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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301화 (301/328)

[301화] 메인게임 (2)

도바초프 사장과 정식으로 인사를 나눈 쑹쩐밍 장관은 빈자리에 앉으며 가볍게 덕담을 건넸다.

“도바초프 사장님은 러시아의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는 처남을 둬서 좋겠습니다.”

“어떤 뜻으로 말씀하셨는지 알겠습니다만, 지금까지 처남 덕을 본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네? 요키치 장관께서 그동안 신경 써 주지 않았습니까?”

“처남이 우리 회사에 신경을 써 줬으면, 듣도 보도 못한 놈들한테 셀러 맨데이트를 맡겼겠습니까?”

도바초프 사장이 보란 듯이 H&J 컨설팅에 강한 적개심을 드러냈다.

“도바초프 사장님, 제가 말을 잘못 꺼낸 것 같네요. 정말 미안합니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더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회사가 자 부총리의 소개로 인해서 바이어 맨데이트로 선정될 것 같다고…….”

드르륵―

아주 공교로운 순간에 도바초프 사장의 핸드폰이 진동하는 바람에 얘기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도바초프 사장은 자오린 부총리에게 양해를 구하고 상대방과 통화를 시작했다.

“처남, 왜 자꾸 전화하는 거야?”

[매형네 회사와 H&J 컨설팅의 커미션 비율을 맞춰 달라고 전화했습니다.]

“우리 회사는 중국 정부로부터 커미션을 받기로 했기 때문에 H&J 컨설팅 놈들과 커미션 비율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어떻게 생각해?”

[매형이 H&J 컨설팅보다 커미션을 많이 받으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에 절대로 안 됩니다.]

“내가 중국 정부로부터 정해진 룰보다 커미션을 많이 받을 리는 없을 것이고… 우리나라가 H&J 컨설팅에 커미션을 적게 지급할 것 같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내말이 맞나?”

[네, 그렇습니다.]

“도대체 우리나라는 H&J 컨설팅에 커미션으로 얼마를 지급할 생각이야?”

[거래 금액의 2.5%를 지급할 생각입니다.]

“미안하지만, 나는 처남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어.”

사실 도바초프 사장은 커미션 2.5%가 어떻게 결정됐는지 겨울에게 들어서 이미 알고 있었다.

반대할 필요가 없음에도 이렇게 말한 이유는 의심 많은 쑹쩐밍 장관이 믿도록 만들어 주기 위함이었다.

[매형, 자고에프 대통령님의 지시사항입니다.]

“대통령님의 지시 사항이라고?”

[네, 그렇습니다.]

“음… 그렇다면, 거래 금액의 2.5%가 커미션으로 결정된 이유를 나한테 설명해 봐.”

반면에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귀담아 듣고 있던 쑹쩐밍 장관은 진심으로 깜짝 놀랐다.

커미션으로 1.5%도 많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무려 2.5%라니.

그것보다 더욱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도바초프 사장이 커미션 2.5%가 적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커미션을 많이 받기 위해서 자오린 부총리와 함께 모종의 수작을 부린 것이 틀림없었다.

‘자 부총리님, 도대체 얼마를 챙겨 먹으려는 겁니까?’

속으로 쓴 소리를 한마디 해 주고, 두 사람의 통화에 귀를 기울였다.

“후우, 대통령님의 지시를 수용하도록 하겠네.”

[매형, 잘 생각하셨습니다.]

“지금 손님이 와 계시니까, 나중에 통화하자고.”

딸깍.

도바초프 사장이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쑹쩐밍 장관이 득달같이 말을 걸어왔다.

“우리 중국 정부는 R&C 에너지 측에 커미션으로 1.5% 이상 지급할 의사가 전혀 없습니다.”

“도바초프 사장, 우리가 아무리 친구 사이라고 해도 커미션으로 2.5%를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네.”

자오린 부총리도 한 마디 거들었다.

두 사람이 발끈했지만, 도바초프 사장은 끄떡도 하지 않았다.

“자 부총리, 자네가 무언가 착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 커미션 2.5%는 절대로 많은 금액이 아니야.”

“그건 또 무슨 궤변인가?”

“성질을 내도 이제부터 내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 보고 내라고.”

“알았으니까, 얼른 얘기해 봐.”

“중국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연간 1,800억 달러 정도를 수입하고 있고, 그 금액에 대한 커미션 2.5%는 45억 달러이네. 내 말에 동의하나?”

“동의하네.”

“이제 내가 생각하고 있던 커미션에 대해서 얘기해 주겠네. 먼저 석유의 경우에는 커미션을 배럴로 지급해 주고 있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배럴당 5달러를 커미션으로 지급하니까, 바이어의 몫은 2.5달러네.”

도바초프 사장은 목이 마른 듯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물 잔을 들어 목을 축이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중국은 우리나라로부터 석유를 연간 16억 5,000만 배럴을 수입하고 있네. 이제 커미션 금액이 얼마인지 계산해 보게나.”

“판 국장, 도바초프 사장이 지금까지 한 말이 모두 맞나?”

“네, 맞습니다.”

“커미션 금액이 얼마인지 빨리 계산해 봐.”

“네, 부총리님.”

짧게 대답한 판젠둥 국장은 핸드폰의 계산기 앱을 실행시켜 숫자를 두드렸다.

“부총리님, 41억 2,500만 달러 정도 됩니다.”

판젠둥 국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도바초프 사장이 말을 이어 나갔다.

“자 부총리, 석유의 커미션 금액이 이 정도인데, 천연가스까지 포함하면 커미션 금액이 60억 달러가 훌쩍 넘어갈 것 같지 않은가?”

“…….”

“정해진 룰에 의해서 커미션을 청구해도 60억 달러가 넘는데, 45억 달러가 많다는 말이 나오나?”

“…미안하네. 내가 잘못 생각했네.”

자오린 부총리의 사과를 이끌어낸 도바초프 사장은 시선을 쑹쩐밍 장관에게 옮기며 말을 건넸다.

“쑹 장관님, 아직도 저희 회사에 커미션으로 1.5%를 지급해 주실 생각입니까?”

“제가 착각한 것 같습니다. 커미션 2.5%를 수용하도록 하겠습니다.”

제일 민감한 커미션 비율을 큰 어려움 없이 확정지었다.

“저도 조금 아쉬운 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쯤에서 욕심을 거둬들이겠습니다.”

“도바초프 사장님, 말이 나온 김에 이 자리에서 커미션 계약서를 작성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우리나라와 중국 측의 TTM이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커미션 계약서부터 작성하는 것은 너무 빠르다고 생각합니다.”

사실 쑹쩐밍 장관도 커미션에 숟가락을 올려놓을 계획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급하게 계약서를 작성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약서 얘기를 꺼내든 이유는 모두의 의심을 불식시키기 위함이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요?”

“저는 저희 회사가 바이어 맨데이트 역할을 수행한다는 내용이 포함된 확인서를 작성하는 게 먼저 아닐까 싶습니다.”

“좋습니다. 도바초프 사장님의 제안을 수용하겠습니다.”

도바초프 사장은 내선전화를 통해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변호사를 불러서 합의서 작성을 지시했다.

자오린 부총리가 그의 뒤를 이어 입을 열었다.

“판 국장, 자네가 변호사와 함께 합의서를 작성하도록 하라고.”

“네, 장관님.”

두 사람이 밖으로 나가자, 자오린 부총리는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도바초프 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도바초프 사장, 내가 알아봐 달라고 한 것은 어떻게 됐나?”

“나도 자네의 부탁을 받고 요키치 장관을 살짝 찔러 봤는데, 전혀 예상하지 못한 눈치였어.”

“그럼, 내가 얘기를 잘못 꺼낸 것 아니야?”

“내가 요키치 장관에게 직접적으로 물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눈치채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아.”

“그렇다면 다행이고.”

반면, 두 사람의 선문답을 듣고 있던 쑹쩐밍 장관이 호기심 가득한 표정으로 대화에 끼어들었다.

“부총리님, 도바초프 사장님과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나누고 계십니까?”

“우리나라가 무역 보복 카드를 꺼낼 경우에 러시아 측이 어떤 맞대응 카드를 사용할지 궁금해서 물어봤어.”

쑹쩐밍 장관은 마침 잘됐다고 생각했다.

자기도 무역 보복 카드를 사용하는 것에 부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도바초프 사장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와 중국은 정치, 경제, 군사 등의 많은 분야에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기 때문에 무역 보복 카드는 함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음… 저와 생각이 비슷하군요. 만약에 TTM에서 저희가 무역 보복 카드를 언급하면, 러시아 측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요?”

도바초프 사장은 정말 중요한 순간이라 판단했다.

자기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서 내일 진행되는 TTM의 분위기가 결정되기 때문에.

차분하게 겨울에게 조언 받은 내용을 떠올린 후, 쑹쩐밍 장관의 질문에 대답했다.

“처음에는 당황하겠지만, 반드시 맞대응 카드를 꺼내 놓을 겁니다. 그러니 무역 보복 카드는 절대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순간, 쑹쩐밍 장관은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비록 도바초프 사장이 러시아 사람이지만, 바이어 맨데이트로 선정된 상태.

따라서 자신들의 편을 들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은근슬쩍 러시아 측의 편을 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도바초프 사장과 요키치 장관 사이에 무언가 교감을 주고받은 것이 틀림없었다.

‘혹시… 우리가 사용할 무역 보복 카드에 대해서 러시아 측이 마땅히 대응할 카드가 없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면…….’

마음속으로 결심을 굳힌 쑹쩐밍 장관은 도바초프 사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도바초프 사장님의 조언을 겸허히 수용하겠습니다.”

“휴우, 다행이네요.”

“방금 전의 한숨은 어떤 의미입니까?”

곧바로 쑹쩐밍 장관이 색안경을 끼고 질문을 던졌다.

“맨데이트의 존재 목적은 거래를 성사시켜서 성공 수당을 받는 것입니다. 우리나라와 중국의 TTM이 결렬되면, 커미션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저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것입니다.”

“아, 제가 착각했네요.”

“이제 바이어 측의 TTM 전략을 저한테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쑹쩐밍 장관은 자신들의 전략을 사실대로 얘기해 줄 수 없었다.

왜냐하면 도바초프 사장은 요키치 장관의 매형이었으니까.

아무리 그가 바이어 맨데이트라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그에 대한 의심이 가신 것은 아니었다.

“저희의 최종 목적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인상 시점을 내년 3개월 후로 연기해 주고, 가격은 지금보다 최대 7%만 인상해 주는 것입니다.”

“알겠습니다. 중국 측의 요구가 관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내일 TTM은 몇 시에 시작할 예정입니까?”

“아직 셀러 측과 협의하지 않은 상태입니다. TTM 일정이 확정되면, 별도로 연락드리겠습니다.”

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변호사와 판젠둥 국장이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와서 합의서 작성이 완성됐음을 보고했다.

합의서 내용을 읽어 본 도바초프 사장과 쑹쩐민 장관은 별다른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다.

두 사람은 곧바로 합의서에 교차사인을 했고,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기념 촬영을 끝마쳤다.

이제 더 이상 이곳에 남아 있을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자오린 부총리가 말문을 열었다.

“도바초프 사장, 이렇게 좋은 날에 그냥 넘어가면 안 되겠지?”

“나보고 한잔 거하게 사라는 얘기지?”

“잘 알고 있군.”

“내가 근사한 곳을 알고 있으니까, 그곳으로 가자고.”

“하하, 알겠네.”

“자네는 나하고 같이 움직이는 것으로 하자고.”

* * *

술집으로 이동하는 자동차 안.

창밖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던 쑹쩐밍 장관은 한참 만에 판젠둥 국장에게 말을 걸었다.

“판 국장, 뭔가 이상하지 않아?”

“뭐가 말씀입니까?”

“자 부총리님이 커미션에 욕심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아서 하는 말이네.”

“저는 장관님과 생각이 다릅니다.”

“어떻게 다른데?”

“애초에 부총리님이 R&C 에너지를 바이어 맨데이트로 선정할 때 도바초프 사장과 커미션에 합의를 끝냈을 겁니다.”

“합의라…….”

끝말을 흐린 쑹전밍 장관이 또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옮기며 장고에 들어갔다.

판젠둥 국장은 그가 어떤 생각하는지 빤히 들여다보였다.

틀림없이 그도 숟가락을 얹어놓을 방법을 궁리하고 있는 것이리라.

‘커미션으로 더도 말고 0.05%만 받았으면 좋겠다.’

판젠둥 국장이 0.05%가 얼마인지 암산하는 동안에 쑹쩐밍 장관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판 국장, 우리도 커미션을 나눠 먹을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간단한 방법이 하나 있기는 합니다.”

“빨리 얘기해 봐.”

“커미션 금액을 2.5%가 아닌 3% 정도로 올려 주는 것입니다.”

“자고에프 대통령이 커미션을 2.5%로 제한했다는 얘기는 콧등으로 들은 거야?”

아니나 다를까, 쑹쩐밍 장관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2,5%가 넘어가는 커미션은 저희가 H&J 컨설팅 측에 지급하면 됩니다.”

“자세한 방법을 얘기해 봐.”

“제가 생각하고 있는 방법은…….”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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