 매우 추웠다. 버논 이모부는 손가락으로 바다 저 멀리에 있는 커다란 바위처럼 보이는 것을 가리키고 있었다. 그 바위 꼭대기에는 아주 초라하기 이를 데 없는 작은 오두막 하나가 있었다. 한 가지 확실한 건, 그곳엔 텔레비전이 없다는 것이었다. 오늘 밤에 태풍이 온다는 예보가 있었다. 버논 이모부가 기분이 매우 좋은 듯 손뼉을 치며 말했다. 그런데 이분께서 친절하게도 우리에게 배를 빌려 주시기로 했다. 이빨이 다 빠진 노인 하나가 다소 심술궂게 씩 웃으며 느릿느릿 그들에게로 걸어오더니 저 아래 잿빛 바다에서 가볍게 흔들리고 있는 낡은 배 한 척을 가리켰다. 내가 이미 약간의 비상 식량을 준비해 뒀으니 모두 출바하자. 버논 이모부가 말했다. 배를 타자 몹시 추웠다. 차가운 물살과 빗물이 목줄기를 타고 슬금슬금 흘러내렸고,냉랭한 바람이 얼굴을 세차게 때려댔다. 한 시간쯤 뒤 그 바위에 다다르자 버논 이모부는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앞장서서 다 쓰러져 가는 오두막으로 향해 갔다. 오두막 안은 끔찍했다. 해초 냄새가 심하게 나는 데다, 나무벽 틈새로는 바람이 씽씽 불고 있었고 벽난로는 축축하고 텅비어 있었다. 방도 하나 뿐이었다. 버논 이모부가준비했다는 비상 식량은 알고 보니 과자 네봉지와 바나나 네 개가 다였다. 그는 과자 봉지들로 불을 지피려고 했지만 그것들은 그저연기를 내며 오그라들 뿐이었다. 자. 이제 저 편지 몇 통을 이용해 볼까? 버논 이모부가 기분좋게 말했다. 이모부는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그누구도 우편물을 배달하기 위해 이런 폭풍 속을 뚫고 오지는 않을 거라고생각하는게 분명했다. 해리도 속으로는 아마 그럴 거라고 여기면서도 그런 생각이 들자 기운이 빠졌다. 밤이 되자, 예보된 대로 폭풍이 점점 더 세차게 불어댔다. 높은 파도에서 부서진 물보라가 오두막 벽을 사정없이 때렸고, 성난 바람은 더러운 창문들을 뒤흔들었다. 페투니아 이모는 방에서 곰팡내 나는 담요 몇 장을 찾아내 두들 리가 잘 수 있도록 좀먹은 소파에 잠자리를 만들어 주었다. 그녀와 버논 이모부가 울통불퉁한 침대가 있는 방에 들어가 버리자 혼자 남은 해리는 마룻바닥 중 그나마 덜 딱딱한 곳을 찾아, 가장 얇고 가장 낡은 담요를 덮고 몸을 웅크리려야 했다. 밤이 깊어지자 폭풍은 점점 더 사나워졌다. 해리는 잠을 이룰 수가 없었다. 추위로 오들오들 떨면서 불편한자세 때문에 이리저리 뒤척이는 그이 배에서는 꼬르륵 소리가났다. 두들리의코고는 소리는 한밤중에 시작된 낮게 우르르거리는 천둥소리에 묻혀 버렸다. 소파 가장자리로 축 늘어진 살찐 두둘리의 손목에 채워진 야광 시계는 10분만 있으면 해리가 열한 살이 된다는 걸 말해 주었다. 해리는 누워서 자신의 생일이 째깍째깍 다가오는 것을 지켜보며 더즐리네 가족이 기억이나하고 있을지, 편지를 쓴 사람은 지금 어디에 있을지 생각하고 있었다. 이제 5분 남았다. 해리는 바깥에서 무언가가 삐걱거리는 소리를 들었다. 그는 지붕이 무너져 내리지 않기를 바랐지만, 무너져 버리는 게 오히려 따뜻할지도 몰랐다. 이제 4분, 어쩌면 프리벳가의 집으로 돌아갔을 때 편지가 많이 쌓여 있어서 하나쯤은 훔칠 수 있을지도 몰랐다. 3분 파도가 저렇게 세게 바위를 때리는 걸까? 그런데(2분)저 우두둑우두둑 부서지는 소리는 뭐지? 바위가 부서져 바다속으로 무너져 내리고 있는 걸까? 이제 1분 뒷면 근 열한살이 될 것이다. 30초..... 20초...... 10초...... 9초...... 두들리를 깨워 약을 올려 주는 게 어떨까. 3...... 2...... 1....... 쿵 오두막이 통째로 흔들렸다. 해리는 꼿꼿이 일어나 앉아 문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밖에서 누군가가 들어오려고 노코를 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