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53화 (253/328)

[253화] 꾀병에 대처하는 방법

제법 길던 겨울의 설명에 이어 CIA의 스미스 팀장이 루퍼트 장관의 납치 미수사건에 대해 설명했다.

그리고 그다음으로 천유런 외교부장 납치 사건에 대해서는 데사이 국장이 설명을 이어 갔다.

“…해서 저희는 폭사한 것으로 처리된 상태입니다.”

“으음… 데사이 국장님, 천 외교부장이 의심하지 않을까요?”

“그 질문에 대해서는 제가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천유런 외교부장 구출 작전에 참여한 파루마 국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저희도 그 점이 걱정돼서 천 외교부장에게 여러 번에 걸쳐 확인해 봤는데, 전혀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중국 정부가 천 외교부장 납치 사건을 조사하려 들지 않을까요?”

“아마 조사하지 않을 겁니다. 가장 큰 이유는 사건의 당사자인 천유런 외교부장이 조사를 꺼리기 때문입니다. 설령 중국 정부가 조사한다 하더라도 아무런 증거를 찾아낼 수 없을 겁니다.”

“네? 그건 또 무슨 뜻입니까?”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오코사 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표면적으로 중국 정부는 천 외교부장 납치 사건과 관련해서 보상금을 한 푼도 지급하지 않았습니다. 그리니 이 사건이 언론에 오르락내리락하면 좋을 게 하나 없다고 판단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숨기려고 들 겁니다.”

“하긴… 그렇겠네요. 그나저나 천 외교부장은 지금 뭐 하고 있습니까?”

“심신안정을 취해야 한다는 이유로 병원에 입원한 상태입니다.”

“다친 곳이 없다고 하지 않았나요?”

“자오린 부총리와의 대면을 가급적 늦추기 위해서 꾀병을 부리고 있는 겁니다.”

“하여간… 정말 가지가지 하는 인간이네요.”

“아마 꾀병도 오래가지 못할 겁니다. 병원비가 비싸서라도 자오린 부총리를 마중하러 공항에 나가야 할 겁니다.”

“네? 병원비라뇨?”

“하마드 부통령님은 천 외교부장에게…….”

파루마 국장은 천유런 외교부장에게 확인서를 받은 내용과 병원에서 빨리 퇴원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언급했다.

“조금 있으면 아마 씩씩대며 퇴원할 겁니다.”

“그 자리에 저희가 없는 게 안타깝네요.”

“후후, 지금 감시 카메라로 촬영하는 중입니다. 나중에 한가할 때 보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알았어요. 음, 이렇게 되면 천 외교부장이 하마드 부통령님께 화풀이하려 들지 않을까요?”

“그에 대한 대책도 이미 완벽하게 수립해 놓은 상태이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정말 다행이네요.”

오코사 실장의 뒤를 이어서 칠리마 모잠비크 부통령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루퍼트 장관님, 자오린 부총리를 몰디브로 부른 목적을 알려 주십시오.”

“장쉬엔량 국장을 포함한 정보국 요원들의 몸값을 받아 내려는 목적과 모잠비크, 케냐, 몰디브를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완벽하게 탈퇴시키기 위함입니다.”

“저희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문제는 어제 천 외교부장과의 내기에서 이긴 것으로 끝나지 않았습니까?”

“세 나라와 중국 정부 사이에 협정서에 사인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완벽하게 탈퇴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감 잡았습니다.”

더 이상 질문이 나오지 않자, 신지훈 실장이 다시 입을 열었다.

“루퍼트 장관님과 자오린 부총리와의 담판이 끝나기 전까지는 TTM의 진행이 어려울 것 같습니다. 그래서 TTM 시작 시간을 내일 오전으로 연기했으면 하는데,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 모잠비크는 찬성합니다.”

“우리 우간다도…….”

칠리마 부통령을 시작으로 인도의 샤르마 장관까지 신지훈 실장의 의견에 힘을 실었다.

“루퍼트 장관님과 자오린 부총리가 담판이 벌어지는 회의실의 옆에 있는 회의실을 저희가 임대한 상태입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는 분들은 그곳에서 세기의 담판을 지켜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하하하, 알았어요.”

* * *

왕지쉰 국장은 미치고 팔짝 뛰고 싶은 심정이었다.

몰디브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자오린 부총리를 마중하러 떠나야 하는 시간은 째깍째깍 다가오고 있는데, 천유런 외교부장은 공항에 나갈 생각이 없다는 듯 병상에서 뭉그적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공항에 나가지 않으면, 자오린 부총리가 쏟아 내는 화는 온전히 자기의 몫으로 돌아온다.

절대로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외교부장님, 이제 공항으로 출발해야 할 시간입니다.”

“왕 국장, 내가 테러범들한테 납치됐다가 구사일생으로 풀려났다는 거 모르나? 심리적으로 안정이 안 된 상태니까 왕 국장이 알아서 부총리님을 잘 영접하라고.”

‘인간아, 꾀병이라는 거 내가 모를 것 같아?’

이제는 극약 처방밖에 도저히 방법이 없었다.

“외교부장님, 공항에 나가지 않으면, 부총리님한테 봉변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그건 또 무슨 소리야?”

“부총리님이 오시는데, 몰디브 정부 측에서 가만히 있겠습니까? 틀림없이 하마드 부통령이 부총리님을 영접하러 공항에 나갈 겁니다. 두 분은 자연스럽게 외교부장님 납치 사건과 관련한 대화를 나눌 겁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

“부총리님은 하마드 부통령에게 외교부장님의 상태를 물어볼 것이 확실합니다.”

천유런 외교부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하마드 부통령이 거짓을 얘기할 이유가 뭐가 있겠는가.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게 되어 있다.

그런 상황이 벌어지면, 괘씸죄까지 추가돼 가중처벌까지 받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자신에게 돌아오는 처벌을 최대한 축소하기 위해서라도 자오린 부총리를 영접하러 공항에 나가는 게 맞았다.

“왕 국장, 빨리 공항으로 출발하자고.”

‘진작 그렇게 나올 것이지.’

속으로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천유천 외교부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옷을 갈아입고 계십시오. 저는 외교부장님의 병원비를 결제하러 내려갔다 오겠습니다.”

“뭐야! 공짜가 아니었어?”

천유런 외교부장이 화들짝 놀라며 물었다.

왕지쉰 국장은 오늘 아침에 있던 일을 머릿속에 떠올렸다.

천유런 외교부장을 병문안 하러 온 하마드 부통령과 파루마 국장이 자기를 따로 부르더니 조용히 병원비 얘기를 꺼내 들었다.

병원비가 공짜가 아니란다.

그 이유를 따져 물었더니, 몰디브 정부로부터 초대받지 않은 불청객이지 않냐면서 오히려 당당하게 나왔다.

그의 주장에 틀린 것이 없었기 때문에 쫀쫀하게 굴지 않고 그의 의견을 수용하기로 결정한 상태였고.

“저희는 몰디브 정부로부터 초대받은 손님이 아니라 휴가 온 관광객이기 때문에 병원비를 부담해야 한답니다.”

“에이, 좀스러운 인간들…….”

“입원비가 나와 봐야 얼마나 나오겠습니까? 조금만 기다리십시오.”

천유런 외교부장은 초조감이 엄습해 왔다.

병원비를 결제하기 위해서 왕지쉰 국장이 병실 문을 나선 지 벌써 20분이 지나가고 있었지만,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더 이상 지체했다가는 자오린 부총리보다 공항에 늦게 도착할 수도 있는 상황.

휴대폰이라도 있으면 전화해서 이유를 물어보겠지만, 테러범들한테 빼앗긴 지 오래였다.

“도대체 이 인간은 뭐 하는 거야!”

쾅!

그의 말이 끝나자마자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 있는 왕지쉰 국장이 씩씩대며 병실 문을 거칠게 열고 들어왔다.

“왕 국장, 무슨 일이야?”

“시간이 없으니까, 공항으로 이동하며 말씀드리겠습니다.”

“아, 알았어. 빨리 출발하자고.”

천유런 외교부장은 차에 오르자마자 다물고 있던 입을 빠르게 열었다.

“왕 국장, 이제 얘기해 봐.”

“병원 놈들이 외교부장님의 병원비로 무려 100만 달러를 청구했습니다.”

“뭐라고?!”

예상치 못한, 엄청난 금액에 천유런 외교부장은 말문이 컥 막혔다.

“저도 어처구니가 없어서 물어봤더니, 외교부장님을 검진하기 위해서 첨단 의료기기를 동원했고 특진비용이 추가됐답니다.”

“이런 날강도 같은 놈들!”

“하, 지금까지 살면서 그렇게 지독한 놈들은 처음 본 것 같습니다.”

“아니, 그래서? 설마 100만 달러를 결제했어?”

“그러지 않으면 퇴원시켜 줄 수 없다고 하는데, 어쩌겠습니까?”

“빠드득! 내가 이놈들을 가만히 내버려 두면 사람이 아니다……!”

말레 국제공항의 입국장에 도착한 천유런 외교부장은 눈에 쌍심지를 키고, 하마드 부통령부터 찾았다.

마침 저 앞에 하마드 부통령과 파루마 국장이 걸어가고 있었다.

빠른 걸음으로 그에게 다가가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한순간에 표출했다.

“하마드 부통령님, 중국의 외교부장인 제가 만만해 보입니까?”

“네? 갑자기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하마드 부통령은 모든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시치미를 똑 떼고 대답했다.

“병원에서 저한테 병원비로 무려 100만 달러를 청구했다는 것 말입니다.”

“…병원비 문제는 제가 아니라 병원 측에 따져야 하는 거 아닙니까?”

“병원비를 청구한 것 자체가 잘못 아닙니까?”

“저희가 병원비를 청구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왕 국장님께 자세히 설명해 드렸는데… 듣지 못하셨나 봅니다?”

“아니, 듣기는 들었지만…….”

“고작 100만 달러 가지고 대중국의 외교부장님께서 너무 속 좁게 구시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병원비는 천 외교부장님의 개인 돈으로 부담하시는 것도 아니잖습니까?”

뼈 때리는 하마드 부통령의 한마디에 천유런 외교부장은 말문이 컥 막혔다.

승산 없는 말싸움을 계속 벌여 봐야 손해라고 판단한 그는 이쯤에서 설전을 마무리하기로 결정했다.

“크흠! 그래도 기분이 나쁜 것은 사실입니다.”

“시간적인 여유가 있을 때 제가 거하게 술을 살 테니, 화를 푸십시오.”

“부통령님은 술을 마실 수 없잖아요?”

“저는 힌두교 신자입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잔뜩 화가 나 있는 천유런 외교부장의 기분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천 외교부장님, 이곳에서 자오린 부총리님을 맞이할 수 없으니까, VIP 라운지로 이동합시다.”

“네, 좋습니다.”

VIP 라운지.

비어 있는 소파에 앉자마자, 천유런 외교부장이 하마드 부통령에게 말을 걸었다.

“자오린 부총리님의 숙소를 영빈관으로 제공하는 게 어떻겠습니까?”

하마드 부통령은 천유런 외교부장이 틀림없이 이와 같은 요구를 해 올 것이라 예상했고, 겨울에게 난감한 상황을 피해 갈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물었다.

겨울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는 듯 손쉽게 해결 방안을 제시해 주었다.

아마도 이 말을 꺼내면, 천유런 외교부장은 이처럼 고집을 피우지 못할 것이다.

“정말 죄송한 말씀이지만, 자오린 부총리님께는 영빈관을 제공할 수 없습니다.”

“제가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해 주십시오.”

갑자기 VIP 라운지에 서늘한 바람이 불어닥쳤다.

“지금 우리나라에는 파키스탄에 본거지를 둔 테러범들이 입국해 있는 상태입니다.”

“그놈들은 어젯밤에 자폭했잖아요?”

“그놈들이 테러범들이라고 증명할 수 있는 것은 아무도 없습니다. 만약에 그놈들이 테러범들이었으면 상황이 더욱더 심각해집니다.”

“그건 또 무슨 궤변입니까?”

“그놈들은 천 외교부장님을 납치해서 한몫 잡으려 했지만, 아무것도 얻지 못했습니다. 그 사실을 테러 단체의 수뇌부가 모를 것 같습니까? 그놈들이 복수한다는 명분으로 자오린 부총리님께 해코지라도 가한다면, 우리나라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들 겁니다.”

천유런 외교부장은 답답해 미칠 지경이었다.

자기가 테러범 놈들에게 몸값으로 15억 달러를 줬다는 사실은 하늘이 두 쪽 나도 밝힐 수 없었다.

그 사실이 알려지면, 자기는 부정축재 혐의로 영원히 교도소 신세를 벗어나지 못할 테니까.

‘하아… 자존심 강한 그 양반을 어떻게 달래 주지?’

그는 속으로 땅이 꺼져라 한숨을 내뱉고 하마드 부통령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생각해 보니 그렇군요.”

“자오린 부총리님의 숙소는 안가로 결정하는 편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저희의 부탁을 들어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그 대신 저희 경찰이 안가 주위를 철통같이 지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똑똑.

그때, 노크 소리와 함께 공항 직원이 문을 열고 들어와서 하마드 부총리에게 귓속말로 무언가를 보고했다.

“알았어. 수고했어.”

보고를 끝마친 공항 직원이 밖으로 나가자마자, 천유런 외교부장은 궁금함을 참지 못하고 물었다.

“하마드 부통령님,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자오린 부총리님께서 탑승해 있는 여객기가 활주로에 무사히 착륙했다는 보고입니다.”

“그럼 이제 나가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않아도 일어날 생각이었습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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