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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70화 (270/328)

[270화] 그들의 속사정

사실 송훈석 회장은 지유의 마음이 일방적으로 겨울, 또는 호영 둘 중에 한 명에게 가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그런데 아니란다.

방금 전에 장대산 부사장은 두 사람도 지유를 마음에 두고 있다고 친절하게 밝혀 주었다.

특별한 돌발 상황이 발생하지 않는 한, 둘 중 한 명은 자신의 사위가 될 수 있다는 뜻.

두 사람 모두 훌륭한 사윗감이었기 때문에 태클을 걸지 않고 선택권을 송지유에게 넘기기로 결정을 내렸다.

“장 부사장, 좋은 힌트를 알려 줘서 정말 고마워요.”

송훈석 회장은 만족한 얼굴로 웃음을 짓고 있었지만, 겨울과 호영은 돌아가며 불만을 쏟아 냈다.

“장 부사장님, 혼자만 살기 위해서 동료들을 사지에 밀어 넣어도 되는 겁니까?”

“맞습니다. 우리는 장 부사장님이 좋아하는 사람을 모르고 있어서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줄 아십니까?”

사실 장대산 부사장이 이런 자리를 빌어 송훈석 회장에게 직접적으로 언급한 것에는 다분히 고의성이 내포되어 있었다.

주위 사람들 까지 모두 알고 있는 미묘한 삼각관계를 끝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하지만 이 얘기는 절대로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었다.

“미안합니다. 워낙 다급해서 말이 잘못 나왔네요.”

“정 이사도 똑같은 방법으로 복수하면 되잖아요.”

송훈석 회장은 호영을 살살 부추겼다.

잘만 하면 그동안 궁금하게 여기고 있던 점을 모두 해소할 수 있을 거라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그래도 의리가 있는데, 어떻게…….”

“정 이사, 이름을 얘기해 주기 껄끄러우면 이니셜만 얘기해 주세요.”

호영은 송훈석 회장이 신이 아닌 이상 이니셜만으로 장대산 부사장이 좋아하는 여자를 알아낼 가능성은 없다고 판단했다.

“좋습니다. 장 부사장이 좋아하고 있는 아가씨는 LSJ라는 이니셜을 가지고 있습니다.”

“LSJ라…….”

송훈석 회장은 아는 얼굴들을 기억에 더듬었다.

그 사이, 서동호 실장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 이사, 이진호 사장의 딸인 이수진 씨를 말하는 건가요?”

“……!”

“서 실장, 그게 사실이야?!”

장대산 부사장과 호영은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떴고, 송훈석 회장 또한 놀랍다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정 이사와 장 부사장이 깜짝 놀라는 표정을 보니 사실인 것 같습니다.”

그때, 호영이 위기 상황에 빠져 있는 자신들을 구출해 달라는 의미로 겨울의 다리를 은밀하게 건드렸다.

겨울은 모른 척할 수 없어서 두 팔 걷어붙이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회장님, 장 부사장이 마음에 두고 있는 아가씨의 이름은 이수정입니다. 이진호 사장님의 따님인 이수진 씨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습니다.”

“한 부사장의 말이 맞습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호영이 겨울을 적극 옹호했다.

송훈석 회장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믿어 줄 테니까, 하나만 얘기해 줘요. 장 부사장은 그 아가씨와 사귀고 있는 중인가요?”

“열심히 공을 들이고 있지만, 아직 아닌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하, 세 명 모두 같은 처지라는 말이죠?”

“회장님, 저도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얘기해 보세요.”

“싱 총리님이 저희를 사윗감으로 눈여겨보고 있다는 말씀은 거짓말이었죠?”

“…허허, 이거 술이 취해서 안 되겠네. 서 실장 빨리 내려가자고.”

코너에 몰린 송훈석 회장은 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바를 떠나갔다.

숙소로 돌아온 겨울은 호영을 대차게 몰아붙였다.

“인간아, 송 회장님이 묻는다고 넙죽넙죽 대답하면 어떻게 해!”

“우리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을 바로하자. 나는 이름을 가르쳐 준 게 아니라, 이니셜을 가르쳐 줬을 뿐이야.”

“그럼 놀라는 표정은 왜 짓는데?”

“나만 그랬냐? 장 부사장도 놀라서 눈이 왕방울만큼 커지더라.”

“그리고 뭐? 네가 임자가 있다고?”

“지유 씨가 있잖아.”

“지유 씨한테 의사를 물어봤어?”

“물어볼 필요가 뭐가 있냐? 눈빛만 봐도 알 수 있는데.”

“어휴, 내가 말을 말아야지.”

두 사람의 언쟁은 밤늦도록 이어졌다.

* * *

다음 날 오전.

시계를 쳐다보고 있던 김윤중 전무가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3일차 TTM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어제 공지한 대로 오늘 TTM은 끝을 볼 때까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의 없으십니까?”

“네! 없습니다.”

“셀러 측의 대표인 오코사 실장님은 어제 인도 측이 제안한 가격에 대해서 답변해 주시기 바랍니다.”

“흠흠.”

가벼운 헛기침을 통해서 목을 풀어준 오코사 실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희 7개국 대표들은 어젯밤 늦게까지 끝장 토론을 벌인 끝에 인도 측의 제안을 전격적으로 수용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하하, 잘됐네요.”

마음을 졸이고 있었는지 싱 총리가 선홍색 잇몸을 드러내며 환하게 웃었다.

“싱 총리님, 정말 죄송하지만, 전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말씀해 보세요.”

“저희는 콜레라를 비롯한 전염병 치료제 등이 시급히 필요한 상황입니다. 의약품이 납기 안에 공급될 수 있도록 인도 정부가 책임져 주십시오.”

“그렇지 않아도 제약 회사 CEO들을 이곳으로 부른 상황입니다. 의약품 공급 건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질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어젯밤에 토론을 하면서 저희끼리 추가로 합의한 것이 있습니다. 그것이 무엇인지는 정명훈 사장님께 들어 보시기 바랍니다.”

오코사 실장은 정명훈 사장에게 발언권을 넘겨주고 2선으로 물러났다.

“아프리카 7개국은 저희 회사에 매년 정기적으로 의약품을 발주하기로 약속한 상태입니다. 만약에 인도 제약 회사들이 의약품을 납기 안에 공급해 준다면, 저희가 발주 받은 물량의 50% 정도를 넘겨주도록 하겠습니다.”

“정 사장님, H&J 컨설팅이 발주 받을 예정인 의약품의 물량이 어느 정도 되는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아직 정확하게 계산해 보지는 않았지만, 100억 달러는 넘을 것 같습니다.”

싱 총리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아프리카 7개국이 과연 100억 달러라는 엄청난 예산을 확보할 수 있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당장이라도 의문을 해소하고 싶었지만, 그들의 자존심을 상하게 만들 수 있었기 때문에 모른 척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인생사는 마음먹은 대로 흘러가지 않았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샤르마 장관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입을 열었다.

“정 사장님, 100억 달러가 적은 금액이 아닌데, 예산 확보 방안을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는데, 마침 질문 잘하셨습니다. 그동안 아프리카 7개국은 중국에 자원들을 헐값에 가까운 가격으로 수출하고 있었지만, 7월부터는 국제 가격 대비 5% 할인된 가격으로 인도에 수출할 수 있는 길이 열렸습니다. 저희는 자원들을 수출해서 남은 이익으로 의약품을 발주할 예정입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리고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나라들에 대해서는 인도에 자원을 최우선적으로 수출할 수 있도록 다리를 놔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국제가격 대비 5% 할인된 가격을 적용할 생각인데,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희는 무조건 찬성합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이제 오코사 실장님과 대화를 나누십시오.”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완벽하게 수행한 정명훈 사장이 한발 뒤로 물러났다.

“샤르마 장관님, 모든 결정이 내려졌으니 이제 결제 조건에 대해서 상의했으면 좋겠습니다.”

“좋습니다. 저희는 SBLC를 개설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코사 실장은 속으로 적잖이 놀랐다.

대부분의 나라들은 아프리카 나라들의 열악한 금융시스템과 빈번하게 발생하는 사기 사건으로 인해서 신용장(LC, Letter of Credit) 개설을 선호한다.

하다못해 자원을 헐값으로 수입해갔던 중국 정부의 소유의 회사들도 LC를 개설했을 정도였으니까.

그런데 인도 정부는 일반 신용장보다 훨씬 안전한 SBLC를 개설해 준다고 한다.

그들의 의도는 보나마나 빤했다.

“샤르마 장관님, 정말 감사합니다. 인도에 수출하는 자원들에 대해서는 저희 정부 차원에서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오코사 장관님께서 언급한 내용을 계약서에 포함시켜 줄 수 있습니까?”

“당연한 말씀입니다.”

무역에서 제일 중요한 물량, 가격, 결제조건이 합의되었기 때문에 다른 조건들은 별다른 문제없이 합의에 도달했다.

사회를 보고 있던 김윤중 전무는 모두가 들을 수 있도록 큰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계약서 작성에 돌입하겠습니다. 실무자들은 이 자리에 남아 주시고, 결재권자들은 멀리 가지 마시고 호텔 주변에 머물러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그때, 데사이 국장이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싱 총리님께서 H&J 컨설팅의 경영진들과 잠시 대화를 나누고 싶어 하십니다. 시간 괜찮으시면, 소회의실에서 대화를 나눴으면 합니다.”

“그렇게 하십시다.”

소회의실.

싱 총리는 테이블 위에 놓인 생수병을 들어 목을 축이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 사장님, 우리 인도에 신경을 많이 써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의약품 발주 건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것 같은데, 저희는 애초부터 인도를 파트너로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더욱 기분이 좋네요. 이제부터 데사이 국장이 여러분께 우리나라가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 얘기해 줄 예정입니다. 민감한 내용이 포함되어 있으니까, 외부로 유출하지 말아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데사이 국장, 이제 얘기하세요.”

“우리나라는 육상뿐만이 아니라 해상에서도 중국의 심각한 위협에 노출되어 있는 상황입니다.”

데사이 국장은 중국이 인도양의 제해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파키스탄과 스리랑카의 항구 운영권을 확보한 내용과 방글라데시 등에 잠수함을 판매한 내용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하고 도출한 결과를 이어 설명했다.

“…우리나라는 중국의 위협에 맞서기 위해서 3,000톤급 잠수함 다섯 척을 한국에서 도입하려고 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H&J 컨설팅 측에 맡기려고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물론입니다. 저희가 책임지겠습니다.”

정명훈 사장의 대답이 나오자 신지훈 실장이 조용히 발언권을 요청했다.

“싱 총리님, 대한 그룹의 계열사인 대한중공업의 잠수함 건조 기술은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이 자리에 대한 그룹 관계자들을 부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아차, 내가 그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네요. 빨리 부르도록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연락을 받고 허겁지겁 달려온 송훈석 회장은 비어 있는 자리에 앉으며 정명훈 사장에게 한국어를 사용해서 물었다.

“정 사장,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인도 정부에서 3,000톤급 잠수함 다섯 척을 저희한테 발주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저희가 잠수함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별로 없어서 회장님을 급히 모셨습니다.”

“정 사장, 이 은혜는 나중에 갚도록 할게요.”

“이제 저희는 뒤로 빠질 테니까, 데사이 국장과 대화를 나눠 보십시오.”

“그렇게 할게요.”

정명훈 사장과 짧은 대화를 끝마친 송훈석 회장은 데사이 국장과 대화를 시작했다.

“방금 전에 정 사장으로부터 대략적인 얘기를 들었습니다. 잠수함에 대해서는 서동호 실장이 제법 많이 알고 있습니다. 궁금한 것이 있으면 말씀해 보십시오.”

“서 실장님, 우리나라는 H&J 컨설팅을 통해서 3,000톤급 잠수함 다섯 척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만약에 저희가 대한중공업 측에 잠수함을 발주하면, 대략적인 가격과 인도 시점을 알고 싶습니다.”

“3,000톤급 잠수함의 경우 미사일과 어뢰 등 무장을 제외한 건조 비용은 약 9억 달러 정도입니다. 척당 건조 기간은 4년 정도 소요되고, 시험 운항 기간을 감안하면 인도 시점은 계약 후 5년 정도 예상하면 됩니다.”

데사이 국장은 머릿속으로 시간 스케줄을 계산해 보았다.

오늘 양측이 합의했다 하더라도 실제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시점은 빨라야 연말쯤.

건조와 시험운항 기간을 감안하면, 2024년 말이나 되어야 자국 해군에 인도될 수 있다.

그 사이에 중국이 파키스탄 등과 연합해서 무력을 행사하면, 빈약한 해군력으로 그들을 상대하기란 역부족일 것이다.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서 실장님, 잠수함들의 인도 시기를 최대한 앞당길 수 없겠습니까?”

“아무리 서둘러 봐야 6개월 정도일 겁니다. 데사이 국장님, 서두르는 이유를 여쭤도 되겠습니까?”

“사실은 최근 중국이 인도양의 제해권을 장악하기 위해서…….”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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