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해리포터의 마법사의 돌 - 1장 (1/194)

  도서명: 해리포터의 마법사의 돌 제1권 상

해리포터의 마법사의 돌 - 상

제 1장 살아남은 아이

프리벳가 4번지에 살고 있는 더즐리 부부는 자신들이 정상적이라는 것을 아주 자랑스럽게 여기는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기이하거나 신비스런 일과는 전혀 무관해 보였다. 아니, 그런 터무니없는 것은 도저히 참아내지 못했다.

  더즐리 씨는 그루닝스라는 드릴 제작 회사의 중역이었다. 그는 목이 거의 없을 정도로 살이 뒤룩뒤룩 찐 몸집이 큰 사내로, 코밑에는 커다란 콧수염을 기르고 있었다. 더즐리 부인은 마른 체구의 금발이었고, 목이 보통사람보다 두 배는 길어서 , 담 너머로 고개를 쭉 배고 이웃 사람들을 몰래 훔쳐보는 그녀의 취미에는 더없이 제격이었다.

  더즐리 부부에게는 두둘리라는 어린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그들은 세상 어디에도 두들리처럼 착한 아이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부족함이라고는 전혀 없는 더즐리 부부에게는 누구에게도 알리고 싶지 않은 비밀이 하나 있었다. 그건 포터 부부에 관한 것이었는데, 혹시 누구라도 포토 부부에 대해 알아낸다면 더즐리 부부는 아마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이다. 포터부인은 더즐리 부인의 동생이었지만, 그들은 몇 년째 서로 만난 적이 없었다. 

  사실 더즐리 부인은, 자신의 여동생과 그 엉터리 같은 동생남편이 더즐리 집안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부류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동생이 없는 것처럼 행동했다. 

  더즐리 부부는 포터 부부가 갑자기 이 근처에 나타나면 이웃 사람들이 뭐라고 떠들어댈지 생각만 해도 몸서리가 쳐졌다. 더즐리 부부는 포터 부부에게도 아들이 하나 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본적도 없었다. 이 아이는 더즐리 부부가 포터 부부를 멀리하는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그들은 두들 리가 그런 아이와 어울리지 않길 바랐다.

  하늘에 구름이 잔뜩 끼었다고 세상에 금방 기이하고 신비스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더즐리 부부가 잠에서 깨어난 그 우중충하고, 흐린 화요일에 우리의 이야기는 시작된다.

  더즐리 씨는 전형적인 직장인 풍의 무미건조한 넥타이를 매고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출근 준비를 서둘렀고, 더즐리 부인은 악악 울어대는 두들리를 힘겹게 아기용 의자에 앉히며 신나게 남의 험담을 늘어놓았다.

  그러나 들은 커달란 황갈색 부엉이가 날개를 퍼덕이면 창문 옆으로 날아가는 것은 전혀 눈치채지 못했다. 

  8시 30분에 더즐리 씨는 서류가방을 집어 들고 더즐리 부인의 볼에 가볍게 키스한 뒤, 두들리에게 입을 맞춰 작별 인사를 하려 했다. 그러나 두들 리가 짜증을 부리며 밥그릇을 벽에다 던져 버리는 바람에 인사를 할 수가 없었다.

'귀여운 녀석'

  더즐리 씨는 집을 나서면 좋아서 껄껄 웃었다.  그리고 차를 타고 후진해서 4번지를 빠져 나왔다. 

  그가 처음으로 뭔가 좀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건 도로 모퉁이를 막 돌아섰을 때였다. 고양이 한 마리가 지도를 읽고 있었다. 

  순간, 더즐리 씨는 자신이 방금 전에 본 것이 뭔지 깨닫지 못했다. 그래서 다시 확인하려고 고개를 홱 돌려 뒤를 돌아다보았다.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프리벳가 모퉁이에 서 있기는  했지만, 근처에 지도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도대체 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지? 그건 햇빛 때문임이 분명했다. 더즐리 씨는 눈을 몇 번 깜박거린 뒤 고양이를 뚫어지게 바라 보았다.  고양이도 그를 바라보았다. 더즐리씨는 길모퉁이를 돌면서 백미러에 비친 고양이를 계속 바라보았다. 고양이는 이제 '프리벳가'라는 표지판을 읽고 있었다...... 아니, 그 표지판을 보고 있었다. 고양이는 지도나 표지판을 읽을 수 없는 것이다. 더즐리 씨는 정신을 차리려고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머리 속에서 고양이 생각을 지워 버렸다. 시내 쪽으로 운전해 가는 그의 머리 속에는 오로지, 그 날 드릴의 대량 주문이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런데 시내에 거의 다다랐을 때 , 더 이상 드릴 생각을 할 수 없을 만큼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아침마다 늘 겪는 혼잡한 교통 때문에 거의 정지해 버린 차안에 앉아있던 그는 유난히 이상한 옷을 입고 돌아다니는 사람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많은 사람들이 망토를 입고 있었다. 더즐리 씨는 젋은애들이나 입는 이상하고 우스꽝스런 옷을 입은 사람들을 보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는 이런 새로운 패션을 아주 한심스럽게 여겼다. 손가락으로 따각따각 핸들을 두드리던 그에게 우연히 이런 이상한 옷을 입은 사람들이 떼지어 서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들은 모두 흥분해서 수군거리고 있었다. 더즐리 씨는 그들 중 두 명은 전혀 젊지도 않다는 걸 알고 몹시 화가 났다. 

  나보다도 나이가 많은 저 남자는 왜 에메랄드빛 초록색 망토를 입고 있는 거지? 정신 나간 사람 같으니라고! 하지만 다 음 순간 더즐리씨는 이것이 어쩌면 남의 이목을 끌기 위해 벌이는 어리석은 행동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 들었다. 

  이 사람들은 모금을 하고 있는 게 분명해...... 그래, 아마 그럴 거야. 더즐리 씨는 몇 분 뒤 그루닝스 회사 주차장에 도착해서야 다시 드릴 생각을 할 수 있었다. 

  9층 사무실에서 더즐리씨는 언제나처럼 창가에 등을 대고 앉았다.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그는 아마 오전 내내 드릴 생각에 집중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때 길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오가고  음에도 불구하고, 부엉이들이 계속 하늘에서 머리 위로 쏜살같이 덮쳐 오자, 사람들은 기가 막힌 듯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사람들 대부분은 밤에도 부엉이를 본 적이 없었다.

  그러나 더즐리 씨는 평상시와 똑같이, 부엉이가 없는 아침을 보냈다. 그는 직원 다섯 명에게 소리 소리를 질러댔으며, 중요한 전화 몇 통을 걸어 약간 더 거칠게 소리를 질렀다. 그는 다리를 쭉 뻗으면 길 건너편에 있는 빵집에 건포도 롤빵을 사러가야겠다고 생각했던 점심 시간까지는 아주 기분이 좋았다. 

  그는 빵집 옆에서, 오전 내내 까맣게 잊고 있던, 망토를 입고 서 있는 사람들과 다시 마주치게 되었다. 그는 왠지 모르게 그들을 보는 게 불쾌했다. 이들 역시 흥분해서 수군거리고 있었지만, 모금함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빵집에서 커다란 도넛 봉지를 들고 나오다가 우연히 그들이 주고받는 몇 마디를 듣게 되었다.

"포터 부부 말야, 맞아, 나도 그 말 들었어......."

"......그래, 그 집 아들 해리......"

  더즐리씨는 온 몸이 얼어붙는 것 같았다. 공포가 밀려왔다. 그는 마치 수군대는 사람들에게 무슨 할 말이라도 있는 것처럼 돌아보았지만, 생각을 고쳐 먹었다.

  그는 급히 횡단보도를 건너 사무실로 달려가, 비서에게 방해하지 말라고 소리치고 나서 문을 쾅 닫고는 수화기를 들고 부리나케 집에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전화번호를 거의 다 돌렸을 때 마음을 바꿨다. 그는 수화기를 다시 내려놓고 콧수염을 만지작거리면 생각에 잠겼다. 

  아니, 이렇게 멍청할 데가. 포터는 그렇게 특별한 성씨가 아니다. 포터라는 성에 해리라는 아들을 둔 사람은 많을 것이다.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그는 조카 이름이 해리인지조차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조카를 한번도 본 적이 없었다. 그 애의 이름은 하비일지도 모르다. 아니면 해럴드일지도 그러니 동생 얘기만 하면 버럭 화를 내는 아내를 괜히 걱정시킬 필요가 없었다. 사실 아내를 탓할 일은 아니었다. 자기에게도 그런 여동생이 있다면 아마 똑같이 행동했을 것이다. 그건 그렇다 치고, 망토를 입고 있는 저 사람들은.....

  그런 그 날 오후 내내 드릴 생각에 집중하기가 훨씬 더 어려웠다. 다섯 시가 되자 근심에 싸여 건물을 나서던 그는 그만 문 바로 바깥에 서 있는 사람들과 부딪치고 말았다.

  "미안합니다."

  깡마른 노인이 발부리에 걸려 거의 넘어질 뻔하지, 그는 툴툴거리면 이렇게 말했다. 그 노인이 보랏빛 망토를 이고 있다는 걸 깨달은 몇 초가 지나서였다. 

  그 노인은 땅바닥에 넘어질 뻔했는데도, 전혀 화를 내는 것같지 않았다. 그렇기는커녕 오히려 얼굴 가득히 환한 미소를 지으며 길 가는 사람들이 다 쳐다볼 정도로 아주 맑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미안할 것 없소이다. 선생. 오늘은 무슨 일을 당해도 화가 나지 않을 테니 말이오! 기뻐하시오, 그 사람이 마침내 사라졌다오! 이렇게 기븐 날에는 당신과 같은 '머글'들도 축하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노인은 더즐리 씨를 포옹하더니 저쪽으로 가 버렸다. 완전히 생판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느닷없이 포옹을 받은 더즐리 씨는 땅에 뿌리가 박힌 듯 그 자리에 꼼짝없이 서 있었다. 그는 또 무슨 뜻인지도 모르겠지만 자신이 '머글'로 불렸던 것에 대해 생각했다. 그는 혼란스러웠다. 주차해 놓았던 차로 달려가 집으로 운전해 가는 동안에도 그저 모든게 다 상상속의 일이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는 전에도 한번도 이런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그는 상상이라는 것 자체를 좋게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프리벳가에 들어섰을 때, 그의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온 것은 아침에 보았던 바로 그 얼룩 고양이였다. 그 고양이는 그이 기분을 더욱 심란하게 했다.

  고양이는 이제 자기 집 정원 담 위에 앉아 있었다. 그는 그 고양이가 아침에 보았던 것과 똑같은 고양이라고 확신했다. 그 고양이의 눈 주위에는 똑같은 얼룩무늬가 있었다.

  "저리 가!"

  더즐리 씨가 크게 소리쳤다. 

  고양이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고양이는 그저 그를 무서운 눈초리로 바라볼 뿐이었다. 고양이들은 다 저런가, 더즐리 씨는 생각했다.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애쓰면서, 집 안으로 들어갔다. 그는 아내에게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더즐리 부인은 즐겁게 평범한 하루를 보냈다. 그녀는 저녁을 먹으며 남편에게 옆집 부인이 딸애 때문에 얼마나 골치를 썩고 있으며, 두들리가 새로운 단어('싫어')를 어떻게 배웠는지 한참을 떠들었다.

  더즐리 씨는 평소처럼 행동하려고 애썼다. 두들리가  잠들었을때에다, 그는 간신히 거기로 가서 저녁 뉴스의 마지막 보도를 들을 수 있었다. 

 " 그리고 마지막으로 전국의 부엉이가 오늘 매우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다는 소식을 곳곳의 조류 관찰자들이 전해 왔습니다. 부엉이는 보통 밤에 사냥하기 때문에 낮에는 거의 볼 수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오늘은 아침해가 떠오른  이후로 수백 머리의 부엉이가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광경이 벌어졌습니다. 전문가들은 부엉이가 왜 갑자기 낮과 밤을 바꾼 건지 그 이유를 설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뉴스 앵커는 한 번 씩 웃었다."정말로 이상한 일입니다. 그럼 이제, 짐 맥커핀에게 넘겨 날씨를 알아보겠습니다. 오늘밤도 많은 부엉이 소나기 소식이 있습니까, 짐?""글쎄요 테드" 기상 예보 관이 말했다 "그건 잘 모르겠지만, 오늘 이상하게 행동하고 있는 건 부엉이뿐만이 아닙니다. 켄트 요크셔 던디와 같은 멀리 떨어져 있는 지방의 사람들은 제가 어제 예보했던 비 대신, 별똥별이 억수같이 쏟아졌다고 전화로 전해 왔습니다.! 아마도 사람들이 한밤의 횃불 축제를 일찍 열고 있는 듯합니다. 그 축제는 다음 주입니다. 여러분! 그리고 오늘밤에는 확실히 비가 올 겁니다"  더즐리 부인이 차 두 잔을 들고 거실로 왔다. 이제 어쩔 수 없었다. 그는 아내에게 무언가를 말해야만 했다. 그는 신경질적으로 목을 가다듬었다. 

"저...... 페투니아, 당신 최근에 동생 소식 못 들었소?"  예상했던 대로 더즐리 부인은 몹시 화를 냈다. 평상시에는 그들은 그녀에게 여동생이 있다는 걸 잊으려 애쓰며 살았기 때문이다.

"아뇨" 그녀가 날카롭게 말했다. 왜요?

뉴스에 우스꽝스런 얘기가 나와서. 더즐리 씨는 우물 우물댔다. 부엉이니... 별똥별이니... 그리고 오늘 시내에는 이상하게 보이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거든...

그러세요? 더즐리 부인이 얼른 맞받아 쳤다. 

글쎄, 난 그저... 어쩌면... 그게 말이야... 그 집 식구들과 어떤 관계가 있는 게 아닌가 해서 말야.

  더즐리 부인은 입을 오므리고 차를 한 모금 마셨다. 더즐리씨는 그녀에게 포터라는 이름을 들었다고 말해야 하는지 생각했다. 그러다 결국 말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에 그는 되도록 아무렇지 않은 듯이 이렇게 물었다.

  그 집 아들 말야... 그 애도 지금쯤 두들리 나이쯤 됐겠지, 안그래?  그렇겠죠. 더즐리 부인이 콧방귀를 뀌며 말했다.

  그 애 이름이 뭐랬지?  하워드지?

  아 그랬지, 더질리 씨는 가슴이 철렁 내려 앉는 것을 느꼈다. 그래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잠자리에 들기 위해 이층으로 올라가면서 그는 그 화제에 대해 더 이상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더즐리 부인이 샤워를 하는 동안 더즐리 씨는 살금살금 침실 창가로 걸어가 앞마당을 내려다보았다. 고양이는 아직도 거기에 있었다. 고양이는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기라도 하듯 프리벳가를 뚫어지게 바라보고 있었다. 

  어처구니없는 상상을 하고 있는 걸까? 이 모든 게 포터 부부와 어떤 관련이 있는 걸까? 만일 그렇다면... 만일 포터 부부와 조금이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들어난다면... 그는 도저히 견딜 수가 없을 것 같았다. 

  더즐리 부부는 잠자리에 들었다. 더즐리 부인은 금방 잠들었지만, 더즐리 씨는 뜬눈으로 이렇게도 생각해 보고 저렇게도 생각해 보았다. 그리고 설사 이런 일들에 포터 부부가 관련되어 있다고 해도, 그들이 자기네 집 근처로 올 이유가 전혀 없다는 데 생각이 미치자 한결 위안이 되었다. 포터 부부는 더즐리 부부가 자기들 같은 부류의 사람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너무나 잘 알고 있었다. 혹시 어떤 일이 일어난다해도 자신과 페투니아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을 것 같았다. 그는 하품을 하며 몸을 뒤척였다. 아무 일도 없을 거야...

  그러나 그의 생각은 얼마나 턱없이 잘못되었던가.

  더즐리 씨가 불편하게 잠을 청하고 있는 동안에도 담 위에 앉아 있는 고양이는 졸린 기색이 전혀 없었다. 고양이는 프리벳가 저쪽 모퉁이에서 눈 하나 깜빡이지 않고 조각품처럼  조용히 앉아 있었다. 

  고양이는 옆길에서 자동차 문이 쾅 닫히는 소리가 났을 때도 부엉이 두 마리가 머리 위로 급습해 왔을때도 털끝 하나 움직이지 않았다. 사실 고양이는 자정이 될 때까지 거의 미동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고양이가 지켜보고 있던 길모퉁이에서 마치 땅에서 솟아나기라도 한 듯 소리없이 갑자기 사람 한가 나타났다. 고양이가 꼬리를 움찔거리며 눈을 가늘게 떴다.

  프리벳가에서는 한번도 본적이 없던 사람이었다. 그는 키가 크고 말랐으며, 허리띠를 덮을 만큼 길게 자란 은빛 머리카락과 수염으로 보아 나이가 매우 많은게 분명했다. 그는 땅바닥에 질질 끌리는 긴 보랏빛 망토에 죔쇠가 달린 굽 높은 장화를 신고 있었다. 그의 하늘빛 파란 눈은 반달 모양의 안경 뒤에서 광채를 내고 있었고, 코는 길게 구부러져 있어서, 적어도 두 번은 부러졌을 것 같았다. 이 사람의 이름은 알버스 덤블도어였다.

  알버스 덤블더어는 그가 전혀 환영받지 못하는 어떤 곳에 막 도착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망토를 뒤지며 열심히 무언가를 찾고 있었다. 하지만 무언가가 그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는지 갑자기 고개를 들어, 길 저쪽에서 여전히 그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고양이를 올려다 보았다. 그는 킬킬 웃더니 이렇게 중얼거렸다.

  "진작에 알아봤어야 하는 건데."

  그는 안주머니에서 찾고 있던 걸 발견했다. 그것은 은빛 라이터처럼 보였다. 그는 뚜껑을 탁 하고 열더니 공중으로 치켜올려 찰깍 소리가 나게 했다. 그러자 조그맣게 펑 하는 소리가 나면서 가장 가까이 있는 가로등이 꺼졌다. 그리고 그가 다시 찰깍하자 그 다음 가로등이 깜박거리며 나가 버렸다. 그가 그렇게 가로등 끄기를 열두번 하자, 이제 그 거리에 남아 있는 불빛이라곤 바늘로 꼭 질러둔 것처럼 작게 보이는 멀리서 그를 지켜보고 있는 고양이의 두 눈뿐이었다. 만약 지금 창 밖을 내다보는 사람이 있다 해도, 언제나 흥밋거리를 찾아 말똥말똥 빛나는 눈을 가진 더즐리 부인조차도, 저 아래 길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는 전혀 보지 못했을 것이다. 

  덤블더어는 그 라이터 모양의 것을 다시 망토 안으로 밀어 넣고 4번지 쪽으로 내려가 담벼락 위 고양이 옆에 앉았다.  그리고 고양이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이렇게 말을 걸었다.

  "여기서 당신을 만날 줄 알았소, 맥소나걸 교수"

  그러나 그가 고개를 돌려 얼룩 고양이에게 미소를 지었을때는 이미 고양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대신에 그 고양이 눈 주위에 있던 바로 그 얼룩무늬 모양의 네모난 안경을 쓰고 있는 다소 붙임성이 없어 보이는 여자에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그녀 역시 망토를 입고 있었지만, 그녀의 망토는 에메랄드빛이었다.  그녀의 까만 머리는 돌돌 말려서 틀어 올려져 있었다. 그녀는 굉장히 당황한 표정이었다.

  "저라는 걸 어떻게 아셨죠? " 그녀가 물었다.

  "이봐요 교수, 난 그렇게 뻣뻣이 앉아 있는 고양이를 본 적이 없어요"  "교수님도 벽돌 담 위에 온종일 앉아 있었다면 그렇게 뻣뻣해졌을 거예요"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온종일이라고요?  그럼 축하할 겨를도 없었겠구려? 난 여기 오는 길에 축제와 파티를 수십번 거쳤을 거요"  맥고나걸 교수는 화가 난 듯이 흠 하고 코방귀를 뀌었다. 

  "아 그러시겠죠, 모두가 축제 기분에 젖어 있군요, 좋아요"그녀가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 "교수님도 같은 생각이시겠지만, 조금 더 조심하는게 좋을 거에요, 그래선 안 돼요, 머글들 조차도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걸 눈치 챘단 말이에요, 그들의 뉴스에도 보도가 되었다구요."  그녀는 다시 더즐리 부부의 어두운 거실 창문 쪽으로 고개를 홱 돌렸다.  전 그 뉴슬 들었어요. 부엉이 떼하며...... 별똥별..... 글쎄요, 그들은 바보가 아니에요. 무언가를 알아채지 않을 수가 없었다구요. 캔트 지방에는 별똥별이 떨어졌어요...... 그건 분명 데달루스 디글이 한 짓일 거에요. 그는 분별없는 사람이니까요.  그들을 탓할 수는 없어요. 덤블도어가 부드럽게 말했다. 우린 지난 11년간 축하할 게 지독히도 없었잖소. 저도 그건 알아요. 맥고나걸 교수가 흥분해서 대꾸했다. 하지만 그게 축제 기분에 젖어 있을 이유는 못돼요, 사람들은 훤한 대낮에 거리에서  심지어 머글 옷도 입지 않고, 여기저기 모여 수군댔어요. 전혀 조심하지 않고 있다구요. 그녀는 이부분에서 덤블더어가 무슨 말을 해 주길 바라기라도 하는 것처럼 드를 곁눈질로 날카롭게 쏘아보았지만, 그가 아무말도 하지 않았으므로 말을 계속했다. 그 사람이 사라져버리자마자 바로 그 날로 머글들이 우리 모두에 대해 알아낸다면 뭐가 그리 좋겠어요. 그런데 그 사람은 정말로 사라진 거겠죠 덤블도어교수님?  그런 것 같소. 덤블도어가 말했다. 우린 고맙게 여겨야 할게 많아요. 레몬 샤베트 드시겠소?  뭐라구요? 레몬 샤베트 말이오. 내가 좋아하는 건데. 머글들이 먹는 일종의 디저트오  아니 됐어요. 맥고나걸 교수는 지금은 레몬 샤베트 같은 것에 신경 쓸 때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듯, 차갑게 말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사라졌다고 해도..... 이봐요 교수, 당신같이 분별있는 사람은 그의 이름을 불러도 되지 않겠소?  이 보든 그 사람 타령은 말도 안 돼요 11년 동안 난 사람들에게 그를 그이 이름인 볼드모트로 부르도록 설득해 왔소  맥고나걸 교수는 움찔했지만, 덤블도어는 서로 붙어 있는 레몬 샤베트를 떠어 내는 데 정신이 팔려 전혀 눈치채지 못한 것 같았다.  만약 우리가 계속 그 사람이라고 말한다면 모든게 너무나 혼란스러워 질거요, 난 볼드모트의 이름을 말하는 것응 두려워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러시겠죠  맥고나걸 교수는 반은 화가 나고 반은 감탄한 듯한 어투로 말했다. 하지만 교수님은 달라요 교수님은 그 사...... 아 좋아요. 볼드모트가 두려워하는 유일한 사람이니까요.  치켜세우지 말아요. 덤블도어는 태연하게 말했다. 볼드모트는 내가 결코 갖지 못할 능력을 갖고 있어요..

  그건 그저 교수님이 너무 .... 뭐랄까..  점잖아서 그런 능력을 쓰지 않기 때문이에요. 어두운 게 천만 다행이오. 폼프리 부인이 내가 새로 장만한 방한용 귀 가리개가 망므에 든다고 마란 이후 이토록 얼굴이 빨개져 본 적은 한번도 없었소. 맥고나걸 교수는 덤블더어를 한번 날카롭게 쏘아본 뒤 말했다. 부엉이들은 떠도는 소문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에요. 모두들 뭐라고 말하고 있는지 아세요? 그가 왜 사라졌는지? 무엇이 마침내 그 어둠의 힘을 저지했는지? 맥고나걸 교수는 마침내 온종일 차갑고 딱딱한 담 위에 앉아 기다렸던 진짜 이유인 가장 논의하고 싶었던 요점에 도달한 것 같았다. 그녀는 고양이로 변신해 있던 때에도, 자신의 모습으로 돌아왔을 때에도 지금처럼 뚤어질 듯한 눈초리로 덤블더어를 바라보았던 적이 없었다. 모두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든지, 그녀는 확실히 덤블도어가 그것이 사실이라고 말할 때 까지는 믿지 않을 것이다. 덤블도어는 그러나 레몬 샤베트를 하나 더 먹기로 했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그들은 그녀가 힘주어 말했다. 지난 밤에 볼드모트가 고드릭 골짜기에 나타났다고들 말하고 있어요, 포터 부부를 찾아서요 소문에 의하면 릴리와 제임스 부부가...... 죽었대요  덤블도어는 머리를 숙였다. 맥고나걸 교수는 숨이 막혔다. 릴리와 제임스가요...... 전 그 말을 믿을 수가 없어요....... 전 그 말을 믿고 싶지 않아요. 알버스..... 덤블도어는 팔을 뻗어 그녀의 어깨를 토닥였다. 알아요. 알아....... 그가 무거운 목소리로 위로했다.  말을 계속하는 맥고나걸 교수의 목소리가 떨렸다. 그게 전부가 아니에요. 그가 포터 부부의 아들 해리를 죽이려고 했다는 거예요. 하지만..... 죽이지 못했대요. 그가 그 작은 꼬마를 죽이지 못했대요. 왜 어떻게 그렇게 되었는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해리를 죽이지 못했기 때문에 볼드모어의 힘이 약해졌대요. 그래서 그가 사라진 거래요... 덤블더어는 시무룩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 그게 사실인가요? 맥고나걸 교수가 더듬거리며 물었다. 몹쓸 짓이란 짓은 다 했던 그가 ...... 그 모든 사람들을 죽였던 그가 그가 작은 꼬마 하나를 죽이지 못했다는게 사실인가요?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에요...... 그를 막으려고 그렇게 갖은 수단을 다 썼는데..... 그런데 도대체 어떻게 해리가 살아 남은 것죠? 우린 그저 추측밖에 할 수 없어요. 덤블더어 말했다. 아마 결코 알아내지 못할 거요. 맥고나걸 교수는 레이스가 달린 손수건을 꺼내 안경 밑으로 눈물을 가벽게 닦아 냈다. 덤블도어는 시끄럽게 코르 킁킁대며 호주머니에서 금시계를 꺼내 시간을 보았다. 그것은 굉장히 이상한 시계였다. 그 시계에는 열 두 개의 바늘이 있었지만 숫자는 없었다. 대신에 작은 행성들이 시계 가장자리를 돌고 있었다. 덤블도어는 그 의미를 이해했는지 시계를 다시 호주머니에 넣고 말했다. 

  해그리드가 늦는군. 내가 여기에 올 거라는 말을 물론 그에게 들었겠군요? 맞아요 맥고나걸 교수가 말했다. 하지만 왜 하고 많은 곳중에서  하필 이곳에 오신 거죠? 난 해리를 그이 이모와 이모부에게 데려다 줄고 온 거라오. 이제 해리에겐 친척이라곤 그들뿐이잖소. 설마... 설마 여기 살고 있는 저 사람들을 말씀하시는 건 아니겠죠? 맥고나걸 교수가 벌떡 일어나 손가락으로 4번지를 가리키며 큰 소리로 말했다. 덤블도어 그럴 순 없어요. 전 저들을 온조일 지며보고 있었어요. 그 두 사람은 우리와는 전혀 달라요. 그들에겐 아주 못된 아들이 있다구요. 전 그 애가 저 길을 걸어가는 내내 사탕을 사 달라고 소리소리지르며 엄마를 발로 차는 걸 보았어. 해리 포터가 이런 곳에 와서 살다니요. 하지만 해리에겐 여기만큼 좋은 곳이 없어요. 덤블도어가 단호하게 말했다. 해리의 이모아 이모부는 해리가 크면 모든 걸 설명해 줄수 있을 거요. 내가 그들에게 줄 편지 한 통을 써 두었어요. 편지 한 통이라구요. 맥고나걸 교수가 다시 담 위에 앉으면서 힘없이 말했다. 덤블더어 교수님은 정말로 이 모든 걸 편지 한통으로 다 설명할수 있다고 생가하게요?  이 사람들은 해리를 절대로 이해하지 못할 거에요 그 애는 유명해질거예요 전설이 되겠죠 전 오늘이 장애에 해리 포토의 날로 알려진다 해도 놀라지 않을 거예요. 해리에 대해 쓰여진 책들도 나올 거예요. 우리의 세계에서 해리의 이름을 모르는 아이는 하나도 없을 거예요.  바로 그거요. 덤블더어가 반달 모량의 안경 너머로 아주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렇게 되면 어떤 아이라도 우쭐대게 될 거요. 걷고 말하기도 전에 유명해졌으니 말이오 자신은 기억나지도않는 일로 유명해졌으니 말이오 그러니 그 애가 그것을 받아들일 준비가 돌때까지 그 모든 것으로부터 떨어져서 자라는 게 차라리 훨씬 더 낫다고 생각지 않소? 맥고나걸 교수는 마음을 바꾸었는지 침을 꿀꺽 삼킨 뒤 마침내 입을 열었다. 그래요...... 맞아요. 물론 교수님 말이 옳아요. 하지만 그 아이가 어떻게 여기에 오죠 덤블더어? 그녀는 덤블더어가 해리를 만토 밑에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기라도 한 듯 갑자기 그이 망토를 주의깊게 살폈다. 해그리드가 데려올 거요 해그리드에게 이런 중요한 일을 맡기셨단 말이에요? 난 해그리드에게 내 목숨이라도 맡길거요 덤블더어가 말했다. 제 말은 그의 본성이 착하지 않다는 뜻이 아니에요. 맥고나걸 교수가 마지못해 말했다. 그러나 해그리드가 조심성 있는 사람이라고 말씀하지는 못할 거예요. 그는 종종 실수를..... 아니 저건 뭐죠?  나직이 덜커덕거리는 소리가 그들 주위의 정적을 깨뜨렸다. 그들이 헤드라이트 불빛을 찾아 길 이쪽 저쪽을 살피고 있는 동안 그 소리는 점점 더 커졌다. 그리고 둘 다 하늘을 올려다 보았을 때 그 소리는 갑자기 굉음으로 변했다. 그리고 공중에서 거대한 오토바이 한 대가 떨어지더니 그들 앞에 있는 길 위에 사뿐히 내렸다. 그 오토바이가 거대하기는 했지만, 그것을 타고 있는 사람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그의 키는 보통 사람의 거의 두 배였으며 몸집은 적어도 다섯배는 되었다. 한마디로 그는 굉장히 컸으며 아주 거칠게 보였다. 숱이 많은 뒤엉킨 긴 머리카락과 수염이 얼굴 대부분을 가리고 있었고, 손은 쓰레기통 뚜껑만 했고, 가죽 장화를 신고 있는 발은 아기 돌고래 같았다. 그는 근육이 불거져 나온 양팔에 담요로 싼 뭉치를 안고 있었다. 해그리드 덤블도어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마침내 핬군, 그런데 오토바이는 어디서 놨소? 거인은 오토바이에 조심스럽게 내리며 말했다. 빌렸습니다 덤블도어 교수님, 시리우스 블랙이 빌려 줬어요 여기 해리를 데려왔습니다. 다른 문제는 없었소? 네 집은 거의 부서졌지만, 머글들이 떼지어 몰려들기 전에 얘를 안전하게 데리고 나왔죠. 얘는 브리스톨 상공을 날아오는 동안 잠들어 버렸어요. 덤블도어와 맥고나걸 교수는 돌돌 말린 담요 쪽으로 허리를 굽혔다. 그 안에는 남자아이 하나가 잠들어 있었다.. 그들은 그 아이의 새까만 머리카락 밑 이마에서 번개 모양의 흉터를 볼 수 있었다. 이게 저....... 맥고나걸 교수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그래요. 덤블도어가 말했다. 해리에겐 이 흉터가 영원히 남아 있을 거요  흉터를 어떻게 없앨 수는 없나요? 덤블더어? 혹 할수 있다 해도 난 하지 않을 거요. 흉터가 때로 유용할  수도 있으니까 말이오. 내게도 왼쪽 무릎 위에 꼭 런던 지하철처럼 생긴 흉터가 하나 있어요. 그건 그렇고..... 애를 이리 주시오. 해그리드. 이일을 빨리 끝마치는게 좋겠소. 덤블도어가 해리를 두 팔로 안고 더즐리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저어 ...... 아이에게 작별 인사를 해도 될까요? 해그리드가 부탁했다. 해그리드는 해리에게 커다랗고 수염이 텁수룩한 고개를 숙여 아주 까칠까칠하고 간질거렸을 게 분명한 입맞춤을 해주었다. 그리고 나서 해그리드는 갑자기 상처 입은 개처럼 소리를 길게 뽑으며 우는 소리를 냈다. 쉿 맥고나걸 교수가 조용히 하라고 나무랐다. 머글을 깨우겠소 죄.....죄....죄송합니다. 해그리드는 커다란 얼룩이 있는 손수건을 꺼내서 얼굴을 닦으며 훌쩍였다. 하지만 전 겨.....겨.... 견딜수가 없어요...... 릴리와 제임스가 죽였다는게 말예요.... 그리고 가엾은 해를 머글들과 함께 살도록 떼어 놓아야 한다는게 말예요..... 그래 그래요, 이 모든게 슬픈 일이라는 건 알지만, 좀 진정해봐요. 해그리드. 그렇지 않으면 들키고 말 거예요. 맥고나걸 교수가 해그리드의 팔을 다정하게 토닥이며 작은 소리로 말하는 동안, 덤블도어는 낮은 정원 담을 넘어 현관문으로 걸어갔다. 그는 현관의 층층대에 해리를 가만히  내려놓고 망토에서 편지 한 통을 꺼내 해리를 싼 담요 안에 끼워 넣고는 두 사람이있은 곳으로 돌아왔다. 세 사람은 한참 동안 서서 그 작은 담요 뭉치를 바라 보았다. 해그리드의 어깨는 들썩거리고 있었고, 맥고나걸 교수는 눈을 몹시 깜박였으며, 덤블도어의 눈에서는 한때 빛을 발했던 광채가 사라져 버린 것 같았다. 자. 덤블도어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다 됐군., 우린 이제 이곳에 머무를 이유가 없소 우리도 가서축제에 합류하는 게 좋겠소 그러죠. 해그리드가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전 시리우스에게 오토바이를 도려 줘야 겠어요. 안녕히들 가세요. 맥고나걸 교수님. 덤블도어 교수님. 

  자꾸만 솟구쳐 오르는 눈물을 옷소매로 훔치면서, 해그리드는 오토바이에 휙 올라타고 엔진에 시동을 걸었다. 오토바이는 굉음과 함께 공중으로 올라가더니 어둠 속으로사라졌다. 또봅시다. 맥고나걸 교수. 덤블도어는 그렇게 말하며 그녀에게 고개를 까닥여 보였다. 맥고나걸 교수는 대답 대신 코를 횡 풀었다. 덤블도어는 돌아서서 길 저쪽으로 다시 걸어갔다. 그는 길 모퉁이에서 걸음을 멈추고 은빛 라이터를 꺼냈다. 그가 그것을 한번 찰칵 하자 가로등의 전구열 두 개가 금방 다시 켜지면서 프리벳가는 갑자기 오렌지 빛으로 밝아졌다. 길 저쪽 모퉁이에서 얼룩 고양이 한 마리가 살금살금 걸어가는게 보였다. 그리고 4번지 문간에 놓여 있는 그 담요 뭉치도 보였다. 행운을 빈다, 해리.  덤블도어는 이렇게 중얼거리고는 홱 돌아서서 망토를 한 번 휘두르는가 싶더니 어느새 사라져 버렸다. 잉크빛 하늘 아래 조용히 그리고 깔끔하게 놓여 있는 프리벳 도로의 산뜻한 울타리, 놀라운 일은 전혀 일어날 것 같지 않았던 바로 그 곳에 살짝 미풍이 일었다. 해리 포터는 깨지도 않고 담요 속에서몸을 이리저리 뒤척였다. 그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옆에 있는 편지를 움켜쥐고는 자신이 특별하다는 사실도 모른체 자신이 유명하다는 사실도 모른채 자신이 몇 시간 뒤 면 빈 우유병을 내놓기 우해 현관문을 연 더즐리 부인의 비명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나게 될 것이며 다음 몇 주 동안 이종사촌 두들리에게 찌리고 꼬집힐 거라는 사실도 모른체 계속 잠만 자고 있었다..... 그는 물론 바로 이 순간, 방방곡곡에서 비밀리에 모여든 사람들이 술잔을 높이 쳐들고 장엄한 목소리로 살아남은 아이해리 포터를 위해 하며 축배를 들고 있다는 사실도 전혀 알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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