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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30화 (230/328)

[230화] 서로 다른 생각

다음 날, 오전부터 H&J 컨설팅과 대한건설 컨소시엄은 잉가 3댐 건설 공사와 도로 확포장 공사 계약을 위한 본격적인 협상에 돌입했다.

사전에 이미 합의를 끝내 놓은 상태라서 별다른 무리가 따르지는 않았다.

샤를 드골 국제공항.

부투야 실장을 비롯한 VIP들은 페키르 회장이 제공한 전용기로 고국에 돌아가기 위해서 마중 나온 관계자들과 작별인사를 나누었다.

“정 사장님, 인도와의 TTM 일정은 언제로 예정하고 있습니까?”

“모잠비크와 케냐가 TTM에 참여해야 하기 때문에 5월 초로 연기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일정이 확정되면 연락 주십시오.”

부투야 실장을 비롯한 VIP들은 송훈석 회장 등과 일일이 작별의 악수를 나눈 후, 출국심사를 받기 위해서 떠나갔다.

“자, 우리도 협상을 빨리 마무리하고 내일은 고국으로 돌아갑시다.”

“네, 회장님.”

* * *

“사장님, 최성진 부회장이 부투야 실장님의 숙박비용을 부담하기 싫어하던 이유를 밝혀 냈습니다.”

협상장으로 돌아가는 차 안에서 장대산 부사장은 파리 시내의 경치를 쳐다보며 생각에 잠겨 있는 정명훈 사장에게 말을 걸었다.

“이유가 뭐라는데?”

“부투야 실장에게 더 이상 얻어 낼 것이 없다고 판단했다고 합니다.”

“철도 공사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라도 부투야 실장에게 잘 보여야 하는 것 아닌가?”

“최 부회장은 철도 건설 프로젝트도 발을 빼기로 확정했습니다.”

“그런 결정을 내린 이유를 알고 있나?”

“아직 타당성 검토를 시작하지 않았다는 점과 송 회장님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음, 역시 상황 판단이 빠른 사람이구먼.”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하도진 실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장 부사장님, 천쥐펑 부회장이 이 사실을 알게 되면 뚜껑 열리겠네요?”

“천 부회장도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독식하려고 흉계를 꾸미고 있는 중입니다.”

“하여간 복마전의 연속이네요.”

“저도 하 실장님의 생각과 같습니다.”

윙윙―

그때, 정명훈 사장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상대방과 통화를 시작했다.

“네, 천 부회장님.”

[정 사장님, 중국으로 돌아가기 전에 잠깐 만났으면 좋겠는데, 가능하시겠습니까?]

정명훈 사장은 천쥐펑 부회장의 의도가 빤히 들여다보였다.

철도 건설 프로젝트의 결정적인 키를 쥐고 있는 H&J 컨설팅에 잘 보이기 위함이리라.

핑계를 대고 만나지 않을 수도 있었지만, 혹시나 있을 지도 모를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 생각을 바꿨다.

“천 부회장님, 제가 대한건설 컨소시엄과 협상 중이라서 길게 시간은 드릴 수 없습니다.”

[잠깐이면 됩니다.]

“최 부회장님도 참석할 예정입니까?”

[아닙니다.]

“알겠습니다. 30분 뒤에 제가 묵고 있는 호텔의 커피숍에서 뵙는 게 어떨까요?”

[네, 좋습니다.]

딸깍.

정명훈 사장이 전화를 끊자, 겨울이 입을 열었다.

“사장님, 이번기회에 천 부회장의 염장을 질러 주는 게 어떨까요?”

“어떻게?”

“최성진 부회장의 의도를 살짝 흘려 주는 겁니다.”

“천 부회장이 오히려 좋아하지 않을까?”

“절대로 좋아하지 않을 겁니다.”

“왜?”

“그렇게 되면 천 부회장은 케냐에 대신 기부해 준 40억 달러를 허공에 날리는 셈이 되기 때문입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군. 자세한 시나리오를 얘기해 줄 수 있어?”

“철도 건설 프로젝트는 짧은 시간…….”

* * *

리츠 파리 호텔 커피숍.

천쥐펑 부회장과 리스롱 사장은 긴장한 얼굴로 정명훈 사장이 오기만을 기다렸다.

“부회장님, 정 사장을 굳이 만나 볼 필요가 있을까요?”

“리 사장, 최 부회장이 어떤 인간인지 몰라서 하는 소리는 아니겠지?”

“설마 최 부회장이 우리의 뒤통수를 칠까요?”

“그 인간은 그러고도 남을 인간이야.”

“그나저나 저희가 정 사장을 만났다는 사실을 최 부회장이 알면 가만히 있을까요?”

“작별 인사하러 왔다고 하면, 그 인간도 뭐라고 하지 못하겠지.”

잠시 후, 정명훈 사장이 신지훈 실장과 함께 커피숍 문을 열고 들어왔다.

그들은 웨이터에게 커피를 주문하고 본격적인 대화를 시작했다.

“정 사장님, 부투야 실장님 등은 돌아가셨습니까?”

“네. 제가 공항에 배웅하러 다녀왔습니다.”

“아, 그렇군요.”

“어제는 정말 안타까웠습니다.”

천쥐펑 부회장은 그 문제만 생각하면 속이 쓰려왔다.

잉가 3댐 건설 공사와 도로 확포장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서 무려 54억 달러라는 거금을 사용하고 실패했는데, 속 쓰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저도 두 건의 공사를 포기할 때, 속으로 피눈물을 흘렸습니다.”

“두 건의 공사를 포기한 속사정을 제가 알 수 있을까요?”

결정적인 이유는 대한건설 컨소시엄이 H&J 컨설팅에 제안한 공사 기간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얘기를 꺼내면 자신들의 시공능력이 떨어진다고 고백하는 꼴밖에 더 되지 않겠는가.

다른 이유를 언급할 수밖에 없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YCM건설 때문이었습니다.”

“YCM건설이요?”

“YCM건설은 아프리카 대륙에서 건설공사를 실행해 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들에게 노하우를 가르쳐 가며 두 건의 공사를 실행하기에는 저희에게 주어진 공사 기간이 너무 짧았습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이해했습니다.”

그때, 웨이터가 커피를 서빙하는 바람에 잠시 대화가 중단되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정명훈 사장은 천쥐펑 부회장의 염장을 지르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천 부회장님, 저를 만나자고 한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철도 건설 프로젝트 건을 저희가 수주하기 위함입니다.”

“저희라는 말씀은 YCM건설도 포함된다는 뜻인가요?”

천쥐펑 부회장은 딜레마에 빠졌다.

자신들의 궁극적인 목적은 YCM건설을 배제하고 독자적으로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이다.

문제는 그 얘기를 지금 꺼내는 것이 적절치 않다는 점에 있었다.

불과 어제까지 자신들은 YCM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해서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할 것처럼 떠들어 댔으니까.

그러나 어차피 한번은 치러야 할 홍역이었다.

쪽팔림을 무릅쓰고 속마음을 털어놓기로 결정했다.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철도 건설 프로젝트는 저희가 단독으로 실행했으면 좋겠습니다.”

“천 부회장님, 제가 뜬금없이 이런 질문한 이유가 궁금하지 않습니까?”

“궁금하기는 합니다.”

“철도 건설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지금까지 결정된 내용을 말씀드릴 테니까, 참고하십시오.”

“네. 말씀해 보십시오.”

진장했다는 사실을 알려주듯 천쥐펑 부회장의 목소리가 딱딱하게 변해 갔다.

“탄자니아, 우간다, 케냐 정부는 철도 건설을 최대한 빨리 진행되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그래서 세 나라는 건설사 하나가 단독으로 철도를 건설하는 것을 원하지 않습니다. 최소 두 개, 또는 세 개 이상의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맺기를 원하고 있습니다.”

천쥐펑 부회장은 진심으로 아쉬웠지만, 그들의 결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철도 건설 프로젝트는 발주처가 갑이었으니까.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지금까지는 애피타이저였고, 지금부터가 메인 요리였다.

정명훈 사장은 겨울에게 들은 얘기를 차분히 다시 한번 떠올린 후, 천쥐펑 부회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천 부회장님, 이번에도 YCM건설과 컨소시엄을 구성할 예정입니까?”

“그래야 할 것 같습니다.”

“이제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따로 검증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빨리 말씀해 보십시오.”

“YCM건설은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을 뺄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네?! 뭐라고요!”

전혀 예상치 못한 말이라는 듯 천쥐펑 부회장이 경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커피숍에 있는 손님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은 것은 덤이었다.

“최성진 부회장은 완커건설 컨소시엄이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할 가능성을 상당히 낮게 보고 있습니다.”

“그가 그렇게 판단한 이유를 알고 계십니까?”

“아직 타당성 검토를 시작하지…….”

천쥐펑 부회장은 정명훈 회장의 얘기를 들으면서, 최성진 부회장이 어제까지 보여 주던 미심쩍은 행동들을 이제야 완벽하게 이해했다.

그 인간은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 참여할 생각이 없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단독으로 케냐 정부에 40억 달러를 기부하도록 유도한 것이었다.

자기는 그 속셈도 눈치채지 못하고, 옳다구나 하면서 40억 달러를 기부했고.

또한 발을 빼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더 이상 잘 보일 필요가 없는 부투야 실장의 숙박비를 결제하지 않으려 한 것이다.

그런 비열한 인간과 비즈니스를 진행하고 있는 자신이 한심스러울 뿐이었다.

천쥐펑 사장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정명훈 사장의 설명이 끝이 났다.

“정 사장님, 저한테 귀중한 정보를 알려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신빙성이 그다지 높지 않은 편입니다. 그러니까 반드시 검증을 통해서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십시오.”

“정 사장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으니까, 검증해 볼 필요 없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고요. 혹시 최 부회장을 만나더라도, 제가 말씀드린 내용은 비밀로 해 주십시오.”

정명훈 사장이 나중에 발생할 수 있는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서 도피처를 만들어 놓았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저는 이제 협상장에 들어가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어이쿠, 시간을 많이 빼앗아서 정말 미안합니다.”

“나중에 뵙겠습니다.”

정명훈 사장과 신지훈 실장이 커피숍 밖으로 퇴장하자, 리스롱 사장이 근심 걱정 가득한 목소리로 물었다.

“부회장님,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어떻게 하긴 뭘 어떻게 해. 최 부회장한테 40억 달러를 받아 낼 때까지 인연을 이어 가야지.”

“그 인간이 40억 달러를 순순히 주려고 할까요?”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지. 그 인간을 만나러 이제 가 보자고.”

* * *

딸깍.

천주펑 부회장과 통화를 끝낸 최성진 부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임지태 회장이 질문을 던져 왔다.

“매형, 무슨 일이 있습니까?”

“천 부회장의 목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힘이 잔뜩 빠져 있었어.”

“이유가 뭘까요?”

“지금 나한테 오고 있다고 하니까, 그때 물어보자고.”

윙윙―

그때, 박철헌 사장의 전화벨이 울렸다.

그는 상대방과 1분 정도 짧게 통화한 후, 전화를 끊었다.

“누구 전화야?”

“설영석 이사입니다. 천 부회장이 정명훈 사장을 만나고 10분 전에 떠났답니다.”

“두 사람이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물어봤나?”

“제법 심각한 대화를 나눈 것밖에 모르겠답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천쥐펑 부회장과 리스롱 사장이 최성진 부회장의 스위트룸을 찾아왔다.

두 사람이 비어 있는 소파에 앉기를 기다렸다가 최성진 부회장이 바로 질문을 던졌다.

“천 부회장님, 컨디션이 좋지 않아 보이는데 무슨 일이 있는 겁니까?”

“제가 조금 전에 정명훈 사장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왔는데, 그다지 좋지 않은 소식을 들어서 그럽니다.”

“어떤 소식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그전에 최 부회장님께 고백할 것이 하나 있습니다.”

“말씀해 보세요.”

“사실 저희는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독자적으로 수주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최성진 부회장은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기 위해 기회가 오기만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다.

그런데 불감청고소원으로 천쥐펑 부회장이 그 얘기를 먼저 꺼냈다.

그렇다고 아마추어처럼 자신의 생각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천 부회장님, 정말 섭섭합니다.”

“미안합니다.”

“하아, 어쩔 수 없군요. 천 부회장님이 원하는 대로 저희는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겠습니다.”

‘이놈아, 삶은 호박에 이도 들어가지 않을 소리 하지 마라.’

속으로 한마디 해 주고 최성진 부회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말씀은 정말 고맙지만, 이제 최 부회장님의 제안을 수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네? 왜요?”

“정명훈 사장이 철도 건설 공사를 최대한 빨리 완공해야 한다면서, 반드시 두 개 이상의 건설사가 컨소시엄을 맺으라고 하더군요.”

최성진 부회장은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을 빼려면, 케냐에 YCM건설 대신 기부해 준 40억 달러를 토해 내라는 의사를 천쥐펑 부회장이 간접적으로 피력해 왔기 때문이었다.

40억 달러가 아까워서라도 완커건설과 오월동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임을 뒤늦게 깨달았다.

그는 체념한 표정을 얼른 감추고 말을 이었다.

“알겠습니다. 우리 힘을 합쳐서 철도 건설 프로젝트를 반드시 수주합시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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