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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120화 (120/328)

[120화] 황금 알을 낳는 거위

송훈석 회장은 이게 웬 떡인가 싶었다.

두 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 대한 그룹에 도움이 되면 되었지 결코 손해가 발생하지 않을 터였다.

때문에 이 자리가 마무리되면 세 사람과 별도로 자리를 마련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고, 파트너십 체결에 대한 얘기를 나눠 볼 예정이었다.

그런데 정말 고맙게도 해리슨 상원의원이 먼저 얘기를 꺼내 주다니.

하지만 그의 제안을 덥석 수용하는 것은 프로 비즈니스맨이 취할 태도가 아니었다.

“해리슨 상원의원님, 저희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실 수 있습니까?”

해리슨 상원의원은 송훈석 회장과 35년 가까이 친분을 유지해 오고 있었다.

따라서 지금 그의 심리상태를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지만, 속으로는 좋아서 죽을 지경일 게 분명했다.

두 회사와 파트너십을 체결하면, 대한 그룹에 돌아가는 부수입이 엄청나게 많다는 사실을 이미 파악하고도 남았을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에게 얻어 낼 게 더 있다는 듯한 자세를 보이고 있었다.

해리슨 상원의원은 그의 결심을 조기에 이끌어 내기 위해서 살짝 장난을 치기로 결정했다.

“물론입니다. 하지만 시간은 많이 드릴 수 없습니다.”

“제가 이유를 알 수 있습니까?”

“회장님이 싫다고 하시면, BK 그룹의 소병욱 회장님을 우리나라로 초대할 생각입니다.”

송훈석 회장은 갑자기 마음이 급해졌다.

해리슨 상원의원은 허언하지 않기로 유명할 뿐만 아니라 추진력 또한 상당한 사람이었다.

만약에 자신이 어물쩍거리는 모습으로 일관한다면, 이 엄청난 이권은 자신들의 손을 떠나 BK 그룹으로 넘어갈 가능성도 있었다.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해리슨 상원의원님, 오늘 저녁때까지 결론 내서 말씀드리면 되겠죠?”

“하하, 그 정도 시간은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럼 저희는 호텔로 돌아가서 곧바로 상의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세요.”

송훈석 회장은 서동호 실장, 조병석 실장과 함께 황급히 VIP 병실을 떠나갔다.

병실이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리던 해리슨 상원의원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대산아, 이제 됐냐?”

“네?! 이 모든 게 대산 씨의 작품이었습니까?”

겨울이 화들짝 놀라며 부자간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나하고 대산이의 공동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겨울은 이번 기회에 미심쩍게 생각하고 있던 점을 털어 버리기로 결정했다.

“해리슨 상원의원님, 정 법인장님을 급하게 초대한 이유를 저한테 알려 주실 수 있나요?”

“아, 그거요? 한 대리님이 대한 그룹에 가지고 있는 마음의 빚을 최대한 빨리 털어 내도록 유도하기 위함이었어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이제 제 역할은 여기까지가 마지막입니다. 대한 그룹과 파트너십을 통해서 H&J 컨설팅과 H&J Investment을 세계적인 회사로 키워 보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 * *

호텔로 복귀한 송훈석 회장, 서동호 실장, 조병석 실장은 긴급회의에 돌입했다.

“서 실장은 해리슨 상원의원의 제안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한 대리가 가지고 있는 일감을 저희가 가지고 오기 위해서라도 무조건 손을 잡아야 합니다.”

“아무래도 그래야겠지?”

반면, 조병석 실장은 두 사람의 대화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

겨울이 개입해서 추진하고 있던 업무는 송유관 건설 공사밖에 없는 것으로 알고 있었기 때문에.

다행히도 송유관 건설 공사는 국제 입찰이 아닌 수의 계약을 통해서 대한 그룹이 수주하는 것으로 확정된 상태였다.

그런데 두 사람은 겨울이 일감을 더 가지고 있다는 듯한 내용으로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자기가 모르고 있는 무언가가 있다고 판단한 그가 조심스럽게 발언권을 요청했다.

“실장님, 한 대리가 별도로 추진하고 있는 업무가 있었습니까?”

“정확하게 말하면 아프리카 법인의 FTA 팀이 추진하고 있는 업무인데, 한 대리가 개인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업무로 봐도 무방할 거야.”

“어떤 업무들이 있는지 제가 알 수 있습니까?”

“먼저 140억 달러 규모의 잉가 3댐 건설 공사가 있어.”

조병석 실장도 잉가 3댐 입찰과 관련한 히스토리를 잘 알고 있었다.

“실장님, 그 공사는 중국의 CTG와 스페인의 ACS 컨소시엄이 가지고 갔잖아요.”

“지난 1월 말에 CTG가 바통고 대통령 등에게 백도어 프로그램이 설치된 하웨이 핸드폰을 선물했어. 이에 격분한 바통고 대통령이 잉가 3댐 공사 시작을 무기한 연기시켜 버린 상태야. 그렇다면 그 공사를 누가 가지고 갈 것 같은가?”

“당연히… 한 대리가 설립하는 컨설팅 회사가 가지고 가겠지요.”

“계속 얘기해 줄 테니까 들어 봐.”

서동호 실장은 겨울이 개입해서 추진하고 있는 업무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었다.

“…해서 컨설팅 회사가 가지고 갈 일감은 확정된 것만 210억 달러 정도이고, 알제리의 데이터 센터 건을 포함하면 240억 달러 정도 될 거야.”

“데이터 센터 공사비가 30억 달러라고요?”

“전력을 공급해 줄 발전소 공사까지 포함한 금액이거든.”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게 한 대리를 두고 하는 말이었군요.”

“하하하, 맞는 비유야.”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송훈석 회장이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회장님, 해리슨 상원의원이 저희에게 구체적으로 무엇을 도와 달라는 걸까요?”

“아마도 유능한 인력을 지원해 달라는 게 아닐까 싶어.”

“제가 전화해서 이곳으로 와 달라고 할까요?”

“그렇게 빨리 전화하면, 우리가 너무 싸구려처럼 보이지 않을까?”

“회장님, 저희는 갑이 아니라 을입니다.”

서동호 실장의 얘기에 송훈석 회장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의 말대로 자신들이 겨울을 선택하는 입장이 아니라 오히려 선택을 받는 입장이 맞았으니.

만약에 겨울이 자신들이 아닌 BK 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한다고 하더라도, 자기들로서는 강제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었다.

자칫 겨울이 가지고 있는 일감 240억 달러뿐만 아니라, 향후 컨설팅 회사가 수주할 일감까지 BK 그룹으로 넘어갈 수도 있었다.

“서 실장, 시간이 금이라는 격언 모르나?”

“하하하, 알겠습니다.”

서동호 실장이 환하게 웃으며 핸드폰을 손에 쥐었다.

* * *

차창 밖을 내다보며 생각에 빠져 있던 정명훈 법인장은 시선을 안으로 돌리며 입을 열었다.

“두 사람한테 미안한 애기지만, 대한 그룹과 파트너십을 체결하는 문제는 나한테 일임해 줬으면 좋겠어.”

즉, 정명훈 법인장 본인에게 힘을 실어 달라는 의미였다.

겨울도 그 점에 대해서는 바라던 바였다.

“H&J 컨설팅과 H&J Investment의 대표이사는 법인장님이 아니었습니까?”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겨울의 뒤를 이어서 장대산도 한마디 보탰다.

“고마워. 이제부터 내가 하는 얘기를 잘 들어.”

“네, 말씀하십시오.”

“송 회장님께 우리 셋이 H&J 컨설팅과 H&J Investment에 대해서 나눈 얘기는 언급하지 말았으면 좋겠어.”

겨울은 정명훈 법인장이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를 단숨에 알아챘다.

만약에 자신들이 두 회사의 이름, 지분 형태, 기타 등등을 송훈석 회장에게 언급하면, 해리슨 상원의원이 만들어 놓은 알리바이가 틀어지게 된다.

아무리 자신들이 머리가 좋고 실행력이 빠르다고 하더라도, 도깨비 방망이처럼 하루 만에 완벽한 결과물을 도출해 낼 수는 없으니까.

짧게 생각을 끝낸 겨울은 정명훈 법인장과 대화를 계속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두 회사의 운영 계획도 내가 언급하도록 할게.”

“저희는 입을 꾹 다물고 있을 테니까, 법인장님께서 알아서 하십시오.”

“하하하, 알았어.”

* * *

보호자실에서 세 사람을 맞이한 송훈석 회장은 음료수 한 모금으로 입을 축인 후, 푸근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이제 정 사장님이라고 불러 드려야 하나요?”

“회장님, 저는 아직 대한 그룹 아프리카 법인장직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편안하게 불러 주십시오.”

“하하, 알았어요. 정 법인장은 언제 퇴직할 예정인가요?”

“새로 설립하는 회사들과 관련해서 준비할 것들이 많아서 2월을 넘기지 않을 생각입니다.”

“신설 회사는 어느 나라에 설립할 예정인가요?”

“아직 결정하지는 않았지만, 한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송훈석 회장은 두 회사의 운영 자금을 미국 정부가 빌려주기 때문에 당연히 미국에 회사를 설립할 거라 예상했다.

그런데 의외로 한국에 회사를 설립한다고 한다.

이유가 무엇인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저희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할 회사들이 한국에 본사를 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파트너십은 우리 대한 그룹과만 체결하는 게 아니었나요?”

“저희는 아프리카 대륙의 나라들만 상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송훈석 회장도 같은 생각이었다.

중국은 아프리카 대륙뿐만이 아니라, 아시아, 유럽, 아메리카 대륙에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는 중이었으니까.

갑자기 아쉽다는 생각이 물밀 듯 밀려왔다.

“정 법인장, 우리가 어떻게 해서든지 커버해 볼게요.”

“저희도 특별한 일이 발생하지 않는 한 대한 그룹을 중심으로 비즈니스를 전개할 생각입니다. 다만, 대한 그룹에서 취급하지 않는 품목을 발주 받을 때를 감안해서 다른 회사들과 파트너십을 체결할 필요가 있습니다.”

“암요. 그렇게 해야겠지요.”

송훈석 회장은 그의 말에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서동호 실장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입을 열었다.

“정 법인장, 새로 신설하는 회사의 이름을 생각해 놓은 게 있나요?”

“아직 확정하지는 않았지만, H&J 컨설팅과 H&J Investment가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H&J 컨설팅과 H&J Investment라… 이름이 입에 착착 감기는 게 아주 좋은데요?”

“감사합니다, 실장님.”

“두 회사를 어떻게 운영할지 생각해 놓은 건 있나요?”

“아직 확정된 상태가 아니라는 점을 감안하고 들어 주십시오.”

“그렇게 할게요.”

“먼저 H&J Investment부터 말씀드리면, 장대산 씨가 책임질 예정이고, 그의 직위는 부사장입니다. 투자회사를 운영하는 필수 인력은 미국에서 지원받기로 되어 있습니다.”

“H&J Investment가 미국으로부터 얼마를 투자받기로 했나요?”

“1차로 1,000억 달러를 투자받을 예정이고, 상황에 따라서 추가로 투자받을 예정입니다.”

“네?! 1,000억 달러라고요?”

서동호 실장이 경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무려 110조 원에 가까운 엄청난 돈을 투자하겠다고 하는데, 놀라지 않을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송훈석 회장은 벌렁벌렁 뛰는 심장을 억누를 수 없을 정도로 흥분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H&J Investment와 메인 파트너십을 체결한 자신들에게도 최소 70∼80% 이상 그 혜택이 돌아올 것이기 때문에.

게다가 1차 투자라고 한다.

H&J 컨설팅이 비즈니스 영역을 넓혀서 2차, 3차까지 투자가 이어진다면… 상상만 해도 즐거웠다.

두 사람의 흥분된 반응과는 반대로, 조병석 실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정명훈 법인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 법인장, H&J Investment가 미국으로부터 1,000억 달러라는 엄청난 돈을 투자받는 이유가 뭔지 얘기해 줄 수 있나요?”

“간단하게 말씀드리면, 저희가 미국을 대신해서 각 나라에서 추진하고 있는 프로젝트에 투자하는 거라고 보시면 됩니다.”

“우리는 H&J Investment와 계약하면 되겠네요?”

사실 정명훈 법인장은 모든 프로젝트를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대한 그룹에 넘겨줄 생각이 없었다.

수의계약으로 계약을 체결하면, 자신들의 이익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파트너십을 체결한 회사를 먼저 고려하지 않을 수도 없는 상황.

좋은 방법이 없을까 궁리 끝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방안을 생각해 냈다.

“네, 그렇습니다. 그 대신 공사비 견적이 합리적이지 않으면, 저희는 다른 회사와 계약을 체결할 수밖에 없습니다.”

“당연히 그렇게 해야겠지요.”

“공사비는 가급적이면 현금 지급을 원칙으로 하겠지만, 때에 따라서는 현물로 대체 지급할 수도 있습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동의합니다.”

“H&J Investment에 대한 얘기는 이쯤에서 마무리 짓고, 이제 H&J 컨설팅에 대한 대화를 나눴으면 합니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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