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55화 (255/328)

[255화] 예상치 못한 변수

샹그릴라 호텔.

루퍼트 장관과의 협상을 위해서 회의실 문을 열고 들어간 자오린 부총리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협상에 참여 자격이 없는 몰디브의 하마드 부통령과 파루마 국장이 ‘ㄷ’자 테이블의 한쪽을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확인하기 위해서 하마드 부통령에게 다가가 물었다.

“부통령님께서는 이곳에는 어쩐 일이십니까?”

“루퍼트 장관님께 옵저버 자격으로 협상에 참여해 달라고 요청받았습니다.”

“공항에서 저를 만났을 때 그 얘기를 하지 않은 이유가 뭡니까?”

“자오린 부총리님께서 묻지 않는데, 제가 굳이 먼저 나서서 말씀드릴 필요 없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하마드 부통령의 말이 타당했기에 자오린 부총리는 트집거리를 찾을 수 없었다.

“하여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오늘 중립적인 위치를 견지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그야 물론입니다.”

하마드 부통령과 간단한 대화를 끝내고 지정된 자리에 착석한 자오린 부총리는 문득 궁금해졌다.

“천 외교부장, 옵저버 측에 의자가 여섯 개가 놓여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천유런 외교부장은 비어 있는 네 자리 중에서 두 자리는 칠리마 탄자니아 부통령과 루사토 케냐 부통령이 차지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나머지 두 자리는 누가 앉을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러나 자신의 생각을 밝혀 봐야 도움될 것이 하나 없기 때문에 입을 다물기로 결정했다.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때, 회의실 문이 열리고 루퍼트 장관, 타일러 대사, CIA의 스미스 팀장, 통역이 들어왔다.

자리에서 일어난 자오린 부총리는 루퍼트 장관을 향해 손을 내밀며 인사말을 건넸다.

“루퍼트 장관님, 오랜만입니다.”

그러자 통역이 자오린 부총리의 인사말을 루퍼트 장관에게 건넸다.

“자오린 부총리님,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이번에는 중국 측 통역을 통해 루퍼트 장관의 인사말이 자오린 부총리에게 전해졌다.

이렇게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이유는 미국과 중국 사이의 정식 협상이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상견례가 끝나고 본격적인 협상이 시작됐다.

칼자루를 쥐고 있는 루퍼트 장관이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오늘 자오린 부총리님과 다뤄야 할 안건은 모두 세 가지입니다.”

자오린 부총리는 세 건의 안건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루퍼트 장관 납치미수 사건, 천유런 외교부장과 루퍼트 장관의 내기, 천유런 외교부장 구출 당시에 발생한 사건.

세 건의 안건 모두 자신들에게 매우 불리했기 때문에 최대한 축소할 필요가 있었다.

“이 자리는 루퍼트 장관님에 대한 납치미수 사건만 다루는 게 아니었습니까?”

“저도 그럴 생각이었습니다만, 다른 두 건의 안건도 상당히 심각해서 어쩔 수 없이 다루게 됐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 양해 바랍니다.”

역시 씨알도 먹히지 않았다.

자오린 부총리는 다른 두 건의 안건에 대해서도 대책을 수립해 놓은 상태였기에 쿨하게 그의 주장을 수용했다.

“좋습니다. 세 가지 안건을 모두 다뤄 보도록 합시다.”

“역시 화끈하시군요. 먼저 저에 대한 납치미수 사건에 대해서 대화를 나눠 봅시다. 이 사건의 범인인 장쉬엔량 국장을 이 자리에 불렀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장쉬엔량 국장이 CIA 요원과 함께 회의실 문을 열고 입장했다.

그는 자오린 부총리가 협상에 참여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전혀 놀라지 않고 침착한 자세로 인사한 후, 비어 있는 옵저버 자리에 앉았다.

루퍼트 장관은 지체하지 않고 그에게 질문을 던졌다.

“장 국장님, 저를 납치하려고 한 이유는 무엇입니까?”

“천 외교부장님이 루퍼트 장관님의 내기에서 이기도록 만들기 위함이었습니다.”

“어떤 내기인지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천 외교부장님과 루퍼트 장관님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케냐와 모잠비크 부통령님께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 여부를 물어보는 거였습니다.”

“내기에서 질 것 같아서 저를 납치하려 한 것입니까?”

‘YES’라고 대답하고 싶었지만, 자오린 부총리가 두 눈을 부릅뜨고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그렇게 대답할 수는 없었다.

“저는 천 외교부장님이 내기에서 진다고 생각조차 해 보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자신만만하다면, 저를 납치할 필요가 있었을까요?”

“만약에 발생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줄여 보고자 한 거였습니다.”

“알겠습니다. 저에 대한 납치미수 사건에 천 외교부장님과 왕 국장님이 개입되어 있지 않습니까?”

장쉬엔량 국장은 이 순간이 상당히 중요한 순간이라고 판단했다.

자기가 어떻게 대답하느냐에 따라서 세 사람의 운명이 결정되기 때문에.

‘사건을 키워 봐야 득 될 것이 없으니까, 내가 모두 안고 가지 뭐.’

마음속으로 결정을 내리고 루퍼트 장관의 질문에 대답했다.

“제가 독단적으로 결정해서 실행에 옮겼기 때문에 두 분은 전혀 모르고 있었을 겁니다.”

“흐흠, 그래요?”

루퍼트 장관이 이 말과 함께 시선을 하마드 부통령에게 옮기며 물었다.

“그날 밤의 일들을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천 외교부장님이 저한테 전화를 걸어서 루퍼트 장관님이 묵고 있는 호텔이 어디인지 물었습니다. 그리고 무기를 불출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청했습니다.”

“천 외교부장님이 뭐라고 하면서 물었습니까?”

“루퍼트 장관님과 아침식사를 같이해야…….”

하마드 부통령은 천유런 외교부장과의 통화 내용을 사실에 입각해서 자세하게 밝혔다.

“저한테 직접 전화해도 될 텐데, 하마드 부통령님께 전화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십니까?”

“저도 그게 궁금해서 물어봤는데, ‘루퍼트 장관님과 좋지 않게 헤어져서’라고 얘기했습니다.”

“알겠습니다. 천 외교부장님이 무기를 불출해 달라고 요청한 이유는 뭐라고 했습니까?”

“중국 정보국 요원들이 안가를 경비하기 위함이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어떤 조치를 취했습니까?”

“우리나라 경찰들이 물샐틈없이 경비를 서고 있다면서 만류했지만, 강력하게 요청하는 바람에 조건을 걸어서 동의해 줬습니다.”

“어떤 조건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 말씀드리기에는 곤란한 측면이 있습니다.”

“답변 감사합니다.”

하마드 부통령과 대화를 마무리한 루퍼트 장관은 단호한 어조로 말을 내뱉었다.

“장 국장님, 이래도 천 외교부장이 모른다고 할 수 있습니까!”

“…….”

할 말이 없다는 듯 장쉬엔량 국장이 아예 말문을 닫았다.

하지만 루퍼트 장관은 그의 묵비권을 인정할 수 없다는 듯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장 국장님, 저를 납치하는 데 저격용 소총이 필요한 이유를 말씀해 보세요.”

“네?!”

장쉬엔량 국장과 파루마 국장이 동시에 놀라 소리쳤다.

싸늘한 표정을 풀지 않은 루퍼트 장관은 지체하지 않고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스미스 팀장, 당시에 어떤 상황이 발생했는지 설명해 주세요.”

“저희가 체포한 중국의 정보국 요원 중에 한 명이 저격용 소총을 소지하고 있었습니다.”

“파루마 국장님, 깜짝 놀라신 이유가 뭡니까?”

“저희 몰디브 경찰은 장 국장님께 저격용 소총을 지급한 적이 없습니다.”

“그럼 정보국 요원은 저격용 소총을 어디서 구했을까요?”

“…전혀 모르겠습니다.”

파루마 국장의 대답을 들은 루퍼트 장관은 장쉬엔량 국장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물었다.

“장 국장님, 어떻게 된 영문인지 해명해 보십시오.”

장쉬엔량 국장은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루퍼트 장관을 납치하지 못할 경우를 대비해서 저격용 소총이 동원된 것이 틀림없었다.

다음 날 약속 장소에 모습을 드러낼 수 없도록 부상을 입힐 용도로 마련한 것이리라.

문제는 저격용 소총이 동원된 사실을 자기는 까마득하게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또한 정보국 요원이 저격용 소총을 어떤 경로를 통해서 구입했는지도 미스터리였다.

그러다가 문득 머릿속에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다.

“스미스 팀장님, 저격용 소총을 소지하고 있던 정보국 요원의 이름을 알려 줄 수 있습니까?”

“리수엔창이었습니다.”

“리수엔창이라… 제가 데리고 온 정보국 요원들 중에 그런 이름을 가진 사람은 없습니다.”

“그렇다면… 천 외교부장의 수행원이라는 말입니까?”

“확인해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상황이 심각하다고 판단한 자오린 부총리는 똥 씹은 표정으로 앉아 있는 천유런 외교부장에게 중국어를 사용해서 말을 걸었다.

“당신은 어떤 상황인지 알고 있지?”

불행하게도 천유런 외교부장은 그날 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상세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장쉬엔량 국장과 루퍼트 장관 납치 작전에 대한 회의를 진행하던 도중에 중국 정보국을 책임지고 있는 장더강 부장에게 전화를 받았으니까.

그는 케냐와 모잠비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지 못하도록 반드시 막으라는 시쥔량 주석의 지시를 전해 왔다.

마침 잘됐다 싶어서 루퍼트 장관과 한 내기와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전에 대해 언급했더니, 그는 자기에게 도움을 주겠다는 말을 남기고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알고 보니 그 도움이란 저격용 소총으로 루퍼트 장관을 부상 입힌다는 뜻이리라.

천유런 외교부장은 그와 통화 한 내용을 자오린 부총리에게 상세하게 보고했다.

“…저격용 소총을 소지한 정보국 요원은 예전부터 몰디브에서 활동하고 있던 요원 같습니다.”

자오린 부총리의 머릿속은 큰일 났다는 생각이 가득 들어찼다.

천유런 외교부장의 말이 맞다면, 루퍼트 장관의 납치 사건에 자국 정부가 정식으로 개입한 꼴이나 마찬가지였으니까.

그럼으로 인해서 천유런 외교부장의 개인 일탈로 몰아가려는 자신들의 계획은 사상누각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일단 자신들이 수립해 놓은 계획을 고수해 보고, 죽어도 안 되겠다 싶으면 잘못을 인정하기로 마음먹었다.

“루퍼트 장관님, 리수엔창이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은 천 외교부장의 수행원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그자가 단독으로 행동했다고 봐야 합니까?”

“현재로서는 그렇습니다.”

“리수엔창이 누군가의 명령을 받아서 저를 암살하려 했다고 판단하면 될까요?”

“네?! 암살이라뇨?”

화들짝 놀란 자오린 부총리가 놀란 토끼 눈을 하며 물었다.

“장 국장의 작전이 실패하면, 저격용 소총으로 저를 암살하려고 한 것이잖아요. 그래야 다음 날에 약속 장소에 나갈 수 없으니까요. 제 추측이 틀렸습니까?”

“…그 점에 대해서는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모든 것이 틀렸다고 판단한 자오린 부총리는 꼬리를 바닥까지 내렸다.

“천 외교부장님, 모든 사건에 대한 진상을 밝혀 보세요.”

“루퍼트 장관님을 납치하라고 지시 내린 것은 제가 맞지만, 저격하라고 지시 내리지는 않았습니다.”

“그럼 누구입니까?”

“루퍼트 장관님의 납치 계획을 장더강 정보국 부장에게 얘기해 준 적이 있습니다.”

“자, 말씀해 보시죠. 저에 대한 납치와 암살 계획에 중국 정부가 개입되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합니까?”

“그 질문에 대해서 답변할 수 있는 권리는 저한테 없습니다.”

천유런 외교부장이 뜨거운 감자를 자오린 부총리에게 던져 버렸다.

“하아…….”

도저히 버틸 재간이 없던 자오린 부총리는 한숨과 함께 고개를 아래위로 끄덕였다.

“자오린 부총리님께서 모든 사실을 인정하셨기 때문에 저에 대한 납치와 암살 미수 사건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물론 중국 정부 측에 사과와 보상도 요구하지 않겠습니다.”

자오린 부총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미국 국무장관을 납치 및 암살 시도는 상당히 엄중한 사건이다.

따라서 납치 미수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서 허겁지겁 몰디브로 날아온 것이고.

그런데 루퍼트 장관은 그 사건보다 더 엄중한 암살 시도 사건까지 덮어 줄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으로는 고마웠지만, 또 한편으로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둘 수가 없었다.

그가 이렇게 결정한 이유를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사과는 자오린 부총리님께서 방금 전에 하셨기 때문에 그것으로 갈음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를 포함한 우리나라 사람들의 피해가 없었기 때문에 보상받을 이유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루퍼트 장관님의 통 큰 결정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설마하니 저하고 합의한 내용을 본국에 그대로 통보하는 것은 아니시겠죠?”

자오린 부총리는 루퍼트 장관의 의도를 단숨에 눈치챘다.

이 사건을 이용해서 자기와 사이가 좋지 않은 장더강 정보국 부장을 코너로 밀어 넣으라는 뜻이었다.

“하하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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