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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115화 (115/328)

[115화] 기막힌 아이디어 제공자

해리슨 상원의원의 병문안을 마친 세 사람은 짐도 풀지 못하고, 송훈석 회장의 스위트룸에 모여서 긴급회의를 시작했다.

“조 실장, 우리가 CNOOC 지분을 인수한다고 가정할 경우에 투입해야 할 비용이 모두 얼마 정도가 될까?”

“송유관 건설 공사 비용이 35억 달러니까… 넉넉하게 잡아서 최대 12억 달러 정도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우간다에 석유 매장량이 얼마 정도 되나?”

“지금까지 알려진 매장량은 35억 배럴로 확인된 상태입니다만, 얼마든지 늘어날 가능성이 있습니다.”

“우리가 단순히 지분 투자만 한다고 가정할 경우에는 얼마 정도 이익이 발생할까?”

조병석 실장은 핸드폰 계산기 앱을 키고 한참 동안 계산한 끝에 대답했다.

“매장된 석유를 모두 채굴하고, 국제 유가가 배럴당 40달러라고 계산할 경우에 130억 달러 정도가 저희 이익입니다.”

또다시 송훈석 회장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12억 달러를 투자해서 무려 열 배가 넘는 이익이 발생한다는 데 흥분하지 않을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석유 매장량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하니, 이익은 더 늘어날 것이었다.

게다가 최저가 수준의 국제 유가가 조금이라도 상승해 준다면… 생각만 해도 즐거운 일이었다.

입가에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조병석 실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우간다가 송유관을 통해서 매년 수출할 수 있는 석유의 양이 얼마나 될까?”

“정확하게 모르지만, 최대 1억 5,000만 배럴 정도일 겁니다.”

“알았네.”

조병석 실장과 대화를 끝낸 송훈석 회장은 고개를 돌려서 서동호 비서실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대한 오일에서 연간 수입하는 석유의 양이 얼마 정도 되나?”

“3억 5,000만 배럴 정도입니다.”

“우간다에서 수입하는 석유를 우리가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을까?”

“송유관이 완공되려면, 적어도 5년은 감안해야 할 겁니다. 그동안에 기존에 거래하던 셀러와 계약 물량을 조정하면, 충분히 소화할 수 있을 겁니다.”

“그나저나 해리슨 상원의원이 토탈 측의 동의를 어떤 방법으로 이끌어 낼까?”

“회장님, 저희가 그 문제까지 신경 쓸 필요가 있을까요?”

“하긴…….”

송훈석 회장이 눈을 지그시 감고 장고에 들어갔다.

그의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두 사람은 송훈석 회장이 긍정적인 결론을 내릴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이윽고 결심이 섰는지, 송훈석 회장이 감은 눈을 뜨며 입을 열었다.

“우리가 CNOOC의 지분을 인수하는 것으로 하자고.”

“하하하, 알겠습니다.”

“우리 복덩이한테 전화해서 저녁이나 같이 먹자고 해 봐.”

조병석 실장이 재빨리 대화에 끼어들었다.

“제가 전화해 보겠습니다.”

“빨리해 봐.”

재빨리 조병석 실장이 핸드폰을 들어 겨울에게 전화를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조병석 실장님.]

“한 대리,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

[미국 출장 중에 있습니다만, 무슨 일 때문에 그러십니까?]

순간, 조병석 실장은 자신들의 미국에 출장 온 사실을 겨울이 모르고 있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좋은 기회를 그냥 넘길 수는 없었다.

“나도 미국에 출장을 왔거든요.”

[아, 그러시군요. 저는 지금 볼티모어에 있습니다.]

“오, 나도 볼티모어에 볼일이 있어서 왔는데, 마침 잘됐네요.”

[실장님, 어느 호텔에 계신지 알려 주시면, 지금 달려가겠습니다.]

“포시즌즈 볼티모어 호텔에 있어요.”

[네? 저희도 이곳에 있습니다.]

저희라니?

그 말은 즉, 겨울이 혼자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장대산은 VIP들이 오늘 오후에 아프리카로 돌아갔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그들은 절대 아닐 것이고.

아무리 생각해 봐도 장대산과 같은 숙소에서 묵고 있을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그러다가 또다시 고개를 갸웃거렸다.

자신들이 미국에 출장 온다는 사실을 장대산이 겨울에게 얘기해 주고도 남았을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장대산은 아니라는 얘기.

조병석 실장은 어떻게 돌아가는 영문인지 하나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겨울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누가 한 대리와 같이 있나요?”

[정명훈 법인장님이 같이 계십니다.]

난데없이 정명훈 법인장이 언급되었다.

그가 이곳에 어떤 이유로 출장을 왔다는 말인가.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는 조병석 실장이었다.

“한 대리, 정 법인장도 같이 출장을 왔나요?”

[정 법인장님은 다른 목적으로 출장 오셨습니다.]

“알았어요.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고요.”

[객실을 알려 주시면, 지금 즉시 가겠습니다.]

“2001호로 오시면 됩니다.”

[네, 알겠습니다.]

딸깍.

조병석 실장이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송훈석 회장이 질문을 던져 왔다.

“조 실장, 정 법인장도 출장 왔다는 거야?”

“다른 목적으로 왔다고 하는데…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흐음, 다른 목적이라…….”

송훈석 회장이 소파 손잡이 위에 팔을 걸고 또다시 생각에 잠겼다.

두 사람은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소탁 위에 놓여 있는 음료수를 소리 내지 않고 조심스럽게 마셨다.

약간의 시간이 지났을 무렵.

송훈석 회장이 한층 더 차분해진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서 실장, 정 법인장이 이곳에 왜 왔을까?”

“해리슨 상원의원의 호출을 받아서 오지 않았을까요?”

“이유가 뭘까?”

“송유관 건설 공사 입찰과 관련해서 조언을 받으려 한 게 아닐까요?”

“그렇다면 해리슨 상원의원의 아이디어가 정 법인장의 머리에서 나왔다는 건가?”

* * *

겨울과 정명훈 법인장은 진심으로 깜짝 놀랐는지 마치 얼음동상이 된 것처럼 안으로 들어오다 말고 그 자리에 멈춰 섰다.

“정 법인장, 한 대리, 귀신이라도 봤습니까?”

송훈석 회장이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편안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 아닙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아프리카 법인을 맡고 있는 정명훈이라고 합니다.”

“저는 아프리카 법인에서 운영하고 있는 태스크포스에 소속되어 있는 한겨울이라고 합니다.”

“서서 얘기하지 말고, 앉아서 얘기합시다.”

“네, 회장님.”

두 사람이 비어 있는 소파에 앉자, 송훈석 회장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정 법인장은 예전에 나하고 인사를 나누지 않았나요?”

“6년 전에 아프리카 법인을 방문하셨을 때 인사드린 적이 있습니다.”

“벌써 6년이 지났다니, 세월이 참 빠르게 흘러가네요.”

“저도 회장님과 같은 생각입니다.”

“정 법인장은 어떻게 해서 이곳으로 출장을 오게 됐나요?”

“콩고민주공화국의 부투야 실장님이 저한테 전화를 걸어와서, 미국과 협상하는 데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해 달라고 요청해서 급하게 미국으로 오게 됐습니다.”

“정부 간의 협상에 민간인이 옵저버 자격으로 참여했다고요?”

“저도 이유는 잘 모르겠습니다.”

모든 진상을 알고 있는 겨울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회장님, 정 법인장님은 해리슨 상원의원께서 초청한 것이고, 부투야 실장님은 말만 전달해 줬다고 합니다.”

“한 대리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있나요?”

겨울은 당연히 이유를 알고 있었지만, 지금은 모르고 있는 척 시치미를 뗄 때였다.

머리를 맹렬하게 굴린 끝에 그럴싸한 대답거리를 찾아낸 겨울이었다.

“송유관 건설 공사 입찰과 관련해서 정 법인장님의 아이디어를 해리슨 상원의원님께 전달한 적이 있습니다. 아마도 아이디어를 상세하게 듣고 싶어서 초청한 것 같습니다.”

송훈석 회장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고 생각하며, 정명훈 법인장에게 말을 걸었다.

“정 법인장, 어떤 아이디어인지 나한테 얘기해 줄 수 있나요?”

“중국의 CNOOC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저희가 인수하겠다고 얘기했습니다.”

“내가 싫다고 거절하면 어떻게 하려고요?”

“탁월한 승부사인 회장님께서 거절하실 거라고는 꿈에서라도 생각지 않았습니다.”

“으하하하!”

송훈석 회장이 호탕한 웃음을 터트렸다.

서동호 실장과 조병석 실장도 덩달아 웃음보를 터트렸음은 물론이고.

송훈석 회장의 스타일을 정확히 간파한 정명훈 법인장의 행동에 만족감을 나타내는 두 사람이었다.

잠시 어수선한 시간이 지난 후, 송훈석 회장이 입을 열었다.

“우간다에서 생산한 석유를 대한 오일이 수입하겠다는 아이디어는 누가 냈나요?”

“제가 냈습니다.”

겨울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해리슨 상원의원의 입에서 나온 얘기는 겨울과 정명훈 법인장의 머릿속에서 나온 아이디어였음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

송훈석 회장은 정명훈 법인장에게 한 질문을 겨울에게 했고, 겨울도 같은 내용으로 대답했다.

송훈석 회장은 겨울의 순발력을 실험해 보기 위해서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한 대리, 아프리카는 중동 국가들에 비해서 운송비가 더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가격 경쟁력이 떨어집니다. 이 문제를 해결할 대책이 있나요?”

“그 문제에 대해서 우간다의 마사카 부통령님께 넌지시 운을 띄워 놓았고, 그만큼 석유 수출 가격을 인하해 주겠다는 확답을 받아 놓은 상태입니다.”

더 이상의 질문은 사족에 불과했다.

“하하하, 알았어요.”

그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서동호 실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정 법인장, 회장님이 하나하나 상세하게 묻는 이유를 알고 있나요?”

“해리슨 상원의원님께 송유관 건설 공사와 관련해서 무언가 제안을 받으신 것 같습니다.”

“맞았어요.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게요. 송유관 건설 공사를 수의계약으로 우리가 가지고 올 수 있을까요?”

“네? 수의계약이 가능합니까?”

“우리가 두 가지 조건을 수용하면, 송유관 건설 공사를 대한 그룹 품에 안겨 주겠다고 해리슨 상원의원님이 약속해 주셨어요.”

정명훈 법인장은 해리슨 상원의원의 의도가 무엇인지 이제야 확실하게 감 잡았다.

그는 겨울과 자기가 대한 그룹에 지고 있는 마음의 부담을 빨리 털어 내기 위한 목적으로, 송유관 건설 공사를 대한 그룹에 수의계약으로 넘겨 줄 생각인 것이다.

한층 가벼워진 마음으로 서동호 실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 그렇군요.”

“정 법인장, 내가 방금 전에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언제 해 줄 생각입니까?”

“저는 해리슨 상원의원, 탄자니아, 우간다 정부가 토탈의 장 뿌요네 회장을 압박한다면 충분히 가지고 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 대리의 생각은 어떤가요?”

“해리슨 상원의원과 장 뿌요네 회장이 보통 사이가 아니라고, 대산 씨한테 얼핏 들었습니다. 이로 미루어 봐서 저희가 모르는 계획이 수립되어 있을 것 같습니다.”

확실히 겨울의 말이 맞았다.

해리슨 상원의원은 송훈석 회장과의 대화에서 확신에 가까운 듯한 표정을 지으며 그와 유사한 말을 꺼냈으니까.

송유관 건설 공사에 참여하기로 송훈석 회장이 이미 결론 내린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의 대화는 의미가 없었다.

“알았어요. 이 얘기는 그만합시다.”

“네, 실장님.”

서동호 실장의 뒤를 이어서 조병석 사장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한 대리, 오늘 저녁은 회장님께서 한턱내신다고 하니까, 먹고 싶은 게 있으면 얘기해 보세요.”

“미국에 온 김에 정통 스테이크를 먹고 싶습니다.”

“내가 마침 이곳에 알고 있는 맛집이 있으니, 그곳으로 갑시다.”

* * *

“법인장님, H&J 컨설팅에 대한 얘기는 언제 꺼내죠?”

송훈석 회장이 타고 있는 차를 뒤따라가는 차 안에서 겨울이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사실 정명훈 법인장도 송훈석 회장과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그 얘기를 꺼낼까 하다가 뒤로 물러났다.

가장 큰 이유는 해리슨 상원의원의 제안을 송훈석 회장이 확답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송유관 건설 공사 건이 결론 날 때까지는 입을 다물고 있는 것이 좋을 것 같아.”

“그렇게 하겠습니다.”

“장대산 씨한테도 전화해서 입조심시키고.”

“알겠습니다.”

짧게 대답한 겨울은 장대산에게 전화를 걸어서 저간의 사정을 설명하고는 비밀 유지를 부탁했다

“…당분간 비밀을 지켜 주세요.”

[네, 알았어요. 그건 그렇고, 송유관 건설 공사와 관련해서 송 회장님의 의중을 알고 있습니까?]

당연히 알고 있었지만, 자기는 송훈석 회장이 아니었기 때문에 말을 아끼기로 결정했다.

“회장님은 여러 사람들한테 의견을 청취하셨습니다만, 의중을 밝히지는 않았습니다.”

[한 대리님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대화 분위기가 좋던 것만큼은 사실입니다.”

[후후,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장대산이 겨울의 말을 눈치챘다는 듯 가볍게 웃음을 흘렸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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