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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166화 (166/328)

[166화] 결국 밝혀진 이유

옆 테이블의 동향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던 송훈석 회장은 큰일 났다는 생각뿐이었다.

만약에 조강희가 직장 상사들로부터 괴롭힘 당한 이유가 자기가 생각하고 있는 것이 맞고, 그것이 언론에 기사화라도 된다면… 그야말로 초대형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다.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초대형 사고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서 실장, 빨리 행동으로 옮기세요.”

“네, 회장님.”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서동호 실장은 재빨리 옆 테이블로 다가가서 겨울에게 말을 걸었다.

“한 부사장, 이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이런 대화를 나누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실장님은 장근호 씨가 어떤 얘기를 꺼낼지 알고 계십니까?”

사실 처음에는 모르고 있었다.

이곳에 와서 조강희의 미모와 장근호의 얘기를 듣고 대충 짐작하고 있을 뿐.

그렇다고 자신의 생각을 사실대로 밝힐 수는 없었다.

“조강희 씨가 직장 상사들로부터 어떤 괴롭힘을 당했는지 짐작하고는 있어요.”

“장근호 씨의 얘기를 이곳에서 듣지 말아야 할 이유가 있습니까?”

“조강희 씨의 프라이버시를 고려해 주세요.”

겨울은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라고 생각했다.

입사 동기들이 조강희에 대한 소문을 퍼트릴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후우, 알겠습니다. 저희가 대화를 나눌 만할 장소가 있을까요?”

“회사가 가까우니, 회장실에서 대화를 나눴으면 합니다.”

“실장님 뜻에 따르겠습니다.”

“한 부사장님을 포함한 세 분과 장근호 씨, 송지유 씨까지 대화에 참석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겨울은 조강희 퇴사 사건과 관련 없는 송지유가 참석하는 것이 그다지 내키지 않았으나, 같은 여성이기도 하고 둘이 친자매처럼 지낸 것을 생각하면 나름 도움이 될 거라 판단했다.

그리고 서동호 실장도 그런 의도로 송지유를 부른 것일 터였다.

“20분 뒤에 회장실에서 만나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네, 실장님.”

서동호 실장은 송훈석 회장이 앉아 있는 테이블로 다가가서 겨울과 나눈 대화 내용을 짧게 보고했다.

“…지금 출발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나저나 손님들의 저녁 식사비는 어떻게 처리할 예정입니까?”

“비서실 직원한테 얘기해 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알았어요. 일어납시다.”

결국 오랜만에 참석한 동기 모임은 흐지부지 끝나 버렸다.

대한 그룹 본사로 발걸음을 옮기던 중에 장근호가 불안한 표정으로 겨울에게 말을 건넸다.

“한 부사장님, 이번 일로 인해서 직장 상사들한테 찍히면 어떻게 하죠?”

“우리 회사로 이직하면 되잖아요.”

“저는 디자인 전공이라서 H&J 컨설팅에 적합한 인재가 아닙니다.”

“사회 체육을 전공한 저는 어떻고요. 지금은 H&J 컨설팅을 경영하고 있잖아요.”

“알았어요. 한 부사장님을 믿고 화끈하게 일을 저질러 보겠습니다.”

회장실.

겨울의 일행보다 먼저 도착한 송훈석 회장은 걱정스러운 얼굴로 서동호 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장근호 씨가 꺼내려던 말이 우리가 예상한 것이 맞겠지요?”

“확실하지는 않지만, 가능성이 상당히 높은 것은 사실입니다.”

“그건 그렇고, 조강희 씨를 위로하기 위해서 지유를 대화에 참석시킨 것은 오버 아닙니까?”

서동호 실장은 송훈석 회장이 어떤 의도로 이 말을 꺼냈는지 단숨에 눈치챘다.

정재엽 사장과 임용식 사장이 오해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시키라는 뜻임을.

어떻게 대답하는 것이 좋을지 짧게 생각한 후, 송훈석 회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지유가 대한 그룹의 경영권을 이어받기 위해서는 항상 꽃길만 걸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 회사의 민낯을 보여 주기 위한 의도라는 말이죠?”

“네, 그렇습니다.”

똑똑.

잠시 후, 노크 소리와 함께 송지유가 겨울 등과 함께 집무실 문을 열고 들어왔다.

거리낄 것이 없는 겨울과 장대산 부사장은 거침없이 발걸음을 놀렸고, 잔뜩 위축된 장근호와 조강희는 그 뒤를 조심스럽게 따랐다.

모두들 비어 있는 자리에 앉자, 송훈석 회장이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한 부사장, 늦은 시간에 대화를 나누자고 해서 미안해요.”

“어차피 한 번은 겪어야 할 일이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실 필요는 없습니다.”

“한 부사장, 서 실장의 실수에 대해서는 내가 정식으로 사과할게요.”

사실 겨울도 자기의 행동이 옳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조강희한테 들은 얘기가 사실이 아닐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기 때문에.

만에 하나 정말로 그런 거라면, 자기가 거꾸로 서동호 실장에게 정중하게 사과해야 할 판이었다.

“회장님, 저도 예민하게 반응한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괜히 불편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겨울이 사과하며 고개를 숙이자, 서동호 실장도 서둘러 고개를 숙였다.

“하하, 이 이야기는 다음에 하고, 이만 이야기를 들어 보죠.”

“네. 이제 장근호 씨의 이야기를 들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겨울이 장근호를 대화의 전면에 내세우자, 장근호가 경직된 몸을 조심스럽게 움직였다.

“장근호 씨한테 그 어떠한 불이익이 돌아가지 않도록 내 이름을 걸고 약속해 줄게요.”

“네, 알겠습니다.”

장근호는 잠시 호흡을 고르고 말문을 열었다.

“저는 조강희 씨와 소속은 다르지만, 같은 빌딩에 위치한 디자인 연구소에 근무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조강희 씨를 오가며 자주 만날 수 있었다는 점을 미리 밝히겠습니다.”

“알았어요.”

“부서 배치를 받은 후, 보름이 지나지 않은 3월의 어느 날, 구내식당에서 우연히 조강희 씨를 봤는데, 이상하게도 혼자서 점심을 먹고 있었습니다.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니, 바빠서 때를 놓쳤다고 했습니다. 충분히 그럴 수 있기에 그때는 별생각 없이 넘겼습니다.”

“그때부터 팀원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고 보면 됩니까?”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회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계속 얘기해 보세요.”

무언가 심상치 않다고 느낀 송훈석 회장이 장근호 쪽으로 상체를 기울이며 말을 재촉했다.

“며칠 뒤에 조강희 씨를 휴게실에서 만났는데, 구석에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었습니다. 깨워서 이유를 물어보니, 며칠 동안 밤을 새는 바람에 피곤해서 잠시 휴식을 취하다가 깜빡 잠이 들었다고 대답했습니다.”

송훈석 회장은 시선을 돌려 조강희에게 물었다.

“조강희 씨, 장근호 씨의 말이 맞습니까?”

“…네, 맞습니다.”

“며칠 동안 밤을 샌 이유가 무엇인지 대답해 줄 수 있습니까?”

“제가 감당할 수 없을 양의 업무를 받았기 때문입니다.”

“부서 배치를 받은 지 불과 한 달도 지나지 않았는데 그토록 많은 업무를 받았다는 말입니까?”

“네.”

“팀장이 뭐라고 하면서 업무를 줬습니까?”

“…OJT의 일환이라고 하셨습니다.”

조강희 대답을 들은 송훈석 회장은 초조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임용식 사장에게 말을 걸었다.

“임 사장, 대한전자는 신입사원들한테 이런 방법으로 OJT를 시킵니까?”

“절대 아닙니다.”

“그렇다면 조강희 씨가 거짓말하고 있다는 겁니까?”

임용식 사장은 할 말이 없는지 입을 아예 닫았다.

송훈석 회장은 그런 그를 내버려 둘 생각이 없었는지, 계속 질책성 발언을 이어 갔다.

“말이 나온 김에 하나만 물어봅시다. 대한전자는 신입사원들한테 수습 기간을 부여하지 않습니까?”

“3개월 동안 수습 기간을 부여하도록 규정되어 있습니다.”

“신입사원에게 감당하기 어려운 업무를 줄 정도로 마케팅 연구소의 인력이 부족합니까?”

“TO에 맞게 인력을 배치했기 때문에 부족하지는 않습니다.”

“그럼 조강희 씨가 팀장 놈한테 과중한 업무를 부여받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합니까?”

“…잘 모르겠습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유심히 지켜보고 있던 장근호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회장님, 제가 알고 있습니다만…….”

장근호는 말끝을 흐리며 조강희에게 시선을 주었다.

그리고 그 저의를 알아차린 송훈석 회장이 입을 열었다.

“지유야, 조강희 씨하고 밖에 나가 있어.”

“네, 회장님.”

송지유와 조강희가 밖으로 나가자, 장근호가 작정한 듯 입을 열었다.

“조강희 씨가 소속되어 있던 마케팅 연구소 5팀은 여직원이 거의 없습니다.”

역시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듯 송훈석 회장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성추행과 관련된 내용입니까?”

“네, 그렇습니다.”

“조강희 씨한테 어떤 사건이 있었는지 자세하게 얘기해 줄 수 있나요?”

“사건은 조강희 씨의 신입사원 환영식 날에 발생했습니다. 저녁 식사를 끝내고 2차로 노래방에 갔을 때, 팀장이 조강희 씨한테 블루스를 추자고 요구했습니다. 조강희 씨는 팀장의 요구를 거절할 수 없어서 같이 블루스를 쳐 주었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 팀장이 조강희 씨의 은밀한 곳을 만지려고 했고, 당황한 조강희 씨는 얼른 노래방을 뛰쳐나갔답니다.”

“하, 그럼 그 당시의 앙금 때문에 조강희 씨가 괴롭힘을 받았다는 겁니까?”

“저는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이런 개새끼가 있나.”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어 오른 송훈석 회장이 걸쭉한 욕설을 내뱉었다.

반면, 정재엽 사장은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능력에 비해서 업무가 과중하면 팀장에게 과중한 업무를 줄여 달라고 요청하거나, 최악의 경우에 배 째라고 드러눕는다.

그런데 어찌된 영문인지 조강희는 꾸역꾸역 과중한 업무를 처리해 나갔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장근호에게 물었다.

“팀장은 조강희 씨의 신입사원 연수 성적 2등을 계속 언급하면서, 업무를 처리할 수밖에 없도록 교묘하게 분위기를 조성했습니다.”

“장근호 씨는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아냈습니까?”

“마케팅 연구소 5팀에 제 대학 선배가 근무하고 있습니다.”

“팀원들도 조강희 씨를 괴롭혔다고 들었는데, 사실이 아닙니까?”

“팀장과 죽이 맞은 팀원들 몇 명이 노골적으로 괴롭혔다고 들었습니다.”

그들의 대화를 듣고 송훈석 회장이 대화의 주도권을 찾아왔다.

“조강희 씨의 경우 말고, 다른 사례는 없었습니까?”

“소문을 하나 들었습니다만, 신빙성은 잘 모르겠습니다.”

“신빙성 여부는 우리가 알아서 판단할 테니까, 어서 얘기해 보세요.”

“2년 전까지 마케팅 연구소 5팀에 근무하던 여직원이 지금도 정신병원에 입원해 있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임 사장, 사실 여부를 확인해 보세요.”

“네, 회장님.”

임용식 사장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방금 전에 우리들이 나눈 대화는 조강희 씨한테 언급하지 않는 것으로 하십시다.”

“네, 알겠습니다.”

“서 실장, 지유와 조강희 씨를 불러오세요.”

집무실로 들어온 송지유와 조강희가 자리에 착석하자, 송훈석 회장이 말문을 열었다.

“지난 1년 동안 조강희 씨가 겪은 마음고생에 대해서는 대한 그룹의 회장인 제가 정식으로 사과하겠습니다. 그리고 조강희 씨가 근무하던 마케팅 연구소에 대해서는 감사팀을 동원해서 비리를 철저하게 파헤치도록 하겠습니다.”

“괜히 저 때문에 일이 커진 것 같아서 송구스럽습니다.”

“우리 회사를 좀먹는 인간들은 하루빨리 내쫓아 버리는 게 여러모로 이득입니다.”

“그렇다면 저는 회장님의 조치에 반대하지 않겠습니다.”

“H&J 컨설팅에서는 항상 좋은 일만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회장님.”

잠시 대화가 끊어진 틈을 타서 겨울이 조용히 발언권을 요청했다.

“회장님, 이제 저희는 일어나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러세요.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겨울 일행이 집무실 밖으로 퇴장하자, 송훈석 회장이 입을 열었다.

“서 실장, 조강희 씨의 퇴사 사건은 H&J 컨설팅과의 관계를 생각해서라도 철저하게 조사하고, 관련자들을 사규에 따라서 엄중하게 처벌하도록 하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집무실을 빠져나온 겨울은 조용히 뒤를 따르고 있는 조강희에게 말을 건넸다.

“강희야, 오늘 우리끼리 회사 입사를 기념하는 환영식을 갖는 게 어떨까?”

“재성 오빠가 삐지지 않을까?”

“내가 기다리라고 문자 보내 놨어.”

“지유 언니하고 근호 오빠는 우리 회사 식구가 아니잖아.”

“손님 자격으로 참석하라고 하면 되지.”

“언니, 어떻게 할 거야?”

사실 송지유는 이 일에 대해서 신경 쓰느라고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집에 가서 침대에 누워 쉬고 싶었으나, 이상하게 겨울의 권유를 뿌리칠 수 없었다.

“한 부사장님이 참석하라고 하셨잖아.”

“언니, 기분도 꿀꿀한데 우리 노래방에서 신나게 놀아 볼까?”

“노, 노래방은 절대 안 돼.”

송지유의 대답 대신 겨울이 황급히 손을 내저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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