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215화 (215/328)

[215화] 간단한 해결 방안

송훈석 회장 스위트룸.

페키르 회장이 비어 있는 소파에 앉으며 급하게 물었다.

“송 회장님, 도대체 어떤 상황입니까?”

송훈석 회장은 그가 이런 질문을 던져 올 것을 예상하고 적당한 답변거리를 만들어 놓고 있었다.

“콩고민주공화국과 중국 사이 모종의 사건으로 인해서 CTG는 킨샤사와 루붐바시를 연결하는 도로 확포장 공사를 수주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모종의 사건이 무엇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부투야 실장님께 직접 듣는 것이 좋을 듯합니다.”

페키르 회장은 다른 궁금한 것이 많았기 때문에 이쯤에서 호기심을 접고 정말 궁금한 것부터 물었다.

“송 회장님, CTG가 도로 확포장 공사를 수주하지 못하는데, 중국 정부가 공사비를 투자하려고 할까요?”

“당연히 투자하지 않을 겁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도로 확포장 공사비용을 확보했습니까?”

애매했다.

페키르 회장의 의구심을 풀어 주는 것이 맞았지만, 그렇게 되면 남의 회사 일에 간섭하는 꼴이 되니까.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겁니다.”

본인이 얘기하기 싫어하는데, 재차 묻는 것은 실례였다.

“송 회장님, 저를 급하게 보자고 한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지금 잉가 3댐 건설공사와 도로 확포장 공사에 날파리 두 마리가 끼어든 상태입니다.”

송훈석 회장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간단하게 풀어놓고 하고 싶은 말을 이어 갔다.

“…해서 날파리들을 퇴치하기 위해서 VINCH의 협조가 적극 필요한 상태입니다.”

“저희가 어떻게 도와드리면 됩니까?”

“저희와 같이 두 공사를 같이 시공해 주시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저희가 도움을 주는 것이 아니라 받는 게 되는데요?”

“하하하, 그렇게 되나요?”

그와 동시에 서동호 실장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회장님, 이제 회의실로 이동하셔야 할 시간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회의실.

서동호 실장은 페키르 회장과 샹바르 사장을 정명훈 사장 등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소개를 하는 데 시간을 제법 많이 잡아먹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상견례가 끝나자, 송훈석 회장이 본격적인 안건을 꺼내 들었다.

“이제부터 날파리 두 마리가 잉가 3댐 건설공사와 도로 확포장 공사를 포기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 토론해 봤으면 합니다.”

“송 회장님, 좋은 아이디어라도 있습니까?”

부투야 실장이 급 관심을 보여 왔다.

“문세형 사장이 대신 말씀드릴 겁니다.”

“흠흠.”

문세형 사장은 가벼운 헛기침을 통해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모으고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제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는…….”

문세형 사장의 설명을 들으면서 정명훈 사장은 그가 언급한 첫 번째 조건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자신들이 두 건설 회사에 갑질하는 것으로 비춰질 것이기 때문에.

다행히 두 번째 조건은 마음에 들었다.

공평한 조건이기 때문에 두 건설 회사가 함부로 시비를 걸어오지 못하고 자연스럽게 포기하는 수순으로 유도할 수 있어 보였다.

정명훈 사장은 머릿속으로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문세형 사장이 설명을 마치자마자 발언권을 요청했다.

“문 사장님, 콩고민주공화국에서 건설공사를 실행해 본 건설 회사한테만 기회를 주는 것은 문제가 있습니다.”

“어떤 문제가 있다는 말씀입니까?”

“만약에 그 조건을 적용한다면, YCM건설을 의도적으로 배제하는 모양새로 비춰질 것입니다.”

“건설공사를 수주하는 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발주처의 고유 권리입니다.”

“YCM건설은 콩고민주공화국에 12억 달러를 기부한 상태입니다. 저희가 내세운 조건으로 인해서 YCM건설이 잉가 3댐 건설공사에 참여하지 못하면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 같습니까?”

보나마나 최성진 부회장은 모든 화를 겉으로 보기에 만만한 H&J 컨설팅에 쏟아 부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H&J 컨설팅은 어떤 형태로든 피해를 입게 될 가능성이 있었다.

그런 상황을 알고도 방치할 수는 없었다.

“정 사장님, 제 생각이 짧았습니다.”

“괜찮습니다. 이제 두 번째 조건에 대해서 논의해 봤으면 합니다. 잉가 3댐 공사를 최대한 서두르면 공기를 몇 년 정도 단축시킬 수 있습니까?”

“저희가 타당성을 검토해 본 결과 2년은 무리 없이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문 사장님, 3년까지는 어렵겠죠?”

“4년까지 단축시킬 수 있습니다.”

문세형 사장보다 VINCH의 샹바르 사장의 입이 먼저 열렸다.

“샹바르 사장님, 방법을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저희 회사가 잉가 1, 2댐 공사를 시공했기 때문에 이미 댐 공사에 대한 노하우를 많이 축적해 놓은 상태입니다.”

“공기가 4년 정도 단축되면, 공사비도 많이 절감시킬 수 있겠네요?”

“당연한 말씀입니다.”

“만약에 베스트로 공사비를 산출한다면, 얼마 정도까지 낮출 수 있습니까?”

“대한건설 측과 상의해 봐야겠지만, 120억 달러까지 가능할 것 같습니다.”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내일 오후까지 정확한 공사비를 산출해 줄 수 있습니까?”

“최대한 서둘러 보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송훈석 회장은 기분이 큰 폭으로 가라앉았다.

H&J 컨설팅은 콩고민주공화국과 잉가 3댐 건설공사를 최소 150억 달러에 계약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되면 H&J 컨설팅은 각종 부대비용을 제외하더라도 최소 25억 달러 이상 남을 것이다.

이에 반해 대한 건설과 VINCH는 적자를 겨우 면할 수준의 이익이 돌아올 것이고.

재주는 자신들이 넘고 대부분의 이익을 H&J 컨설팅이 가지고 간다고 하는데, 기분 좋을 사람이 세상에 어디 있겠는가.

문제는 핵심 키를 쥐고 있는 H&J 컨설팅에 불만을 제기할 수 없다는 것에 있었다.

속으로 끙끙대고 있는데, 정명훈 사장이 말을 걸어왔다.

“송 회장님, 섭섭하시죠?”

“그런 마음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오해하지 마십시오. 제가 잉가 3댐 공사비를 최저로 산출해 달라고 부탁한 것은 YCM건설과 완커건설을 물 먹이기 위한 목적밖에 없습니다.”

“우리와 120억 달러로 계약하지 않는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내말이 맞겠죠?”

“물론입니다. 저희는 대한 건설 컨소시엄과 140억 달러에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하하하,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잔뜩 상한 송훈석 회장의 마음이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오래 걸리지 않았다.

지금까지 조용히 대화를 듣고 있던 페키르 회장이 샹바르 사장에게 말을 걸었다.

“샹바르 사장, 만약에 대한건설과 우리가 잉가 3댐 건설공사를 120억 달러에 수주할 경우, 이익은 얼마 정도 될 것 같습니까?”

“최소 10억 달러는 남길 수 있을 겁니다.”

“그렇다면 이익률이 27%가 넘는다는 말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페키르 회장은 송훈석 회장에게 시선을 옮기며 말을 걸었다.

“송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송훈석 회장은 페키르 회장의 의도를 단숨에 캐치했다.

그는 30억 달러의 일부를 H&J 컨설팅에 되돌려주고 싶은 것이리라.

“페키르 회장님은 이익이 얼마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하십니까?”

“10억 달러가 적당할 것 같습니다.”

“그럼 그렇게 하십시다.”

반면에 정명훈 사장은 말도 안 된다고 생각했다.

두 사람의 제안을 받아들이면, 자신들은 무려 20억 달러가 이익으로 돌아온다.

콩고민주공화국에 지급하는 커미션과 부대비용을 공제하더라도 최소 16억 달러.

양심에 털이 나지 않은 이상, 두 사람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는 없었다.

“저희는 페키르 회장님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왜요?”

“저희는 단순히 중개인의 역할을 수행할 뿐인데, 20억 달러의 이익은 너무 많습니다.”

“그게 뭐 어때서요?”

겨울은 두 사람이 별일 아닌 것으로 언쟁을 벌이고 있는 중이라고 판단했다.

조용히 손을 들어서 발언권을 요청했다.

“제 의견을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얘기해 보세요.”

“저희는 대한건설 컨소시엄에 130억 달러에 잉가 3댐 공사를 넘겨주겠습니다. 그리고 콩고민주공화국과는 140억 달러에 계약을 체결하도록 하겠습니다.”

“한 부사장님, 잉가 3댐 공사비에 대해서는 이미 얘기가 끝난 것 아닙니까?”

아니나 다를까, 부투야 실장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렇다면 계약 금액은 그대로 유지하겠습니다.”

부투야 실장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쉽게 물러날 겨울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의 태도로 보아 틀림없이 자기가 예상치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를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한 부사장님, 제가 모르는 무언가 계획을 가지고 있죠?”

“특별한 계획은 없습니다. 다만 대한건설 컨소시엄이 콩고민주공화국에 10억 달러를 기부할 예정입니다.”

“으하하하!”

겨울의 의도를 단숨에 파악한 송훈석 회장은 화통한 웃음을 터트렸다.

곧이어 다른 사람들도 웃음 대열에 동참했음은 물론이고.

웃음이 가라앉자, 겨울이 말을 이어 나갔다.

“부투야 실장님, IBRD로부터 지원받는 140억 달러는 언젠가는 갚아야 할 돈입니다. 더 이상 말씀드리지 않아도 되겠죠?”

“기부금을 받고 IBRD에서 130억 달러만 지원받으라는 얘기죠?”

“네, 그렇습니다.”

“한 부사장님, 고마워요.”

부투야 실장의 목소리에 진심이 담겨 있었다.

겨울은 즉시 다음 안건을 꺼내 들었다.

“시간이 많이 늦었습니다. 이제 도로 확포장 공사에 대해서 대화를 나누는 게 어떻겠습니까?”

“그렇게 하십시다.”

“정명훈 사장님께서 말씀하실 겁니다.”

겨울의 자리를 이어받은 정명훈 사장은 본격적인 안건을 꺼내 들었다.

“샹바르 사장님, VINCH가 킨샤사와 루붐바시를 연결하는 도로 공사를 최초로 시공했다고 들었습니다. 제 말이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저희는 대한건설 컨소시엄과 190억 달러에 계약을 체결할 예정입니다. 그 정도 금액이면 충분히 공사가 가능하겠죠?”

“당연한 말씀입니다.”

“잉가 3댐 건설공사와 마찬가지로, 최저 공사비와 최대로 단축시킬 수 있는 공사 기간을 저희한테 알려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샹바르 사장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페키르 회장이 질문을 던졌다.

“부투야 실장님, 이제 CTG가 도로 확포장 공사를 포기한 이유를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부투야 실장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페키르 회장님, 이제부터 제가 드리는 말씀은 절대로 외부로 흘러나가서는 안 됩니다.”

“제 이름을 걸고 비밀을 준수하겠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중국 정부의 지시를 받은 CTG가 우리나라에 절대로 해서는 안 될 짓을 했습니다. 그에 대한 결과로 우리나라는 중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 프로젝트에서 탈퇴한 상황입니다.”

“중국 정부가 운영하고 있는 국영 회사들도 우리나라에서 퇴출이 확정된 상태입니다.”

부투야 실장의 뒤를 이어서 왈라카 장관이 한마디 보탰다.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부투야 실장님, 또 다른 질문을 해도 되겠습니까?”

“네. 얼마든지요.”

“중국의 민간 기업은 상관없습니까?”

“문제가 없습니다. 단, 중국 정부가 배후에 조금이라도 개입된 사실이 확인되면, 즉시 퇴출시킬 예정입니다.”

순간, 겨울의 머릿속에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떠올랐다.

그는 즉시 발언권을 요청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부투야 실장님, 배후에 중국 국영회사도 포함되는 겁니까?”

“그야 당연합니다만…….”

부투야 실장이 목적한 바가 있다는 듯 일부러 끝말을 흐렸다.

“완커건설이 도로 확포장 공사에 대한 정보를 CTG로부터 얻을 것이 확실하기 때문에 여쭤본 것입니다.”

“아, 무슨 말씀인지 감 잡았습니다.”

“완커건설과 미팅할 때 부투야 실장님께서 참여하셨으면 좋겠습니다.”

“흐흐흐, 알겠습니다.”

부투야 실장은 자신에게 부여된 역할을 파악 완료했다는 의미로 음흉한 웃음을 흘렸다.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페키르 회장이 질문을 던졌다.

“부투야 실장님, 도로 확포장 공사비를 확보하셨습니까?”

페키르 회장의 질문을 받은 부투야 실장은 난처한 상황에 빠졌다.

H&J Investment에서 지원받기로 했다고 답변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되면 이것저것 상황이 복잡해진다.

구렁이 담 넘어가듯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는 것이 최선이었다.

“네. 다행히도 무사히 확보했습니다.”

“190억 달러를 유치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하하, 고맙습니다. 오늘 기분도 좋은데, 간단하게 한잔할까요?”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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