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175화 (175/328)

[175화] 그녀가 누구일까?

겨울과 김윤중 전무는 오후에 법무사 사무실에서 만나 집 매매와 관련한 의견을 조율하고 계약서에 사인을 완료했다.

겨울은 35억을 일시불로 지급했고, 그와 동시에 법무사가 소유권 이전 작업에 돌입했다.

계약을 마무리한 김윤중 전무는 미리 매입해 놓은 아파트로 토요일 오전에 이사했다.

단출한 이삿짐이 전부인 겨울과 가을은 그날 오후에 이사를 끝마쳤다.

1층은 겨울이, 2층은 가을이 사용하는 것으로 결정하고, 한참 부족한 세간은 가을이 책임지고 구입하기로 했다.

일요일 오후에는 시골에서 상경한 부모님, 정상호 사장 부부, 호영을 초대해서 간단하게 집들이를 가졌다.

다음 날 월요일 아침.

정신없는 주말을 보내고, 겨울과 가을은 회사로 출근하기 위해 차에 올랐다.

“가을아, 엄마 아빠는 언제 시골로 내려가신다고 하든?”

“오늘 오후에.”

“며칠 더 계시다 가셔도 되는데.”

“나도 그렇게 말씀드렸는데, 농사를 시작해서 잠시도 비워 놓을 수가 없대.”

“아, 벌써 그런 시기가 됐네. 같이 살자고 말씀은 드려 봤고?”

“응. 그러고 싶은 마음은 굴뚝같은데, 그래도 공기 좋고 친구들이 많아서 거기서 계속 지내시겠대.”

“그럼 어쩔 수 없지. 오늘 오후에 일이 있어서 그런데, 네가 엄마 아빠 버스 터미널까지 배웅해 드려.”

“알겠어. 아, 그리고 내일부터 오빠와는 따로 출근할게.”

“왜?”

사실 가을이 그동안 직원들의 시선을 무릅쓰고 겨울과 같이 출근한 이유는 회사와 집이 멀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회사 가까이로 이사했으니, 굳이 겨울의 차를 타고 다니면서 눈총을 받을 필요가 없었다.

“이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로 이사했잖아.”

“차 한 대 사 줄까?”

“음, 아냐. 괜찮아.”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홍석훈 기사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가을 씨, 서래마을에서 회사까지 오는 길이 상당히 복잡합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인데, 회사 근처에서 내리시는 건 어떨까요?”

“아, 그래 주실래요?”

가을이 밝은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오늘부터 그렇게 해 드리면 되죠?”

“그래 주시면 더욱 좋고요.”

가을을 중간에 내려놓고 회사에 출근한 겨울은 하도진 실장을 집무실로 불러들였다.

“하 실장님, H&E 트레이딩에 의약품 제안서는 보내 줬습니까?”

“네. 오늘 오전 중에 발송한다고 연락 받았습니다.”

“H&E 트레이딩이 다섯 나라와 계약을 체결하는 즉시, 우리도 제약 회사들과 계약할 수 있도록 추진하세요.”

“가쿠타 부장한테 얘기해 놓겠습니다.”

윙윙―

그때, 겨울의 핸드폰이 진동했고, 발신자를 확인하니 부투야 실장이었다.

겨울은 하도진 실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부투야 실장님.”

[한 부사장님, 좋은 4월 되십시오.]

콩고민주공화국은 이제 월요일 새벽 1시가 약간 넘은 시간이다.

그런데 부투야 실장의 목소리는 아직도 쌩쌩했다.

새해도 아닌 4월의 인사를 전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깨어 있다는 것은 논리상으로 맞지 않았다.

‘부투야 실장님이 나한테 할 말이 있어서 전화한 게 분명한데… 맞아! 그게 있었지!’

짧게 생각을 끝낸 겨울은 부투야 실장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실장님, 잉가 3댐 공사의 계약 해지 체결이 완료됐습니까?”

[하하하, 그렇습니다. 어젯밤 늦게 CTG의 리위춘 회장이 직접 사인했습니다.]

“리 회장한테 피해 보상금을 받았습니까?”

[저희는 약소하게 5억 달러만 받아 냈습니다.]

겨울은 부투야 실장의 대답에서 중요한 힌트를 하나 얻어 냈다.

ACS는 잉가 3댐 건설 공사의 계약 파기의 책임을 CTG에 전가하고, 공사 금액의 10%인 14억 달러를 위약금으로 청구했다.

하지만 CTG 측에서 배 째라고 드러눕는 바람에 위약금을 한 푼도 받아 내지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는 중이었다.

그런 사정을 알고 있는 부투야 실장이 ACS 측에 리위춘 회장이 콩고민주공화국에 입국한 사실을 살짝 흘린 것 같았다.

ACS의 카를로스 테베즈 회장은 이 기회를 틈타 리위춘 회장과 담판을 짓기 위해서 콩고민주공화국에 입국한 것이고.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부투야 실장에게 물었다.

[하하하, 맞아요.]

“담판의 결과는 어떻게 됐습니까?”

[위약금 14억 달러와 정신적인 피해 보상금 1억 달러까지, 모두 15억 달러를 받아 냈습니다.]

“테베즈 회장도 독한 면이 있네요.”

[그러니까 세계 1위 건설사를 경영하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이제 저희는 잉가 3댐 건설 공사와 관련해서 ACS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되겠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데, 테베즈 회장의 욕심이 보통이 아니라서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네요.]

“그 문제는 저희가 알아서 할 테니까, 실장님은 모른 척하고 계십시오.”

[그렇게 할게요. 그건 그렇고 잉가 3댐 공사와 관련해서 걸림돌이 모두 없어졌으니까, 이제 계약을 추진해 주세요.]

“최대한 빨리 움직이도록 하겠습니다.”

[이제 푹 쉬렵니다. 나중에 또 전화하겠습니다.]

딸깍.

부투야 실장과 통화를 종료한 겨울은 하도진 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실장님, 사장님께 커피나 얻어 마시러 갑시다.”

“네, 부사장님.”

사장실.

비서가 내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정명훈 사장이 겨울에게 말을 걸었다.

“이제 얘기해 봐.”

“잉가 3댐 건설 공사와 관련해서…….”

겨울은 부투야 실장과 통화한 내용을 가감 없이 전달했다.

“신 실장, 서동호 실장한테 전화해서 나를 바꿔 줘.”

“네, 사장님.”

짧게 대답한 신지훈 실장은 서동호 실장에게 전화를 걸어서 몇 마디 대화를 주고받은 후, 핸드폰을 정명훈 사장에게 건네주었다.

“서 실장님, 잉가 3댐 건설 공사와 관련해서 본격적인 타당성 검토를 시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골치 아픈 문제들이 해결됐다고 판단하면 되겠습니까?]

“네, 그렇습니다.”

[잉가 3댐 건설 공사와 관련해서 오후에 긴급회의를 갖는 게 어떻겠습니까?]

“좋습니다. 이번에는 저희가 가도록 하겠습니다.”

[회장님께서 점심 약속이 있으니까, 1시에 임원 회의실에서 뵙겠습니다.]

“알겠습니다.”

* * *

딸깍.

서동호 실장이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송훈석 회장이 질문을 던져 왔다.

“정 사장이 뭐라고 하는데?”

“잉가 3댐 공사와 관련해서 모든 보틀넥이 해소됐다고 했습니다.”

“ACS 문제도 해결했다는 뜻이겠지?”

“전화해서 물어볼까요?”

“아니야. 몇 시간 뒤에는 알게 될 텐데 뭐. 오늘 정 사장이 오면, 프랑스 출장 일정도 같이 논의해 보자고.”

서동호 실장은 얼마 전의 일이 머릿속에 스쳐 지나갔다.

토탈은 우간다 유전 개발과 관련해서 CNOOC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단돈 1달러에 인수했다.

물론 우간다와 탄자니아 정부가 CNOOC 측에 피해 보상금으로 요구한 15억 달러를 대신 납부해 주는 조건으로.

비록 계획대비 3억 달러가 초과됐지만 개의치 않았다.

우간다와 탄자니아에서 수주할 프로젝트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에.

현재 뿌요네 회장은 송유관 건설 공사를 본격적으로 추진하자면서 자신들을 초청한 상태였지만, 아직 확답해 주지 않은 상태였다.

송유관 건설 공사와 관련한 타당성 검증이 아직 마무리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생각을 끝낸 서동호 실장은 송훈석 회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대한전자 마케팅 연구소를 감사한 결과는 나왔나?”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장근호 씨의 얘기가 맞았습니다.”

“관련자 놈들을 모두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고, 혐의가 무거운 놈들은 일벌백계 차원에서 형사 고소 해.”

“그렇게 되면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럼 그놈들이 한 여자의 인생을 망가뜨린 것을 그냥 보고 넘어갈 거야?”

“아차,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는, 다른 여직원이 있었죠?”

“그 여직원에 대한 치료비는 우리 회사에서 전액 부담하도록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부사장님, 하필이면 오후 1시에 긴급회의를 하자고 한 이유가 뭘까요?”

겨울의 옆에 앉아 있던 하도진 실장이 말을 건네 왔다.

사실 겨울도 그 점이 의문스러웠다.

그럼으로 인해서 자신들은 대한 그룹 근처에서 점심을 먹어야 하는 불편함이 발생했으니까.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어젯밤에 오코사 실장과 통화했는데, 중국이 나이지리아에 페널티로 100억 달러를 청구했다고 합니다.”

지난달 중순에 연합군 대표들은 중국과의 협상 내용을 발설치 않겠다는 비밀 유지 각서에 사인했다.

각서에는 비밀을 유출했을 경우에 페널티로 100억 달러를 지불한다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었고.

최근에 아프리카 대륙의 국가들이 디폴트를 선언할 움직임을 보이자, 중국은 배후에 나이지리아가 있다고 판단 내리고 각서를 핑계 삼아 페널티를 청구한 것 같았다.

겨울은 사실 여부를 파악하기 위해서 오코사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한 부사장님.]

잔뜩 잠에 취해 있는 목소리.

순간, 겨울은 아차 싶었다.

급한 마음에 시차가 여덟 시간 발생한다는 사실을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오코사 실장님, 제가 너무 일찍 연락드린 것 같네요.”

[아닙니다. 이제 일어나려고 했습니다.]

“방금 전에 하도진 실장한테 페널티 100억 달러와 관련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지난 토요일 오전에 중국 대사가 뜬금없이 저를 찾아와서, 천유런 외교부장이 보내온 친서라고 하면서 건네주고 갔습니다. 친서의 내용은 아시다시피 우리나라가 비밀 유지 약속을 위반했다면서 페널티로 100억 달러를 청구한다는 내용이었고요.]

“중국이 페널티로 100억 달러를 청구하면서 근거 자료를 제시했습니까?”

[그랬으면 제가 마음 편하게 잠을 자고 있겠습니까?]

즉, 나이지리아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찔러 봤다는 의미였다.

겨울은 짧은 시간에 기막힌 묘안을 생각해 내고, 오코사 실장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실장님, 그 문제는 제가 알아서 처리해 드릴 테니까, 평상시처럼 행동해 주십시오.”

[묘안을 가지고 있다는 뜻으로 들리는데, 제 말이 맞겠죠?]

“네. 미국에 뜨거운 감자를 던져 버릴 생각입니다.”

[하하하, 그 방법이 있는지 깜빡 잊고 있었네요?]

기뻐하는 오코사 실장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그도 마음속으로 걱정하고 있었다는 반증이리라.

“이제 걱정을 훌훌 털어 버리고, 활기찬 4월을 맞이하십시오.”

오코사 실장과 통화를 끝낸 겨울은 즉시 해리슨 상원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서 나이지리아의 상황을 전달했다.

“상원의원님께서 나서 주셨으면 합니다.”

[내가 오코사 실장과 통화해서 깔끔하게 정리해 놓을게요.]

“저는 상원의원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이왕 통화가 됐으니까, 다른 얘기를 잠깐 해 볼까요?]

“네, 말씀하십시오.”

[오늘 오전에 대산이와 통화를 잠깐 했는데, 좋아하는 여자가 생긴 것 같은 뉘앙스를 보이더군요.]

예상치 않은 그의 말에 깜짝 놀란 겨울이었으나, 즉시 장대산 부사장이 좋아할 만한 여자가 누구인지 짧게 추리해 보았다.

느낌상 조강희가 유력했지만, 그녀를 좋아하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후후, 삼각관계라는 말이지.’

속으로 웃음을 흘린 겨울은 해리슨 상원의원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상원의원님, 제가 책임지고 장 부사장이 좋아하는 아가씨가 누구인지 알아보겠습니다.”

[하하, 기다리고 있을게요.]

딸각.

겨울이 통화를 끝내자,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하도진 실장이 말을 걸어왔다.

“부사장님, 제가 지난주에 이승훈 상무님과 잠깐 대화를 나눠 봤는데, 장 부사장님이 투자분석 검증팀에 수시로 내려온다고 합니다. 느낌상 그 팀에 좋아하는 여자가 있는 게 분명합니다.”

“이 상무님께 스파이 역할을 수행해 달라고 하세요.”

“하하하, 알겠습니다.”

하도진 실장은 주저하지 않고 이승훈 상무에게 전화해서 겨울의 지시를 전달하고 통화를 종료했다.

“실장님, 수고하셨습니다.”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나저나 부사장님은 어떻습니까? 좋아하는 사람이 있습니까?”

사실 겨울도 이상하게 마음이 가는 여자가 있었지만, 이는 혼자만의 생각이었다.

따라서 그녀를 위해서라도 언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아직 없습니다.”

“FTA 팀의 고영규 팀장의 처제가 상당히 미인이라고 하는데, 제가 소개팅을 추진해 볼까요?”

“아직은 바빠서 그렇고, 여유가 생기면 한 번 만나 볼게요.”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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