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98화 (298/328)

[298화] 어렵게 시작된 TTM (1)

다음 날 오전.

러시아 측과 TTM을 위해서 포시즌즈 호텔로 이동하던 차 안에서는 자오린 부총리와 쑹쩐밍 장관이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쑹 장관, TTM 전략은 수립했나?”

“완벽하지는 않지만, 얼추 수립해 놓은 상태입니다.”

“오늘은 상견례 하는 날이니까, 처음부터 강하게 치고 나가지는 말라고.”

“네, 알겠습니다. 그나저나 어젯밤에 많이 취하신 거 같던데,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당연히 있었다.

어젯밤에 정명훈 사장 등과 함께 플랜 E를 실현시키기 위한 계획을 완벽하게 수립해 놓았으니까.

쑹쩐밍 장관도 언젠가는 플랜 E를 알게 되는 때가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아니었다.

왜냐하면 TTM 기간 동안에 생각지 못한 돌발 변수들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으니까.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서 술을 거하게 마셨을 뿐이야.”

“부총리님, 어제 만나서 술을 마신 사람이 저희 측 사람이 아니었습니까?”

“내가 우리 측 사람을 만날 예정이었으면, 쑹 장관이나 수행원을 데리고 갔겠지.”

“아, 제가 잘못 알고 있었네요.”

“내가 어젯밤에 만난 사람이 우리 측 사람보다 중요한 정보를 많이 알고 있어.”

“그 사람이 누구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자오린 부총리는 천만다행이라 생각했다.

만약에 쑹쩐밍 장관이 호기심을 보이지 않았다면, 제법 긴 시간을 소비할 뻔했으니까.

그는 어젯밤의 일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그의 질문에 대답했다,

“자네가 궁금해하니 얘기해 주겠지만, 여기저기에 떠벌이지는 말았으면 좋겠어.”

“영원히 입에 자물쇠를 채워 놓고 있을 테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자네를 믿어 보겠네. 내 친구의 이름은 드미트리 도바초프이고, 자원을 주로 중개하는 R&C 에너지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어. 결정적으로 그는 요키치 장관의 매형이야.”

쑹쩐밍 장관은 R&C 에너지의 대표이사가 요키치 장관의 매형이라는 점에 특히 주목했다.

“부총리님, 도바초프 사장이 러시아 정부 측의 내부 정보를 많이 알고 있었습니까?”

“두말하면 숨찬 거 아니야?”

“현재 러시아의 상황이 어떤지 말씀해 주십시오.”

“우리나라가 러시아에서 수입하는 석유와 천연가스에 대해서 7월 1일부터 무조건 가격을 올리자고 하는 강경파와 연말까지 유예 기간을 주자는 온건파가 팽팽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이라더군. 강경파의 수장은 블로딘 총리이고, 온건파의 수장은 자고에프 대통령이야.”

쑹쩐밍 장관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파악하고 있는 정보에 의하면, 자고에프 대통령이 이 모든 일을 벌였으니까.

“부총리님, 제가 알고 있는 정보와 다른 이유는 뭘까요?”

사실 강경파의 수장은 자고에프 대통령이 맞다.

그런데도 자오린 부총리가 거짓말을 늘어놓을 수밖에 없는 이유는 목적한 바가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었는데, 참모들이 적극적으로 말리는 바람에 마음을 바꿔먹었다고 하더군.”

“부총리님, 저희는 어떻게 대처해야 합니까?”

“TTM에 참석하는 블로딘 총리와 요키치 장관이 강경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기 때문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나도 모르겠어.”

“일단 TTM의 분위기를 보고 결정하는 것으로 하시죠?”

“그렇게 하자고. 그리고 말이야. 일국의 부총리인 내가 셀러 맨데이트를 상대하는 것은 모양새가 별로 좋지 않으니까, 쑹 장관이 그들을 맞상대하라고.”

쑹쩐밍 장관은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비록 자오린 부총리가 중국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경제부총리였지만, 적어도 에너지 분야만큼은 자기가 전문가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어쩐 일인지 시쥔량 주석은 자오린 부총리를 수석대표로 덜커덕 선정해 버렸지만.

그런데 감투 욕심 많은 그가 수석대표의 자리에서 내려올 생각을 가지고 있다니.

‘설마하니, 나를 떠보려는 것은 아니겠지?’

속으로 잔뜩 의문을 품고 그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부총리님, 그래도 되겠습니까?”

사실 자오린 부총리는 TTM의 수석대표 자리를 쑹쩐밍 장관에게 넘겨줄 마음은 1도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수석대표 자리를 포기한 이유는 겨울의 조언을 듣고서였다.

겨울은 자기가 수석대표에 남아 있으면 플랜 E를 실현하는 데 어려움이 따른다고 하면서 쑹쩐밍 장관에게 자리를 넘겨주라고 조언했다.

50억 달러에 가까운 엄청난 돈이 허공으로 날아갈 수 있다고 하는데, 그깟 수석대표가 무슨 대수겠는가.

‘쑹 장관, TTM의 수석대표가 모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진다는 사실은 알고 있겠지?’

속으로 한마디 해 주고 쑹쩐밍 장관과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나는 조언자 역할에 충실할 테니까, 우리나라가 가진 위상을 러시아 측에 똑똑히 보여 주라고.”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같은 시각.

포시즌즈 호텔의 비즈니스 룸에서는 정명훈 사장이 블로딘 총리 등에게 어젯밤의 일을 설명해 주고 있었다.

“…도바초프 사장까지 만나서 세부적인 계획을 수립한 상태입니다.”

“정 사장님, 자 부총리가 플랜 E를 결정했습니까?”

“네, 총리님.”

“커미션은 몇 퍼센트로 결정됐습니까?”

“2.5%로 결정됐지만, 최종 커미션 비율은 자 부총리의 결정 여부에 따라 달려 있습니다.”

“설마하니 2.5%보다 줄어들지는 않겠죠?”

묻는 블로딘 총리의 목소리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커미션 비중이 축소되면, 그에게 돌아가는 커미션 금액이 줄어들기 때문이었다.

“마지노선이 2.5%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 순간, 블로딘 총리의 입꼬리가 위로 한없이 말려 올라갔다.

그도 그럴 것이, 자신들한테 배정된 커미션 1%에 대해서 0.5%는 자고에프 대통령, 0.2% 씩은 자기와 요키지 장관, 나머지 0.1%는 세르게이 장관에게 배정되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서 자기는 매년 5억 달러에 가까운 돈을 커미션으로 받게 될 예정에 있다.

그것보다 더욱 기분 좋은 것은 정식 절차에 의해서 커미션을 수령하는 것이기 때문에 구설수에 오를 일이 없다는 거다.

“정 사장님, 우리까지 신경써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맛있는 음식은 서로 나눠 먹어야 맛있는 법입니다.”

“하하, 알았습니다.”

“제가 누누이 말씀드리는 것이지만, 저희는 원팀입니다. 저희가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때까지 한마음 한뜻으로 움직여야 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마십시오.”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자오린 부총리 등이 로비에 도착했음을 보고했다.

TTM에 참석할 수 없는 호영 등은 별도로 마련된 상황실로 급히 이동했다.

잠시 후, 자오린 부총리를 필두로 중국 측 대표들이 비즈니스 룸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안으로 들어온 쑹쩐밍 장관은 자신도 모르게 인상을 구겼다.

이곳에 있어서는 안 되는 가오리 방쯔 세 놈이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 한국 사람들한테 좋지 않은 감정을 지니고 있던 그의 입에서 좋은 말이 나올 리가 없었다.

“여기가 어디라고 당신들이 있는 겁니까?”

“당신들이라뇨? 말이 너무 심한 것 아닙니까?”

쑹쩐밍 장관이 시비를 걸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겨울이 곧바로 맞받아쳤다.

“어린 친구가 버릇이 없구먼.”

“시비는 당신이 먼저 걸었다는 사실을 아셔야 할 겁니다.”

“TTM에 참석할 자격이 없는 당신들한테 한마디 한 것이 뭐가 시비라는 거지?”

“우리가 자격이 없다는 얘기를 누구한테 들었습니까? 자 부총리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셨습니까?”

순간, 쑹쩐밍 장관은 싸한 느낌에 고개를 돌려 자오린 부총리의 표정을 살폈다.

그가 어처구니없다는 얼굴로 자신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의 표정으로 보아 이들이 셀러 맨데이트인 것 같았다.

그런 사실도 모르고 그들에게 자격이 없다며 멸시했으니.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지 고민하는 사이, 자오린 부총리가 중국어를 사용해서 입을 열었다.

“쑹 장관, 저들이 이곳에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해?”

“…….”

“러시아 측에서 아무 자격이 없는 사람들을 이곳에 불러들였을 것 같아?”

“…….”

“아무리 한국인들이 싫다 하더라도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하는 거 아니야?”

“…죄송합니다.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저들이 당신의 무례한 행동을 꼬투리 삼아서 TTM을 깨 버리면 어떻게 할 거야?”

“입이 열 개가 있더라도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사실 자오린 부총리는 셀러 맨데이트가 한국 사람들이라고 쑹쩐밍 장관에게 얘기해 주려고 하다가, 그가 한국인들을 극도로 싫어한다는 얘기를 정명훈 사장에게 듣고 생각을 바꿔먹었다.

그에 따른 결과는 대성공.

이제 원하는 결과를 얻었기 때문에 뒷수습하는 일만 남았다.

“한 부사장, 내가 대신 사과할 테니까 화 풀어요.”

“부총리님, 쑹 장관님께 저희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 주지 않았습니까?”

“기본적인 정보는 모두 제공했는데, 한국인이라는 사실은 얘기하지 않았어요.”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사실은 쑹 장관이 한국 사람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우리 한국인이 싫다고 하더라도 공과 사는 가려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내가 대신 사과할게요.”

“저희한테 실수한 사람은 부총리님이 아닌 쑹 장관님이십니다.”

“쑹 장관, 뭐하고 있어!”

자오린 부총리의 호통 세례를 받은 쑹쩐밍 장관은 마지못해 겨울에게 사과의 말을 꺼냈다.

“한 부사장님, 제가 생각이 짧았습니다. 미안합니다.”

“쑹 장관님께서 정식으로 사과하셨기 때문에 이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TTM은 일체의 양보 없이 원칙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순간, 쑹쩐밍 장관은 가슴 저 밑에서 화가 치밀어 올랐다.

겁 없이 덤비는 하룻강아지 놈을 모른 척 가만히 내버려 두다가는 화병에 걸려 죽을 것만 같았다.

“한 부사장, 참으로 안타깝네요.”

“뭐가 말씀입니까?”

“맨데이트는 주인의 명령에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강아지와 같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것 같아서 하는 말입니다.”

“참으로 안타깝다는 표현은 제가 쑹 장관님께 사용해야 할 것 같네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저희 H&J 컨설팅은 다른 맨데이트와 달리 러시아 정부로부터 자원 거래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은 상태입니다.”

그때, 두 사람의 언쟁을 흥미로운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블로딘 총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러시아의 총리인 제가 인정하는 바입니다.”

쑹쩐밍 장관은 하늘이 와르르 무너지는 듯한 충격을 받았다.

자원 거래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노골적으로 비하했다니.

그것도 모자라 겨울에게 사과한 뒤 또다시 시비를 걸었다니.

이들이 조금 전에 있었던 사건들을 빌미 삼아 TTM을 무산시켜 버리면, 모든 책임은 자기가 질 수밖에 없는 상황.

그렇게 되면 자신의 운명은 거대한 태풍 앞에 놓인 촛불의 신세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겨울에게 또다시 사과할 수밖에 없었다.

“한 부사장님, 의도치 않게 커다란 실수를 저질렀습니다. 정말 미안합니다.”

“쑹 장관님은 불과 10분도 안 돼서 벌써 두 번이나 사과하셨습니다. 이번까지는 사과를 받아들이겠습니다만, 다음에는 일체의 관용이 없을 겁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가 입을 다물자, 김윤중 전무가 사회자 자격으로 발언권을 요청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석유와 천연가스 거래를 위한 TTM을 시작했으면 합니다. 제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습니다.”

“저희 중국도 찬성합니다.”

모두의 동의를 얻어 낸 김윤중 전무는 말을 이어 나갔다.

“제일 먼저 TTM에 참석한 분들부터 소개하는 시간을 가지도록 하겠습니다. 셀러 측부터 소개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먼저 바체슬라프 블로딘 총리…….”

제법 긴 상견례가 끝나자, 휴식 시간 없이 본격적인 TTM이 시작되었다.

“셀러 측은 바이어가 국제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입하고 있던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을 7월 1일부터 정상가격으로 환원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바이어 측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는 셀러 측으로부터 수입하고 있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가격 인상 시점을 내년 1월 1일로 연기해 주고, 가격은 지금보다 5%만 인상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역시 시작부터 난관이 예상되는 TTM이었다.

흙수저 성공 신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