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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42화 (242/328)

[242화] 강제 휴가 작전

파루마 경찰국장은 걱정이 태산같이 밀려왔다.

겨울은 휴가라는 단어를 사용하며 별것 아닌 것처럼 얘기하고 있지만, 정확하게 말하면 자국에서 발생하는 천유런 외교부장의 납치 실종 사건이다.

중국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외교부장이 실종됐는데, 중국이 손 놓고 있다는 것은 어불성설.

만약에 천유런 외교부장의 납치 사건에 자국이 개입됐다는 사실이 중국에 알려진다면, 생각만 해도 등골이 오싹해 왔다.

그런 일이 발생하도록 내버려 둘 수 없었다.

마음의 결정을 내린 파루마 경찰국장은 자국이 처해 있는 상황을 겨울에게 조심스런 목소리로 밝혔다.

“파루마 국장님, 몰디브가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 방법이 있으니까, 안심하셔도 됩니다.”

“방법이 있습니까? 빨리 말씀해 주십시오.”

“하마드 부통령님께서는 지금 즉시 천 외교부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겨울의 설명을 끝까지 들은 하마드 부통령은 차분하게 시나리오를 구상한 후,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하마드 부통령님께서 일요일 밤에 어쩐 일이십니까?]

“천 외교부장님, 긴급 상황이 발생해서 연락드렸습니다.”

[긴급 상황이라뇨?]

의외로 차분한 목소리.

하지만 하마드 부통령은 천유런 외교부장이 머지않아 겁에 질릴 것임을 확신했다.

“파키스탄에 근거지를 둔 테러 단체의 일부가 우리나라에 잠입한 사실을 방금 전에 확인했습니다.”

[그놈들이 몰디브에 잠입한 이유를 파악해 보셨습니까?]

“아직 정확한 이유는 파악하지 못했지만, 천 외교부장님에 대한 자살 폭탄 테러를 계획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역시 예상대로 천유런 외교부장의 입에서 경악에 가까운 반응이 나왔다.

본인의 목숨을 노리고 있는데, 겁을 집어먹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하마드 부통령은 기선을 확실하게 제압했다고 자평하며 천유런 외교부장과 통화를 계속했다.

“저희가 그렇게 추정하고 있는 이유는 그놈들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놈들이 제가 몰디브에 휴가 간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을까요?]

“창피한 얘기지만, 제 비서실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이 테러 단체에 연관되어 있었습니다.”

[음…….]

머리가 복잡한지 천유런 외교부장이 끝말을 흐렸다.

하마드 부통령은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해서 계속 말을 이어 나갔다.

“우리나라 정부는 천 외교부장님의 안전을 위해서 자국의 입국을 불허할 예정입니다.”

[제가 몰디브에 도착하기 전에 그놈들을 체포하면 되잖아요.]

“물론 저희가 그놈들을 체포하도록 최선을 다하겠지만, 만약이라는 것이 있어서 그럽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를 방문하시려면, 중국 정부의 정식 공문을 보내 주십시오.”

[어떤 공문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외교부장님이 테러 단체에 납치되더라도 우리나라는 전혀 책임이 없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는 공문을 말씀드리는 겁니다.”

[…그렇게 해 드리겠습니다.]

정말 내키지 않았는지 한참 만에 대답이 나왔다.

“공문은 언제까지 보내 주실 수 있습니까?”

[몰디브 시간으로 내일 오전 10시까지는 받아 보실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 드리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마드 부통령님, 이왕 통화된 김에 궁금한 것을 물어봐도 될까요?]

“얼마든지요.”

[아프리카에서 오시는 손님들은 언제 도착할 예정입니까?]

“천 외교부장님이 그 사실을 어떻게 알고 계십니까?”

하마드 부통령은 시치미를 똑 떼고 물었다.

[중국의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제가 모르고 있는 게 더 이상하지 않을까요?]

“하긴, 천 외교부장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네요.”

[하마드 부통령님, 제 질문에는 언제 대답해 주실 예정입니까?]

“아차, 미안합니다. 그분들은 내일 밤과 모레 사이에 나눠서 도착할 예정입니다.”

[케냐와 모잠비크에서 오시는 손님들은요?]

“내일 밤에 도착한다고 연락받았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때, 겨울이 메모지를 하나 건네주었다.

하마드 부통령은 메모지의 내용을 읽어 본 후, 천유런 외교부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천 외교부장님은 언제쯤 도착할 예정입니까?”

[저는 내일 오후 다섯 시 무렵에 몰디브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럼 내일 공항에서 뵙겠습니다.”

[네? 부통령님께서 공항에 직접 나오시게요?]

사실 하마드 부통령은 천유런 외교부장을 마중하러 공항에 나갈 생각이 전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겨울의 부탁을 받아서였다.

“G2 국가의 외교부장님이 자국을 방문하는데, 영접하러 가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요?”

[하마드 부통령님, 성의는 정말 고맙지만 공항에 나오지 말아 주십시오.]

“제가 그래야 하는 이유를 알 수 있을까요?”

[저는 정부 차원이 아닌 개인적으로 몰디브에 휴가 가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입술에 침이나 바르고 거짓말 하십시오.’

속으로 한마디 해 주고, 천유런 외교부장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알겠습니다. 테러 단체의 눈 띄어서 좋을 것이 없으니까, 수행원은 최소로 데려오시는 것을 추천해 드립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지요.]

“천 외교부장님의 휴가 기간 동안에 핸드폰의 전원을 24시간 켜 놓고 있을 테니까, 돌발 상황이 발생하면 언제든지 연락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딸깍.

하마드 부통령이 전화를 끊자, 타일러 대사가 급하게 질문을 던져 왔다.

“천 외교부장은 몇 시에 이곳에 도착한다고 합니까?”

“내일 오후 다섯 시에 도착한다고 합니다.”

“하마드 부통령님, 정말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하하하, 별말씀을요.”

의도한 대로 무사히 통화를 마무리한 하마드 부통령은 기분 좋은 웃음을 보였다.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겨울이 타일러 대사에게 물었다.

“대사님, 루퍼트 장관님은 이곳에 언제쯤 도착할 예정입니까?”

“이곳 시간으로 오늘 자정 무렵에 도착할 예정입니다.”

“루퍼트 장관님의 역할은 제가 따로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습니까?”

“네. 장 부사장님께 자세하게 전해 들었습니다.”

“그럼 천 외교부장의 강제 휴가 작전에 대해서 계속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먼저 몰디브 정부는 천 외교부장이 극비리에 휴가를 보낼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하마드 부통령의 대답에 만족한 겨울은 고개를 데사이 인도 정보국장 쪽으로 돌렸다.

“사실 인도 정부는 천 외교부장의 강제 휴가 작전에 반드시 참여할 필요는 없습니다. 일단 제가 드리는 말씀을 들어 보시고 참여 여부를 결정해 주십시오.”

“네, 말씀해 보세요.”

“이미 눈치를 채셨겠지만, 천 외교부장은 파키스탄에 본거지를 둔 테러 단체에 납치될 예정입니다. 그 역할을 인도 정보국이 수행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데사이 정보국장은 몰디브로 날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타일러 대사한테 자신들의 역할을 이미 전달받은 상태였다.

루퍼트 장관에게 설득당한 천유런 외교부장을 휴가 장소까지 안전하게 데려다주는 것.

그런데 겨울은 자신들에게 더 많은 역할을 부여하고 있었다.

왜 그래야 하는지 이유가 몹시 궁금했다.

“한 부사장님, 저희가 그 역할을 수행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겨울이 천유런 외교부장의 강제 휴가 작전에 인도를 참여시킨 이유는 그동안 중국에 쌓인 스트레스를 해소하라는 목적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이곳으로 오는 도중에 중요한 경우의 수를 놓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천유런 외교부장이 루퍼트 장관의 설득에 넘어가지 않는 경우와 확답을 미루는 경우 수가 더 있다는 사실이었다.

그렇게 될 경우, 자신들이 수립한 계획이 무용지물이 되어 버릴 수도 있었다.

그 점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 인도 정보국에 적극적인 역할을 주문한 것이다.

생각을 끝낸 겨울은 자신의 생각을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해 주었다.

“아, 무슨 말씀인지 감 잡았습니다.”

“천 외교부장을 납치할 때…….”

겨울의 설명을 듣고 있던 호영은 무언가 2% 부족하다는 생각에 조용히 손을 들어 발언권을 요청했다.

“한 부사장님, 천 외교부장을 납치하는 사람들은 인도 정보국이 아니라 테러 단체입니다. 만약에 그가 손쉽게 납치되면, 중국 정부가 자작극이라고 판단할 가능성도 염두에 두어야 할 것 같습니다.”

“저도 그 점에 대해서는 정 이사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데사이 정보국장이 한마디 거들었다.

겨울은 그에게 거꾸로 질문을 던졌다.

“그렇다면 데사이 국장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천 외교부장을 납치할 때 과격한 방법이 동원돼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다가 양측에서 사상자라도 발생하면, 어떻게 하려고 그러십니까?”

“사상자가 발생하는 것이 걱정되면, 어떤 작전도 전개할 수 없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십시오. 천 외교부장을 납치하는 데 성공하면, 그 이후는 인도 정보국의 자체 판단에 맡기겠습니다.”

“그를 과격하게 다뤄도 된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제 말이 맞습니까?”

“몸값을 받아 내려면, 너무 심하게 다루지는 마십시오.”

“네? 몸값이라뇨?”

전혀 생각지도 못한 단어가 튀어나오자, 데사이 국장이 고개를 갸우뚱하며 물었다.

겨울은 씨익 웃으며 말을 이어 나갔다.

“천 외교부장을 강제 휴가 보내기 위해서 국장님이 몰디브까지 손수 날아오셨는데, 인건비는 챙겨야 하지 않겠습니까?”

“만약에 저희가 인건비를 챙긴다면, 중국 정부에 얼마를 요구하면 될까요?”

“미국과 몰디브에도 나눠 줘야 하니까, 최대한 많이 요구하십시오.”

“네?! 우리나라도요?”

그들의 얘기를 듣고 있던 하마드 부통령이 깜짝 놀라며 물었다.

“천 외교부장에게 휴가 장소를 임대해 준 비용은 받아 내야 하지 않습니까?”

“하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참고적으로 말씀드리면, 천유런 외교부장은 손이 크기로 유명한 사람입니다.”

“손이 크다는 의미는 무엇을 뜻합니까?”

“일례로 그는 협정서에 단어 하나를 삽입시키기 위해서 나이지리아를 비롯한 다섯 개 나라에 10억 달러씩 무려 50억 달러를 지불했습니다.”

“에이, 설마요.”

“당시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하도진 실장님이 잘 알고 계십니다. 직접 들어 보는 것이 어떨까요?”

겨울이 하도진 실장에게 발언할 기회를 마련해 주고 2선으로 물러났다.

“흠흠.”

가벼운 헛기침을 통해서 사람들의 시선을 모은 하도진 실장은 침착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이 사건은 나이지리아를 포함한 다섯 개 나라가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한 직후에 발생했습니다. 천 외교부장이 협상장을 떠나자마자…….”

데사이 정보국장은 하도진 실장의 말이 쉽게 믿어지지 않았다.

고작 Government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무려 50억 달러를 보상금으로 지불하다니.

그것보다 더욱 믿을 수 없는 것은 중국 정부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그대로 받아들였다는 점이었다.

“하 실장님, 중국이 50억 달러를 보상금으로 지불한 진짜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China는 중국 정부, 민간 기업, 일반인들까지 포함하는 단어입니다. 협정서에 China가 인쇄되어 있다는 의미는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중국 사람들이 투자한 자본과 재산을 포기한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이제야 이해했습니다.”

“문서에 China Government를 삽입해 주는 조건으로 다섯 개 나라에 각각 10억 달러를 보상해 주겠다고 먼저 제안한 사람이 천 외교부장입니다. 그러니 데사이 국장님도 천 외교부장의 손이 큰 점을 이용하면, 예상금액보다 많은 인건비를 챙길 수 있을 겁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이제 한 부사장님과 말씀 나누십시오.”

하도진 실장은 본인에게 주어진 역할을 120% 이상 수행하고 한발 뒤로 물러났다.

“데사이 국장님, 중국은 돈이 많기로 소문난 나라입니다. 이번 기회에 중국을 거덜 내 보십시오.”

“하하하, 염려 마십시오.”

얼추 대화가 마무리됐다고 판단한 정명훈 사장은 다른 안건을 꺼내 들었다.

“케냐와 모잠비크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하는 것으로 기정사실화 해 놓은 상황입니다만, 작은 문제가 하나 생겼습니다.”

“어떤 문제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두 나라가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자원들을 H&J 컨설팅에게 판매해 달라고 부탁해 온 상태입니다.”

데사이 정보국장은 정명훈 사장의 의도가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챘다.

인도가 나서 주기를 바라는 것이리라.

“정 사장님, 두 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자원들을 우리나라가 수입해 드리면 되잖아요.”

“저희도 그러기를 바라는데, 아직 샤르마 장관님께 말을 꺼내지 못한 상태입니다.”

“제가 샤르마 장관님께 말씀드려 놓으면 되겠습니까?”

골치 아픈 문제를 손쉽게 처리하는 정명훈 사장이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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