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71화 (271/328)

[271화] 기발한 아이디어

순간, 서동호 실장의 머릿속에 기발한 아이디어 하나가 떠올랐다.

이번 기회를 잘 이용하면 애물단지를 처리할 수 있다는 희망이 생겼다.

데사이 국장을 효과적으로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을 차분하게 궁리하고 천천히 말문을 열었다.

“데사이 국장님,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반드시 3,000톤급 잠수함 다섯 척을 도입해야 하는 상황입니까?”

“그렇습니다. 중국과 주변국의 위협에 대해서 맞서기 위해서는 최소 다섯 척이 필요합니다.”

“같은 예산으로 잠수함의 보유 숫자를 늘리는 방법은 어떻습니까?”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

“1,400톤급 잠수함 세 척과 3,000톤급 잠수함 네 척으로 변경하는 것은 어떨까요?”

“저희가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데사이 국장이 떨떠름한 반응을 보였지만, 서동호 실장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나갔다.

“사실은 저희가 인도네시아 해군에 1,400톤급 잠수함 세 척을 공급하기로 계약한 상태입니다만, 아직 선수금을 받지 못했습니다. 저희는 잠수함 건조를 위한 모든 준비를 끝낸 상태인데도 말입니다. 만약에 인도 정부가 1,400톤급 잠수함 세 척을 도입하기로 결정한다면, 4년 안에 인도 해군에 인도해 줄 수 있습니다.”

데사이 국장은 다른 것보다 잠수함의 인도시기를 1년 정도 앞당겨질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와 닿았다.

“서 실장님, 잠수함 세 척의 가격은 얼마 정도 합니까?”

“저희가 인도네시아 해군과 계약한 가격은 10억 달러입니다. 단, 무장은 제외한 가격입니다.”

“비용이 생각보다 저렴하네요?”

“1,400톤급 잠수함은 십여 척 이상 건조한 노하우가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가격이 저렴한 편입니다.”

“저희가 언제까지 결정해 주면 됩니까?”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본국으로 돌아가는 즉시, 국방부와 상의해서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싱 총리가 말문을 열었다.

“서 실장님, 저희가 잠수함 건조 비용을 선수금으로 전액 지불하면, 건조 기간을 얼마나 단축시킬 수 있을까요?”

“아무리 단축시켜 봐야 6개월이 한계일 겁니다.”

“그렇다면, 저희가 인수하는 시기는 아무리 빨라야 계약 후 3년 6개월이겠네요?”

“조금 더 단축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서동호 실장보다 하도진 실장의 입이 먼저 열렸다.

“하 실장님, 방법을 얘기해 주실 수 있습니까?”

“잠수함 건조 후, 시험 운항 기간을 최대한 단축시키면 됩니다.”

“어떤 방법으로요?”

“시험 운항 기간에는 잠수함의 성능 테스트와 승조원의 훈련 기간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는 동급 잠수함들이 제법 있으니까, 잠수함이 건조되는 기간에 승조원들을 대한민국 해군에 파견시켜 훈련받게 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오, 아이디어 좋은데요?”

“K2 흑표 전차에 탑승할 승조원들도 대한민국 육군에 파견시켜서 훈련받도록 하십시오.”

“알았어요. 하 실장님의 아이디어를 적극 반영하도록 할게요.”

그때, 샤르마 장관이 싱 총리에게 말을 걸었다.

“총리님, 제약 회사 CEO들과의 미팅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3층에 위치한 비즈니스 룸에서 총리님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알았어요. 송 회장님, 저희는 먼저 올라가서 제약 회사 CEO들과 미팅을 시작하겠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곳에 대기하고 있다가, 연락주시면 달려가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싱 총리 일행이 소회의실에서 떠나가자, 송훈석 회장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정명훈 사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 사장, K2 흑표 전차 얘기는 또 뭡니까?”

“조만간에 인도 정부가 우리나라로부터 K2 흑표 전차 100대를 도입할 예정입니다만, 숨어 있는 얘기가 외부로 유출되면 초대형 사고가 발생합니다.”

“하늘이 두 쪽 나는 일이 있더라도 비밀을 지킬 테니까, 얘기해 보세요.”

“회장님이 이곳에 도착하셨을 당시에 제가 말씀드린 내용 중에서 누락한 게 하나 있습니다.”

“그게 뭡니까?”

잔뜩 호기심을 느낀 송훈석 회장이 정명훈 사장을 향해 몸을 기울였다.

“천유런 외교부장을 납치한 사람들은 파키스탄 테러 단체가 아니라 인도 정보국이었습니다.”

“뭐라고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말이라는 듯 송훈석 회장은 깜짝 놀라 소리쳤다.

“모든 아이디어는 한 부사장의 머리에서 나왔으니까, 그 얘기는 본인에게 직접 들어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결국 뜨거운 감자가 겨울에게까지 넘어왔다.

어차피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하고 있던 겨울은 덤덤한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입에 올렸다.

“제가 천 외교부장을 강제로 휴가 보낼 생각을 가진 이유는…….”

겨울은 인도 정보국이 천유런 외교부장을 납치해서 몸값을 받아 내는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해 주었다.

“…15억 달러와 관련해서 SH무역의 원효석 실장이 9억 달러는 K―9 자주포 200문과 포탄을 구입하는 데 사용하고, 6억 달러는 K2 흑표 전차 100대와 포탄을 구입하라고 제안했습니다. 그의 제안에 대해서 싱 총리가 즉석에서 오케이한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가 비하인드 스토리를 알게 되면, 뚜껑이 열리겠는데요?”

“뚜껑이 열리는 정도가 아니라, 인도와 우리나라는 큰 곤욕을 치를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 * *

같은 시각.

비즈니스 룸에서는 싱 총리의 노기 서린 목소리가 쩌렁쩌렁 울리고 있는 중이었다.

“세카르 회장, 55억 달러가 누구네 집 강아지 이름입니까! 나는 아프리카 7개국이 발주한 의약품 수주를 위해서 전력을 다해서 뛰고 있는데, 도대체 뭐하는 행태입니까!”

“…….”

“대한 그룹과 SH무역에서 당신들한테 제시한 조건이 수용할 수 없을 정도로 박했습니까?”

“조건은 매우 좋은 편이었습니다.”

“그런데도 계약서에 사인을 지연시킨 이유가 뭡니까?”

사실 처음에 세카르 회장은 두 회사가 제시한 조건이 워낙 좋았기 때문에 별다른 고민 없이 계약서에 사인하려고 했다.

그러다가 결정적으로 마음을 바꿔먹은 이유는 SH무역 측과 협상에 참여한 부사장의 보고를 듣고서였다.

부사장은 SH무역 측이 납기에 대해서 지나치게 신경 쓰는 것이 수상하다고 하면서,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계약서에 납기와 관련한 내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그 즉시 다른 제약 회사들에 연통을 돌려서 파악해 보니 모두 같은 상황이었다.

칼자루는 자신들의 손에 있다고 확신하고, 조금이라도 이익을 늘려 볼 속셈으로 계약서에 사인을 지연시킨 것이다.

지금까지는 수세에 몰렸지만, 정당한 이유가 있었으니 이제 슬슬 반격할 때였다.

“총리님, 이유를 말씀드리기 전에 변명을 잠깐 했으면 합니다.”

“하, 얘기해 보세요.”

“저는 기업의 존재 목적이 이윤 추구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희가 바이어들로부터 가격을 높게 받으려고 한 것은 잘못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계약 조건을 합의하는 과정에서 요구를 관철시켰어야죠. 모든 합의를 끝내 놓은 상태에서 사인을 지연시키면 어떻게 합니까?”

“계약서에 사인하기 전까지는 최종 합의가 이뤄졌다고 할 수 없습니다.”

샤르마 장관은 이죽거리는 세카르 회장의 면상에 주먹을 날리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마음속에 화를 꾹꾹 눌러 담으며 급히 발언권을 요청했다.

“제약 회사 CEO분들께 긴급으로 여쭤보겠습니다. 여러분은 대한 그룹과 SH무역에 의약품을 수출하지 않아도 됩니까?”

“우리들의 요구 조건을 수용하지 않으면, 수출할 생각이 없습니다.”

“저희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치 사전에 입을 맞춰 놓은 듯 제약 회사 CEO들이 같은 목소리를 냈다.

“좋습니다. 여러분의 요구 조건을 말씀해 보십시오.”

“기존에 합의한 가격보다 10%를 인상시켜 주기 전까지는 계약서에 사인할 수 없습니다.”

“세카르 회장, 대한 그룹과 SH무역이 의약품을 구입해서 어디로 수출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국가들에 수출한다고 알고 있습니다.”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아프리카 7개국의 대표들이 이곳에 와 있다는 사실은요? 그것도 알고 있습니까?”

“아니요. 모르고 있었습니다.”

“우리나라는 아프리카 7개국으로부터 석유, 천연가스, 석탄, 철광석 등을 수입하기 위해서 협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7개국으로부터 수입하려는 자원들의 금액은 연간 1,000억 달러 정도 됩니다. 그들은 우리나라에 자원들을 국제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조건으로 의약품, 의류, 운동화 등을 저렴하게 수입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한 상태입니다.”

쾅!

싱 총리는 손바닥을 들어 테이블을 강하게 내려쳤다.

이와 동시에 비즈니스 룸에는 살을 에는 듯한 북극한파가 몰아닥쳤다.

“세카르 회장,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7개국으로부터 자원들을 수입함으로 인해서 나랏돈을 얼마나 절약하는지 알고 있습니까? 무려 150억 달러가 넘습니다. 당신들이 대한 그룹과 SH무역에 의약품을 손해 보고 수출합니까?”

“…….”

“당신들의 그 알량한 욕심 때문에 자원 수입이 어렵게 됐다는 사실은 알고 있습니까!”

“…….”

“만약에 우리나라가 아프리카 7개국으로부터 자원 수입에 실패하면, 모든 책임은 당신들한테 있습니다.”

세카르 회장은 고개를 아래로 떨어트린 채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질 경우를 상상해 보았다.

틀림없이 싱 총리는 모든 공권력을 동원해서 자신들의 목을 조여 올 것이다.

다른 것은 크게 걱정이 없었으나, 인도 국세청의 세무조사는 절대 아니었다.

그놈들은 없는 죄도 만들어 내서 엄청난 액수의 세금을 추징하는, 무시무시한 놈들이었으니까.

아무리 생각해도 최악의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꼬리를 내리는 것이 최선이었다.

“총리님, 저희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용서해 주십시오.”

“후우, 잘못을 안 것 같으니까 이번 한 번은 눈감아 주겠습니다. 샤르마 장관, 대한 그룹과 SH무역 측 사람들을 부르도록 하세요.”

“네, 총리님.”

잠시 후, 송훈석 회장을 비롯한 여러 명의 사람들이 비즈니스 룸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이 빈자리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싱 총리가 가라앉은 착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정상호 사장님, 내가 제약 회사 CEO분들께 알아듣도록 설명했으니까, 이제 최종 협상을 진행하도록 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한 정상호 사장이 말을 이어 나갔다.

“저희와 제약 회사들 사이에 합의한 가격과 결제 조건에 대해서 동의하십니까?”

“네! 동의합니다!”

겁을 잔뜩 집어먹은 표정으로 제약 회사의 CEO들은 짧게 대답한 후 아무런 토를 달지 않았다.

“저희가 줄기차게 요구한 것들 중에서 여러분이 들어주지 않은 것이 납기입니다. 지금도 똑같은 입장을 고수한다면, 계약서에 사인할 수 없습니다.”

“SH무역이 원하는 대로 납기를 지켜 주도록 하겠습니다.”

“말로는 곤란하고, 계약서에 페널티 조건을 삽입했으면 합니다.”

“페널티는 얼마를 요구할 생각입니까?”

“계약금의 10%를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때, 싱 총리가 조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 사장님, 10%는 너무 적습니다. 계약금의 50%로 합시다.”

“총리님, 페널티 금액이 너무 많습니다.”

화들짝 놀란 세카르 회장이 한마디 했다.

“그러니까 납기를 준수하면 되잖아요.”

“끄응!”

할 말이 없다는 듯 세카르 회장이 나지막하게 신음을 내뱉었다.

정상호 사장은 빙그레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만약에 여러분이 납기를 준수해 준다면, 저희는 일회성이 아닌 매년 50억 달러 상당의 의약품을 발주해 드리겠습니다.”

“정 사장님, 그게 정말입니까?”

“네. 지금 의약품 문제 때문에 자원 거래와 관련한 TTM이 공전되고 있는 중입니다.”

“당장 계약서를 수정합시다.”

“하하하, 그렇게 합시다.”

한편, 회의실에서는 하루 종일 이어진 아프리카 7개국과 인도와의 TTM이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모잠비크의 칠리마 부통령님께서는 앞으로 나와 주시기 바랍니다.”

“네.”

칠리마 부통령과 샤르마 장관이 자원 수출입 계약서에 교차 사인을 완료하는 것으로 자원 거래 TTM이 종료되었다.

사회를 보고 있던 김윤중 전무가 마지막 공지 사항을 전달했다.

“이제 TTM을 마무리 하는 단체 사진을 찍도록 하겠습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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