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화] 강력한 한 방
루퍼트 장관은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이에 걸맞은 대책도 이미 수립해 놓고 있었다.
“제가 말씀드리는 것이 완벽한 정답이 아님을 감안하고 들어 주십시오.”
“네, 물론입니다.”
“이 자리에서 밝힐 수는 없지만, 중국이 화웨이 핸드폰에 백도어를 설치해서 선물로 뿌린 나라들이 더 있습니다.”
틀림없이 현재 디폴트를 선언하려고 움직이고 있는 나라들일 것이다.
그러는 도중에도 루퍼트 장관의 말은 계속 이어졌다.
“단체 행동을 벌이시더라도, 여러분 중에서 한 분이 대표로 나서서 중국과 비밀리에 협상하셔야 할 겁니다.”
“그래야 하는 이유를 알고 싶습니다.”
“만약에 여러분이 중국에 공개적으로 반기를 들면, 디폴트를 선언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나라들도 옳다구나 하면서 참전하려고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좋은 것 아닙니까?”
“중국을 압박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여러분이 이 전쟁에서 완패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문두야 부통령은 루퍼트 장관의 말에 전적으로 동의했다.
중국이 자체적으로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연합군의 규모가 커지면, 필연적으로 장기전의 형태를 띨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중국은 연합군에 참전한 나라들 모두가 아니라 하나하나 각개격파 하는 전략을 펼쳐 나갈 것이다.
자국처럼 재무 상태가 취약한 나라들은 국가 부도를 막기 위해서 중국의 통 큰 제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그에 따른 결과로 원하는 것 하나도 얻어 내지 못하고 중국에 더욱 예속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었다.
루퍼트 장관은 이 점을 염려하고 있는 것이고.
“루퍼트 장관님, 우리가 중국과 비밀리에 협상에 임한다고 가정할 경우, 그들은 어떻게 대응할 것 같습니까?”
“중국은 사건이 외부로 유출돼야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하고, 어떻게 해서든지 협상을 조기에 마무리 지으려고 할 겁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였다.
그렇게 해야 중국의 피해가 적을 테니까.
“중국과의 비밀 협상에 대표로 누가 나서는 게 좋겠습니까?”
“중국과 장기전을 벌여도 정치적 및 경제적으로 타격이 거의 없는 나라가 대표를 맡는 것이 타당할 듯싶습니다.”
루퍼트 장관의 말과 동시에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나이지리아의 오코사 비서실장에게 향했다.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받은 오코사 비서실장도 그 역할은 자기가 수행할 수밖에 없다고 직감하고 있었다.
자국은 석유라는 훌륭한 카드를 보유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세 나라의 GDP를 합친 것 보다 경제 규모가 훨씬 크기 때문에.
이번 기회에 중국에 쌓인 스트레스를 시원하게 풀어 버리고 싶은 마음 또한 있었다.
“좋습니다. 제가 중국과의 비밀 협상에 나서도록 하겠습니다.”
루퍼트 장관이 흡족한 미소를 입가에 머금고 입을 열었다.
“오코사 실장님, 큰 결심을 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하하, 별말씀을 다 하십니다.”
“그러는 의미에서 제가 두 가지 팁을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물론입니다.”
“오코사 실장님이 중국의 요구를 받아들여서 조기에 협상을 종결하면, 원하는 것을 모두 얻어 내지 못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느긋하게 대응하셔야 할 겁니다. 그리고 절대로 중국보다 먼저 패를 오픈해서는 안 됩니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오코사 실장과 대화를 종료한 루퍼트 장관은 연합군들에게 신신당부했다.
“여러분은 오코사 실장님의 협상력을 전적으로 믿으시고, 협상에 절대로 관여하지 마십시오.”
“중국이 오코사 실장님의 협상력을 약화시키기 위란 전략으로 여러분에게 개별적으로 접근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해인스 장관이 핵심을 언급했다.
“아무래도 그렇겠지요.”
“연합군들이 중국으로부터 원하는 결과를 얻어 내는 순간, 저희가 2차 작전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부투야 실장은 해인스 장관의 의도가 무엇인지 단숨에 알아챘다.
디폴트를 선언하려고 대기하고 있는 나라들을 움직여서 중국의 목을 조를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그는 자신의 추측이 맞는지 물었다.
“네. 부투야 실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럼 2차 작전에 대해서는 저희는 모르는 척 하겠습니다.”
“그래 주시면 더욱 감사하겠습니다.”
“이제 다른 안건을 가지고 대화를 나눴으면 합니다.”
“네. 말씀해 보십시오.”
“한겨울 대리와 장대산 씨로부터 투자 회사에 대한 얘기를 들었습니다. 투자 회사 설립 승인 여부는 언제쯤 알 수 있을 것 같습니까?”
해인스 장관은 오늘 오전에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을 기억에 떠올리며, 부투야 실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투자 회사 설립 승인 여부는 여러분의 손에 달려 있습니다.”
“중국과 손절하라는 뜻으로 들리는데, 맞습니까?”
“저희가 투자 회사에 출자하려는 목적은 여러분 나라에서 추진하려는 국책 프로젝트에 투자하기 위함입니다. 문제는 그동안 중국이 정부 차원에서 국책 프로젝트에 투자해 오고 있다는 점입니다.”
“국책 프로젝트를 한 대리님이 설립하는 투자 회사에 의뢰하면 됩니까?”
겨울은 그동안 컨설팅 회사 창립에만 몰두했기 때문에 투자 회사 설립까지 생각해 볼 여력이 없었다.
오늘 오전에 해리슨 상원의원과의 대화에서 투자 회사에 대한 얘기를 처음 들었을 뿐.
거의 공짜에 가까운 금리로 돈을 투자해 주겠다고 하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게다가 미국 정부가 투자 회사 운영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확답까지 받았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해인스 장관은 투자 회사의 비즈니스 영역을 제한하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이를 뒤집어 말하면 미국 정부는 투자 회사 운영에 관여할 의도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었다.
이대로 속수무책으로 끌려가다가는 미국의 의도대로 춤을 추는 꼭두각시밖에 더 되겠는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수는 없었다.
겨울은 조용히 손을 들고 발언권을 요청했다.
“해인스 장관님, 이 자리에서 하나만 분명히 짚고 넘어가겠습니다.”
“네, 말씀해 보십시오.”
“저는 미국 정부가 저희가 설립하는 투자 회사에 자본을 투자하는 것으로 모든 역할이 종료된다고 들었습니다. 지금처럼 미국 정부가 투자 회사의 운영에 감 놔라 배 놔라 참견하실 거라면, 저는 투자 회사 설립을 백지화하겠습니다.”
겨울의 강력한 한 방으로 인해 VIP 회의실 분위기가 갑자기 다운되었다.
이때다 싶었는지 문두야 부통령이 얼른 대화에 끼어들었다.
“우리 탄자니아는 연합군에서 탈퇴하고, 지금과 같이 중국과 친밀하던 관계를 유지시켜 나가겠습니다.”
“우리 우간다도…….”
문두야 부통령부터 오코사 실장까지 겨울에게 힘을 실어 준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네 사람의 행동을 지켜본 해인스 장관은 기분이 나쁘기보다는 오히려 흡족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까지 아프리카 국가들은 구심점이 없어서 단합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지리멸렬한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하지만 방금 전 네 사람은 겨울을 중심으로 똘똘 뭉치는 모습을 보였다.
겨울이 조금만 더 능력을 발휘해서 아프리카 국가들과 교류를 다져나간다면, 자국이 추진하는 아프리카 통합 전략에 큰 도움이 될 거라고 내다봤다.
그러기 위해서는 겨울의 오해를 풀어 주는 것이 급선무였다.
“한 대리님, 뭔가 오해를 한 것 같습니다. 저희는 투자 회사의 경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겠습니다.”
“그 말씀을 믿어도 되겠습니까?”
“문서화해서 건네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그 문제에 대해서는 더 이상 왈가왈부하지 않겠습니다.”
“고맙습니다.”
해인스 장관과 짧게 마무리한 겨울은 연합군들이 앉아 있는 방향으로 시선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저희가 미국 정부로부터 투자를 받게 되면, 국책 프로젝트가 아닌 프로젝트에도 투자할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투자 이익이 확실하게 보장되는 프로젝트를 많이 소개시켜 주십시오.”
“저희가 그렇게 해 드리면 혜택이 있습니까?”
“당연히 있습니다. 국제법에 규정된 한도 안에서 커미션을 지급해 드리겠습니다.”
“만약에 프로젝트의 규모가 10억 달러짜리라고 한다면, 커미션은 얼마를 주실 예정입니까?”
“통상적으로 지급되는 금액은 1.5%입니다.”
즉, 1,500만 달러라는 얘기였다.
정확한 금액이 언급되자 갑자기 VIP 회의실에 뜨거운 열풍이 불어닥치기 시작했다.
“한 대리님, 국책 프로젝트도 똑같은 룰이 적용됩니까?”
“당연한 말씀입니다.”
“애초 계획보다 투자 요청을 많이 받으면 어떻게 하실 생각입니까?”
“자금이 부족해서 투자하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 미국 정부에 추가로 자금을 투자해 달라고 요청하겠습니다.”
“무제한이라고 봐도 됩니까?”
“마사카 부통령님의 질문에 대한 답변은 해인스 장관님께서 대신 답변해 드릴 예정입니다.”
겨울이 해인스 장관에게 발언권을 넘겨주고 뒤로 물러났다.
“투자 회사가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적극 지원하도록 하겠습니다.”
“역시 화끈하시네요.”
“하하, 감사합니다.”
해인스 장관의 시원한 결론을 듣고 마사카 우간다 부통령이 질문했다.
“한 대리님께 묻겠습니다. 투자금을 받게 되면 우리나라와 탄자니아 정부가 공동으로 추진하고 있는 송유관 건설 공사에 투자해 주실 수 있습니까?”
겨울도 송유관 건설 공사에 투자하고 싶은 마음을 가지고 있었으나, 최대 주주인 토탈의 생각을 모른다는 점과 생산한 석유를 판매할 곳이 없다는 점 때문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다.
겨울은 마사카 부통령에게 두 가지 문제를 사실대로 얘기했다.
“…이런 상황입니다.”
겨울의 얘기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장대산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마사카 부통령님, 그 문제에 대해서 제가 답변해 드려도 되겠습니까?”
“네, 얼마든지요.”
“송유관 건설 공사 프로젝트와 관련해서 해리슨 상원의원께서 해법을 찾고 있는 중입니다.”
“언제까지 기다려면 될까요?”
“일주일이면 충분할 것 같습니다.”
“하하, 알겠습니다.”
“단, CNOOC가 퇴출되어야 하는 전제입니다. 그렇지 않는 한, 저희가 수립한 대책은 무용지물이라는 점을 명심해 주십시오.”
“그야 물론입니다.”
루퍼트 장관은 매조지 발언을 위해서 입을 열었다.
“여러분, 지금까지 나온 내용을 정리해서 합의서를 작성했으면 하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네, 좋습니다.”
겨울과 장대산은 지금까지 논의됐던 내용들을 정리해서 합의서를 작성했다.
합의서를 받아 든 연합군 수뇌부들은 본국의 대통령에게 승인받기 위해서 보안메일로 발송했고, 답변이 오기를 기다렸다.
그 막간의 시간을 이용해서 부투야 실장이 해인스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해인스 장관님,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얼마로 예상하십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저도 감을 잡지 못하겠습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사실 저희는 테슬라의 주가를 점진적으로 상승시켜서 연말에는 500달러 선을 유지하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투기 세력들이 너무 일찍 개입하는 바람에 저희가 주가를 통제할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해 버렸습니다.”
“현재 시점보다 주가가 폭락하지는 않겠지요?”
“제가 여러분께 감히 장담하는데, 올해 안에 테슬라의 주가가 600달러가 넘지 못하면, 차액은 우리나라에서 전액 부담해 드리겠습니다.”
해인스 장관의 폭발력 강한 발언으로 인해서 VIP 회의실의 분위기는 한층 더 달아올랐다.
미국 정부가 책임지고 차액을 보전해 준다고 하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오코사 실장은 또 다른 가능성에 주목하고 발언권을 요청했다.
“해인스 장관님, 테슬라의 주가가 600달러의 고지를 일찍 정복할 수도 있겠네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는 7월에서 8월 사이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연말에는 테슬라의 주가가 얼마 정도 될 것 같습니까?”
“제 개인적인 사견입니다만, 800달러 언저리에서 등락을 거듭할 것 같습니다.”
“와!”
오코사 실장이 환호성을 내질렀다.
다른 사람들도 같은 반응을 보였음은 물론이고.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해인스 장관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합의서 체결이 마무리되면, 저희가 거하게 한턱내도록 하겠습니다.”
“2차도 포함됩니까?”
“당연한 말씀입니다. 평생 잊지 못할 화끈한 밤을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하하하, 좋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반드시 거쳐야 하는 관문이 있다는 거 알고 계시죠?”
즉, 합의서 체결을 서두르자는 의미였다.
“그야, 당연하지요.”
마음 급한 사람들이 핸드폰을 들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흙수저 성공 신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