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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140화 (140/328)

[140화] 소뿔도 단김에 빼라

정명훈 사장의 얘기를 들은 송훈석 회장은 심장이 거칠게 뛰기 시작했다.

H&J 컨설팅이 많은 직원들이 필요하다는 말은 연합군들로부터 수주 받은 일감이 그만큼 많다는 뜻과 같은 의미였기 때문에.

먹지 않아도 배부를 때가 있는데, 그때가 바로 지금인 것 같았다.

H&J 컨설팅이 수주 받은 일감이 무엇인지 호기심이 치솟아 올라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정 사장님, 내가 알고 있는 일감 말고 또 있다는 말씀입니까?”

“네, 물론입니다.”

“어떤 일감이 있는지 얘기해 줄 수 있습니까?”

“제가 2월 말에 한 부사장과 함께 나이지리아에 출장 가서 바하리 대통령을 만난 적이 있습니다.”

정명훈 사장은 당시의 일을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해 나갔다.

설명이 부족하다고 생각되는 부분은 겨울이 추가로 설명해 주었음은 물론이었다.

“…중국이 반환할 운영권 및 일반 프로젝트들도 저희가 가지고 올 예정입니다.”

“정 사장님, 그 일감이 어느 정도 될까요?”

“아직 리스트를 받아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습니다만, 적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많은 일감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H&J 컨설팅 직원들이 몇 명 정도 필요할 것 같나요?”

“아무리 적어도 지금보다 두 배는 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음… 알았어요.”

정명훈 사장과 대화를 끝낸 송훈석 회장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앉아 있는 정재엽 사장에게 말을 건넸다.

“H&J 컨설팅에서 필요로 하는 직원들은 우리 회사에서 지원해 주는 것으로 하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때, 서동호 실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저는 회장님의 의견에 반대합니다.”

“왜요?”

“저희는 아직 H&J 컨설팅과 정식으로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일감을 모두 가지고 온다는 보장이 없습니다.”

송훈석 회장은 서동호 실장과 30년 넘게 호흡을 맞춰 왔다.

따라서 상대방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경지까지 도달해 있었다.

서동호 실장은 지금 H&J 컨설팅이 수주할 예정인 일감들을 노리고 있는 중이었다.

가만히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서 실장, 우리가 지금까지 H&J 컨설팅에 쏟은 정성을 정 사장님이 모르지 않을 겁니다.”

“저도 회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만, 저희가 H&J 컨설팅과 파트너십 계약을 체결하기 전까지는 속도 조절을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재엽 사장은 문득 이상함을 느꼈다.

송훈석 회장과 서동호 실장은 서로의 눈빛만 봐도 생각을 읽을 정도로 호흡이 척척 맞는 사이였다.

그런데 지금 두 사람의 대화는 어설퍼도 너무 어설펐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 마주 앉은 사람들의 표정을 슬쩍 살폈다.

정명훈 사장은 눈을 질끈 감고 있었고, 겨울과 장대산 부사장은 은밀하게 신호를 주고받고 있었다.

더 이상은 안 되겠다 판단하고 대화에 끼어들었다.

“회장님, 정 사장도 충분히 알아들었을 겁니다.”

“정 사장은 나하고 서 실장이 어설픈 연기를 했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나요?”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때로는 완벽한 연기보다 어설픈 연기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 법입니다.”

“아, 저는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는지 몰랐습니다.”

정재엽 사장이 큰 깨달음을 얻었다는 듯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송훈석 회장은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정명훈 사장에게 말을 건넸다.

“정 사장도 대충 눈치채고 있었죠?”

“네, 물론입니다.”

“서 실장의 의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합니까?”

“회장님, 제가 답변해 드리기 전에 하나만 여쭤도 되겠습니까?”

“얘기해 보세요.”

“저희가 수주한 일감을 대한 그룹이 모두 소화할 수는 있습니까?”

“솔직하게 얘기하면, 모두 다는 아닙니다.”

“그럼 저희가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합니까?”

“정 사장님, 제가 대신 말씀드려도 될까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서동호 실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네, 경청하겠습니다.”

“H&J 컨설팅이 수주한 일감을 배분할 때, 우리 회사를 제일 먼저 고려해 달란 뜻입니다.”

“일감을 모두 달라는 말씀이 아니었습니까?”

“그랬다가는 배 터져 죽을 수도 있습니다.”

“하하,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정 사장님, 파트너십 체결은 언제 하는 게 좋을까요?”

“소뿔도 단김에 빼라는 속담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즉, 속전속결로 오늘 끝내자는 말이었다.

“점심 식사 후에 체결하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원하는 대로 하십시오.”

“그렇다면, 지금 파트너십 계약서를…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서동호 실장이 무언가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벌떡 일어나 집무실 밖으로 나갔다.

그 사이, 정명훈 사장은 정재엽 사장에게 말을 걸었다.

“사장님, 아프리카 법인의 FTA팀에 인원은 언제 충원해 주실 생각입니까?”

정재엽 사장은 그 문제만 생각하면, 머리가 지끈지끈 아파 왔다.

지난 2월에 미국 출장을 다녀온 송훈석 회장에게 불려 와서 특별 지시를 받았다.

아프리카 법인에 근무할 인원들을 최소 열다섯 명 이상 선발하라는 내용으로.

지시를 이행하기 위해서 지금까지 사내 공모를 진행하고 있지만, 목표에 절반도 미치지 못하는 여섯 명만을 선발했을 뿐이다.

남은 인원 아홉 명의 경우, 강제로 선발하는 방법이 있었으나 경험상 좋은 방법은 아니었다.

강제로 선발된 직원들이 아프리카에서 근무하기 싫다면서 퇴사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에.

정재엽 사장은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사실대로 털어놓았다.

“…현재 이런 상황입니다. 남은 인원을 선발할 수 있는 좋은 묘안이 없을까요?”

“사장님,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

정명훈 사장보다 겨울의 입이 먼저 열렸다.

“얘기해 보세요.”

“FTA 팀원들은 저희 회사의 지휘를 받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나도 그렇게 알고 있어요.”

“지급 비율은 다르지만, 성과급 제도를 FTA 팀원들에게도 확대 적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커미션으로 몇 %를 지급할 생각입니까?”

“0.005%입니다.”

정재엽 사장은 FTA 팀원들이 10억 달러짜리 프로젝트를 수주하는 것을 가정하고 커미션을 계산해 보았다.

커미션 지급비율이 0.005%이기 때문에 팀으로 할당되는 커미션은 5만 달러.

현지 직원들까지 모두 서른 명 정도 운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일인당 돌아가는 금액은 1,670달러 정도였다.

이 정도 금액으로 아프리카 법인에 근무할 지원자들을 유혹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잔뜩 실망감을 담은 목소리로 겨울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한 부사장, 커미션 지급비율이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

“저는 0.005%도 많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떤 근거로요?”

“FTA 팀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은 업무 특성상 H&J 컨설팅과 협업할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저희가 수주 예정인 프로젝트가 계산하기 쉽게 1,000억 달러라고 하겠습니다. 커미션이 0.005%이기 때문에 FTA 팀에게는 500만 달러가 배정될 겁니다. 팀원들이 서른 명이라고 가정하면 일인당 얼마씩 배분될 것 같습니까?”

정재엽 사장은 핸드폰의 계산기 앱을 활용해서 커미션을 계산해 보았다.

16만 6,670달러.

아프리카 법인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의 평균 연봉의 세 배가 넘는 금액이었다.

게다가 H&J 컨설팅은 계속 수주를 늘려갈 것이기 때문에 FTA 팀원들이 수령하는 커미션 금액도 같은 속도로 늘어날 것이 확실했다.

그는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한 부사장,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네요.”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성과급 제도를 적극 활용해서 지원자들을 모집하도록 할게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 인원을 충분하게 선발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 부사장은 몇 명 정도가 적당하다고 생각합니까?”

“우리나라 직원들 기준으로 최소 30명은 되어야 할 겁니다.”

두 사람의 대화를 조용히 듣고 있던 송훈석 회장이 입을 열었다.

“한 부사장, 그렇게 많은 이유가 있겠죠?”

“연합군과 중국의 협상이 타결되면, 동시다발적으로 일감이 쏟아질 가능성이 상당히 높기 때문입니다.”

“음… 충분히 그럴 가능성이 있겠네요. 인원들을 넉넉하게 선발해서 보내도록 할게요.”

“고맙습니다, 회장님.”

겨울의 뒤를 이어서 정명훈 법인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회장님, 일감이 물밀 듯이 쏟아지면, 저희가 커버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무래도 그렇겠죠?”

“그런 상황이 발생하면, 저희와 대한 그룹이 공동으로 태스크 포스를 운영했으면 합니다. 회장님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우리는 무조건 찬성합니다.”

“그들도 우리 회사의 지휘를 받는 것이기 때문에 똑같이 성과급을 지급하도록 하겠습니다.”

“하하하, 지원자들이 폭주하겠는데요?”

잠시 후, 집무실 밖으로 나갔던 서동호 실장이 조병석 전략기획실 실장과 같이 들어왔다.

조병석 실장은 송훈석 회장에게 인사한 후, 빈자리에 앉으며 정명훈 사장한테 호기심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정 사장님, 연합군과 중국과의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습니까?”

“이번 주에 마무리 될 것 같습니다.”

“연합군이 원하는 대로 될 것 같습니까?”

“아직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그렇게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습니다.”

“하하하, 정말 잘됐네요.”

조병석 실장이 마치 자기 일처럼 좋아했다.

“제가 우리나라에 귀국하기 전에 우간다의 루군다 대통령을 만나 봤는데, 최대한 빨리 송유관 건설공사 계약을 체결하기를 원하고 있었습니다.”

“협상이 타결되는 즉시 행동에 옮기려고 토탈 그룹 측과 긴밀하게 협의하고 있는 중입니다.”

“아, 그렇군요.”

그때, 송훈석 회장이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조병석 실장에게 말을 건넸다.

“조 실장, H&J 컨설팅에 일감이 폭주하면…….”

송훈석 회장은 태스크 포스 운영 목적에 대해서 간략하게 설명하고 지시를 내렸다.

“…태스크 포스와 관련한 업무는 전략기획실에서 주관하는 것으로 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잠시 대화가 중단된 틈을 타서 겨울이 조용히 발언권을 요청했다.

“실장님, 태스크 포스에 참여하는 인원을 저희가 선택할 권리가 있습니까?”

“그야 당연한 것 아닌가요?”

“저희를 배려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 부사장, 태스크 포스에 참여시키고 싶은 사람이 있습니까?”

“지금 말씀드리기는 곤란한 측면이 있습니다.”

“혹시… 최준하를 염두에 두고 있나요?”

윙윙―

아주 공교로운 순간에 겨울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겨울은 이때다 싶어서 얼른 핸드폰을 집어 들었는데, 놀랍게도 오코사 비서실장이 걸어 온 전화였다.

새벽 시간에 그가 전화를 걸어왔다는 뜻은 무언가 돌발 상황이 발생했다는 의미.

밖에 나가서 통화를 하는 것이 맞았지만, 시간이 없기 때문에 송훈석 회장에게 양해를 구하고 통화를 시작했다.

“네, 오코사 실장님.”

[한 부사장님, 통화 괜찮습니까?]

오코사 실장의 목소리에 수심이 가득 담겨 있었다.

역시 돌발 상황이 발생한 것이 맞았다.

겨울은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기 위해서 심호흡하고, 그와 통화를 이어 나갔다.

“실장님, 걱정거리라도 있습니까?”

[어제 저녁때 천유런 외교부장이 수행원들과 대화 나누는 것을 정보기관 요원들이 엿들었습니다. 그런데 내용이 상당히 심각합니다.]

“어떤 내용인지 말씀해 보십시오.”

[천 외교부장이 오늘 협상 중단을 선언하고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내용입니다.]

천유런 외교부장이 마음에도 없는 말을 내뱉은 이유는 보나마나 빤했다.

나이지이라 정보기관 요원들로부터 감시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눈치채고, 역 공작을 전개한 결과이리라.

“실장님, 100% 블러핑이니까, 신경 쓸 필요 전혀 없습니다.”

[그렇게 말씀하시는 이유가 있겠죠?]

“천 외교부장이 본국으로부터 훈령 받은 녹취를 장대산 부사장이 확보한 상태입니다.”

[어떤 내용인지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오코사 실장님의 요구 사항을 중국 정부가 아무 조건 없이 들어준다는 내용입니다.”

[네?! 그게 정말입니까?]

오코사 실장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네, 그렇습니다. 음성 파일을 하도진 이사님께 보내 줬으니까, 날이 밝으면 실장님께 가져다드릴 예정입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수심으로 가득 차 있던 오코사 실장의 목소리가 정상으로 돌아오는 데에는 그다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실장님,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이 보약입니다. 이제 마음 푹 놓고 주무십시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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