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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307화 (307/328)

[307화] 생각지 못한 선물 (3)

불과 한 시간도 안 되어 3일차 TTM을 종료하고, 영빈관으로 이동하는 자동차 안에는 묘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었다.

뭐가 불만인지 판젠둥 국장이 창밖을 쳐다보며 입을 꾹 다물고 있었기 때문이다.

도저히 궁금함을 참지 못한 쑹쩐밍 장관이 그에게 말을 걸었다.

“판 국장,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 얘기해 봐.”

사실 판젠둥 국장은 기분이 매우 상한 상태였다.

어제 오전까지만 해도 2.5%에 불과하던 커미션이 어떻게 된 영문인지 오후에는 두 배로 늘어나더니, 하루가 지난 오늘 오후에는 또다시 6%로 늘어났다.

결국 국제가격 대비 12%나 인상시켜 준 꼴이기 때문에 피해는 고스란히 자국민들에게 돌아올 것은 빤한 사실.

그것보다 더욱 기분 나쁜 것은 자신들에게는 어떠한 콩고물도 없이 커미션의 대부분을 자오린 부총리가 독식한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그는 권력의 핵심부에 있는 사람.

괜히 불만을 터트렸다가는 쥐도 새도 모르게 저세상으로 가는 수가 있었다.

설령 얘기를 꺼낸다고 하더라도 대폭 순화할 수밖에 없다.

“없습니다.”

“그러지 말고 속 시원히 얘기해 봐.”

“그렇다면 장관님을 믿고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우리나라가 기존에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자원 물량보다 30% 이상 수입을 늘려 주기로 했는데, 가격을 거꾸로 2%를 인상시켜 준 이유가 무엇인지 정말 궁금합니다.”

쑹쩐밍 장관은 아주 중요한 순간이라고 판단했다.

비록 판젠둥 국장이 자신의 사람이기는 하지만, 미래의 일은 어떻게 변할지 아무도 모르니까.

따라서 그가 믿도록 사실과 거짓을 교묘하게 섞기로 결정했다.

“지금 우리나라가 자원들을 수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사실은 판 국장도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됐는지 알고 있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나라들이 탈퇴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고 있습니다.”

“역시 잘 알고 있군. 그렇다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한 나라들의 배후에 어느 나라가 있는지도 알고 있겠지?”

“미국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네 말이 맞아. 미국 놈들은 우리나라의 영향력을 축소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러시아를 포함한 자원 부국들에 압력을 가하고 있는 중이야. 만약에 우리나라가 필요한 자원들을 확보하지 못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 같은가?”

판젠둥 국장은 어떤 시나리오가 전개될 것인지 대충 알고 있었다.

자원 수급이 힘들어진 자국의 경제는 점차 쇠퇴 일로를 겪다가 결국에는 이도 저도 아닌 이류 국가로 전락하게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자신의 생각을 숨길까 하다가 순화해서 얘기하기로 마음을 바꿔먹었다.

“우리나라의 위상이 상당히 쇠퇴할 것 같습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곤란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어젯밤에 자 부총리님과 내가 요키치 장관과 극비리에 자원들을 추가로 수입하기 위한 협상을 시작했고, 오늘 아침에 잉여 자원을 우리나라가 수입하기로 최종 합의했네. 가격을 불가피하게 올려 준 이유는 자고에프 대통령이 커미션에 욕심내서 그런 것이고.”

“아, 그랬군요.”

쑹전밍 장관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판젠둥 국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커미션과 관련해서 말이 나온 김에 마저 얘기해 주겠네. 커미션이 2.5%에서 5%로 두 배로 늘어난 이유는 자고에프 대통령과 주석님의 뒷주머니를 두둑하게 챙겨 주기 위함이었네. 그 덕분에 자네와 나는 목숨을 부지할 수 있던 것이고.”

“저는 장관님이 무슨 말씀하시는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자네와 나는 TTM이 끝나고 본국으로 귀국하는 즉시 숙청당할 위기에 처해 있었어.”

“네?! 그게 정말입니까?”

정말 깜짝 놀랐다는 듯 판젠둥 국장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물었다.

“내가 그렇게 큰 사고를 쳤는데, 살아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겠지?”

“저는 아무 잘못이 없잖아요?”

“자네는 나를 잘못 보필한 책임이 있잖아.”

“…….”

“다행히도 그 소식은 자 부총리님의 귀에도 들어갔고, 주석님께 거액의 커미션을 챙겨 주면서 자네와 나를 구제해 달라고 사정한 거야.”

“저는 그런 속사정이 숨어 있었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습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판젠둥 국장이 오른손으로 목을 만지며 대답했다.

“그러니 자 부총리님을 원망하지 말라고.”

“네, 알겠습니다. 장관님, 궁금한 게 하나 있습니다. 주석님은 커미션으로 몇 퍼센트를 받습니까?”

“2%라고 하더군.”

“그렇다면… 4%에 가까운 커미션을 자 부총리님이 챙긴다는 말입니까?”

“나도 너무 심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도바초프 사장한테 커미션을 얼마나 받을 예정이냐고 물었더니, 2.5%라고 대답하더라고.”

“장관님은 그 인간의 말을 믿는 것은 아니시겠죠?”

“나도 믿지 않으려고 했는데, 자세한 설명을 들어 보니 믿을 수밖에 없더라고.”

“그 인간이 어떤 감언이설을 늘어놓았는데요?”

“R&C 에너지한테는 1.5%의 커미션이 배정되어 있었어. 우리나라가 러시아에서 자원을 추가로 수입하는 데 R&C 에너지가 막후에서 중요한 역할을 많이 수행한 모양이야. 그에 대한 보답으로 부총리님이 1%를 R&C 에너지에 배정했다고 하더라고.”

한편, 앞서가는 자동차 안에서도 자오린 부총리와 도바초프 사장이 커미션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는 중이었다.

“부 총리님, 제가 쑹 장관이 믿을 수밖에 없도록 완벽하게 설명해 주었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하하, 별말씀을요. 그나저나 저희 회사에는 몇 퍼센트를 배정해 주실 예정입니까?”

“0.7%로 확정한 상태입니다.”

자오린 부총리의 결정에 도바초프 사장은 전혀 불만이 없었다.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 예정인 자원의 양은 매년 3,000억 달러 수준.

따라서 커미션 0.7%이면 자신의 회사에 배정되는 커미션은 매년 21억 달러 정도 된다.

이렇다 할 바이어 맨데이트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많은 커미션을 받는데, 불만이 있으면 오히려 그것이 이상할 것이다.

“부총리님, 정말 감사합니다.”

“조금 더 챙겨 드렸어야 하는데, 미안할 따름입니다.”

“절대 아니니까, 마음 쓰지 마십시오.”

“이제 TTM과 관련한 대화를 잠깐 나눠 봅시다. 계약서 사인은 내일 언제쯤 될 것 같습니까?”

“이미 완성된 계약서에 숫자만 바꾸면 되니까, 내일 오전 중에는 사인할 수 있을 겁니다.”

“급하게 서두를 것 없으니, 내일 오후 네 시에 TTM을 재개하는 것으로 하십시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같은 시각.

코리아 식당에서는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바쁘게 돌아가고 있는 중이었다.

“최 사장, 값을 후하게 쳐 줄 테니까, 참나무 숯을 있는 대로 가져다줘.”

[갑자기 참나무 숯은 왜 찾는 거야?]

“오늘 VIP가 저녁에 식사하러 오기로 했는데, 숯불에 양고기를 구워 드시고 싶단다.”

[숯불에는 소고기나 돼지고기를 구워먹어야 하는 거 아니야?]

“VIP 중에 힌두교 신자가 있어서 그렇다고 하더라고.”

[그렇다면 내가 양고기도 구해다 줄게.]

“고마워.”

[VIP들이 많이 오시면, 종업원도 부족하겠네?]

“여기저기 아는 사람들을 동원해 볼 생각이야.”

[그러지 말고 우리 식당 종업원들을 데려다 쓰는 건 어때?]

“자네 식당은 어떻게 하고?”

[요즘 장사도 안 되는데, 하루 문 닫지 뭐.]

순간, 김용일 사장의 머릿속에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자네가 오늘 우리를 도와주면, 내일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하나 주도록 하겠네.”

[선물이 뭔지 지금 얘기해 줄 수는 없나?]

“VIP들의 동의를 받지 못한 상태라서 아직 얘기해 주기는 곤란해.”

[알겠네. 준비되는 대로 출발하겠네.]

* * *

코리아 식당으로 향하는 자동차 안.

겨울과 정명훈 사장은 추가로 배정된 커미션 1%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커미션 0.5%를 배분하는 건은 내가 아니라 자고에프 대통령님께서 결정하셨어. 그러니 나한테 더 이상 묻지 말았으면 좋겠어.”

정명훈 사장의 얘기를 들은 겨울은 차창 밖으로 시선을 옮기며 장고에 들어갔다.

이번 TTM으로 인해서 H&J 컨설팅의 커미션 수입은 연간 75억 달러 수준.

H&J 컨설팅의 지분 61%를 보유하고 있으니 약 46억 달러에 가까운 돈이 자신의 몫이다.

이 중에 회사 운영비 및 직원들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을 제외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40억 달러는 배당받을 수 있다.

여기에 개인적으로 받을 예정인 0.5%까지 더하면 약 55억 달러가 자신의 몫.

아무리 생각해도 이 금액은 많아도 너무 많았다.

결심을 굳히고 시선을 차 안으로 옮긴 겨울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지금부터 제가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에 대해서는 어떠한 이의 제기도 받지 않겠습니다.”

“알았으니까, 얼른 얘기해 봐.”

“제가 개인적으로 받을 예정인 커미션 0.5%는 사장님, 김 전무님, 신 실장님, 하 실장님, 정 이사한테 0.1%씩 분배해 드리겠습니다.”

“네?!”

“뭐라고?!”

겨울을 제외한 승합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 모두가 경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그도 그럴 것이, 매월 300억 원이 자신의 통장으로 입금되는데 놀라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다.

“여러분이 고생한 것에 대한 보답이라고 생각하십시오.”

“우리는 0.05%씩 배분받는 것으로 할 테니까, 한 부사장이 0.25%를 배분받는 게 어때?”

“사장님, 제가 H&J 컨설팅의 지분을 몇 %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고 계시죠? 0.25%를 배분받지 않아도 매년 몇 십억 달러에 가까운 돈이 제 통장에 꽂힐 예정입니다.”

“한 부사장, 고마워.”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나도…….”

정명훈 사장부터 호영이까지 겨울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이제 커미션 얘기는 그만하시고, 오늘밤을 어떻게 버틸지 궁리해 보십시다.”

“버티지 마시고, 열심히 달리다가 취하면 뻗어 버리면 됩니다.”

“하하하, 그 방법이 제일 간단하겠네요.”

코리아 식당.

다른 일행들보다 먼저 도착한 겨울과 호영은 식당 내부를 점검했다.

식당 안은 깔끔했고 말끔하게 복장을 갖춰 입은 종업원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한 부사장, 낮보다 종업원들이 많아 보이는 이유가 뭘까?”

“그러게.”

바쁘게 움직이고 있는 김용일 사장에게 다가간 두 사람은 종업원이 많은 이유를 물었다.

“저희 식당은 한국 전통요리 전문점입니다. VIP 분들께 양고기를 맛있게 구워 대접할 자신이 없어서, 친하게 지내고 있는 숯불구이 전문점 사장에게 도움을 요청한 상태입니다.”

“종업원들도 숯불구이 전문점에서 지원받았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내일 회식은 아예 그곳에서 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래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숯불구이 전문점 사장님을 불러주실 수 있습니까?”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최정훈이라고 이름을 가진 숯불구이 전문점 사장과 인사를 나눈 겨울과 호영은 내일 예정된 저녁 식사에 대해서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최고급 소고기를 준비해 주십시오.”

“음식값이 제법 나갈 텐데, 괜찮겠습니까?”

“물주가 돈 많기로 소문난 중국의 왕 서방이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리고 안동소주의 가격도 비싸게 청구하십시오.”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때, 식당 문이 열리고 자고에프 대통령을 위시한 러시아 정부의 각료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겨울과 호영은 그들에게 다가가서 정중하게 인사말을 건넸다.

“어서 오십시오, 대통령님.”

“한 부사장, 오늘 저녁 식사를 위해서 한국에서 소주를 공수했다면서요?”

“네, 그렇습니다.”

“내가 술에 대해 조금 까탈스럽다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네.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체흐니프 실장이 조심스럽게 그들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대통령님, 제가 한국에서 공수한 소주를 점검하기 위해서 시음해 봤는데, 깊은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결정적으로 보드카보다 알코올 도수가 5도 높은 45도였습니다. 대통령님도 마셔 보시면, 결코 실망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하하, 알았어요. 체흐니프 실장을 믿어 보겠습니다.”

모두들 자리에 착석하자, 사회를 자청한 호영이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곳에 방문하신 것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우리 대한민국에는 술자리를 시작하자마자 술을 석 잔씩 마시는 풍습이 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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