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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158화 (158/328)

[158화] China와 Chinese Government의 차이

“아함…….”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 겨울을 향해 옆자리에 앉아 있던 가을이 의아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오빠, 밤새도록 뭐했어?”

겨울은 연합군과 중국의 협상이 새벽쯤에 완전히 타결될 것으로 예상하고 전화를 기다렸다.

그런데 어떻게 된 영문인지 새벽 4시가 넘어가도록 핸드폰 벨이 울리지 않았다.

결국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판다고, 새벽에 하도진 이사에게 전화해서 이유를 물어봤다.

그의 말로는 두 시간 전에 협상은 타결됐고, 본국으로부터 추인받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문제는 중국이 새벽이라서 협정서에 정식으로 사인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네다섯 시간은 더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었다.

그렇게 하도진 이사와의 통화를 끝내고 잠자리에 들은 시간이 새벽 4시 30분.

그런 이유로 하품이 계속 나왔으나, 이 얘기는 가을에게 할 수 없기 때문에 재빨리 변명거리를 만들어 냈다.

“어젯밤에 네 남친과 만나서 나눈 대화 내용이 자꾸만 생각나서, 잠을 제대로 못 잤어.”

“재성 오빠가 뭐라고 했는데?”

“대한 그룹을 퇴사하고 싶다더라.”

“그게 오빠랑 무슨 상관이 있다고 잠까지 설쳐?”

“네 남친이 백수라고하면, 엄마 아빠가 뭐라고 하실 것 같니?”

“걱정 마. 재성 오빠는 스펙도 좋고 실력도 뛰어나기 때문에 금방 다른 회사에 취업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네 남친이 우리 회사에 오고 싶어 하더라.”

“그거 잘됐네.”

“이 녀석아, 네 남친이 우리 회사에 입사하면, 어떤 상황이 발생할지 생각해 봤어?”

가을은 겨울이 별 것 아닌 일로 신경 쓴다고 생각했다.

이재성은 밝고 쾌활한 겉모습과는 달리 의외로 입이 무거운 편이다.

때문에 자기와 오빠만 입조심하면 그와의 사내 연애는 절대로 발각될 리 없다고 생각했다.

“오빠, 걱정도 팔자라는 얘기 들어봤어.”

“내가 지금 너희 둘의 사내 연애를 걱정하고 있는 것 같아?”

“그럼,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데?”

“장차 매부가 될지 모르는 네 남친을 어떻게 대우해야 할지 걱정하고 있는 중이다. 됐냐?”

“하긴… 오빠 고민이 크겠다.”

가을도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윙윙―

그때, 겨울의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이 진동했다.

하도진 이사로 생각하고 얼른 발신자를 확인했으나, 의외로 이재성이 걸어 온 전화였다.

“네. 재성 씨.”

[한 부사장님, 방금 전에 남 차장님, 박 과장님, 저의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이메일로 전송했습니다.]

“네? 벌써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작성했습니까?”

[이미 작성해 놓은 지원서를 보내 드린 겁니다.]

“아, 그렇군요. 사장님께 말씀드려 보고 연락해 줄게요.”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내일 부릉부릉 팀 모임은 우리 회사 근처에서 가질 생각인데, 괜찮겠죠?]

“그럼요. 편하실 대로 해 주세요.”

[장소와 시간은 단체톡으로 보낼게요.]

“그렇게 하세요.”

딸깍.

겨울이 전화를 끊자, 가을이 재빨리 질문해 왔다.

“재성 오빠가 뭐라고 했어?”

“우리 회사에 취업할 준비를 이미 끝냈다고 하더라.”

“역시, 재성 오빠의 실행력 하나는 끝내 주는구나.”

“눈에 콩깍지가 제대로 씌었구나.”

“그야 당연한 거 아니야?”

“그나저나 우리들이 이사할 아파트는 알아보고 있니?”

아직 투자분석 검증팀이 본격적으로 가동되지 않고 있었기 때문에 가을은 시간적으로 여유가 있었다.

따라서 틈나는 대로 부동산 어플을 통해서 아파트를 검색하고 있는 중이었지만, 쉽지 않았다.

겨울이 아파트 매입 예산으로 설정해 준 10억 가지고는 회사 근처에 위치한 아파트 매입은 불가능했다.

어쩔 수 없이 회사에서 제법 떨어진 지역의 아파트들을 검색할 수밖에 없었다.

“시간을 조금 더 줘야 할 것 같아.”

“왜?”

“강남은 아파트 값이 비싸서 10억 가지고는 30평대 아파트는 턱도 없을 것 같아.”

겨울은 정수기 75만 대 수출 건으로 무려 400억 넘는 돈을 배분받았고, 아파트를 매입하고 남은 돈은 테슬라의 주식을 매입하기로 계획을 수립해 놓은 상태였다.

어쩔 수 없이 계획을 조금 변경하기로 마음먹었다.

“가을아, 돈 걱정은 하지 말고, 네가 살고 싶은 아파트를 알아봐.”

“예산을 얼마까지 늘려 줄 생각인데?”

“넉넉잡고 30억 정도면 충분하겠지?”

“그러면, 조금 넓은 평수의 아파트를 알아봐도 돼?”

“왜?”

“엄마 아빠가 농한기에는 딱히 할 일이 없다면서, 서울에 올라와서 지냈으면 하셨어.”

“그러면 방 네 개짜리 아파트를 알아봐.”

그때, 운전석에 앉아 있던 홍석훈 기사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부사장님, 꼭 아파트를 매입하셔야 하나요?”

“그건 아닙니다만, 왜 그러시는데요?”

“제가 알고 지내는 분이 계시는데, 살고 있는 주택을 매각하고 이사할 생각을 가지고 계십니다. 그분이 살고 계신 주택을 매입하시는 것은 어떨까요?”

“주택이요?”

“네. 부지 면적은 150평 정도 되고, 건평은 100평 정도 됩니다. 그리고 텃밭이 있어서 각종 채소들을 기를 수도 있고요.”

시골 출신인 겨울은 주택 면적보다 텃밭이 있다는 점이 마음에 와닿았다.

“홍 기사님은 그 집에 가 보셨습니까?”

“네. 상당히 많이 가 봤습니다.”

“위치는 어디쯤이고, 얼마면 매입할 수 있을 것 같습니까?”

“위치는 강남과 가까운 반포동의 서래마을이고, 흥정을 하면 35억 정도에 매입할 수 있을 겁니다.”

“언제 시간 내서 한번 가 보도록 하죠.”

“네, 부사장님.”

* * *

“한 부사장, 나한테 결재 받을 게 있나?”

정명훈 사장이 겨울이 가지고 온 결재판을 보며 말을 건네 왔다.

“네, 사장님.”

“어떤 내용인데?”

“사실은…….”

겨울은 어젯밤에 이재성 등을 만났을 당시의 일을 상세하게 입에 올렸다.

“지원서를 이리 줘 봐.”

세 사람의 이력서와 자기 소개서를 꼼꼼하게 읽어 본 정명훈 사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세 사람을 언제 만나 볼 수 있지?”

“이제 전화해서 물어봐야 합니다.”

“오늘 오후 2시에 투자분석 검증팀 파트장들을 면접 볼 예정이니까, 3시쯤에 참석할 수 있는지 타진해 봐.”

“네, 알겠습니다.”

“이제 다른 얘기를 잠깐 해 보자고. 연합군과 중국과의 협상은 어떻게 됐나?”

“협상 타결은 우리나라 시간으로 새벽 2시경에 완료됐고, 지금은 본국으로부터 추인을 받기 위해서 기다리고 있는 중입니다.”

정명훈 사장은 시선을 벽시계로 돌렸다.

오전 9시 25분.

한국과 나이지리와는 여덟 시간 시차가 나기 때문에 그곳은 새벽 1시 25분이라는 얘기였다.

“협정서에 사인하려면, 몇 시간 더 기다려야 하겠네?”

드르륵―

그때, 공교롭게 소탁 위에 놓여 있던 겨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핸드폰을 들어 발신자를 확인하니, 오코사 실장이었다.

중국과의 협상 문제 때문이라 판단한 겨울은 재빨리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오코사 실장님.”

[한 부사장님, 방금 전에 천유런 외교부장과 협정서에 사인했습니다.]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하하하, 고맙습니다.]

마음의 부담감을 덜어 낸 듯 오코사 실장의 웃음소리가 평소보다 크게 들려왔다.

“실장님, 협정서 내용을 간략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나라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는 점을 감안하고 들어 주십시오. 중국은 기존에 우리나라에 투자한 자본과 재산 모두를 포기하고, 모든 부채를 탕감해 준다는 내용입니다.]

겨울은 문득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오코사 실장님, 정말 죄송한 부탁이지만, 협정서를 사진 촬영해서 저한테 보내 주실 수 있습니까?”

[보낼 수는 있지만, 이유를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협정서에 China(중국), 또는 Chinese Government(중국 정부)가 인쇄되어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입니다.”

[China와 Chinese Government의 차이점에 대해서 설명해 주실 수 있습니까?]

오코사 실장의 목소리가 상당히 신중해져 있었다.

그도 상황이 심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는 뜻이리라.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광의(廣義)와 협의(狹義)의 차이입니다. 즉, 협정서에 China가 인쇄되어 있다면, 중국 정부뿐만 아니라 중국인들이 투자한 자본과 재산을 포기하고, 부채를 탕감해 준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아이고.]

오코사 실장이 탄식을 내뱉는 것으로 봐서, China가 인쇄되어 있는 것이 틀림없었다.

“실장님, 나중에 발생하는 혼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협정서 내용을 수정하시는 것이 좋을 듯싶습니다.”

[굳이 그렇게 할 필요가 있을까요?]

“만약에 나이지리아 정부가 중국인들이 투자한 자본과 재산을 모두 몰수하겠다고 선언하면, 그들이 순순히 재산을 내놓고 떠나겠습니까?”

[당연히 강력하게 반발…….]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오코사 실장이 끝말을 흐렸다.

“나이지리아 정부는 이미 많은 이익을 취했기 때문에 작은 것은 쿨하게 양보해 줄 필요가 있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그렇다고 협정서의 단어를 공짜로 바꿔 주라는 말씀은 아닙니다.”

[으하하하!]

겨울의 의도를 이해했다는 듯 오코사 실장이 큰 웃음을 터트렸다.

“아이고, 실장님. 제 귀가 잘못되면, 어떻게 하시려고 그러십니까?”

[병원 치료비는 제가 부담하면 되잖아요.]

“그렇게 말씀하시니까, 제가 할 말이 없네요.”

[매번 이렇게 도움을 줘서 정말 고마워요.]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천 외교부장이 중국으로 출발하면 상황이 꼬일 수 있습니다.”

[하하하, 알았어요.]

뚝.

겨울이 통화를 끝내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정명훈 사장이 질문해 왔다.

“한 부사장, 지금 어떤 상황이야?”

“연합군과 중국이 협정서에 사인을 완료했는데…….”

정명훈 사장은 어젯밤에 술자리에서 열띤 토론을 벌인 기억이 문득 떠올랐다.

토론의 주제는 ‘겨울이 천재인가, 아닌가’의 여부였다.

송훈석 회장은 겨울이 태어날 때부터 천재적인 머리를 가지고 있다고 주장했고, 자기는 겨울이 피나는 노력을 통해서 습득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China와 Chinese Government의 정확한 차이점을 간파해 내는 겨울의 능력을 확인한 순간,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송훈석 회장의 말대로 겨울은 원래부터 타고난 천재가 맞았다.

다만, 축구를 하느라고 천재성이 뒤늦게 드러나고 있을 뿐.

마음속으로 흐뭇한 생각을 하면서 겨울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한 부사장, 천 외교부장이 오코사 실장한테 이런 얘기를 들으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아마도 하늘이 무너지는 충격을 받을 겁니다.”

* * *

연합군들과 협정서 사인을 완료한 천유런 외교부장은 지긋지긋한 나이지리아를 떠나기 위해서 아부자 공항으로 급히 이동 중에 있었다.

발톱의 때만큼도 여기지 않은 연합군들에게 보름 넘게 이리저리 끌려 다녔으니, 이곳에 있는 것 자체가 진저리가 날 만도 했다.

비록 자신들이 원하는 대로 협상이 전개되지 않았으나, 어찌됐든 협정서에 사인을 완료했다.

따라서 시원섭섭해야 하는데, 왜 이렇게 찜찜한 것인지.

“기분 탓인가?”

링링링.

천유런 외교부장이 혼잣말을 내뱉는 순간, 손에 들려 있던 핸드폰이 요란스런 벨소리를 토해냈다.

발신자를 확인한 그는 인상을 굳히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번에는 또 무슨 일입니까?”

[천 외교부장님, China와 Chinese Government의 차이를 알고 계십니까?]

“뜬금없이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제가 자세하게 설명해 드릴 테니까, 어떤 의미가 숨어 있는지 잘 생각해 보십시오.]

“빨리 얘기해 보세요.”

[China는 넓은 개념으로…….]

오코사 실장의 설명을 듣고 있던 천유런 외교부장은 겨울의 예상대로 하늘이 와르르 무너지는 충격을 받았다.

연합군들이 협정서 내용을 근거로 자국민들의 개인 재산까지 모두 몰수한다고 해도, 자신들은 아무런 이의를 제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이 발생하는 순간, 모든 책임은 자기에게 돌아올 것이었다.

자신의 앞날이 온통 가시밭길로 뒤덮일 것임은 쉽게 예상되는 일이었다.

그는 자신의 멍청함을 탓하며 오코사 실장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저희가 어떻게 해야 합니까?”

[협정서를 수정하러 돌아오십시오. 물론 공짜로는 수정해 드릴 수 없습니다.]

“…알았습니다.”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뚝.

오코사 실장이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어 버렸다.

“…차 돌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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