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99화 (299/328)

[299화] 어렵게 시작된 TTM (2)

“바이어 측이 그렇게 주장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십시오.”

사실 쑹쩐밍 장관은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을 7월 1일부터 인상시켜 주되, 인상폭을 최소화 하는 전략을 수립해 놓고 있었다.

그런데 TTM 장소로 오는 도중에 자오린 부총리가 생각지도 않았던 정보를 알려 주었다.

시회주의 국가인 러시아도 중국과 마찬가지로 자고에프 대통령의 말이 곧 법이다.

그가 온건파의 수장이라는 자오린 부총리의 말을 굳게 믿고 강하게 밀고 나가기로 결정했다.

만약에 자신이 수립해 놓은 계획대로 TTM이 진행된다면, 가격 인상 시점은 적어도 3개월 정도 늦춰질 것이 확실하다.

물론 가격인상폭 또한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최소화될 것이고.

짧게 생각을 끝내고 정명훈 사장의 요청에 대답했다.

“저는 셀러 측의 주장을 먼저 듣는 것이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저희는 자고에프 대통령님께 받은 지시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로 시쥔량 주석님께 받은 지시를 말씀드린 겁니다.”

“저희한테 양보안을 제시할 생각은 없습니까?”

TTM은 무기가 아닌 언어를 사용해서 싸우는 전쟁의 일종이다.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는 무기의 양과 질도 중요하지만, 전쟁에 참전하고 있는 장군들과 병사들의 사기 또한 무시할 수 없다.

TTM이라는 전쟁에서 양보안을 먼저 제시한다는 의미는 사기를 꺾는 행위로 비춰질 수 있다.

그럴 경우, 상대방에 질질 끌려가다가 결국에는 손해 가득한 협상 결과를 손에 쥘 가능성이 높다.

하여 쑹쩐밍 장관은 양보안을 먼저 제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절대로 없습니다. 셀러 측이 양보안을 제시하면 검토해 볼 생각은 있습니다.”

“쑹 장관님,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저희도 양보안을 제시할 생각이 없습니다.”

전쟁에서 이길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방법 중 하나는 뭐니 뭐니 해도 선제 기습공격이다.

쑹쩐밍 장관은 정명훈 사장의 염장을 질러서 전쟁의 승기를 잡아 보기로 마음먹었다.

“정 사장님, 하나만 물어봅시다. H&J 컨설팅 측이 자고에프 대통령님께 자원 거래에 대한 권한을 위임받은 게 맞습니까?”

“저는 쑹 장관님이 그 문제 때문에 블로딘 총리님께 사과하신 것으로 일고 있습니다만…….”

정명훈 사장은 쑹쩐밍 장관의 의도를 파악하기 위해서 일부러 끝말을 흐렸다.

쑹쩐밍 장관은 그의 의도를 빤히 알고 있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그렇기는 합니다만, 아무래도 아닌 것 같아서 말입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계신 이유가 무엇입니까?”

“정 사장님이 자고에프 대통령님의 의중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한 것 같아서 드리는 말씀입니다.”

사실 정명훈 사장은 TTM을 점심시간까지 끌고 가다가, 적당한 이유를 찾아 중단시킬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난관을 예상한 것과는 달리 쑹쩐밍 장관은 시작하자마자 원인은 제공해 주고 있었다.

중국 측을 곤경에 빠트리기 위해 준비해 놓은 계획들을 사용하지 못하는 것이 못내 아쉬웠지만,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날려 버릴 수는 없었다.

“지금 저한테 시비 걸고 있는 것이 맞습니까?”

“시비라기보다는 팩트를 말씀드린 겁니다.”

“자고에프 대통령님의 의중은 중국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손해 보고 수출하지 않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런 의미 없는 TTM을 진행해 봐야 아무 소득이 없는 것 같군요. 더 이상 TTM을 진행하지 않겠습니다. 중국으로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자리에서 일어난 정명훈 사장은 성큼성큼 비즈니스 룸의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 버렸다.

마치 이때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블로딘 총리가 자오린 부총리에게 원망을 담아서 한 마디 건넸다.

“자 부총리님, 정말 안타깝습니다.”

“블로딘 총리님, 저를 봐서라도 한 번만 참아 주시면 안됩니까?”

“TTM의 수석대표는 제가 아니라 정명훈 사장입니다.”

“하아…….”

“중국 측이 앞으로 벌어질 사태를 어떻게 감당할지 심히 걱정되는군요.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이 말과 함께 블로딘 총리가 자리에서 일어나 비즈니스 룸 밖으로 퇴장했다.

다른 사람들도 일사분란하게 그의 뒤를 쫓아서 밖으로 나가 버렸다.

이제 비즈니스 룸에는 자오린 부총리를 포함한 중국 사람들만 남아 있을 뿐이었다.

“쑹 장관, 지금 뭐하는 짓이야!”

“…죄송합니다.”

자오린 부총리의 호통 소리에 쑹쩐밍 장관이 바로 고개를 조아렸다.

“TTM이 결렬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하는지 얘기해 봐.”

“…….”

“내 말이 말 같지 않아!”

“…7월 1일부터 인상된 가격으로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해야 합니다.”

“허어… 이렇게 아둔한 친구가 우리나라 에너지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니.

“…….”

“판젠둥 국장, 당신이 한번 얘기해 봐.”

“러시아 측이 자국에 석유와 천연가스 수출을 중단할 것 같습니다.”

“자네는 정확하게 알고 있군.”

두 사람과는 달리 쑹쩐밍 장관은 러시아가 수출 중단 카드는 사용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했다.

러시아에서 생산되는 석유와 천연가스를 제일 많이 수입하는 나라가 중국이었으니까.

“부총리님, 저는 생각이 다릅니다.”

“당신의 생각을 얘기해 봐.”

“러시아가 수출 중단 카드를 사용하면, 경제 상황이 급속도로 악화되기 때문입니다.”

“그럼 우리나라는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쾅!

순간, 쑹쩐밍 장관은 커다란 둔기에 얻어맞은 듯한 충격을 받았다.

러시아가 수출을 중단하면, 중국은 필요한 석유와 천연가스를 다른 나라에서 수입해야 한다.

하지만 미국의 교묘한 방해로 인해서 이조차 쉽지 않은 상황.

러시아로부터 두 품목에 대한 수입 중단 사태가 장기화되면, 자국의 경제는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밖에 없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러시아 측에 강짜를 부려 댔으니.

“하아…….”

쑹쩐밍 장관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었다.

“쑹 장관, 지금 내뱉는 한숨의 의미는 무엇인가?”

“…정말 면목이 없습니다.”

“도대체 막무가내로 정 사장의 염장을 지른 이유가 뭐야!”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서였습니다.”

“그래서 우위를 점했나?”

“그 점에 대해서는 입이 열 개가 있더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당신이 나한테 도바초프 사장과 나눈 대화를 전달받을 때 뭐라고 약속했어?”

“…….”

“대답해!”

자오린 부총리의 호통 소리가 비즈니스 룸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영원히 입에 자물쇠를 채워 놓고 있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약속한 당신이 불과 한 시간도 안 돼서 그 얘기를 입에 올려!”

“죽, 죽을죄를 졌습니다.”

사실 자오린 총리가 도바초프 사장과 관련한 얘기를 꺼낸 이유는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미연에 막기 위함이었다.

이 정도면 충분하다 생각하고 화제를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하아… 쑹 장관, 이제 어떻게 할 생각이야?”

“제가 정 사장을 찾아가서 정식으로 사과하고 TTM을 재개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당신이 정 사장의 염장을 질렀는데, 만나 줄 것 같은가? 설령 정 사장한테 사과하고 TTM을 재개시킨다고 하더라도 우리 페이스대로 TTM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아?”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정 사장을 만나 볼 테니까, 영빈관으로 돌아가 있어.”

“부총리님께 부담을 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그게 내 업보인 것을 어떻게 하겠나.”

쑹쩐밍 장관은 수행원들과 함께 나라를 잃은 듯한 표정으로 비즈니스 룸을 빠져나갔다.

그것을 확인하고 자오린 부총리가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네, 자 부총리님.]

“정 사장님, 교착 상태에 빠진 TTM을 재개했으면 좋겠습니다. 어디에 계신지 알려 주시면, 제가 찾아가겠습니다.”

[저희가 자 부총리님을 찾아가는 게 빠를 겁니다.]

“혹시… 이 근처에 계시는 겁니까?”

[네.]

“하여간 알겠습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정명훈 사장이 일행들과 함께 비즈니스 룸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일행들 중에는 TTM에 참여하지 않은 호영과 두 명의 비서실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그들이 비어 있는 의자에 앉자, 자오린 부총리는 궁금함을 담아서 정명훈 사장한테 질문을 던졌다.

“정 사장님, 제가 전화할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습니까?”

“물론입니다. 쑹 장관이 친 사고를 수습할 수 있는 분은 부총리님밖에 없으니까요.”

“그렇게 인정해 주시니 정말 고맙습니다.”

“부총리님, 궁금한 것이 하나 있습니다. 쑹 장관이 저희한테 어처구니없는 카드를 사용한 이유를 알고 있습니까?”

“사실은 제가 쑹 장관에게 잘못된 정보를 제공했기 때문입니다.”

자오린 부총리는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쑹쩐밍 장관과 주고받은 대화 내용을 자세하게 털어놓았다.

“…셀러 측이 꼬리를 내릴 것으로 판단하고, 강수를 둔 것 같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정 사장님, 이제 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합니까?”

“쑹 장관이 친 사고로 인해서 상황이 너무 빨리 돌변했습니다. 지금부터 한 부사장이 급하게 수정한 전략을 말씀드릴 예정입니다.”

정명훈 사장이 2선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겨울이 차고 들어왔다.

“제가 말씀드리는 전략이 100%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이 점을 감안하시고 들어 주십시오.”

“한 부사장님, 그 전에 하나만 물어봅시다. 저한테 배정된 몫이 줄지는 않겠지요?”

“부총리님이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만, 절대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이제 수정된 전략을 말씀해 보세요.”

“저희가 어제 작전 계획을 수립할 당시에는 R&C 에너지를 가급적 늦게 등장시키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상황이 급변함에 따라서 조기에 등장시켜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떤 방법인지 빨리 말씀해 주십시오.”

“저희 회사 사장님을 만난 부총리님은…….”

겨울은 R&C 에너지를 바이어 맨데이트로 끌어들이는 방법과 자오린 부총리가 수행해야할 임무를 설명했다.

자오린 부총리는 겨울에게 이해가 안 되는 부분에 대해서 물었고, 겨울은 짜증 한 번 내지 않고 자세하게 답변해 주었다.

질의응답이 많아지다 보니 제법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고, 설명이 끝났을 때에는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이번 작전의 성패는 시쥔량 주석을 어떻게 설득시키느냐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생각해 놓은 게 있으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그나저나 무역 보복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뭡니까?”

“쑹 장관이 불리한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서 반드시 그 카드를 사용할 것이기 때문에 일부러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무역 보복에 대한 대책이 수립되어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제 말이 맞겠지요?”

“엄청나게 강력한 맞대응 카드를 준비해 놓고 있습니다.”

“설마… 우리나라가 피해를 보는 것은 아니겠죠?”

자오린 부총리가 근심걱정 가득한 표정으로 물었다.

“부총리님, 무역 보복 카드와 맞대응 카드는 TTM 기간 동안에만 유효합니다.”

“아차, 제가 그 점을 깜빡했네요.”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김윤중 전무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지금 밖에 R&C 에너지의 도바초프 사장께서 도착해 계십니다. 안으로 모셨으면 하는데, 자 부총리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빨리 들어오라고 하십시오.”

* * *

같은 시각.

영빈관에서는 쑹쩐밍 장관과 판젠둥 국장이 심각한 표정으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판 국장, 자네는 러시아 측이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해서 수출 중단 카드를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저는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근거는 뭐야?”

그의 대답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쑹쩐밍 장관이 신경질적으로 반응했다.

“러시아가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금액은 매월 150억 달러 수준입니다. 우리나라는 러시아에서 두 품목을 수입해서 최소 다섯 배 이상 부가가치를 창출하고 있는 중이고요. 러시아 놈들이 짱구가 아닌 이상 우리나라의 사정을 모르고 있지 않을 겁니다.”

“어찌됐든 러시아도 두 품목을 우리나라에 수출하지 못해서 손해를 보고 있는 것은 사실이잖아.”

“장관님 말씀이 맞습니다만, 러시아가 입는 손해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적습니다.”

“하긴… 그나저나 부총리님은 지금 뭐하고 계실까?”

“TTM 재개를 위해서 가오리 빵쯔 놈들한테 개망신 당하고 있을 겁니다.”

“하아…….”

쑹쩐밍 장관이 내뱉는 한숨 소리가 영빈관 응접실 곳곳에 스며들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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