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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56화 (256/328)

[256화] 인센티브 (1)

사실 루퍼트 장관이 통 큰 모습을 보여 준 이유는 자오린 부총리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서 얻어 낼 것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 사실을 까마득하게 모르고 자오린 부총리는 화통하게 웃고 있지만.

루퍼트 장관은 마음씨 좋은 이웃 아저씨의 표정으로 자오린 부총리와 대화를 계속 이어 나갔다.

“아차! 자오린 부총리님, 장 국장님을 비롯한 중국 정보국 요원들의 호텔 숙박비는 중국 정부가 부담해 주셔야 합니다.”

“그야, 물론입니다.”

그때, 주어진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하마드 부통령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입을 열었다.

“자오린 부총리님, 미국은 몰라도 몰디브에는 별도로 보상을 해 주셔야겠습니다.”

“네? 보상이라뇨?”

미국이라는 큰 산을 넘어서 다행이라 생각하고 있던 자오린 부총리는 뜻밖의 말에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CIA와 중국의 정보국 요원들의 교전 과정에서 자국의 차량들과 건물들이 다수 파손된 상태입니다. 원인 제공자가 보상하는 것이 타당하다 판단됩니다.”

“어이쿠, 당연히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저희한테 빌려 간 무기류도 반납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스미스 팀장이 조용히 발언권을 요청했다.

“하마드 부통령님, 중국 정보국 요원들이 소지하고 있던 무기류는 저희가 압수해서 폐기 처분했습니다. 따라서 중국 측에 무기류에 대한 보상도 청구하셔야 할 겁니다.”

사실 CIA가 압수한 무기류는 몰디브 정부에 진즉에 반납된 상태였다.

하마드 부통령은 스미스 팀장에게 은밀히 고맙다는 신호를 보내 준 후, 자오린 부총리에게 말을 건넸다.

“자오린 부총리님, 무기류와 관련해서 저희한테 보상해 주셔야 하는 금액은 모두 1억 달러입니다.”

“1억 달러라고요?!”

예상치 못한 엄청난 금액에 자오린 부총리는 입을 쩍 벌리며 물었다.

“제가 천 외교부장님에게 무기를 분실하면, 페널티로 1억 달러를 청구하겠다고 전제 조건을 걸었습니다. 저희의 제안에 대해서 천 외교부장님은 흔쾌히 동의하셨고요.”

“천 외교부장, 하마드 부통령님의 말씀이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천유런 외교부장이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자오린 부총리는 천유런 외교부장의 헛짓거리에 화가 치밀어 올랐지만, 지켜보는 사람들 때문에 그냥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하마드 부통령님, 1억 달러도 보상해 드리겠습니다.”

“자오린 부총리의 통 큰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하… 별말씀을요.”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루퍼트 장관이 입을 열었다.

“자오린 부총리님, 잠깐 쉬었다가 협상을 진행할까요?”

“네? 협상을 시작한 지 겨우 한 시간도 지나지 않았습니다만?”

“제가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를 곰곰이 생각해 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그때, 천유런 외교부장이 자오린 부총리의 발을 툭 건드렸다.

즉, 자기에게 할 말이 있다는 뜻.

“으음, 그렇게 합시다.”

“휴식 시간은 30분이면 충분하겠죠?”

자오린 부총리보다 천유런 외교부장의 입이 먼저 열렸다.

“루퍼트 장관님, 혹시 모르니까 넉넉잡고 한 시간을 주십시오.”

“역시 천 외교부장님은 센스가 무척 뛰어나시군요. 휴식 장소는 이곳을 사용하십시오.”

“루퍼트 장관님, 장 국장은 협상에 참여할 자격이 없으니까 데리고 퇴장해 주십시오.”

“하하하, 원하는 대로 하겠습니다.”

루퍼트 장관이 일행들과 함께 퇴장하자, 자오린 부총리는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한마디 내뱉었다.

“당신이 협상 대표야?”

“부총리님, 시간이 없어서 제가 월권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한테 하고 싶은 얘기가 뭐야?”

“그 전에 루퍼트 장관의 의도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빨리 얘기해 봐.”

“저희는 루퍼트 장관과의 내기를 제 일탈 사건으로 몰아서 무효화시키기로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루퍼트 장관의 납치 사건에 장더강 부장이 개입함으로 인해서 무효화가 불가능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아하! 천 외교부장이 내기에서 진 책임을 장 부장한테 돌리라는 말이지?”

“정확하게 보셨습니다.”

짧게 생각에 잠겼다가 자오린 부총리는 핸드폰을 손에 쥐고 버튼을 눌렀다.

[자오린 부총리님, 몰디브에는 잘 도착하셨습니까?]

“몰디브에는 진즉에 도착했고, 루퍼트 장관과 협상을 시작한지 한 시간이나 넘게 지났습니다.”

[자오린 부총리님, 목소리에 가시가 있는 것 같은데,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장 부장님 때문에 모든 상황이 꼬여 버렸는데, 기분이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시는 겁니까?]

“루퍼트 장관 납치 미수사건이 암살 미수 사건으로 변했다는 말입니다.”

[…….]

장더강 부장에게서 아무런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그만큼 상황이 위중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리라.

“우리들은 천 외교부장의 개인적인 일탈 사건으로 치부하고 뭉개려고 했는데, 장 부장님이 개입하는 바람에 사건이 일파만파 커졌습니다.”

[…….]

“루퍼트 장관은 주석님이 개입했다고 의심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 아닙니다. 주석님은 전혀 모르고 계십니다.]

당황해하는 장더강 부장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 들려왔다.

“장 부장님, 도대체 킬러를 보낸 이유가 뭡니까?”

[장 국장이 루퍼트 장관을 납치하지 못하면, 부상을 입히려고 보낸 겁니다.]

“그렇다면, CIA 놈들에게 체포되지나 말았어야죠?”

[그 점에 대해서는 제가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루퍼트 장관은 이 문제를 국제사회에 공론화시키겠다면서 잔뜩 벼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를 어떻게 했으면 좋겠습니까?”

[자오린 부총리님, 좋은 해법이 없습니까?]

“한 가지 방법이 있기는 합니다만…….”

[어떤 방법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마음 급한 장더강 부장이 자오린 부총리의 말을 중간에서 끊었다.

‘이놈아, 이번 기회에 피똥을 한번 싸 봐라.’

속으로 쾌재를 부르며 장더강 부총리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루퍼트 장관이 몰디브로 급하게 날아온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천 외교부장에게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케냐와 모잠비크를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것을 인정해 주고, 루퍼트 장관의 암살 미수 사건을 덮었으면 합니다. 제 생각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자오린 부총리님의 의견에 적극 동의합니다만, 루퍼트 장관이 수용하려고 할까요?]

“그 문제는 제가 루퍼트 장관과 담판을 지어 볼 테니까, 장 부장님은 주석님께 컨펌을 받아 주십시오.”

[제가 언제까지 확답을 드리면 됩니까?]

“아무리 늦어도 한 시간을 넘으면 안 됩니다.”

[어이쿠, 시간이 별로 없네요. 전화 끊겠습니다.]

뚝.

마음 급한 장더강 부장이 전화를 일방적으로 끊어 버렸다.

“이놈아, 오늘이 네놈 제삿날이라는 사실만 알고 있어라.”

* * *

한편, 옆 회의실에서 자오린 부총리가 통화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칠리마 모잠비크 부통령은 루퍼트 장관에게 말을 걸었다.

“장관님, 장더강 부장이 시쥔량 중국 주석을 설득할 수 있을까요?”

“그가 시쥔량 주석을 설득하는 것과 상관없이 모잠비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한다는 사실은 변함없을 겁니다.”

“우리나라도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다섯 나라처럼 부채를 탕감 받을 수는 없겠죠?”

“다섯 나라처럼 특별한 이슈거리가 있으면 얼마든지 가능하겠지만, 현재로서는 힘들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겨울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입을 열었다.

“루퍼트 장관님, 밑져야 본전인데, 말이라도 꺼내 보는 게 어떨까요?”

“한 부사장님,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는 겁니까?”

“장관님이 자오린 부총리의 엉덩이를 살살 긁어 주면서…….”

겨울의 설명을 듣고 있던 호영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때문에 그의 설명이 끝나기를 기다렸다가 재빨리 발언권을 요청했다.

“장 부사장님, 자오린 부총리가 청렴결백한 편입니까?”

“천 외교부장보다 더 썩은 인간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나저나 저한테 그걸 묻는 이유가 뭡니까?”

“인센티브 제도를 자오린 부총리에게 도입하면 어떨까 해서요.”

“음? 빨리 얘기해 보세요.”

잔뜩 호기심을 느낀 루퍼트 장관이 상체를 호영에게 기울이며 관심을 나타냈다.

“어차피 케냐와 모잠비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기 위해서는 부채를 상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점을 이용해서…….”

루퍼트 장관은 호영의 아이디어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만약에 그의 아이디어가 제대로 실현되면, 관련되어 있는 당사자들 모두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이 문제는 자기가 독단으로 결정할 수 없었다.

“칠리마 부통령님, 루사토 부통령님, 정 이사의 아이디어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무조건 찬성합니다.”

“우리 케냐도 마찬가지입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제가 두 나라를 위해서 최선을 다해 보겠습니다.”

“저는 케냐와 모잠비크가 진심으로 부럽습니다.”

일련의 상황을 지켜보고 있던 하마드 부통령이 넋두리를 내뱉었다.

“하마드 부통령님, 몰디브도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무사히 탈퇴시켜 드릴 테니까, 염려하지 마십시오.”

“루퍼트 장관님, 우리나라도 부채 탕감은 어렵겠지요?”

“저는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방법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자오린 부총리가 누군가에게 전화 받는 모습이 모니터에 보였기 때문에 두 사람의 대화는 더 이상 이어지지 못했다.

“네. 주석님.”

[자오린 부총리, 방금 전에 장 부장한테 보고받았습니다. 자오린 부총리의 생각을 듣고 싶습니다.]

‘주석님, 이미 그 문제에 대해서는 상황이 종결된 상태입니다.’

이 말을 마음속으로 품은 채 시쥔량 주석의 질문에 대답했다.

“루퍼트 장관에 대한 암살 미수 사건이 국제사회에 공론화되면 사건이 일파만파 커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을까요?]

“루퍼트 장관은 틀림없이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연관시킬 게 분명합니다. 그렇게 되면 주석님이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가 치명상을 입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흐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군요.]

“주석님, 저희한테 주어진 시간이 별로 없습니다.”

[내가 컨펌해 주면, 루퍼트 장관을 설득할 수 있습니까?]

자오린 부총리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작은 틈 하나를 만들어 놓았다.

“루퍼트 장관에게 말을 꺼내지 않은 상태라서 확답드릴 수는 없습니다만, 최선을 다해서 설득해 보겠습니다.”

[전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 바로 연락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딸깍.

그때, 천유런 외교부장이 재빨리 질문을 던져 왔다.

“부총리님, 어떻게 됐습니까?”

“주석님이 컨펌해 주셨어.”

“휴우, 정말 다행이네요. 그나저나 장 부장에 대해서 언급하지 않은 이유가 무엇입니까?”

“한꺼번에 모든 것을 집어삼키려면, 배가 터질 수 있어.”

“아, 무슨 말씀인지 감 잡았습니다.”

“루퍼트 장관한테 전화해서 협상을 재개하자고 해.”

“네, 알겠습니다.”

* * *

“자오린 부총리님, 표정이 밝아 보이는데, 기분 좋은 일이라도 있었습니까?”

루퍼트 장관이 자리에 앉으며 덕담을 건넸다.

“휴식을 취했더니 컨디션이 조금 회복돼서 그런 것 같습니다.”

“아직 30분밖에 시간이 지나지 않았는데, 조금 더 휴식을 취하지 그러셨습니까?”

“저는 일거리를 쌓아 놓고 휴식을 취할 만큼 느긋한 성격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두 번째 안건인 천 외교부장과의 내기에 대해서 논의하자는 뜻으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자오린 부총리님, 내기 당사자인 케냐의 루사토 부통령님과 모잠비크의 칠리마 부통령님을 이 자리에 모시고, 대화를 나누는 게 어떻겠습니까?”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잠시 후, 회의실에 입장한 두 사람은 자오린 부총리 등과 인사를 나누고, 옵저버석에 착석했다.

“자오린 부총리님, 내기 건과 관련해서 중국 정부의 입장을 말씀해 보시오.”

“우리 중국 정부는 루퍼트 장관님과의 내기에서 졌다고 공식적으로 인정합니다. 그리고 케냐와 모잠비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것에 대해서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자오린 부총리님, 중국 정부의 결단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저희 모잠비크도 같은 입장입니다.”

루사토 부통령과 칠리마 부통령이 진심을 담아서 한마디 건넸다.

“하하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비록 완전하지는 않지만, 케냐와 모잠비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무사히 탈퇴하게 되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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