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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200화 (200/328)

[200화] 화끈한 와인 파티

칼리마니 실장을 통해서 겨울의 의도를 전달받은 문두야 부통령은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임 회장님, 프랑스에는 식사 초대를 받으면, 선물을 가지고 가는 풍습이 있습니다.”

“뿌요네 회장님은 어떤 선물을 좋아할까요?”

“와인을 상당히 좋아한다고 들었습니다.”

“좋은 정보를 제공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하하, 별말씀을요.”

최성진 부회장은 조금 전, 마사카 부통령에게 솔직하게 내뱉은 말이 몹시 신경이 쓰였다.

대한 그룹 경영권을 차지하기 위해서 송훈석 회장과 다툼을 벌이고 있다고 속마음을 솔직하게 밝힌 것이 뒤늦게 후회되었다.

만약에 이 사실이 송훈석 회장의 귀에 들어간다면… 그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적극적인 방어에 나설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한 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하려는 자신의 원대한 계획에 차질을 빚는다.

어떻게 해서든지 이곳에 있는 사람들의 입을 막을 필요가 있었다.

“마사카 부통령님, 제가 송 회장과 경영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는 얘기는 비밀로 해 주십시오.”

‘후후, 송 회장님은 감시카메라를 통해서 이곳의 상황을 낱낱이 알고 있습니다.’

마사카 부통령은 자신의 속마음을 숨긴 채 최성진 부회장의 부탁에 흔쾌히 답했다.

“당연한 말씀입니다. 최 부회장님께서 대한 그룹의 경영권을 자치할 수 있도록 진심으로 빌어 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제 시간이 많이 늦었기 때문에 저희 숙소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호텔 측에 로비를 비워 달라고 요청할까요?”

“계단으로 내려가면 되니까 그럴 필요 없습니다.”

“안녕히 돌아가시고, 내일 12시에 뿌요네 회장의 저택에서 뵙겠습니다.”

최성진 부회장 일행이 떠나가자, 이를 지켜보고 있던 겨울이 문두야 부통령의 숙소를 찾아왔다.

문두야 부통령은 활짝 웃으며 겨울에게 농담을 건넸다.

농담은 농담으로 받는 법.

“한 부사장님, 우리의 연기는 어땠습니까?”

“오스카의 남우주연상이 울고 갈 정도로 완벽했습니다.”

“하하, 고마워요.”

“부통령님의 숙소에 설치된 감시카메라를 제거할 동안에 정명훈 사장님의 숙소에서 간단하게 한잔하실까요?”

“좋습니다.”

정명훈 사장의 숙소.

흥겨운 술자리가 벌어지던 도중에 술과 안주가 바닥나자, 신지훈 실장이 룸서비스를 통해서 술과 간단한 안주를 주문했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호영이 궁금한 표정으로 겨울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걸었다.

“한 부사장, 호텔들도 값비싼 빈티지 와인을 보유하고 있을까?”

“아마도 그렇겠지.”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이 보유하고 있는 빈티지 와인들 중에서 제일 비싼 건 얼마 정도 할까?”

“글쎄다? 나도 모르지.”

“신 실장님께 물어보라고 해 볼까?”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듣고 있던 조병석 실장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입을 열었다.

“호영 씨, 그것이 왜 궁금한데요?”

“임지태 회장을 골탕 먹일 수 있는 방법이 하나 생각나서 그럽니다.”

“어떤 방법으로요?”

“부투야 실장님이 내일 묵을 호텔의 모든 비용은 임 회장이 부담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부투야 실장님이 룸서비스로 고가의 빈티지 와인을 주문해서 마시면, 임 회장의 속이 많이 쓰리지 않을까요?”

“하하하, 그렇게 해 볼까요?”

“조 실장, 우리도 같이 웃읍시다.”

조병석 실장의 커다란 웃음소리를 듣고, 송훈석 회장이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방금 전에 호영 씨가 임지태 회장을 물 먹일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얘기해 주었습니다.”

“얼른 얘기해 보세요.”

“내일 부투야 실장님이…….”

조병석 실장의 얘기를 듣고 있던 문두야 부통령은 기발한 아이디어가 하나 생각났다.

그의 얘기가 끝나기 무섭게 생각해 놓은 말을 꺼냈다.

“내일 밤에 부투야 실장의 숙소에서 화끈한 와인 파티를 벌여 보겠습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회장님, 제가 또 출동해야 하는 겁니까?”

장대산 부사장이 싱긋 웃으며 한마디 거들었다.

“하하하, 그래 주면 더욱 좋고요.”

* * *

다음 날 오전.

최성진 부회장이 거액의 뇌물을 건네고 받은 기회 중 하나가 뿌요네 회장의 저택 방문이었다.

방문에 앞서 최성진 부회장의 숙소에는 중요 멤버들이 모여들었다.

“임 회장, 와인은 얼마짜리로 준비할 생각이야?”

“적어도 만 유로는 돼야 하지 않을까요?”

“음, 그 정도면 적당하겠군.”

박철헌 사장은 어젯밤에 뿌요네 회장에 대해 조사하다가 놀라운 사실을 하나 알아냈다.

그가 저택에 수백 평이 넘는 와인 저장고를 가지고 있을 정도로 와인 애호가라는 사실이었다.

최소 수 만 병의 와인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한테 만 유로짜리 와인이 눈에 들어오겠는가.

여차하면 선물을 주고도 욕을 얻어먹을 수 있는 민망한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

“부회장님, 뿌요네 회장이 와인을 상당히 좋아한다고 합니다.”

“박 사장은 만 유로짜리 와인이 저렴하다고 생각하는 거야?”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그러는 박 사장은 지금까지 만 유로가 넘어가는 술을 마셔 본 적이 있나?”

최성진 부회장의 목소리에 노기가 실려 있었다.

박철헌 사장은 아차 했다.

한 번 결정하면 웬만해서는 바꾸지 않는 그의 독특한 버릇을 깜빡 잊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더 이상 화를 내지 않도록 이쯤에서 꼬리를 내리는 것이 맞았다.

“부회장님, 제가 실언했습니다.”

“알았어. 와인 얘기는 그만하고, 다른 얘기를 해 보자고.”

“네, 말씀하십시오.”

“뿌요네 회장의 집 주소는 받았나?”

“칼리마니 실장에게 전달 받았습니다.”

박철헌 실장과 대화를 마무리한 최성진 부회장은 성진수 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성 실장, 무세베니 실장한테 부투야 실장 측의 명단을 건네받았나?”

“네, 받았습니다.”

“특이한 점은 없었고?”

그렇지 않아도 성진수 실장은 어젯밤 늦게 무세베니 실장에게 명단을 받았을 당시, 이상하게 생각하던 점이 있었다.

국제변호사 세 명이 수행원 명단에 포함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충분히 있을 수 있는 일이었지만, 그것이 묘하게 신경을 자극했다.

잉가 3댐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하기 위해서 국제변호사들이 동행하는 것이라고 해석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는 일이었다.

“있었습니다.”

“어떤 점이?”

“부투야 실장의 수행원들 중에 국제변호사 세 명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국제변호사라…….”

최성진 부회장이 끝말을 흐리며 소파 손잡이에 턱을 괴고 생각에 잠겼다.

다른 사람들은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소탁 위에 놓여 있는 음료수를 소리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마셨다.

약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최성진 부회장이 한층 더 차분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박 사장, 부투야 실장이 국제변호사들을 데리고 오는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잉가 3댐 건설공사와 관련해서 계약 체결까지 끝내고 돌아갈 생각인 것 같습니다.”

“YCM건설이 잉가 3댐 공사를 단독으로 공사할 수 있을까?”

“YCM건설보다도 규모가 큰 대한건설도 프랑스의 VINCH와 컨소시엄을 형성했습니다.”

“그렇다면 YCM건설은 파트너로 어느 건설 회사를 선정하면 좋을까?”

“잉가 3댐 건설공사에 YCM건설이 주도권을 행사하고, 이익의 극대화를 위해서는 중국 건설사가 제일 적당한 것 같습니다.”

“알았어.”

짧게 대답한 최성진 부회장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참 동안 전화한 후, 통화를 종료했다.

그와 동시에 임지태 회장이 궁금하다는 표정으로 말을 걸었다.

“부회장님, 누구와 통화했습니까?”

“중국 완커건설의 천쥐펑 부회장.”

“천 부회장이 뭐라고 합니까?”

“내일까지 이곳으로 오겠다고 하더군.”

“네? 너무 성급하게 움직이는 것이 아닙니까?”

“뭐가 성급하다는 거야?”

“저희는 잉가 3댐 건설 프로젝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이 하나도 없잖아요.”

“완커건설이 잉가 3댐 건설 프로젝트에 대한 자료를 확보해 놓고 있을 테니까 걱정 마.”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성진수 실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부회장님, 부투야 실장이 묵을 호텔을 어떻게 할까요?”

“이곳 파리에서 제일 비싼 호텔을 예약해 줘.”

“네, 알겠습니다.”

* * *

그 시각, 겨울은 하도진 실장과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며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하 실장님, 송유관 건설공사 협상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내부적으로는 이미 협상은 완료했고, 외부적으로는 어려움을 겪는 것처럼 진행하고 있습니다.”

“최 부회장 측에서 눈치채지 못하도록 신경을 바싹 쓰셔야 할 겁니다.”

“안 그래도 그러고 있는 중입니다.”

윙윙―

그때, 겨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최성진 부회장을 감시하고 있는 장대산 부사장이 걸어온 전화였다.

“네, 장 부사장님.”

[방금 전에 성진수 실장이 와인판매점에서 빈티지 와인을 한 병 구입했는데, 만 유로짜리입니다.]

“그래요?”

겨울은 임지태 회장의 손이 의외로 작은 것에 놀랐다.

그도 뿌요네 회장이 와인애호가라는 사실을 알고 있을 것인데, 고작 만 유로짜리 와인이라니.

물론 일반 서민들한테 만 유로짜리 와인은 언감생심이겠지만, 임지태 회장에게는 그다지 무리가 따르는 선물은 아닐 것이다.

게다가 35억 달러가 넘어가는 송유관 건설공사를 수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는 그였다.

그가 어떻게 뿌요네 회장의 마음을 움직이려 들지 아주 궁금해지는 겨울이었다.

[그리고 잉가 3댐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를 위해서 최성진 부회장이 중국의 완커건설을 끌어들였습니다.]

“설마하니 완커건설 사람들이 이곳으로 오는 것은 아니겠죠?”

[그 설마가 맞습니다. 내일 도착한다고 합니다.]

“이것 참… 일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드는 이유가 뭘까요?”

[이미 게임 끝났는데, 무슨 소용이 있습니까?]

“하긴, 그러네요.”

[변동 상황이 생기면 연락 줄게요.]

“네, 수고해 주세요.”

전화를 끊고 잠시 생각을 정리한 겨울은 뿌요네 회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자신이 구상해 놓은 생각을 자세하게 밝혔다.

“…임 회장에게 근사한 점심 식사를 대접해 주십시오.”

[그럼요. 염려 마세요.]

* * *

딸깍.

뿌요네 회장이 전화를 끊자, 겨울의 전화임을 눈치챈 마사카 부통령이 질문을 던져 왔다.

“한 부사장님과 어떤 내용으로 통화하셨습니까?”

“임 회장이 저를 주기 위해서 와인 한 병을 구입했는데, 만 유로짜리라고 합니다.”

“음, 그렇군요.”

“마사카 부통령님, 제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겁니까?”

“어젯밤에 송 회장님이 임 회장을 골탕 먹여 달라는…….”

뿌요네 회장은 조금 전 겨울이 자기에게 한 부탁을 이제야 완벽하게 이해했다.

사실 만 유로짜리 와인도 좋은 품질의 와인이기 때문에 임지태 회장이 마련한 선물을 감사하게 받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겨울과 마사카 부통령의 얘기를 듣는 순간, 생각을 바꿔 먹었다.

“제가 임 회장 일행이 미안한 마음을 품을 정도로 화끈하게 대접해 주겠습니다.”

“하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그때, 밖에서 통화를 끝내고 들어오는 무세베니 실장의 모습이 마사카 부통령의 눈에 들어왔다.

“무세베니 실장, 무슨 일이 있나요?”

“방금 전에 YCM 그룹의 성진수 실장과 통화했는데, 부투야 실장님이 묵을 호텔을 예약했답니다.”

“호텔 이름이 뭐랍니까?”

“샹젤리제에 위치한 크리용 호텔이라고 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뿌요네 회장이 활짝 웃으며 대화에 끼어들었다.

“마사카 부통령님, 오늘 밤에 있을 와인 파티를 화끈하게 만들어 줄까요?”

“좋은 묘안이라도 있습니까?”

“크리용 호텔의 쟝 고다르 사장을 제가 잘 알고 있습니다. 제가 가지고 있는 고가의 와인을 고다르 사장에게 넘겨주겠습니다.”

와인 애호가들은 와인을 마시는 것도 좋아하지만, 희귀한 와인들을 수집하는 취미도 겸하는 경우가 많다.

거액을 들여 수집한 와인들은 자식 대하듯 애지중지 다루며 웬만해서는 내놓지 않는다.

그런데 뿌요네 회장은 고가의 와인을 임지태 회장을 물 먹이는 데 사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마사카 부통령은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뿌요네 회장님, 아깝지 않으세요?”

“언젠가는 마셔 버릴 건데요 뭐.”

말은 그렇게 했으나, 뿌요네 회장의 표정에서는 아쉬움이 묻어났다.

“뿌요네 회장님, 제가 오늘밤에 부투야 실장을 소개시켜 드릴까요?”

즉, 부투야 실장이 계획한 와인 파티에 참석시켜 주겠다는 의미였다.

“그럴까요? 부투야 실장은 저도 잘 알고 있으니 어색하지는 않을 겁니다.”

“그렇습니까? 그렇다면 오늘밤 파티가 더욱 기대가 되는데요?”

“하하하, 저도 그렇습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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