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151화 (151/328)

[151화] 추억의 강남 스타일

SH무역과 정수기 70만 대 추출 계약을 체결한 은센기 사장과 가쿠타 부장은 정상호 사장이 사 주는 점심을 맛있게 얻어먹고 호텔로 돌아왔다.

겨울을 만나러 가기에는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가쿠타 부장이 잔뜩 걱정스런 표정으로 물었다.

“은센기 사장님, 오코사 실장님께 아직도 연락이 없었나요?”

은센기 사장은 당시의 상황을 떠올렸다.

한국으로 출발하기 위해서 공항으로 이동하던 도중에 오코사 실장에게 전화를 받았다.

그들이 발주한 품목들의 숫자가 변경될 가능성이 있으니까, 확정될 때까지 어느 누구한테도 얘기하지 말아 달라는 내용의 전화였다.

심지어 겨울에게도.

그러면서 한국에 도착하면 최종적으로 확정된 수량을 알려 준다고 얘기했다.

하지만 어떻게 된 영문인지 아직까지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오코사 실장에게 전화해서 이유를 물어보고 싶었지만, 그조차도 여의치 않았다.

나이지리아는 이제 겨우 새벽 5시가 조금 넘은 시간이었기 때문에.

생각을 끝낸 은센기 사장은 가쿠타 부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네, 없었습니다.”

“아무리 늦어도 우리가 한 부사장님을 만나러 갈 때까지는 연락을 받았으면 좋겠는데요.”

“후우, 그러게 말입니다.”

“그나저나… 정수기 50만 대 수입 건과 관련한 이익은 언제 배분해 줄 생각인가요?”

H&E 트레이딩이 정수기 50만 대를 SH무역을 통해 수입함으로서 발생할 예정인 이익은 모두 3,500만 달러.

이 중 70%인 2,450만 달러가 겨울, 20%인 700만 달러가 은센기 사장, 10%인 350만 달러가 가쿠타 부장의 몫이었다.

“오늘 은행 문이 열리면, 루암바 과장이 송금해 줄 겁니다.”

“네? 그렇게 빨리요?”

“어차피 배분할 돈인데요, 뭐.”

“사장님은 지금까지 번 돈으로 뭘 하실 건가요?”

은센기 사장이 코발트 운송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서 H&E 트레이딩을 설립한 것이 지난 1월 중순.

겨울로 인해서 지금까지 불과 두 달 동안에 번 돈이 무려 1,100만 달러가 넘어갔다.

하지만 지금까지 번 돈은 새 발의 피 수준이라고 생각했다.

겨울과 인연을 맺어 놓고 있으면, 천문학적인 돈을 벌 수 있는 기회가 무궁무진할 것이기 때문에.

은센기 사장은 속으로 기분 좋은 상상을 하면서 가쿠타 부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어요. 가쿠타 부장님은 어떻게 사용할 생각인가요?”

“가족들을 위해서 비교적 치안이 좋은 곰베 지역에 넓은 아파트를 한 채 매입하고, 나머지 돈은 모두 주식 투자를 할 생각입니다.”

“우리나라에 주식을 매입할 만한 종목이 있나요?”

“그게 아니라, 미국의 테슬라 주식을 매입할 생각입니다.”

“아차, 테슬라가 있었죠?”

“다른 사람들한테 소문내면 안 된다는 것 정도는 알고 계시죠?”

“그야 당연하죠.”

“이제 정호영 씨를 만나러 내려갑시다.”

* * *

“은센기 사장님, 아직도 알려 주지 않을 생각입니까?”

겨울을 만나기 위해 이동하는 차 안에서 호영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네.”

“제가 오늘 중으로 알 수 있겠죠?”

“그랬으면 좋겠는데, 장담할 수는 없습니다.”

호영은 정상호 사장한테 오는 것이 있으면 가는 것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며, 특명을 하나 받아 놓은 상태였다.

그 얘기를 꺼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은센기 사장님, 우리 회사가 H&E 트레이딩에서 수입해 판매할 수 있을 만한 게 없을까요?”

“제가 우리나라의 주요 수출품을 말씀드려 볼 테니까, 관심 있는 품목을 얘기해 보세요.”

“네.”

“우리나라는 구리, 다이아몬드, 코발트, 콜탄 등의 광물과 석유, 커피 등을 주로 수출하고 있습니다.”

유감스럽게도 SH무역의 규모에 맞는 종목은 커피 정도밖에 없었다.

하지만 전 세계의 유명한 커피가 모두 수입되고 있는 우리나라이기 때문에 딱히 구미가 당기는 품목은 아니었다.

석유와 광물은 규모가 크고 바이어가 없으면 절대로 수입할 수 없는 품목이라서 엄두조차 나지 않았다.

결론적으로 SH무역이 수입할 품목이 마땅히 없었으나, 그렇다고 딱 잘라 말할 수는 없었다.

“은센기 사장님, 저희 회사 사장님께 상의 드려 보고 답변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가쿠타 부장은 분위기 전환이 필요하다고 판단 내리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정호영 씨, 서울은 고층 빌딩이 원래 이렇게 많습니까?”

“이곳 강남을 비롯해서 일부 지역에 특히 더 몰려 있는 편입니다.”

“혹시… 싸이라는 가수의 ‘강남 스타일’이 이곳 강남을 말하는 겁니까?”

“가쿠타 부장님도 강남 스타일이라는 노래를 알고 계세요?”

호영이 호기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럼요. 한국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데, 당연히 알고 있죠.”

“저는 말 춤도 출수 있어요.”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은센기 사장도 대화에 끼어들었다.

호영은 콘솔 박스에서 CD 한 장을 꺼내 플레이어에 삽입하고 플레이 버튼을 눌렀다.

[오빤 강남스타일∼]

세 사람이 흥겹게 노래를 부르며 H&J 컨설팅이 입주하고 있는 DH빌딩으로 이동하고 있을 때, 겨울은 사장실에서 정명훈 사장, 장대산 부사장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한 부사장, 은센기 사장과 가쿠타 부장은 지금 오고 있나?”

“SH무역의 정호영 씨가 데리고 오고 있는 중입니다.”

“정호영 씨가 왜?”

“VIP들이 은센기 사장한테 발주한 품목들이 있는데, 그것을 욕심내고 있는 중입니다.”

“한 부사장은 은센기 사장이 발주 받은 품목이 뭔지 알고 있어?”

“어젯밤에 물어봤는데, 품목들의 숫자가 확정되지 않았다고 하면서 조금만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그것은 아프리카 무역팀이 수행하게 되는 건가?”

“그 문제와 관련해서 잠깐 상의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얘기해 봐.”

“VIP들은 H&E 트레이딩이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겨울은 어젯밤에 은센기 사장, 가쿠타 부장과 나눈 대화 내용을 자세하게 보고했다.

“…유통 경로가 복잡해도 현재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인 것 같습니다.”

“장 부사장의 생각은 어때?”

“한 부사장님 말대로 문제가 발생하면, 유통 절차를 수정하면 될 것 같습니다.”

“알았어. 우리 H&J 컨설팅이 주도적인 역할을 수행하는 것에 만족하자고.”

똑똑.

잠시 후, 비서가 문을 열고 들어와서 은센기 사장 등이 도착했다고 보고했다.

세 사람이 사장실로 들어오자, 겨울은 이번이 초면인 장대산 부사장에게 그들을 소개시켜 주었다.

상석에 앉은 정명훈 사장은 비서가 서빙한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 푸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은센기 사장님을 우리나라에서 만나서 그런지, 감회가 새롭네요.”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나라에 발을 디뎌 본 소감이 어때요?”

“9년 전에 왔을 당시보다 훨씬 더 발전한 것 같습니다.”

“가쿠타 부장은 어때?”

정명훈 사장의 질문을 받은 가쿠타 부장은 차분하게 생각을 정리한 후,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어제 오후에 한국에 도착한 이후부터 지금까지 놀란 것이 너무 많아서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입니다.”

“그중에 세 가지만 뽑아 봐.”

“모든 도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다는 점과 고층 빌딩이 엄청나게 많고, 인터넷 속도가 빠른 점이 특히 놀라웠습니다.”

“서울 시내에 외국인들이 생각보다 많은 것은 보지 못했나 봐?”

가쿠타 부장은 정명훈 사장의 의도를 단숨에 알아챘다.

H&J 컨설팅에 근무하면서 피부색을 이유로 의기소침해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의 세심한 배려에 가슴 밑바닥에 깔려 있던 일말의 걱정이 깨끗하게 씻겨 나갔다.

“네. 많이 보였습니다.”

“가쿠타 부장도 알고 있겠지만, H&J Investment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90% 가까이가 외국인이야. 특히 가쿠타 부장과 같은 피부색을 가지고 있는 직원들도 50명이 넘고, 앞으로 더 늘어날 예정이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참고적으로 하나만 더 얘기해 주면, 우리 회사는 인종차별이 존재하지 않아. 만약에 그런 사례가 발생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즉각 해고할 예정이니까, 피부색 때문에 스트레스 받지 말라고.”

“사장님, 저를 위해서 신경 써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이 친구야, 우리 회사 창설 멤버를 신경 쓰지 않으면, 누구를 신경 쓰겠나?”

한층 숙연해진 분위기를 깨기 위해서 호영이 너스레를 떨며 물었다.

“사장님, 저도 H&J 컨설팅에 입사하면 안 되겠습니까?”

정명훈 사장은 겨울이 호영을 베스트 프렌드로 삼게 된 이유를 이제야 확실하게 깨달았다.

호영은 SH무역의 후계자라고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스레를 떨어오는 이유는 사장실의 분위기가 너무 무겁다고 판단해서였으리라.

마음속으로 호영의 순발력 있는 센스에 찬사를 보내며 호영과의 대화를 시작했다.

“SH무역의 정 사장님의 허락을 받아 오면 무조건 입사시켜 줄게요.”

“에휴, 그렇게 말씀하시면 어쩔 수가 없잖아요. SH무역이나 계속 다녀야겠네요.”

“하하, 잘 생각했어요.”

윙윙―

그때, 깊은 잠에 빠져 있던 은센기 사장의 핸드폰 진동음이 울렸다.

액정에 떠 있는 번호를 확인한 그는 정명훈 사장에게 재빨리 말을 걸었다.

“사장님, 오코사 실장님께서 전화를 걸어 오셨습니다.”

“우리가 이곳에 없다고 생각하고, 편안한 마음으로 통화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한 은센기 사장은 빛보다 빠른 속도로 통화 버튼을 눌렀다.

“네, 오코사 실장님.”

[은센기 사장님, 연락이 늦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내가 전화 연락을 늦게 한 이유는 어제 돌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아이고, 저런…….”

은센기 사장이 안타깝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으나 그는 개의치 않고 말을 이어 갔다.

[은센기 사장님, 한겨울 부사장님이 기막힌 묘안을 알려 주는 덕에 돌발 상황은 쉽게 해결됐으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아, 잘됐네요. 저는 지금 H&J 컨설팅 사장실에서 정명훈 사장님 등과 같이 있습니다.”

[정 사장님께 제 안부를 전해 주세요.]

“정 사장님과 직접 통화해 보시겠어요?”

[바꿔 주세요.]

은센기 사장에게 핸드폰을 건네받은 정명훈 사장은 헛기침을 통해서 목소리를 가다듬고, 오코사 실장과 통화를 시작했다.

“실장님, 밤을 꼬박 새다시피 하셨는데, 피곤하지 않으세요?”

[그 사실을 정 사장님이 어떻게 알고 계세요?]

“오전에 한 부사장이 실장님과 통화할 때, 저도 같이 있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연합군과 인도와의 협상 테이블에 제가 대표로 앉을 예정입니다. 연합군의 이익을 위해서 최선을 다하도록 하겠습니다.”

두 사람의 통화를 듣고 있던 겨울의 머릿속에 제법 괜찮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즉시 메모지에 아래와 같이 적어서 정명훈 사장에게 건네주었다.

― 중국에 수출하고 있는 자원들에 대한 자료 요청 요망. 판매처는 대한 그룹.

메모지 내용을 확인한 정명훈 사장은 겨울에게 고개를 끄덕여 신호를 보내 주고, 오코사 실장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실장님, 중국에 수출 중인 자원들 리스트를 보내 주실 수 있습니까?”

[이유를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대한 그룹을 포함한 우리나라 기업들에게 자원들을 판매해 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인도와의 협상 전략을 수립하는 데도 필요하고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정리해서 하도진 이사님께 건네드리겠습니다.]

“그나저나 오늘 중국과 협정서에 사인할 수 있습니까?”

[으하하하!]

느닷없이 오코사 실장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정명훈 사장이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 웃음을 그친 오코사 실장이 말을 건네 왔다.

[정 사장님, 미안합니다.]

“실장님, 좋은 일이라도 있습니까?”

[방금 전에 천유런 외교부장에게 중국에 자원을 수출할 수 없다고 통보했거든요.]

“그가 뭐라고 하던가요?”

[제가 허풍 친다고 생각했는지 믿지 않더라고요. 그러다가 부투야 실장님을 비롯한 연합군들이 제 말을 다시 한번 확인해 주자, 허둥지둥 협상장을 빠져나갔습니다.]

“하하하, 제가 그 자리에 없던 게 아쉬울 따름이네요.”

[저희가 협상하는 모습을 촬영해 놨으니까, 시간 나면 보내 드릴게요.]

“네, 알겠습니다.”

[협정서 사인과 관련해서는 천 외교부장에게 오늘까지 데드라인을 통보한 상태입니다.]

“협정서에 사인이 끝나면, 저희에게 연락 한 번 주십시오.”

[물론입니다.]

“이제 은센기 사장을 바꿔 드리겠습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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