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80화 (280/328)

[280화] 가자 인도로 (2)

겨울과 김윤중 전무, 그리고 하도진 실장은 늦은 점심 식사를 끝내고 사무실로 복귀했다.

석유와 천연가스를 인도에 중개해야 하는 김윤중 전무가 궁금함을 담아서 물었다.

“부사장님, 오코사 실장이 언제쯤 전화를 걸어올까요?”

“우리나라와의 시차를 감안하면, 빨라야 오후 3시 정도일 겁니다.”

지난 3월, 나이지리아에서 오코사 실장을 며칠 동안 겪어 본 하도진 실장의 생각은 겨울과 달랐다.

“부사장님, 오코사 실장은 아프리카 사람들답지 않게 상당히 부지런한 편입니다. 곧 전화가 걸려올 겁니다.”

윙윙―

하도진 실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겨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겨울은 누가 전화를 걸어왔는지 두 사람에게 보여 준 후, 상대방과 통화를 시작했다.

“오코사 실장님, 너무 이른 시간에 전화하신 것 아닙니까?”

[사실은 한 부사장님께 LOI를 받자마자 전화하려다가 한국이 점심시간이라서 기다렸다가 지금 전화한 겁니다.]

“하하, 그렇습니까?”

[한 부사장님, 인도 정부가 정말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입해 줄 수 있답니까?]

묻는 오코사 실장의 목소리가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그만큼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하는 건이 그의 어깨를 짓누르고 있다는 반증이었다.

겨울도 그의 심정을 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지체 없이 본론으로 들어갔다.

“인도 정부 측에서는 두 가지 조건만 맞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수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어떤 조건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두 품목의 수입 가격을 국제가격 대비 5% 할인해달랍니다. 그리고 인도에 두 품목을 수출하게 됐다고,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해 달라고 합니다.”

[전자는 이해가 되지만 후자는 이해가 되지 않네요. 언론 홍보가 왜 필요한지 말씀해 주시겠어요?]

“사실은 인도 정부가 아프리카 7개국과 자원 거래를 통해서 절감한 예산을…….”

겨울은 오코사 실장에게 인도 정부가 처해 있는 상황을 가감 없이 사실대로 얘기해 주었다.

“…야당의 동의와 러시아의 버릇을 고쳐 놓기 위해서 언론 홍보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저는 그런 사정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인도 정부의 속사정을 말씀드려서는 안 되는데, 이해를 돕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말씀드린 겁니다.”

[영원히 입 다물고 있으라는 말이죠?]

새삼 느끼는 것이지만, 오코사 실장의 센스는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였다.

“네, 그렇습니다.”

[한 부사장님,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을 해결해 주시면, 인도 정부의 제안을 수용하겠습니다.]

“어떤 상황인지 말씀해 주십시오.”

[두 품목에 대해서 아무리 늦어도 7월부터 인도 정부에 수출했으면 좋겠습니다.]

겨울은 오코사 실장이 서두르고 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석유를 포함한 자원 거래는 물리적인 시간이 있어서 계약까지 이르는 데 최소 3개월 가까이 소요된다.

그런데 석유와 천연가스를 7월부터 인도에 수출하기 위한 준비 기간이 고작 두 달도 남지 않은 상황.

이미 두 나라는 몰디브에서 자원 수출입 계약을 체결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서두르면 가능할 수도 있지만, 호기심이라는 놈이 가만히 내버려 두지 않았다.

“실장님, 반드시 7월에 인도에 수출해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사실은 기존 거래처인 일본의 석유 회사 때문에 그럽니다.]

“그들과는 계약 기간이 끝난 것 아니었습니까?”

[자원은 양측에 별다른 문제가 없으면, 연장 계약하는 통상적인 관례입니다. 저희는 일본의 석유 회사에 계약 만료 3개월 전에 연장 계약하자고 통보했는데, 그간 가타부타 아무런 소식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일본과 계약을 종료하고 다른 바이어를 물색하기 시작했고, 한 부사장님께도 바이어를 찾아 달라고 부탁한 겁니다. 그런데 3일 전에 일본의 석유 회사 CEO가 우리나라를 찾아왔습니다.]

“그자가 왜 찾아왔답니까?”

[연장 계약을 하기 위해서 찾아왔답니다. 그러면서 기존에 수입해 가던 두 품목의 가격을 국제 가격 대비 10% 인하해 달라고 요구한 상태입니다.]

겨울은 일본 석유 회사의 의도를 정확하게 캐치했다.

나이지리아가 처해 있는 다급한 상황을 이용해서 두 품목을 저렴한 가격으로 수입하기 위해 지연 작전을 전개한 것이리라.

만약에 두 품목을 인도 정부가 수입해 주지 않는다면, 나이지리아 정부는 울며 겨자 먹기로 일본 석유 회사와 연장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런 양아치 같은 놈들.”

[그러게 말입니다.]

“제가 인도 정부를 닦달해서라도 7월부터 수입할 수 있도록 만들어 드릴 테니까, 양아치 놈들을 혼쭐내 주십시오.”

[으하하하!]

오코사 실장의 기뻐하는 목소리가 쩌렁쩌렁 들려왔다.

“실장님, 갑자기 웃으시면 어떻게 합니까?”

[아이고, 미안합니다. 제가 너무 속이 후련해서 깜빡 잊었습니다.]

“농담인 거 알고 계시죠?”

[그럼요. 저희가 언제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될까요?]

“저희가 내일 인도에 출장 갈 예정이니까, 아무리 늦어도 모레까지는 언론에 홍보해 주십시오.”

[모레까지 기다릴 필요 있습니까? 오늘 당장이라도 언론에 대대적으로 홍보하겠습니다.]

“하하, 고맙습니다. 그럼 나이지리아산 석유와 천연가스를 인도에 수출하는 업무는 김윤중 전무께 넘기도록 하겠습니다.”

[저도 석유장관에게 얘기해 놓겠습니다.]

이후 겨울은 오코사 실장과 몇 마디 대화를 더 주고받은 후, 통화를 종료했다.

그러고는 데사이 국장에게 전화 걸어서 오코사 실장과 통화한 내용을 전달하고 향후 계획을 알려 주었다.

“…나이지리아 언론이 대대적으로 홍보하면, 곧바로 언론에 이 사실을 흘리십시오.”

[한 부사장님, 이렇게 서두르는 이유가 있습니까?]

“일본 석유 회사를 물 먹이는 것과 동시에 러시아를 압박하기 위함입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감 잡았습니다.]

“내일 인도에서 뵙겠습니다.”

딸깍.

전화를 끊은 겨울은 김윤중 전무에게 급하게 지시 내렸다.

“오코사 실장은 석유와 천연가스를 7월부터 인도에 수출하고 싶어 합니다.”

“아이고. 시간이 별로 없네요.”

“저는 전무님의 능력을 믿고 있겠습니다.”

* * *

다음 날 아침.

인도로 출국하기 위해서 이동하는 차안의 분위기는 그다지 좋지 않았다.

겨울과 호영이 별것 아닌 일로 티격태격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기 때문이다.

“정 이사, 너희 회사 사정이 안 좋니?”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야?”

“임원들한테 업무용 차를 배정하지 않느냐고 묻는 거잖아.”

“배정받기는 했는데, 네 차보다는 안 좋아.”

“그래도 굴러 갈 수는 있잖아.”

“한 부사장, 차 태워 주는 게 못마땅하면 그렇다고 말을 해. 지금처럼 말을 빙빙 돌리지 말고.”

“잘 알고 있네.”

“너 나한테 삐친 이유가 뭐야?”

그때, 겨울의 핸드폰이 요란스럽게 벨소리를 토해 냈다.

핸드폰의 액정에 떠있는 전화번호를 확인한 겨울은 가차 없이 수신 차단해 버렸다.

“누가 걸어온 전화인데 그래?”

“스팸이야.”

윙윙―

그때, 또다시 겨울의 핸드폰이 진동했고, 발신자를 확인하니 또 의문의 국제전화였다.

그런데 이상했다.

조금 전에 걸려온 번호는 아니었지만, 국가번호는 똑같았다.

“정 이사, 국가번호 7이 어디인지 빨리 알아봐라.”

“뭐야? 러시아에서 걸려온 전화야?”

“러시아?”

“지금까지 스팸 전화와 문자를 셀 수 없이 많이 받아 봤지만, 러시아에서 보내온 것은 없었어. 너를 알고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있으니까, 한 번 받아 봐.”

“일단 알았어.”

짧게 대답한 겨울은 조심스럽게 통화 버튼을 눌렀다.

“한겨울입니다.”

[반갑습니다, 한 부사장님. 저는 러시아의 석유장관인 니콜라 요키치라고 합니다.]

겨울은 고개를 갸우뚱했다.

상대방이 자기를 알고 있으니 스팸 전화가 아닌 것은 확실했지만, 러시아의 석유장관이 자기에게 전화를 걸어올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혹시 모른다는 생각에 그가 맞는지 검증절차를 밟기로 결정했다.

“요키치 장관님,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누구를 통해서 저에 대한 존재를 알게 됐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인도의 샤르마 상공부 장관이 알려줬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주실 수 있습니까?”

[얼마든지요.]

겨울은 핸드폰의 송화기를 손가락으로 막고 재빨리 호영에게 말을 걸었다.

“샤르마 장관께 연락해서 내 이름을 러시아의 요키치 석유장관에게 알려 줬는지 빨리 파악해 줘.”

“알았어.”

호영과 대화를 종료한 겨울은 요키치 장관과 통화를 다시 시작했다.

“요키치 장관님,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조금 전에 다른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었는데, 혹시 알고 계신 것이 있습니까?”

[그 전화전호가 제 것이고, 이 전화번호는 제 보좌관 전화입니다.]

“제가 큰 실수를 했습니다. 정말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는 사람의 전화번호는 받지 않으니까, 크게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그때, 호영이 고개를 끄덕이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즉, 맞다는 얘기였다.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고 요키치 장관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장관님, 저한테 전화하신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우리나라와 인도와 얽혀 있는 문제를 풀기 위해서 한 부사장님이 움직이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 건과 관련해서 한 부사장님을 만나 보고 싶어서 전화했습니다.]

겨울은 요키치 장관이 자기를 만나려고 한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았다.

나이지리아가 인도에 석유와 천연가스를 수출하기로 했다는 언론기사를 접하고,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기 위해서 전화를 걸어온 것이리라.

인도와 러시아 사이에 얽힌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도 그를 반드시 만나야 하기 때문에 피하지 않기로 했다.

“장관님께서는 인도에 언제쯤 도착하실 예정입니까?”

[인도 시간 기준으로 오늘 저녁 무렵에 도착할 것 같습니다.]

“그렇다면 내일 오전에 만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합시다.]

겨울 등이 탑승한 대한 그룹의 전용기가 활주로를 박차고 푸른 하늘을 향해 날아올랐다.

안전고도에 도달해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자, 모두들 자리에서 일어나 뒤편에 마련된 회의실로 이동했다.

상석에 앉은 정명훈 사장은 테이블 위에 놓인 생수병을 들어 물을 한 모금 마시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먼저 대한중공업, 한국디펜스, 코리아로템에서 오신 분들과 간단하게 인사를 나누고, 회의를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H&J 컨설팅의 대표이사인…….”

다소 긴 상견례가 끝내고, 본격적인 회의가 시작됐다.

“지금부터 이곳에서 주고받는 대화 내용은 당분간 비밀을 준수해 주셔야 합니다.”

“네, 알겠습니다.”

“한 부사장, 지금까지 진행된 내용을 여기계신 분들께 설명해 드리세요.”

“네, 사장님. 지난 3월에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한참 동안 겨울의 설명을 듣고 있던 한국디펜스의 안정빈 사장은 가슴이 답답했다.

인도 국방부의 최근 상황을 겨울이 너무 모르고 있었으니까.

그는 인도 국방부의 상황을 알리기 위해서 조용히 손을 들고 발언권을 요청했다.

“한 부사장님, 발언 중에 미안합니다만, 인도 국방부는 자국의 방위산업 육성을 위해서 외국산 무기의 수입을 중단하기로 잠정적으로 결정한 상태입니다. 그 예로 저희 회사의 인도 국방부에 수출하려던 비호복합체계 프로젝트도 백지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통보받은 상태입니다.”

“안 사장님, 인도 국방부가 방위산업 육성 계획을 결정한 이유는 예산 부족 때문입니다. 저희가 인도 정부가 매년 160억 달러 가까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줬기 때문에 방위산업 육성계획은 자동적으로 폐기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왕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인도 국방부는 한국디펜스의 비호복합체계 시스템을 도입하기로 확정한 상태입니다.”

“저희는 아직 인도 국방부로부터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인도 국방부가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못한 이유는 알고 계시겠지만, 러시아 때문입니다. 이번 방문에서 저희가 러시아가 딴지 걸지 못하도록 만들어 놓을 예정입니다.”

“어떻게 돌아가는 상황인지 모르겠지만, 하여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제가 설명해 드리는 내용을 들어 보시면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인도의 싱 총리와 아프리카 7개국의 대표들은 몰디브에서…….”

겨울의 긴 설명이 이어졌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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