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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01화 (201/328)

[201화] 전면에 등장한 H&J 컨설팅

최성진 부회장은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듯 마음이 불편했다.

자기는 와인을 즐기는 애호가는 아니지만, 비즈니스 때문이라도 가끔 마시는 편이다.

때문에 뿌요네 회장이 테이블 위에 꺼내 놓은 와인이 얼마나 비싼 것인지 모를 수가 없었다.

최소 10만 유로 이상의 고가의 와인.

게다가 처음 맛보는 진귀한 음식들은 또 무어란 말인가.

달랑 만 유로짜리 와인을 한 병 선물하고 이렇듯 귀한 대접을 받고 있으니, 음식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모를 정도로 마음이 불편했다.

빨리 점심 식사를 끝내고 싶은데, 이놈의 시간은 왜 이렇게 더디게 흘러가는지.

그의 모습을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뿌요네 회장이 말을 건네 왔다.

“최 부회장님, 음식이 입에 맞지 않습니까?”

최성진 부회장은 짧은 순간 엄청난 고민에 휩싸였다.

사실대로 대답하면 자신의 체면이 깎이게 될 것이고, 거짓으로 대답하면 뿌요네 회장의 체면을 깎아 먹는다.

자신들은 지금 송유관 건설공사를 수주하러 온 을의 입장.

그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뿌요네 회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사실은 염치가 없어서 그럽니다.”

“네? 염치가 없다니요?”

“저희가 회장님께 귀한 대접을 받고 있는 것에 비해서 너무 저렴한 와인을 선물한 것 같아서 그럽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신경 쓰실 필요 없습니다.”

말은 그렇게 했지만 뿌요네 회장이 립 서비스를 하고 있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도 신경 쓰이는 것은 사실입니다.”

“정 그러시면, 나중에 저한테 한턱 쏘시면 되잖아요.”

“아, 그 방법이 있었군요.”

뿌요네 회장은 문두야 부통령, 마사카 부통령과 머리를 맞대고 수립한 계획을 꺼내 놓을 때가 됐다고 판단했다.

“오늘 밤에 콩고민주공화국의 부투야 실장하고 술자리를 가질 예정인데, 최 부회장님도 참석하시겠습니까?”

“회장님께서는 부투야 실장을 잘 알고 계십니까?”

“부투야 실장뿐만 아니라 바통고 대통령님과도 상당히 친합니다.”

최성진 부회장은 드디어 기회는 왔다라고 생각했다.

잉가 3댐 건설 프로젝트의 결정권은 누가 뭐라고 해도 바통고 대통령이 가지고 있다.

그런 바통고 대통령을 뿌요네 회장이 잘 알고 있다고 한다.

잉가 3댐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 그와 친하게 지내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한 상황.

그러니 그의 말은 가뭄에 단비와도 같았다.

그러다가 그의 허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뿌요네 회장님,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그분들과 어떻게 인연을 맺었는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콩고민주공화국의 유전을 우리 회사가 개발했습니다.”

“아, 오해해서 죄송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 밤에 있을 술자리는 제가 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문두야 부통령이 대화에 끼어들었다.

“최 부회장님, 저희도 술자리에 참석해도 됩니까?”

최성진 부회장은 문두야 부통령의 요청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으나, 송유관 건설공사 수주를 위해서는 그들의 도움이 필요했다.

“그야 당연한 거 아닙니까?”

“오늘 밤에 화끈하게 마셔 봅시다.”

기분 좋게 점심 식사를 끝마친 뿌요네 회장 등은 다이닝 룸을 벗어나 응접실로 이동했다.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 잔을 내려놓으며 뿌요네 회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말문을 열었다.

“임 회장님, 이제 송유관 건설공사와 관련한 대화를 나눠 보실까요?”

임지태 회장은 어젯밤에 송유관 건설공사와 관련한 내용을 전혀 모른 상태에서, 두 명의 부통령들이 묻는 질문에 넙죽넙죽 대답했다가 큰 곤욕을 치렀다.

때문에 송유관 건설공사와 관련한 대화는 최성진 부회장이 전담하기로 결정 내려놓은 상태였다.

“뿌요네 회장님, 송유관 건설공사는 최 부회장이 추진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최 부회장과 대화를 나눴으면 합니다.”

“그것 참 이상하네요?”

“뭐가 말씀입니까?”

“아무리 두 분이 처남매부 사이라고 하더라도 최 부회장님은 엄연히 대한 그룹의 최고 경영진이십니다. 그런 분이 YCM 그룹을 위해서 이적 행위를 한다는 사실이 이상해서 그럽니다.”

최성진 부회장은 뿌요네 회장에게서 이런 질문이 있을 거라고 예상하고 있었고, 그에 걸맞은 대답거리도 만들어 놓은 상태였다.

그의 오해가 깊어지기 전에 얼른 발언권을 요청했다.

“뿌요네 회장님, 제가 대신 말씀드리면 안 되겠습니까?”

“네, 말씀해 보십시오.”

“대한 그룹은 저희 조부와 송 회장의 조부가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입니다. 사업 능력은 제 조부가 훨씬 뛰어났기 때문에 대한 그룹의 경영을 책임졌고, 송 회장의 조부는 자금을 관리했습니다. 그러다가 제 부친 대에 문제가 발생합니다.”

“어떤 문제였습니까?”

잔뜩 호기심을 느낀 뿌요네 회장이 상체를 최성진 부회장 쪽으로 기울이며 관심을 나타냈다.

“제 부친이 유동성 위기에 빠진 YCM 그룹을 돕기 위해서 지분의 일부를 송 회장의 부친에게 매각하면서 자연스럽게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습니다. 그 후, 송 회장 부친은 경영권을 공고히 다지기 위해서……,”

최성진 부회장은 과거사를 장황하게 늘어놓았지만, 한 문장으로 요약하면 ‘송 회장 가문과의 경영권 다툼에서 패했다’였다.

“…현재 대한 그룹의 경영권을 되찾아오기 위해서 송 회장과 치열하게 다툼을 벌이고 있는 중입니다.”

“송 회장을 물 먹이기 위해서, YCM 그룹이 송유관 건설공사를 수주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는 겁니까?”

“다소 과장된 표현이기는 하지만, 뿌요네 회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경영권 문제는 제가 왈가왈부할 수 없으니까, 듣지 않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최 부회장님, 제가 어젯밤에 문두야 부통령님과 통화하는 것을 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송유관 건설공사는 저희 토탈 컨소시엄을 떠나간 상태입니다.”

“저는 무슨 말씀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H&J 컨설팅이라는 회사가 송유관 건설공사를 이미 수주했다는 말입니다.”

최성진 부회장은 H&J 컨설팅이 어떤 회사인지, 어떤 비즈니스를 전개하고 있는지 진즉에 보고받은 상태였다.

무섭게 뜨고 있는 H&J 컨설팅을 장악하면 돈이 될 것 같은 생각에 자기 사람들을 이직시키려 시도했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모조리 탈락의 쓴잔을 마셨다.

이유를 파악해 본 결과, 송훈석 회장이 개입한 사실을 알아냈을 뿐이었다.

그 후로 H&J 컨설팅과는 인연이 닿지 않는다 생각하고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뿌요네 회장이 그 기억을 되살려 놓았다.

“뿌요네 회장님, H&J 컨설팅이 송유관 건설공사를 실행할 수 있습니까?”

“불가능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H&J 컨설팅은 송유관 건설공사를 대한건설에 맡길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토탈 컨소시엄에서 송유관 건설공사를 실행할 업체를 결정해도 되지 않습니까?”

“저희도 그럴 생각이었는데, 루군다 우간다 대통령님과 마자리 탄자니아 대통령님이 송유관 건설공사를 H&J 컨설팅에 넘겨주기를 원하셨습니다.”

“두 분의 대통령님과 H&J 컨설팅이 어떤 사이인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저보다는 두 부통령님께 묻는 게 빠를 것 같습니다.”

뿌요네 회장이 두 명의 부통령에게 발언할 기회를 마련해 주고 2선으로 물러났다.

마사카 부통령은 겨울에게 코치 받은 것을 머릿속에 떠올리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최 부회장님도 알고 계실지 모르겠지만, H&J 컨설팅의 대표이사인 정명훈 사장은 대한 그룹 아프리카 법인장을 역임했습니다.”

“정 사장이 법인장 시절에 두 분의 대통령님들과 교분을 쌓았다고 보면 됩니까?”

“정확히 말씀드리면, 정 사장님이 콩고 지점장 시절부터입니다.”

“35억 달러가 넘는 공사를 고작 친분 관계 때문에 넘겨주었다는 말씀입니까?”

“최 부회장님, 말씀을 가려서 하십시오.”

순간, 응접실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최성진 부회장은 순간적으로 아차 했다.

비록 송유관 건설공사 수주는 어려워졌어도, 140억 달러가 넘는 잉가 3댐 건설 프로젝트가 남아 있다.

잉가 3댐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하기 위해서 마사카 부통령의 도움은 필수였다.

그런 사실을 간과하고 섣부르게 그의 심기를 건드렸으니.

얼른 사과하는 것이 맞았다.

“마사카 부통령님, 제가 감정을 절제하지 못했습니다.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최 부회장님께서 사과하셨으니까, 이번에는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루군다 대통령님은 송유관 건설공사를 H&J 컨설팅에 넘겨주기를 원했지만, 최종 결정권은 토탈 컨소시엄에 있었다는 점을 알아 주셨으면 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참고로 하나만 더 말씀드리면, 정명훈 사장은 부투야 실장과도 상당히 친분이 깊은 편입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박철헌 사장은 송유관 건설공사를 H&J 컨설팅이 수주한 것이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다.

만약에 송유관 건설공사 결정권을 토탈 컨소시엄이 가지고 있었다면, 송훈석 회장의 방해로 인해 YCM건설이 수주할 수 있는 가능성은 더욱 멀어졌을 거니까.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한국어를 사용해서 최성진 부회장에게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정 사장을 제대로 공략하면 송유관 건설공사를 가지고 올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박 사장, 정 사장이 대한 그룹 출신이라는 거 몰라서 하는 소리야?”

“저도 알고 있습니다만, 정 사장도 사업체를 운영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저희가 송유관 건설공사 금액을 대한건설보다 낮게 제시하면, 저희 손을 들어 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요?”

“음,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군.”

“이제 마사카 부통령과 대화를 나누십시오.”

박철헌 사장과 대화를 마무리한 최성진 부회장은 마사카 부통령에게 말을 걸었다.

“마사카 부통령님, H&J 컨설팅의 정 사장을 제가 만날 수 있도록 해 주실 수 있습니까?”

“오늘은 그렇고, 내일이나 모레 중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해 드리겠습니다.”

“죄송한 부탁입니다만, 정 사장과의 미팅 장소에서 YCM건설의 손을 들어 주실 수 있습니까?”

“송유관 건설공사와 관련해서 저하고 문두야 부통령은 중립을 지키기로 한 것을 잊으셨습니까?”

“아차, 제가 깜빡했네요.”

“저희보다는 뿌요네 회장님께 부탁하시는 게 어떨까요?”

이 말과 동시에 최성진 부회장이 뿌요네 회장에게 시선을 돌렸다.

“저도 송유관 건설공사와 관련해서 철저하게 중립을 지켜 드리겠습니다.”

최성진 부회장은 하늘을 날아갈 듯이 기분이 좋아졌다.

송유관 건설공사와 관련해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람들은 모두 네 명.

그중에 세 명이 중립을 선언했다.

이는 즉, 정명훈 사장을 제대로 공략한다면 송유관 건설공사를 가지고 올 수 있다는 뜻.

게다가 세 사람과는 오늘밤에 화끈한 술자리가 예정되어 있다.

술자리에서 이들의 비위를 잘 맞춰 준다면, 중립을 뒤집고 자신들의 손을 들어 줄 가능성도 열려 있었다.

이 정도면 분위기 조성을 위해 쓴 6억 달러가 아깝지 않았다.

“뿌요네 회장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송유관 건설공사의 공기를 최대한 앞당기도록 하겠습니다.”

‘YCM건설은 해가 서쪽에서 뜬다고 해도 절대로 송유관 건설공사를 가지고 갈 수 없을 겁니다.’

속으로 한마디 해 주고, 최성진 부회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최 부회장님, 그런 얘기는 YCM건설이 송유관 건설공사를 수주하고 나서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하, 제가 너무 앞서나갔나요?”

“네, 그렇습니다. 이제 일 얘기 말고, 즐거운 얘기를 잠깐해 볼까요?”

“말씀하십시오.”

“오늘 밤에 어디서 술을 마실까요?”

“저희는 이곳에 어떤 술집이 있는지 모르니까, 회장님께서 결정해 주십시오.”

그때, 문두야 부통령이 맡은 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서 발언권을 요청했다.

“뿌요네 회장님, 오늘 밤 술자리의 호스트는 부투야 실장입니다. 따라서 술집 결정은 부투야 실장에게 맡기는 게 어떨까요?”

“아차, 내가 그것을 깜빡했네요.”

“제가 부투야 실장과 저녁 식사하면서 의견을 물어보고 회장님께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최성진 부회장은 뿌요네 회장과의 점심 식사를 통해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했다.

값진 결과를 얻었으니 이곳에 더 머무를 이유가 없었다.

“뿌요네 회장님, 점심 잘 먹었습니다. 제가 오늘밤에 화끈하게 보답해 드리겠습니다.”

“하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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