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313화 (313/328)

[313화] 그놈의 욕심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6월 하순이 되었다.

송유관 및 잉가 3댐 건설공사 등의 착공식에 참석하기 위해서 아프리카의 우간다로 출발해야 하는 날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정명훈 사장은 해외출장 전에 업무를 점검하기 위해서 경영진들을 사무실로 불러들였다.

이 자리에는 미국 출장에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은 장대산 부사장도 참석해 있었다.

“장 부사장, 결혼 날짜는 잡았나?”

“네. 12월 24일, 미국 워싱턴에서 결혼식을 올리는 것으로 결정했습니다.”

“우리들도 결혼식에 참석하는 게 맞겠지?”

“당연한 말씀입니다. 제 아버지 이름으로 초대장을 발송될 예정입니다.”

“우리들이 결혼식에 참석하는 비용은 회사에서 전액 부담할 테니까, 신경 쓰지 말라고.”

“그렇게 할 수는 없습니다.”

장대산 부사장이 싫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회사의 유보금이 너무 많이 남아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야. 그러니 내 말대로 해.”

“그 정도로 많습니까?”

“장 부사장이 미국에 가 있는 동안에 성과급 지급 기준을 대폭 하향시켰어.”

“네? 직원들이 반발하지 않았습니까?”

“직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봤는데, 찬성이 60%가 넘었어.”

“정말 의외네요.”

“직원들도 성과급을 많이 받는 것에 대해서 부담을 제법 가지고 있었다고 하더라고.”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하도진 실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사장님, 결혼식에 하객들이 많이 몰려올 것 같으니까, 초특급 호텔을 통째로 임대하는 게 어떨까요?”

“그 아이디어 괜찮군. 하 실장이 책임지고 임대하는 것으로 하라고.”

“가뜩이나 일이 많아 죽겠는데, 제가 괜히 입을 놀렸네요.”

정명훈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내년을 준비하기 위해서 12월에는 무리하게 업무를 추진하지 않는다.

자신들 또한 다른 회사들과 마찬가지 상황이었고.

그런데 하도진 실장은 바쁘다며 엄살을 떨고 있는 중이었다.

“하 실장, 12월에 어떤 일이 계획되어 있는데?”

하도진 실장은 정말 난감했다.

11월말까지 아스날을 인수하기 위한 제반작업을 모두 끝내고 12월부터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아스날 인수 건은 겨울, 호영 그리고 자신만이 알고 있는 특급 비밀.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끙끙대고 있는 사이, 겨울이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하 실장이 일이 많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살더니만, 무의식적으로 그 말이 튀어나온 것 같습니다.”

“설마하니 우리 모르게 무언가 추진되고 있는 건 아니겠지?”

“에이,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그런데 뭔가 냄새가 솔솔 풍겨 오는 듯한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뭘까?”

“아마도 기분 탓일 겁니다.”

“후후, 과연 그럴까. 뭐, 그때 가면 알게 되겠지.”

호기심을 거둬들인 정명훈 사장은 남우영 팀장에게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남 팀장, 신입사원 연수는 언제 종료하나?”

“이번 주 금요일입니다.”

“신입사원들한테 수료식에 참석하지 못해서 정말 미안하다고 전해 줘.”

“그렇게 하겠습니다.”

“연수성적 하위 10%는 결정됐나?”

남우영 팀장은 그 문제만 생각하면 지금도 머리가 지끈지끈 아플 지경이었다.

신입사원 연수 성과를 높이기 위한 목적으로 하위 10%인 30명은 불합격처리 하기로 결정한 상태.

신입사원 연수기간이 3일밖에 남아 있지 않기 때문에 하위 30명이 거의 결정되어 있었다.

문제는 극히 일부를 제외한 신입사원들이 마지막 희망의 끈을 악착같이 붙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고 원칙을 무너뜨려가며 그들을 구제해 줄 수도 없는 상황.

남우영 팀장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 자세하게 보고하며 의견까지 물었다.

“…그들을 구제해 줄 수 있는 방법이 없겠습니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아이디어를 얘기해 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겨울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입을 열었다.

“어차피 우리 회사는 계속 사세를 확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신입사원들도 계속 채용해야 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그들에게 대기 번호를 부여하는 게 어떨까요?”

“나중에 그들을 채용하면, 연수절차 없이 곧바로 현업에 투입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겨울과 신지훈 실장의 말은 그럴 듯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의 의견은 어떤가?”

“저는 한 부사장님의 의견에 적극 찬성합니다.”

“저도 같은 생각…….”

모두들 겨울의 의견에 동의했다.

“남 팀장, 하위 10% 중에서 싹수가 없는 신입사원들은 최종 탈락시키고, 나머지 신입사원들에게는 대기번호를 부여해.”

“네, 알겠습니다.”

“자, 이제 내일 출장 건에 대해서 대화를 나눠 보도록 합시다.”

* * *

같은 시각.

송훈석 회장 집무실에서도 해외 출장 건에 대한 대화가 오고가고 있었다.

“서 실장, 정 사장이 고집을 피우는 이유가 뭘까?”

서동호 실장은 그 문제만 생각하면 골치가 아파 왔다.

한국에서 우간다까지 직행하는 여객기는 없기 때문에 일찌감치 대한 그룹의 전용기를 이용하기로 결정된 상태.

그런데 어제 오전에 정명훈 사장이 전화를 걸어와서 뜬금없는 얘기를 꺼냈다.

송유관 건설공사의 계약주체는 H&J 컨설팅이라면서 전용기의 연료비 및 공항 사용비용 등을 부담하겠다는 거였다.

그의 주장이 논리적으로 타당한 면이 있었지만, 자신들은 H&J 컨설팅에 잘 보여야 하는 입장.

따라서 그의 의견을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티다가, 나중에 결정하자며 한 발씩 뒤로 물러난 상태였다.

“H&J 컨설팅이 저희와 거리를 두려는 게 아닐까라는 생각을 잠깐 해 봤습니다.”

“역시 나하고 생각이 같군. 그들을 붙잡아 놓는 방법은 하나밖에 없겠지?”

“저도 회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내가 나서 볼까?”

“그렇게 되면 역효과가 발생할 수 있으니까, 조금만 기다려 보자고요.”

“다른 일은 박력 있게 추진하면서, 그 일은 뭉그적거리는 이유가 뭘까?”

“아직 나이가 있기 때문에 급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아서일 겁니다.”

“하아, 사위 얻기가 이렇게 힘들어서야.”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비서가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조병석 실장이 왔다고 보고했다.

“얼른 들어오라 하고 커피를 내오라고.”

“네, 회장님.”

입장을 허락받은 조병석 실장은 송훈석 회장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비어 있는 소파에 앉았다.

“조 실장, 언제 귀국했나?”

“어젯밤에 귀국했습니다.”

“인도 국방부와의 협상 상황은 어때?”

“워낙 논의할 게 많아서 다음 달까지 협상을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 정도로 논의할 게 많나?”

“해군력 증강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협상하면 이번 달 안에 끝이 났을 겁니다. 문제는 육군과 공군까지 한꺼번에 협상하다 보니까, 오뉴월에 엿가락 늘어지듯 하염없이 늦어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얘기는 조금 있다 하는 것으로 하자고.”

“그나저나 회장님의 얼굴에 수심이 가득해 보이는데,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겁니까?”

“그게 말이야…….”

그때, 비서가 커피를 내오는 바람에 송훈석 회장의 말은 자연스럽게 중단됐다.

커피 서빙을 끝내고 비서가 밖으로 나가자, 재빨리 서동호 실장이 입을 열었다.

“사실은 H&J 컨설팅 측이 우리와 거리를 두려고…….”

서동호 실장은 어제 오전에 정명훈 사장과 통화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저는 회장님이 오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만약에 H&J 컨설팅 측이 저희와 거리를 두려고 했다면, 인도 해군의 전력증강 프로젝트를 저희에게 위임하지 않았을 겁니다.”

“그게 정말이야?”

방금 전까지 침울했던 송훈석 회장의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주도적으로 컨소시엄을 구성해 달라는 제안을 받은 상태입니다.”

“그렇다면… 정 사장이 우리한테 원칙론을 제시한 이유가 뭘까?”

“그건 저도 잘… 맞아! 그게 있었지!”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조병석 실장이 큰 목소리로 외쳤다.

“그거라니?”

“H&J 컨설팅은 최대한 많이 회사 돈을 사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H&J 컨설팅은 러시아가 수출하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인도와 중국에 수출하는 과정에서 맨데이트 역할을 수행…….”

송훈석 회장은 자신의 귀를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제조회사는 재료를 가공해서 제품을 생산하기 때문에 매출원가가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한다.

이에 비해 컨설팅 회사는 고객에 대한 컨설팅이 매출이기 때문에 매출원가는 거의 없고,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런데 H&J 컨설팅이 연간 벌어들이는 커미션이 연간 120억 달러가 넘는다고 한다.

직원들에게 아무리 많은 인건비를 지급한다고 해도, 20억 달러면 충분하고도 남을 것이다.

그렇다면 H&J 컨설팅은 무려 100억 달러가 넘는 돈이 순이익이이라는 뜻.

정명훈 사장은 어차피 세금을 내느니, 해외 출장비용을 부담하면서 생색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듯했다.

송훈석 회장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도 조병석 실장의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커미션 12%를 중국 정부가 부담하기로 했답니다.”

“중국 정부가 러시아에서 자원들을 수입하면서 추가로 부담하는 비용은 모두 얼마인가?”

“약 360억 달러 정도 된답니다.”

“H& 컨설팅한테 제대로 눈퉁이를 얻어맞았군.”

“네, 맞습니다. 덕분에 저희가 인도에 무기를 수출하는 건도 쉽게 풀려 가고 있는 중입니다.”

“조 실장, 한 부사장이 H&J 컨설팅의 지분을 얼마나 가지고 있다고 했지?”

“61%로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럼, 70억 달러가 넘는 금액이 한 부사장한테 배당된다는 뜻이겠네?”

“자고에프 대통령이 한 부사장한테 0.5%를 떼어 줬다고 합니다.”

“흐흐흐, 알았네.”

기분 좋다는 듯 송훈석 회장이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그의 모습을 가만히 내버려 둘 서동호 실장이 아니었다.

“한 부사장이 회장님의 사위가 된다는 보장이 있습니까?”

“서 실장, 나하고 내기할까?”

“저는 승산이 없는 내기는 하기 싫습니다.”

“서 실장도 적극 도와야 돼.”

“그야 물론입니다.”

“하하하, 알았어.”

서동호 실장과 짧은 대화를 끝낸 송훈석 회장은 조병석 실장과 못다 한 대화를 이어 나갔다.

“조 실장, 이제 인도 해군의 전력증강 프로젝트에 대해서 애기해 보자고. 우리가 건조할 물량은 결정됐나?”

“항공모함 1척, 이지스 구축함 2척, 미사일 구축함 3척을 건조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너무 적은 거 아니야?”

예상대로 송훈석 회장이 불만을 터트렸다.

“회장님, 저희는 기존에 발주 받은 1,400톤급 잠수함 3척과 3,000톤급 잠수함 4척도 건조해야 합니다.”

“흠…….”

끝말을 흐린 송훈석 회장은 창가로 이동해서 팔짱을 끼고 멀리 보이는 남산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두 실장은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고 조용히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윽고 생각을 끝낸 송훈석 회장이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 앉으며, 서동호 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한 사장한테 전화해서 나를 바꿔 줘.”

“네, 회장님.”

서동호 실장은 한경호 대한중공업 사장에게 전화 걸어서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은 후, 핸드폰을 송훈석 회장에게 건네주었다.

“한 사장, 인도에서 고생이 많아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빙금 전에 조 실장한테 인도 해군의 전력증강 프로젝트에 대해서 보고받았습니다. 인도 해군이 발주한 항공모함 두 척을 건조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도저히 여력이 안 돼서 그렇습니다.]

“이지스 구축함, 또는 미사일 구축함의 건조를 다른 조선 회사에 넘겨주는 한이 있더라도 항공모함은 우리가 건조하도록 하세요.”

[회장님, 그래야 하는 이유를 제가 알 수 있습니까?]

묻는 한경호 사장의 목소리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1~2년 내에 우리나라 해군이 항공모함을 발주한 거라는 소문이 돌고 있습니다. 우리가 항공모함 두 척을 건조하고 있으면, 다른 조선 회사들보다 유리한 위치를 차지하지 않을까요?”

[아,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다음에 통화합시다.”

딸깍.

송훈석 회장은 핸드폰을 서동호 실장에게 돌려주며 한마디 덧붙였다.

“이지스 구축함과 미사일 구축함의 건조를 다른 조선 회사에 넘겨주는 것은 립서비스 한 것뿐이야.”

“아이고…….”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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