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95화 (295/328)

[295화] 플랜 E (2)

“한 부사장, 과연 자 부총리가 우리들의 제안을 수용할까?”

제법 긴 겨울의 설명을 끝까지 들은 정명훈 사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자 부총리의 욕심 많은 성격이라면, 충분히 수용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사전에 준비할 게 많은데, 가능할까?”

“러시아 측에 협조를 요청하면, 그다지 어렵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일단 알았어.”

정명훈 사장은 시선을 창밖으로 돌리며 장고에 돌입했다.

승합차에 타고 있는 일행들은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 조용히 입을 다물어 주었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드디어 생각을 끝냈는지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 걸었다.

몇 번의 신호가 울린 끝에 익숙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정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 부총리님.”

[나한테 안부를 물어보려고 전화한 것은 아닐 것이고…….]

자오린 부총리가 의도적으로 끝말을 흐렸다.

정명훈 사장의 그의 의도를 빤히 알고 있다는 듯 피식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자 부총리님을 만나러 러시아로 날아왔는데, 만남이 불발됐다는 소식을 듣고 연락드렸습니다.”

[그럼… H&J 컨설팅이 러시아 측의 맨데이트라는 말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나는 우리나라와 러시아는 맨데이트 없이 자원들을 직거래해 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자고에프 대통령님이 그동안의 관례를 깨고 맨데이트를 두기로 결정하셨습니다.”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만, 내가 TTM에 참석해 봐야 러시아 측으로부터 굴욕밖에 더 당하겠습니까?]

“부총리님, 주위에 아무도 없습니까?”

[아무도 없습니다만, 갑자기 왜 묻는 겁니까?]

무언가 있다고 눈치챘는지, 묻는 자오린 부총리의 목소리가 상당히 조심스러워졌다.

“이제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부총리님만 알고 계셔야 합니다.”

[그렇게 할 테니까, 빨리 얘기해 보세요,]

“사실 저희는 자 부총리님이 TTM에 참석하신다는 소식을 듣고 근사한 선물을 준비해 놓고 있었습니다.”

[선물이 무엇인지 얘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저희가 러시아 측으로부터 받는 커미션 중에서 0.1%를 부총리님께 나눠 줄 계획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래 봐야 얼마나 되겠습니까?]

예상한 대로 자오린 부총리가 시큰둥한 반응을 보여 왔다.

“자 부총리님, 매년 중국이 러시아로부터 수입해가는 석유와 천연가스의 금액이 약 1,8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내 몫이 0.1%니까 고작 1억 8,000만 달러라는 말이네요?]

“제가 부총리님의 몫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는데, 말씀드려 볼까요?”

[빨리 얘기해 보세요.]

드디어 자오린 부총리가 미끼를 물었다.

“제가 가지고 있는 방법은 모두 네 가지입니다. 이중에서 플랜 C와 D는 난이도가 매우 까다로운 편입니다.”

[그 문제는 내가 알아서 판단할 테니까, 일단 얘기해 보십시오.]

“하하,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네 가지 방법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정명훈 사장은 겨울에게 들은 아이디어와 자신의 생각을 자오린 부총리에게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플랜 D는 커미션 비율을 모든 자원 거래에 적용하는 겁니다.”

[정 사장님, 내가 받게 될 커미션 금액이 얼마인지 얘기해 줄 수 있습니까?]

“100% 정확하지 않은 금액이라는 점을 감안하고 들어 주십시오. 플랜 A는 2억 4,000만 달러, 플랜 B는 10억 8,000만 달러, 플랜 C는 36억 달러, 마지막으로 플랜 D는 48억 달러입니다. 참고적으로 말씀드리면, 커미션은 단발성이 아닌 매년 지급될 예정입니다.”

[우리나라가 어떤 방안을 선택할지는 러시아에 도착해서 얘기해 주면 되겠지요?]

“자 부총리님, TTM에 참석하시기로 결정하신 겁니까?”

[정 사장님이 나를 위해서 큼지막한 선물을 준비해 놓고 있는데, 당연히 가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알겠습니다.”

[시간이 없으니까, 이만 끊겠습니다.]

뚝.

마음이 급한지 자오린 부총리가 먼저 전화를 끊어 버렸다.

그와 동시에 귀를 쫑긋 세워 놓고 있던 하도진 실장이 제일 먼저 입을 열었다.

“사장님, 자 부총리가 몇 번째 계획을 선택할 것 같습니까?”

“플랜 D를 선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은 것처럼 보였어.”

“만약에 그렇다면, 그가 플랜 E를 선택할 가능성도 있겠네요?”

“플랜 E는 또 뭐야?”

“그가 커미션 비율을 올리자고 제안할 수도 있잖아요.”

“음…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군.”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신지훈 실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사장님, 요키치 장관님께 자 부총리와의 통화 내용을 알려 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해야겠지.”

이 말과 함께 핸드폰을 들어 요키치 장관에게 전화 걸었다.

[네, 정 사장님.]

“제가 방금 전에 자 부총리와 통화했는데…….”

[정 사장님, 말씀 중에 정말 미안합니다.]

갑자기 요키치 장관이 정명훈 사장의 말을 중단시켰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겁니까?”

[이렇게 중요한 얘기는 저 혼자 들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자고에프 대통령님의 일정을 확인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요키치 장관님, 아직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았는데, 너무 서두르시는 것 아닙니까?”

[어차피 한번은 자고에프 대통령님을 예방하셔야 하는 상황입니다.]

“하여간 알겠습니다.”

* * *

타다닥, 타다닥.

특유의 버릇대로 소파의 팔걸이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리며 생각에 잠겨 있던 자오린 부총리가 드디어 결심을 굳혔는지 핸드폰을 들어 누군가에게 전화 걸었다.

제법 길게 신호음이 울린 후, 상대방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네, 부총리님.]

“쑹 장관, 뭘 하는데 전화를 지금 받는 거야!”

자오린 부총리가 의도적으로 화를 버럭 냈다.

[TTM과 관련한 대책 회의 하느라 미처 전화벨 소리를 듣지 못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내가 방금 전에 내가 TTM과 관련한 중요한 정보를 취득했으니까, 참고하라고.”

[네, 말씀해 주십시오.]

“러시아 측은 H&J 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셀러 맨데이트로 선정했다고 하더라고.”

[저는 부총리님의 말씀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자오린 부총리는 쑹쩐밍 장관이 어떤 의도로 이런 말을 꺼냈는지 단숨에 캐치했다.

그동안 자국과 러시아는 맨데이트 없이 자원들을 직거래해 왔다는 점을 언급하고 있는 중이었다.

하지만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어 내기 위해서는 살짝 거짓말을 섞을 수밖에 없었다.

“쑹 장관, 자고에프 대통령이 갑자기 셀러 맨데이트를 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비자금을 조성하겠다는 말씀입니까?]

“잘 알고 있군. 내가 방금 전에 언급한 H&J 컨설팅이라는 회사를 알고 있나?”

[처음 듣는 이름입니다.]

“이렇게 형편없는 정보력을 보유하고 있는 친구가 에너지장관직을 수행하고 있다니, 우리나라의 앞날이 심히 걱정되는구먼.”

[부총리님, 말씀이 심하신 것 아닙니까?]

기분 나쁘다는 듯 쑹쩐밍 장관이 곧바로 발끈했다.

“쑹 장관, 지난달에 몰디브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고 있나?”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7개국이 인도와 자원 거래 계약을 체결했잖습니까.]

“그럼 셀러와 바이어의 맨데이트가 누구인지도 알고 있겠네?”

[…….]

“왜 대답이 없어!”

승기를 잡은 자오린 부총리가 또다시 버럭 소리를 내질렀다.

[…죄송합니다.]

“셀러 측은 차치하더라도 바이어인 인도 측의 맨데이트가 H&J 컨설팅이었네. 지금 우리나라와 인도가 어떤 상황에 처해 있는지 알고 있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자고에프 대통령이 H&J 컨설팅을 맨데이트로 선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얘기해 봐.”

[하아…….]

러시아 측의 의도를 알고 있다는 듯 쑹쩐밍 장관이 커다란 한숨을 내뱉었다.

“쑹 장관, 내가 지난달에 몰디브에 출장 다녀온 사실은 알고 있나?”

[네. 잘 알고 있습니다.]

“내가 그곳에서 H&J 컨설팅의 대표이사와 만나서 점심 식사를 같이한 적이 있어.”

[부총리님, 제발 저희를 도와주십시오.]

현재 어떤 상황인지 파악했다는 듯 쑹쩐민 장관이 꼬리를 바닥까지 내렸다.

“나도 자네를 돕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지만, 급한 일정들이 있어서 곤란할 것 같아.”

[부총리님,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주석님과 상의해 보고 연락 줄 테니까, 내 전화 기다리고 있어.”

뚝.

거칠게 전화를 끊은 자오린 부총리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을 내뱉었다.

“이 정도로 겁을 줬으면 됐겠지?”

* * *

“H&J 컨설팅 덕분에 우리나라가 많은 이득을 얻게 됐다는 보고를 요키치 장관과 세르게이 장관에게 받았습니다. 러시아를 대표해서 감사인사를 드립니다.”

“자고에프 대통령님, 인도 측의 통 큰 양보로 러시아가 이득을 얻은 것이지, 저희가 수행한 일은 그다지 없습니다.”

“모든 아이디어는 H&J 컨설팅 측에서 낸 것으로 보고 받았습니다.”

“대통령님께서 그렇게 말씀하시니 제가 더 이상 드릴말씀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런가요.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정명훈 사장과 대화를 중단한 자고에프 대통령은 메흐타 장관에게 시선을 돌리며 말을 건넸다.

“예정된 일정보다 일찍 자국을 방문하신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러시아로부터 중국 측이 곤욕 치르는 모습을 지켜보기 위해서 조금 일찍 왔습니다.”

“그동안 불공정했던 거래를 정상화하는 것인데, 중국 측이 곤욕을 치를 일이 있을까요?”

“저는 H&J 컨설팅이 중국 측을 충분히 괴롭힐 거라고 확신하고 있습니다.”

“하여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자고에프 대통령은 고개를 돌리며 정명훈 사장과 중단된 대화를 재개했다.

“정 사장님, 요키치 장관에게 보고 받았습니다. 정말로 7월 1일자부터 중국에 수출하는 자원들의 가격을 정상화시킬 수 있습니까?”

“100% 확신할 수 없는 상태입니다만, 자오린 부총리가 TTM에 수석대표로 참석하기 때문에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자 부총리는 바빠서 TTM에 참석하지 못한다고 들었습니다.”

“제가 전화해서 TTM에 참석하라고 요청한 상태입니다.”

“정 사장님이 자 부총리와 인연이 있었습니까?”

“지난달에 몰디브에서 만나서 인사를 나눈 적이 있습니다.”

“그자가 몰디브에는 왜 갔습니까?”

“자고에프 대통령님, 제가 대신 말씀드리겠습니다.”

드디어 때가 왔다는 듯 데사이 국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지금 중국 정부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나라들의 탈퇴를 막기 위해서 전력을 다하고 있는 중입니다.”

데사이 국장은 몰디브에서 일어났던 사건들을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해 내려갔다.

당연히 민감한 내용에 대해서는 입도 뻥긋하지 않았다.

“…그때 만나서 점심 식사를 같이 했습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았습니다.”

“이제 정 사장님과 말씀 나누십시오.”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화끈하게 수행한 데사이 국장이 2선으로 물러났고, 그 자리를 정명훈 사장이 차지했다.

“저희는 미국 정보국으로부터 자 부총리가 상상외로 욕심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자가 욕심이 많은 것과 자원들의 가격을 7월 1일부터 정상화하는 것이 어떤 상관관계가 있습니까?”

“제가 공항에서 호텔로 이동하던 도중에 한 부사장한테…….”

정명훈 사장은 겨울에게 들은 아이디어와 자오린 부총리에게 제안한 내용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정 사장님은 자 부총리가 플랜 D를 선택할 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까?”

“가능성이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자가 플랜 D를 선택한다고 가정할 경우에 우리나라가 입는 피해는 없습니까?”

“만약에 러시아 측에 피해가 발생한다면, 아예 이런 얘기를 꺼내지 않았을 겁니다.”

“아, 무슨 말인지 알았습니다.”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메흐타 장관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정 사장님, 설마하니 플랜 D에 만족할 것은 아니시겠죠?”

“당연히 아닙니다만, 자 부총리와 대화를 나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정 사장님, 내가 모르고 있는 또 무언가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자고에프 대통령이 잔뜩 호기심을 품으려 물어왔다.

“플랜 E를 구상하고 있습니다만, 실현 가능성이 그다지 높은 것은 아닙니다.”

“플랜 E가 무엇인지 얘기해 주세요.”

“자 부총리와 합의해서 커미션 비율을 올리는 겁니다.”

“으하하하!”

무슨 뜻인지 이해했다는 듯 자고에프 대통령의 화통한 웃음소리가 집무실에 가득 울려 퍼졌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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