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25화 (225/328)

[225화] 문제의 공사 기간

“문두야 부통령님, 그게 정말입니까?”

겨울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네. 천 부회장은 제가 보는 눈앞에서 루사토 부통령이 지정한 케냐 정부 계좌로 40억 달러를 송금했습니다.]

“기부 증서는 어떻게 하기로 했습니까?”

[한 부사장님이 알려 준 대로 영상통화를 녹화한 것으로 대체하기로 했습니다.]

“어찌됐든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오늘 저녁때 거하게 한턱낼 테니까, 약속 잡지 마세요.]

“점심부터 굶고 있어야겠네요?”

[하하하, 그렇게 하세요.]

딸깍.

겨울이 전화를 끊자, 부투야 실장이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물어 왔다.

“한 부사장님, 지금 어떤 상황입니까?”

“부투야 실장님, 제가 대신 말씀드리겠습니다.”

겨울보다 먼저 하도진 실장이 입을 열었다.

“빨리 얘기해 보세요.”

“두 부통령님은 콩고민주공화국이 YCM건설과 완커건설로부터 65억 달러를 기부 받은 것에 대해서 배 아픔을 느끼고 사장님께 하소연하셨습니다.”

하도진 실장은 천쥐펑 부회장이 케냐 정부에 40억 달러를 기부하게 된 배경을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결국 80억 달러를 허공에 날린 셈입니다.”

“케냐 구간은 YCM건설에서 시공한다고 하지 않았나요?”

“저는 천 부회장의 욕심이 엄청나게 많다고 알고 있습니다.”

“독식한다는 말인데, 이렇게 무리수를 두다가 완커건설이 파산하지 않을까 모르겠네요.”

괜한 말이 아니라, 하도진 실장은 충분히 가능성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완커건설은 며칠 동안 콩고민주공화국 등에 무려 133억 달러를 기부했다.

단시간에 이렇게 엄청난 액수의 회사 자금이 빠져나갔는데, 휘청거리지 않는 것이 오히려 비정상일 것이다.

“저도 실장님의 말씀에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장대산 부사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부투야 실장님, 천 부회장은 회사 돈을 한 푼도 사용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비자금을 사용했다는 말씀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도대체 천쥐한 회장의 비자금은 모두 얼마입니까?”

“저희가 현재까지 파악한 비자금만 해도 200억 달러가 넘습니다.”

“이야, 엄청나게 많이 숨겨 놨네요.”

“그러게요.”

“이제 시간이 됐으니까, 비즈니스 룸으로 내려갈까요?”

* * *

같은 시각.

비즈니스 룸에서는 천쥐펑 부회장과 최성진 부회장이 때 아닌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천 부회장님, 저하고 상의 없이 케냐에 기부하면 어떻게 합니까?”

“워낙 상황이 다급해서 먼저 조치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설마… 저희를 따돌리고, 철도 건설 공사를 독차지하실 생각은 아니겠죠?”

당연히 그럴 생각이었지만, 지금 입 밖으로 내뱉을 수는 없었다.

“만약에 제가 그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면 천벌을 받을 겁니다.”

“천 부회장님의 말씀을 믿도록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제가 현재 20억 달러밖에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늘 20억 달러를 송금해 드리고, 나머지 돈은 며칠 후에 보내 드리겠습니다.”

“지금 당장 돈이 필요한 것이 아니니까, 서두르지 마시고 나중에 한꺼번에 주세요.”

최성진 부회장은 천쥐펑 부회장의 입에서 그 말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어차피 자신은 철도 건설 프로젝트에서 발을 뺄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까.

“사실 저도 20억 달러를 어떻게 만드나 걱정했는데, 마침 잘됐네요. 철도 건설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때 송금해 드려도 될까요?”

천쥐펑 부회장은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그가 돈을 늦게 주면 줄수록 자신들에게 유리한 것은 사실이었으니까.

‘흐흐흐. 최 부회장, 철도 건설 프로젝트는 머릿속에서 지워 버리세요.’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짓고 그의 요청에 대답했다.

“최 부회장님이 원하는 대로 하세요.”

“저희의 애로사항을 헤아려 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이제 잉가 3댐 공사와 도로 연결 공사에 대해서 잠깐 대화를 나눠 봅시다.”

“좋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의 대화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정명훈 사장 등이 비즈니스 룸의 문을 열고 들어왔기 때문에.

이미 한차례 이상 만난 사이였기 때문에 예열 없이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오늘 협상은 잉가 3댐 건설공사, 도로 확포장 건설공사 순으로 진행하겠습니다. 두 건의 공사와 관련해서 저희는 대한건설 컨소시엄으로부터 최종제안서를 받아서 가지고 있는 상태입니다.”

신지훈 실장의 설명을 듣고 있던 최성진 부회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잉가 3댐 건설 공사는 대한건설이 VINCH와 컨소시엄을 맺은 것으로 알고 있었지만, 도로 확포장 공사는 독자적으로 시공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었다.

‘욕심 많은 송 회장이 컨소시엄을 맺다니, 오래 살고 볼일이군. 그나저나 송 회장이 어느 회사와 컨소시엄을 맺었을까? 설마하니 VINCH는 아니겠지?’

만약에 자신의 추측이 맞다면, 전략을 대폭 수정해야 한다.

왜냐하면 VINCH는 프랑스 건설 회사이기 때문에 인건비가 상당히 높으니까.

일단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부터 확인해 볼 필요가 있었다.

“신 실장, 도로 확포장 공사와 관련해서 대한건설이 컨소시엄을 맺은 회사가 VINCH인가?”

신지훈 실장의 전 직장은 대한 그룹 비서실.

때문에 대한 그룹 경영진들과 접촉할 기회가 상당히 많았다.

경영진들은 비서실의 위상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 존중해 주는 의미로 경어를 사용했으나, 최성진 부회장에게는 그 원칙이 통하지 않았다.

자기가 비서실 2팀장으로 승진해서 퇴사할 때까지 경어를 사용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 당시에는 대한 그룹 소속이었기 때문에 무덤덤하게 넘어갔지만, 지금은 갑의 위치에 있는 H&J 컨설팅의 비서실장이었다.

그런 사실을 깨닫지 못하고 최성진 부회장은 여전히 반말을 사용해서 말을 걸어오고 있는 중이었지만.

“최 부회장님, 무언가 착각하고 계신 것 같은데, 저는 대한 그룹의 직원이 아닙니다. 다시 한번 저한테 반말을 사용하시면, 이곳에서 강제 퇴실 조치를 하겠습니다.”

“우와! 신 실장님, 화끈하시네요!”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도진 실장이 맞장구를 쳤다.

최성진 부회장은 신지훈 실장의 말이 백번 맞았기 때문에 아무 변명도 할 수 없었다.

사과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 내리고, 입을 열려는 순간에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

난데없이 박철헌 사장이 불쑥 대화에 끼어들었기 때문이다.

“신 실장, 부회장님이 실언한 것을 가지고 강제 퇴실 조치를 운운하는 것도 예의에 어긋난 행동 아닙니까?”

“박 사장님, 지금 저한테 시비 거는 겁니까?”

“알고 계시니 다행이네요.”

“제가 자그마한 회사의 비서실장이라서 하찮게 보이나 봅니다?”

“뭐,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박 사장님은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잊고 계신 것 같습니다?”

순간, 박철헌 사장은 아차 싶었다.

자신들이 을의 신세라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었으니까.

문제는 처음으로 되돌아가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는 것에 있었다.

난감한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끙끙대고 있는 사이, 보다 못한 최성진 부회장이 입을 열었다.

“신 실장, 박 사장의 무례한 발언에 대해서 내가 대신 사과할 테니까, 화 풀어요.”

“최 부회장님, 저한테 반말을 사용하신 것에 대해서는 사과하실 생각이 없다는 뜻으로 받아들이면 됩니까?”

“아, 아닙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정말 미안하게 됐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박 사장님에 대해서는 용서할 생각이 없습니다. 지금 즉시, 이곳에서 퇴실해 주십시오.”

“박 사장, 얼른 안 나가!”

최성진 부회장의 불호령을 받은 박철헌 사장은 똥 씹은 표정을 지으며 밖으로 퇴장했다.

신지훈 실장은 그의 뒷모습을 힐끗 쳐다본 후,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 이 자리는 무려 340억 달러에 달하는 비즈니스 협상이 이뤄지는 자리입니다. 따라서 서로 예의를 갖췄으면 좋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계속 말씀드리겠습니다. 저희는 잉가 3댐 건설 공사는 임지태 회장님을, 도로 확포장 공사는 천쥐펑 부회장님을 협상 대표로 인정할 생각입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좋습니다.”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기까지입니다. 이제부터는 정명훈 사장님께서 직접 협상에 참여하실 생각입니다.”

신지훈 실장이 2선으로 물러나고, 그 자리를 정명훈 사장이 차지했다.

“본격적인 협상을 시작하기 전에 발주처 대표로 콩고민주공화국의 부투야 실장님의 말씀을 먼저 들어 보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흠흠.”

가볍게 목을 풀어준 부투야 실장이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우리 콩고민주공화국은 YCM건설 컨소시엄과 완커건설이 보여 준 성의에 대해서 진심으로 고마운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정 사장님은 이 점을 고려해서 건설 회사를 선정해 주십시오.”

천쥐펑 부회장은 기뻐서 소리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비록 결정권은 H&J 컨설팅이 가지고 있지만, 부투야 실장의 의중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니까.

부투야 실장이 자신들의 손을 들어 주고 있는데, 굳이 무리한 내용으로 계약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었다.

이 문제를 상의하기 위해서 옆에 앉아 있는 최성진 부회장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최 부회장님, 계획을 변경하는 것이 맞겠죠?”

“저도 천 부회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플랜 B로 가는 게 어떨까요?”

“임 회장하고 상의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두 사람이 속닥대는 사이에도 부투야 실장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이미 예산이 확보된 상황이기 때문에 공사는 상반기 중에 시작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정 사장님, 이제 협상을 주도하세요.”

“네, 부투야 실장님.”

짧게 대답한 정명훈 사장은 시선을 옮기며 임지태 회장에게 말을 걸었다.

“임 회장님, 잉가 3댐 건설 공사와 관련해서 공사 기간과 금액을 알려 주십시오.”

“정 사장님, 저희끼리 잠깐 상의할 시간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옆에 있는 비즈니스 룸을 비워 놨습니다. 그곳에서 상의하도록 하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최성진 부회장 일행이 퇴장하자, 왈라카 수자원 장관이 정명훈 사장에게 급하게 질문을 던졌다.

“정 사장님, YCM건설 컨소시엄이 어떤 조건을 제시할까요?”

정명훈 사장은 오늘 아침에 장대산 부사장으로부터 YCM건설 컨소시엄이 어떤 조건을 제시할지 보고받은 상태였다.

공사 금액은 대한건설 컨소시엄이 제시한 조건이 월등히 앞섰으나, 공사 기간이 문제였다.

대한건설 컨소시엄은 7년을 제시했으나, YCM건설 컨소시엄은 6년으로 결정한 상태였다.

대한건설 컨소시엄이 잉가 3댐 건설 공사를 완벽하게 수주하기 위해는 공사 기간을 최소한 같게 만들어 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 작전의 일환으로 부투야 실장에게 YCM건설 컨소시엄의 엉덩이를 긁어 달라고 부탁한 것이고.

짧게 생각을 끝낸 장명훈 사장은 왈라카 장관의 질문에 대답했다.

“대한건설 컨소시엄이 제시한 조건보다 근소한 차이로 적게 제시할 것 같습니다.”

또 다른 비즈니스 룸.

최성진 부회장은 비어 있는 자리에 앉자마자 급하게 입을 열었다.

“성진수 실장, 우리가 H&J 컨설팅에 제시할 조건이 어떻게 되나?”

“공사비 130억 달러에 공사 기간 6년입니다.”

“부투야 실장이 우리 편을 들어줬는데, 플랜 B로 가는 게 맞겠지?”

“저도 부회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다른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리스롱 사장은 공사 금액보다 공사 기간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작년 10월에 CTG와 ACS 컨소시엄은 공사비 140억 달러에 11년이라는 공사 기간을 제시해서 잉가 3댐 건설 공사를 수주했다.

그들이 산출한 11년이라는 공사 기간은 주먹구구식으로 산출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니 기간을 확 앞당긴 대한건설 컨소시엄이 7년 안에 잉가 3댐을 건설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런데 아무런 타당성 검증 없이 대한건설 컨소시엄보다 1년 단축한 6년을 제안하려고 하다니.

공사를 따낼 욕심에 무턱대고 기간을 줄인 것이었으나 지금에 와서 생각해 보면 분명 무리가 따르는 일이었다.

리스롱 사장은 생각을 정리하고 조용히 발언권을 요청했다.

“저는 공사 기간을 최소 7년 이상으로 상향조정했으면 좋겠습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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