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57화 (257/328)

[257화] 인센티브 (2)

“자오린 부총리님, 두 나라가 일대일로 프로젝트 탈퇴와 관련한 협정서 체결은 언제 하는 게 좋을까요?”

자오린 부총리는 입장이 애매했다.

일대일로 프로젝트는 외교부가 주관하고 있기 때문에 원칙적으로 자기가 개입해서는 안 된다.

하지만 방금 전에 내뱉은 발언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 개입했다고 선언한 것과 다름없었다.

자기가 개입해 봐야 득 될 것이 하나도 없는 상황.

뒤늦게 잘못을 깨닫고 발을 빼기 위해 급하게 말 한마디를 이어 붙였다.

“루사토 부통령님, 그 문제는 천 외교부장과 상의하시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의 말을 들은 루퍼트 장관은 난감하지 않을 수 없었다.

자오린 부총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 탈퇴와 관련한 권한을 천유런 외교부장에게 돌려주는 순간, 자신들이 세워 놓은 계획이 와르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만들기 위해서 재빨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자오린 부총리님, 시작을 하셨으면 끝을 보셔야 하는 것 아닙니까?”

“네? 이미 결론 난 게 아니었습니까?”

“케냐와 모잠비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데, 아직 마무리되지 않은 게 있어서 그럽니다.”

“그게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여기서는 말씀드릴 수 없고, 별도의 공간에서 둘이서 대화를 나눴으면 합니다.”

“그렇게 합시다.”

부속실로 자리를 옮긴 루퍼트 장관과 자오린 부총리는 예열 없이 곧바로 대화를 시작했다.

“루퍼트 장관님, 저한테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사실은 제가 케냐와 모잠비크 측으로부터 중국으로부터 빌린 부채를 탕감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았습니다.”

“네?!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십니까? 저는 얘기를 듣지 않은 것으로 하겠습니다.”

예상대로 자오린 부총리가 완강하게 나왔다.

하지만 이 정도에서 뒤로 물러날 루퍼트 장관이 아니었다.

“말이 안 되는 이유를 말씀해 보십시오.”

“부채를 탕감시켜 줄 수 있는 명분이 없잖아요.”

“명분은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저는 싫습니다.”

‘후후, 내가 이런 얘기를 꺼내도 싫다고 하실지 두고 봅시다.’

속으로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자오린 부총리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두 나라에서 자오린 부총리님께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제안해 왔습니다.”

“인센티브라니요?”

완강하게 버티고 있던 자오린 부총리의 목소리가 살짝 누그러졌다.

“두 나라의 부채를 탕감시켜 주는 비율에 따라서 자오린 부총리님의 개인 계좌로 인센티브를 지급해 드린다는 내용입니다.”

“흠흠, 구체적인 조건을 말씀해 보십시오.”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케냐는 150억 달러, 모잠비크는 110억 달러의 부채가 있다고 합니다. 부채를 50% 탕감시켜 주면 부채 금액의 2.5%를 인센티브로 지급하고, 전액을 탕감시켜 주면 5%를 인센티브로 지급해 준다고 합니다.”

“5%라…….”

자오린 부총리는 혼잣말을 내뱉으며 소파의 팔걸이를 손끝으로 톡톡 건드렸다.

타다닥, 타다닥.

루퍼트 장관은 그가 어떤 생각하고 있는지 빤히 알고 있었기 때문에 방해하지 않고 입을 닫았다.

잠시 후, 드디어 생각을 끝냈는지 자오린 부총리가 입을 열었다.

“루퍼트 장관님, 제가 말씀드리는 두 가지 조건을 수용해 주시면, 시쥔량 주석님께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어떤 조건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시쥔량 주석님을 설득할 수 있는 명분을 제공해 주시고, 인센티브는 두 배로 올렸으면 좋겠습니다.”

“명분은 저를 이용하면 될 것 같고, 인센티브 지급 비율에 대해서는 수용하겠습니다.”

“제가 루퍼트 장관님을 어떻게 이용해야 하는지 자세하게 말씀해 주십시오.”

“자오린 부총리님도 아시다시피 케냐와 모잠비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것은 기정사실입니다. 따라서 시쥔량 주석께서 컨펌해 준 사항을 제가 수용하지 않았다고 말씀드리면 될 것 같습니다.”

“아하! 그렇게 하면 되겠군요.”

“만약에 시쥔량 주석께서 자오린 부총리님의 의견에 의문을 품으면…….”

루퍼트 장관은 겨울과 호영에게 들은 아이디어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말했다.

“무슨 말씀인지 알았습니다.”

“장더강 부장은 반드시 걸고 넘어가십시오.”

“그야 물론이지요.”

이 말과 함께 자오린 부총리는 시쥔량 주석에게 전화 걸었다.

[자오린 부총리, 상황이 어떻습니까?]

“하아, 미치고 팔짝뛰고 싶은 심정입니다.”

[내가 컨펌해 준 내용을 루퍼트 장관이 동의해 주지 않았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케냐와 모잠비크는 이미 일대일로…….”

자오린 부총리는 루퍼트 장관에게 코치 받은 내용을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그대로 전달했다.

[자오린 부총리, 내가 어떻게 해 줘야 합니까?]

“루퍼트 장관의 구미를 당길 만한 당근을 제시해 주지 않으면, 장 부장의 헛짓거리가 국제사회에 공론화되는 것은 시간문제입니다.”

[그가 혹할 만한 당근이 있을까요?]

“케냐와 모잠비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우리나라에서 빌린 돈을 탕감해 주는 건 어떨까요?]

[두 나라에 부채를 탕감해 주는 건 루퍼트 장관에게 당근을 주는 게 아니잖아요.]

자오린 부총리는 루퍼트 장관의 선견지명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시쥔량 주석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주석님, 당근을 주는 게 맞습니다.”

[…나는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케냐와 모잠비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기 위해서 미국으로부터 제로금리에 가까운 수준으로 차관을 제공받기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두 나라의 부채를 탕감시켜 주면, 미국은 두 나라에 차관을 제공하지 않아도 됩니다. 때문에 당근을 제공하는 게 맞습니다.”

[흐음… 충분히 타당성 있는 얘기군요.]

“주석님께서 컨펌해 주시면, 루퍼트 장관과 다시 한번 협상을 시도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루퍼트 장관과 협상을 끝낸 후에 연락드리겠습니다.”

딸깍.

자오린 부총리가 전화를 끊자, 루퍼트 장관이 질문을 던졌다.

“자오린 부총리님, 어떻게 됐습니까?”

“주석님께서 컨펌해 주셨습니다.”

“하하, 잘됐군요.”

“이 모든 게 루퍼트 장관님의 아이디어 덕분입니다.”

“이제 회의실로 돌아가서 세 번째 안건에 대해서 논의해 보실까요?”

“아직 두 번째 안건을 마무리 짓지 못했잖아요?”

사실 루퍼트 장관이 이 얘기를 꺼낸 이유는 몰디브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시키기 위함과 인도와의 협상한 내용을 시쥔량 주석에게 보고하도록 만들기 위함이었다.

“시쥔량 주석님께 지금 전화하면, 저하고 짜고 치는 포커라고 의심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전화하는 게 맞습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루퍼트 장관은 회의실로 복귀하면서 협상이 타결됐다는 의미로 루사토 부통령과 칠리마 부통령에게 은밀하게 신호를 보냈다.

신호를 받은 두 사람은 고맙다는 의미로 루퍼트 장관에게 답신을 보내 주었고.

반면, 상황이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지 아무것도 모르는 천유런 장관은 자오린 부총리에게 중국어를 사용해서 질문을 던졌다.

“부총리님, 아직 마무리가 안 된 게 무엇인지 알려 주십시오.”

“이 모든 사태가 당신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것만 알고 있어.”

“제가 아니라 장 부장 때문 아닙니까?”

“당신이 루퍼트 장관을 납치하자고 결정 내리지 않았으면, 장 부장이 그런 헛짓거리를 했을 것 같아?”

“…죄송합니다.”

예상했던 대로 천유런 외교부장이 바로 꼬리를 말았다.

“당신 때문에 우리나라는 케냐와 모잠비크에 빌려준 돈을 탕감해 주게 생겼잖아.”

“네? 왜요?”

“두 나라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것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당신과 장 부장의 헛짓거리에 대한 보상을 따로 해달라잖아.”

“…죽을죄를 졌습니다.”

“나중에 따로 얘기하자고.”

천유런 부장과 간단하게 대화를 마무리한 자오린 부총리는 시선을 옮겨 루퍼트 장관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세 번째 안건에 대해서 논의해 보십시다.”

“자오린 부총리님, 테러범 소탕작전에 도움 주신 분들을 이 자리에 초대했으면 합니다.”

“CIA와 몰디브 경찰 말고 또 있습니까?”

“인도 정부가 도움을 줬습니다.”

“네? 인도 정부가요?”

“저희가 어떤 도움을 받았는지는 그분들께 직접 들어 보는 게 어떨까요?”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오는 사람들의 면면을 확인한 자오린 부총리는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섰다.

“싱 총리님, 오랜만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자오린 부총리님. 데사이 국장은 알고 계시죠?”

“네. 제가 작년에 인도를 방문했을 당시에 인사 나눴습니다.”

“자세한 대화는 앉아서 나눌까요?”

“네, 좋습니다.”

한껏 여유로운 태도로 옵저버석에 앉은 싱 총리는 푸근한 목소리로 파루마 경찰 국장에게 말을 건넸다.

“시작하십시오.”

“이제부터 천유런 외교부장님 구출 작전과 관련해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그저께 밤에 천 외교부장님이 괴한들한테 납치됐다는 신고를 접수받고 곧바로 대책 본부를 꾸렸습니다. 긴급회의를 진행하던 도중에 살라 대통령님께서 자국의 정보력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미국의 도움을 받는 게 어떻겠냐고 제안하셨습니다. 이에 루퍼트 장관님은 저희의 요청에…….”

자오린 부총리는 CIA가 천유런 외교부장 구출 작전에 동원된 이유를 이제야 명확하게 깨달았다.

만약에 CIA가 동원되지 않았더라면, 천유런 외교부장은 큰 봉변을 당했을 것이다.

하지만 인도 정보국이 동원된 이유는 여전히 의문이었다.

끓어오르는 궁금증을 참을 수 없어서 파루마 국장에게 인도 정보국이 동원된 이유를 직접 물었다.

“어제 오후에 파키스탄 방향에서 배 한 척이 빠른 속도로 남하하고 있다는 첩보를 CIA 측으로부터 전달받았습니다. 저희는 그 배가 천 외교부장님과 테러범들을 태우고 자국을 탈출할 배라고 판단 내렸고요. 하지만 자국은 그 배를 저지할 수 있는 해군력이 전무한 상황이라서 부득불 인도 정보국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 몰디브 경찰과 CIA는 위성을 통한 조사 끝에 테러범들이 본섬의 북부 지역에 은신해 있는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파루마 국장은 일어나지 않은 사건을 마치 눈앞에서 본 것처럼 실감나게 그려 나갔다.

“…저희는 모든 것을 감안해서 자정에 작전을 개시할 예정이었습니다. 그런데 돌발 상황이 발생했습니다.”

“어떤 돌발 상황입니까?”

“파키스탄에서 남하하던 모터보트 두 대가 빠른 속도로 테러범이 은신해 있는 곳으로 다가갔습니다. 놈들의 이중 작전에 속았다고 판단한 저희는 지체 없이 천 외교부장님 구출 작전에 돌입했습니다.”

“저희는 파루마 국장님의 요청을 받고 즉시 모터보트를 격침시켰습니다.”

파루마 국장의 뒤를 이어 데사이 국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아, 그래서 큰 폭음이 두 번 들렸구나.”

천유런 외교부장이 이제야 이해했다는 듯 혼잣말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파루마 국장은 알리바이가 제법 그럴듯하게 완성되어 가고 있다고 자평하며 말을 이어 나갔다.

“만약에 저희가 인도 해군의 도움을 받지 못했더라면, 천 외교부장님은 이 자리에 없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인도 해군이 모터보트를 격침시킴으로 인해서 탈출로가 막힌 테러범들은 입고 있던 폭탄 조끼를 터트려서 자폭했습니다. 저희와 CIA 요원들은 그 폭발에 휘말려 큰 피해를 입었습니다.”

“파루마 국장님, 피해 상황이 어떻습니까?”

“저희 몰디브는 사망이 일곱 명, 중경상이 여덟 명입니다. 이에 비해 CIA는 사망 없이 중경상이 다섯 명입니다.”

“아이고, 저런…….”

자오린 부총리가 안타깝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자오린 부총리님, 걱정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희가 병문안을 갔으면 좋겠는데, 가능할까요?”

파루마 국장은 이런 질문이 나올 것이라 예상하고 미리 답변을 준비해 놓았다.

“치료를 받기 위해서 이미 미국으로 후송된 상태입니다.”

“아, 그렇군요.”

“천 외교부장님을 구출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사고이기 때문에 사망자에 대한 위로금과 부상자들에 대한 치료비는 중국 정부가 부담해 주셨으면 합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요.”

드디어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루퍼트 장관이 입을 열었다.

“자오린 부총리님, 부속실에서 미국, 인도, 중국, 몰디브의 4자 대표회담을 진행했으면 합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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