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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61화 (261/328)

[261화] 치열한 눈치 싸움 (2)

그 시각.

다른 공간에서는 샤르마 장관이 오코사 실장에게 싱 총리와 사전에 합의한 내용에 대해 설명하고 있었다.

“우리나라는 국제가격 대비 15% 할인한 가격을 고수할 생각이 없습니다.”

샤르마 장관의 말에 오코사 실장은 겨울의 선견지명에 또다시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겨울은 인도 측이 이런 얘기를 꺼낼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고, 그에 걸맞은 해법까지 알려 주었다.

그는 마음속으로 겨울에게 감사함을 표하며 샤르마 장관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인도 측은 어느 정도까지 양보해 주실 생각입니까?”

사실 샤르마 장관은 애초부터 국제가격 대비 10% 인하한 가격을 제안할 생각이었다.

그 정도 가격으로 자원을 수입해도 연간 200억 달러 가까이 비용을 절약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어젯밤에 싱 총리로부터 국제가격 대비 15% 인하된 가격을 제안하라고 지시를 받았다.

그리고 협상을 진행하면서 기회를 보다가 못 이기는 척하며 5% 정도 가격을 더 인상해 주라는 얘기를 덧붙여 왔다.

그의 의견을 받아들여 과감하게 일을 저질렀으나, 예상치 못하게 중국이 끼어들었다.

자원 확보를 위해서는 물불 가리지 않고 덤비는 중국임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자신들의 제안을 막무가내로 고집할 수만은 없었다.

짧게 생각을 끝낸 샤르마 장관은 오코사 실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국제가격 대비 10% 인하된 가격까지 양보할 수 있습니다.”

“조금 아쉬운 측면이 있지만, 일단 참고하겠습니다.”

“아프리카 7개국은 몇% 할인해 줄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까?”

“저희는 자원에 대한 수출 가격 결정권을 H&J 컨설팅에 위임한 상태입니다. 오늘 오후, 또는 내일 TTM에서 진지하게 대화를 나눠 보시기 바랍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싱 총리가 입을 열었다.

“오코사 실장님, H&J 컨설팅과 중국 측의 미팅 내용을 알아봐 줄 수 있습니까?”

“잠깐만 기다려 주세요.”

오코사 실장은 스피커폰으로 전환시키고 겨울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오코사 실장님.]

“한 부사장님, 지금 스피커폰으로 통화하고 있습니다.”

[어쩐지 오코사 실장님의 목소리가 그래서 울렸군요. 어쩐 일 때문에 전화하셨습니까?]

“지금 어떤 상황인지 궁금해서 전화했습니다.”

[자오린 부총리는 아프리카 7개국과의 자원 거래를 지속적으로 이어 가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중국이 제시한 조건을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현재 국제가격 대비 10% 인하한 조건을 제시한 상태입니다.]

“에이, 농담하지 마세요.”

오코사 실장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피식 웃으며 대꾸했다.

그도 그럴 것이, 중국이 자국으로부터 수입해가는 자원의 가격을 빤히 알고 있기 때문이다.

[틀림없는 사실입니다. 문제는 중국 측이 자원 수입 가격을 추가로 인하해 줄 생각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두 사람의 통화를 듣고 있던 싱 총리는 마음이 급해졌다.

H&J 컨설팅이 중국의 손을 들어 주면, 자신들은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상황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겨울과 통화를 위해서 실례를 무릅쓰고 핸드폰을 넘겨받았다.

“한 부사장님, 나는 싱 총리입니다. 설마하니 중국의 손을 들어 줄 생각은 아니겠죠?”

[싱 총리님께서 오코사 실장님과 어떻게 같이 계십니까?]

“아프리카 7개국 대표님들과 식사를 같이하려고 되돌아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인도 측이 처음에 제시한 조건을 계속 고수하면, 아프리카 7개국은 중국과 자원 거래를 이어 나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우리나라도 국제가격 대비 10% 인하한 가격으로 제시한 상황입니다.”

[싱 총리님, 조금 더 융통성을 발휘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럼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알겠습니다. 정 사장님께 싱 총리님의 의견을 전달해 드리겠습니다.]

“정 사장님이 자오린 부총리와의 미팅은 언제쯤 끝날 것 같습니까?”

[방금 전에 점심 식사를 끝마쳤으니까, 길어야 이삼십 분 뒤에는 종료될 것 같습니다.]

“미팅을 끝마치고 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겨울이 싱 총리와 통화를 끝내고 VIP룸으로 돌아오니, 옆자리에 앉아 있던 호영이 한국어를 사용해서 말을 걸어왔다.

“누구와 통화했어?”

“오코사 실장님과 통화를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싱 총리님과 통화했어.”

“결국 싱 총리님이 차를 돌려서 호텔로 돌아갔구나.”

“어. 내가 밖에 나가 있는 사이에 변동된 내용이 있었니?”

“자오린 부총리가 국제 가격대비 8%까지 인하한 안을 제시한 상황이야.”

“무슨 말인지 알았어.”

“그런데 말이야, 나중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까?”

겨울은 호영이 무엇 때문에 이런 말을 꺼냈는지 알고 있었다.

중국은 하늘이 두 쪽 나더라도 아프리카 7개국과 자원 거래를 이어 나갈 수 없다.

설령 자신들이 동의했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반대할 것이 확실하니까.

이러한 속사정을 전혀 모르는 자오린 부총리는 자원 거래가 무산될 경우에 그 책임을 자신들에게 돌릴 것이 틀림없었다.

그렇게 되면 H&J 컨설팅이 중국으로부터 해코지를 당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아진다.

“뭔가 해법이라도 있어?”

“해법보다는 꼼수라는 표현이 맞겠지.”

“꼼수가 무엇인지 얘기해 봐.”

“이슈는 이슈로 덮는다는 말이 있지.”

겨울은 호영의 아이디어가 투박하기는 하지만, 나름대로 나쁘지 않다고 판단했다.

그의 아이디어가 현실화되면 중국은 아프리카 7개국과의 자원 거래에 신경을 집중할 수 없을 테니까.

문제는 그렇게 민감한 얘기를 꺼낼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밖에 없다는 점이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차차 생각해 보기로 하고 일단 호영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다.

“…이렇게 하면 중국은 집토끼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집 나간 토끼를 거들떠볼 수 없을 거야.”

“그 역할을 누구한테 맡길지 생각해 봤어?”

“루퍼트 장관밖에 더 있겠냐?”

“알았어. 조금 있다가 루퍼트 장관에게 말을 꺼내 보자.”

겨울과 호영이 속닥대는 동안에도 헤드 테이블에서의 대화는 계속 이어졌다.

“자오린 부총리님, 아프리카 7개국과 상의해 보고 연락드리겠습니다.”

“좋은 소식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아프리카 7개국과 TTM 재개를 위해서 호텔로 돌아가려던 정명훈 사장은 차를 타려다 말고 흠칫 놀랐다.

겨울과 호영이 자신의 차에 떡하니 앉아 있었기 때문이었다.

“한 부사장, 정 이사… 신 실장과 김 전무는 어디 갔어?”

“제 차를 타고 뒤따라오라고 했습니다.”

“나한테 할 말이 있다는 뜻인가?”

“네. 정 이사가 사장님께 말씀드릴 겁니다.”

“알았어. 빨리 얘기해 봐.”

정명훈 사장이 고개를 끄덕이자, 호영이 입을 열었다.

“지금 인도와 중국은 하나밖에 없는 빵을 차지하기 위해서 치열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문제는 중국이 빵을 차지할 수 없다는 데에 있습니다.”

호영은 자신의 생각을 차분히 설명해 나갔다.

“…해서 루퍼트 장관님께 그 역할을 맡겼으면 합니다.”

“알았어. 잠깐만 기다려.”

호영과 대화를 중단한 정명훈 사장은 루퍼트 장관에게 전화해서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은 후, 통화를 종료했다.

그러고는 운전기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샹그릴라 호텔로 되돌아갑시다.”

루퍼트 장관 스위트룸.

상석에 앉은 루퍼트 장관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정 이사, 나한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얘기해 보세요.”

“아프리카 7개국과의 자원 거래의 승자는 당연히 인도가 될 것입니다. 문제는 탈락한 중국이 반발할 것이 빤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중국이 반발할 겨를이 없도록 커다란 이슈거리를 하나 던져 주는 것은 어떨까요?”

“어떤 이슈거리인지 얘기해 보세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참여한 국가들 중에서 전략적으로 중요한 나라들이 탈퇴할 조짐을 보인다는 정보를 살짝 제공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으하하하!”

호영의 말뜻을 이해했다는 듯 루퍼트 장관이 시원한 웃음을 터트렸다.

정명훈 사장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루퍼트 장관에게 말했다.

“중국은 장관님께 맡겨 놓고 저희는 인도와의 TTM에 집중하겠습니다.”

“하하하, 그렇게 하세요.”

* * *

자오린 부총리는 온몸을 소파에 묻은 채 소파의 팔걸이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타다닥, 타다닥.

천유런 장관은 그가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 궁금했으나, 지은 죄가 있기 때문에 차마 물어볼 수 없었다.

그저 입을 꾹 다물고 기다리는 일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잠시 후, 드디어 생각을 끝낸 자오린 부총리가 입을 열었다.

“천 외교부장, 인도가 아프리카 7개국에 최종적으로 어떤 조건을 제시할까?”

“저는 우리나라와 비슷한 조건을 제시할 것 같습니다.”

“운이 좋으면, 우리나라가 인도를 따돌릴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기는 합니다만, H&J 컨설팅이 중간에서 농간을 부릴 가능성에 대비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놈들이 농간을 부리다니? 무슨 뜻이지?”

“거래 금액이 늘어나면, 커미션 금액이 늘어나지 않습니까?”

“커미션이라… 최악의 경우에 우리가 몇 %까지 양보해 줘야 할까?”

“국제가격 대비 5% 인하된 가격까지 생각하고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

“부총리님, 그건 그렇고 협정서 체결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자오린 부총리도 그 문제만 생각하면 울화가 치밀어 올랐다.

현재 세 건의 협정서 체결을 앞두고 있었다.

케냐, 모잠비크, 몰디브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건, 미국에 보상금을 지급하는 건, 인도와의 국경 지대에 자국군의 증강 배치를 2년 동안 멈추는 건.

앞의 두 건은 시쥔량 주석에게 진즉에 컨펌받은 상태였지만, 맨 마지막 건이 문제였다.

군부가 인도 측의 제안을 어림 반 푼어치도 없다며 단숨에 거절해 버렸다.

시쥔량 주석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군부와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였다.

이로 인해서 본국으로 귀국할 수 없을뿐더러, 미국 등으로부터 약속한 인센티브도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군부 놈들이 몽니를 부리고 있는 중이야.”

“그놈들은 고작 2년도 참지 못한답니까?”

따르릉.

그때, 소탁 위에 올려놓은 자오린 부총리의 핸드폰이 요란스런 벨소리를 토해 냈다.

발신자는 루퍼트 장관이었다.

그가 전화를 걸어온 이유를 알고 있었기 때문에 잔뜩 인상을 찌푸리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루퍼트 장관님.”

[자오린 부총리님, 케냐 등으로부터 협정서 체결을 서둘러 달라는 요청이 계속 들어오고 있습니다. 제가 뭐라고 대답하면 좋을까요?]

“아직 본국에서 승인이 떨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죄송하지만, 하루 이틀 정도만 기다려 달라고 해 주십시오.”

[어제 시 주석님께 컨펌받지 않았습니까?]

“그렇기는 하지만…….”

자오린 부총리는 현재 처해 있는 상황에 대해서 가감 없이 털어놓았다.

[자오린 부총리님께 이런 말씀드려야 할지 모르겠지만, 협정서 체결을 최대한 빨리 서둘러야 할 겁니다.]

“루퍼트 장관님, 서둘러야 하는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현재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가입한 나라들의 시선이 이곳 몰디브에 몰려 있다는 사실을 알고 계십니까?]

“그 사실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들 나라들 중에서 자원부국들과 파키스탄, 미얀마 등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협정서 체결을 마무리 짓고 그 나라들을 다독거려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자오린 부총리는 큰일 났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꽉 들어찼다.

그 나라들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순간, 자국은 자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또한 전략적 요충지를 잃게 됨으로써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일순간에 붕괴될 가능성도 있었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데, 마땅히 떠오르는 대안이 없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루퍼트 장관님, 그 나라들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면 미국은 좋은 것 아닙니까?”

[그렇게 좋지는 않습니다.]

“이유를 듣고 싶습니다.”

[그 나라들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중국으로부터 빌린 돈을 갚겠다며 자국에 무이자로 돈을 빌려 달라고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그 돈을 모두 빌려주면, 자국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내일 중으로 협정서 체결을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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