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99화 (99/328)

[99화] 난생처음 만져 보는 큰돈

부투야 실장은 호영의 말이 이해가 되면서도, 이와 동시에 의문점도 떠올랐다.

아무리 겨울이 그를 닦달했다고 해도 호영은 고작 SH무역의 사원에 불과할 뿐이었다.

호영은 마치 가격 할인이 자신의 공처럼 얘기하고 있었지만.

부투야 실장은 의구심을 숨기지 않고, 호영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SH무역의 정상호 대표이사님은 제 숙부입니다. 제 숙부님도 한 대리를 잘 알고 있습니다.]

“한 대리님과 정 사장님이 어떻게 인연을 맺게 됐는지 알려 주실 수 있습니까?”

[저하고 한 대리는 같은 마을에서 태어났고, 숙부님은 한 대리를 어릴 때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이제 두 번째 이유에 대해서 말씀드릴까요?]

부투야 실장은 어떤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호영이 화제전환을 시도하려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었지만, 꼬치꼬치 캐묻는 것이 실례라고 생각했다.

“네, 그렇게 해 주세요.”

[바통고 대통령님께서 결제 조건을 선급금으로 제시해 주셨기 때문에 저희도 두 물품을 선급금 매입 조건으로 공급자와 협상했고, 추가로 DC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두 물품을 H&E트레이딩에 이렇게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면, 이익이 남습니까?”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손해를 겨우 면할 정도입니다.]

“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습니까?”

[…….]

한동안 호영에게서 아무런 목소리가 들려오지 않았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착 가라앉은 호영의 목소리가 수화기를 타고 들려왔다.

[정말 죄송한 말씀입니다만, 한 대리가 없는 공간에서 통화를 했으면 하는데, 가능하시겠습니까?]

순간, 부투야 실장은 호영의 입에서 겨울과 관련한 매우 중요한 얘기가 흘러나올 것이라는 직감을 받았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핸드폰을 들고 밖으로 나온 부투야 실장은 부속실로 이동해서 호영과 통화를 이어 나갔다.

“이제 얘기해 보세요.”

[한 대리가 아주 잘나가던 축구 선수였다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네. 7년 전에 발생한 사고 때문에 은퇴했다고 들었습니다.”

[7년 전에 어떤 사고가 발생했는지 제가 말씀드려도 될까요?]

“네, 얼마든지요.”

[7년 전, 저희 고향에서 버스 하나가 강에 굴러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그 버스에 한 대리뿐만 아니라 저희 부모님도 타고 있었습니다. 그때 다리가 부러진 사실도 모르고 있던 바보 같은 녀석이…….]

호영의 얘기를 들으면서, 부투야 실장은 겨울의 행동이 천성이라고 결론지었다.

자신을 희생하면서 남을 도울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는가.

겨울의 희생 덕분에 지금 자기도 정상인과 똑같은 생활을 영위하고 있는 것이었다.

그가 짧은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 호영의 얘기도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저희 부모님을 포함한 열두 명의 생명을 구하는 대가로 한 대리는 축구 선수로서의 꿈을 접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런 안타까운 사연이 있는지 몰랐습니다.”

[이 얘기는 절대로 한 대리한테 하지 마십시오.]

“물론입니다. 한 대리한테 보답하는 의미로 이익을 책정하지 않은 건가요?”

[그런 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부투야 실장은 호영이 잘못 알고 있는 것을 짚어 주기로 마음먹었다.

“정호영 씨, 그 이익이 한 대리한테 돌아간 것이 아니라, 우리한테 왔다는 사실은 알고 계십니까?”

[바통고 대통령님께서 한 대리한테 이익을 넉넉하게 책정해 주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하, 알았습니다. 이제 김 선물 세트에 대해서 얘기를 해 봤으면 합니다.”

[네, 말씀하십시오.]

“정호영 씨가 우리에게 다섯 종류를 제안해 주셨는데, 어느 게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까?”

[사실 저희 입장에서는 200달러짜리 선물 세트를 수출하는 것이 제일 좋기는 합니다만, 그다지 추천해 드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투야 실장은 정호영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깊은 호기심이 생겨났다.

다른 사람들 같았으면, 무조건 제일 비싼 200달러짜리 김 선물 세트를 제안했을 것이 빤했다.

아마도 호영 역시 겨울의 영향을 받아서가 아닐까 짧게 생각했다.

[저는 110달러짜리가 제일 적당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이유가 있습니까?”

[110달러짜리 김 브랜드가 전 세계적으로 제일 많이 수출되고 있고, 내용물 또한 제일 알차고 고객들의 반응도 좋습니다.]

부투야 실장은 선물 세트를 받은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았다.

그들 중 몇몇은 인터넷을 통해서 김 선물 세트에 대해서 조사해 볼 수 가능성이 있었다.

만약 자신들이 선물한 김 브랜드가 듣도 보도 못한 제품이라면, 주고도 욕먹는 상황이 발생할지 어떻게 알겠는가.

가격이 저렴하면 받는 사람이 기분 나빠할 수 있다는 문제점도 있었다.

이 점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실장님, 인터넷을 통해서 가격을 조회하면 200달러 정도 합니다. 저희가 싸게 매입하는 것뿐입니다.]

“SH무역은 김 선물 세트를 저렴하게 구입하는 비결이 있습니까?”

[대량으로 구매하고, 결제 조건을 선급금으로 제시한 결과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이번에 저희의 마진은 거의 없다고 판단하시면 됩니다.]

부투야 실장은 호영이 겨울을 위하는 마음을 충분히 이해하고도 남았으나, 이익까지 포기하는 거래는 그리 탐탁지 않았다.

거래란 서로가 윈윈하는 경우에 계속 이어지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정호영 씨, 이제부터 제 말을 잘 들어 주세요.”

[네, 말씀하십시오.]

“홍삼과 우황청심원 선물 세트는 가격을 10%를 인상해 주세요. 그리고 김 선물 세트는 120달러로 하고, 2만 개로 늘려 주시고요.”

[네?! 그래도 되겠습니까?]

호영의 깜짝 놀란 목소리가 귓가에 생생하게 들려왔다.

“네, 그럼요.”

[감사합니다, 부투야 실장님.]

“조금 있다가 한 대리님을 바꿔 줄게요.”

다시 접견실로 돌아온 부투야 실장은 겨울에게 핸드폰을 건네주며 말을 건넸다.

“정호영 씨가 통화하고 싶답니다.”

부투야 실장에게 핸드폰을 건네받은 겨울은 호영과 통화를 시작했다.

“부투야 실장님하고 무슨 얘기했냐?”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부투야 실장님과 합의한 내용을 설명해 줄 테니까 메모해.]

“알았어. 빨리 얘기해 봐.”

[먼저 홍삼과 우황청심원…….]

“진짜야?”

호영의 설명을 듣고 있던 겨울이 급하게 말을 잘랐다.

[내가 너한테 거짓말 할 이유가 뭐가 있는데?]

“미안해. 계속 얘기해 봐.”

[내가 견적서를 만들어서 보내 주면 시간 걸리니까, 너희가 최종 견적서를 만들어.]

“알았어. 나중에 통화하자.”

호영과 통화를 끝낸 겨울은 가쿠타 과장에게 통화 내용을 재빨리 전달하고, 불과 20분이 지나지 않아서 최종 견적서를 출력해 부투야 실장 앞에 들이밀었다.

그는 최종 견적서를 꼼꼼하게 살펴본 후, 가쿠타 과장에게 말을 걸었다.

“가쿠타 과장님, 가격을 10% 인상할 경우에 H&E트레이딩의 이익은 얼마이고, 기존 대비 얼마가 늘어납니까?”

“기존에는 124만 달러였는데, 10%가 인상됨으로 인해서 136만 달러로 늘어났습니다.”

“136만 달러는 어떻게 배분하기로 했습니까?”

사실 이익 배분율까지 부투야 실장에게 얘기해 줄 의무는 없었다.

가쿠타 과장은 겨울에게 컨펌받기 위해서 무언의 신호를 보냈고, 얘기해 줘도 된다는 동의를 받았다.

“한 대리님이 70%, 은센기 사장이 20%, 제가 10%입니다.”

“음…….”

끝말을 흐린 부투야 실장이 핸드폰의 계산기 앱을 활성화시켜서 한참 동안 계산한 후, 다시 입을 열었다.

“가쿠타 과장님, 여러분의 이익률을 25%로 인상해서 다시 산출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선물 세트 2만 개가 추가됨으로 인해서 매출 금액은 630만 달러에서 1,100만 달러로 크게 늘어났고, 겨울의 이익도 80만 달러에서 119만 달러로 껑충 뛰었다.

물론, 호영과 추가 정산을 통해서 겨울의 이익은 최소 5만 달러 이상 더 발생할 것이었다.

비서실에서 작성한 계약서에 부투야 실장과 H&E트레이딩의 대표인 은센기가 서명을 완료했다.

그 후, 부투야 실장은 H&E트레이딩 계좌에 홍삼과 우황청심원, 김 구입 대금 1,100만 달러를 송금시켜 줌으로서 모든 계약이 종료되었다.

“부투야 실장님, 정말 감사합니다.”

“아무리 늦어도 6월 15일까지는 공급받아야 합니다.”

“납기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지도록 하겠습니다.”

“알았어요. 사장님의 말을 믿어 보겠습니다.”

은센기와 짧은 대화를 끝낸 부투야 실장은 고개를 돌려서 겨울에게 말을 걸었다.

“한 대리님, 배분 받은 119만 달러는 어떻게 사용할 예정입니까?”

“아직 생각해 보지 않았지만, 약간의 여유 자금을 남겨 두고 테슬라 주식을 매입하려고 합니다.”

“제가 테슬라 주식을 매입해서 지금까지의 수익률이 몇 %인지 알려 줄까요?”

“네. 알고 싶습니다.”

“모두 11%입니다.”

겨울은 며칠 전 부투야 실장과의 통화에서 테슬라 주식을 얼마나 매입했는지 들었기 때문에 그가 투자한 전체 규모를 알고 있었다.

11% 수익률이라는 의미는 무려 5,500만 달러라는 수익을 올렸다는 뜻.

물론 아직 가야 할 길이 멀기는 했다.

“축하드립니다, 실장님.”

“하하, 이제 시작인데요 뭐.”

“하긴… 그렇겠네요.”

“H&E트레이딩의 이익률을 25%로 상향조정한 것은 바통고 대통령님의 지시사항 때문이었습니다. 기회가 생기면 고맙다는 말씀을 전해 주세요.”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때, 은센기가 할 말이 있다는 듯 발언권을 요청했다.

“실장님, 댁에 들렸다 가야 하니까, 미리 전화 한 통화만 넣어 주십시오.”

“하하하, 그렇게 할게요.”

* * *

“와아!”

은센기가 운전하는 택시가 대통령 관저 정문을 빠져나오자, 어느 누구 할 것 없이 기쁨의 함성부터 질렀다.

평생 만져 보지 못할 돈을 한 방에 벌게 된 그들이었다.

하지만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남아 있었기 때문에 곧 환호성을 거둬들였다.

겨울은 핸드폰을 들어서 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떻게 됐냐?]

“어떻게 되긴. 계약서 작성 완료했고, 선급금까지 받았어.”

[하하하, 축하한다.]

“고맙다.”

[우리는 언제 계약서를 작성해야 하냐?]

“내일 작성하는 것으로 하고, 오늘 밤까지 최종 견적서를 보내.”

[인간아, 여기는 자정이 훌쩍 넘었거든.]

“견적서를 보내 주기 싫다는 말은 아니겠지?”

[아이고. 빅 바이어님, 나한테 왜 그러시는 겁니까?]

“진작 그럴 것이지. 김 선물 세트도 선급금 지급 조건으로 네고 들어가는 거 알고 있지?”

[이를 말씀입니까요. 이미 네고 끝난 상황입니다요.]

역시 실행력 하나만큼은 끝내주는 호영이었다.

“몇 % 추가 DC 받았어?”

[3%.]

“H&E트레이딩이 추가로 얻는 이익이 얼마냐?”

[9만 6,500달러.]

“최종 견적서를 어떻게 보내는지 알고 있지?”

[바가지 씌우지 않을 테니까, 걱정 붙들어 매라.]

“알았어. 내일 통화하자.”

뚝.

겨울이 전화를 끊기를 기다렸다는 듯이 가쿠타 과장이 질문을 던져 왔다.

“한 대리님, 홍삼 선물 세트 운송은 어떻게 하죠?”

겨울은 부투야 실장에게 홍삼 선물 세트 운송 방법과 관련해서 상의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나, 상황이 워낙 급박하게 흘러가는 바람에 까마득하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돈을 많이 벌었다고 해도, 운송비 7만 달러를 허공에 날릴 생각은 없었다.

단, 홍삼 선물 세트를 컨테이너로 운송하기 위해서는 전제조건이 하나가 있었다.

겨울은 또다시 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호영아, 홍삼 선물 세트를 수급하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넉넉잡고 보름이면 충분할 거야.]

“그러면 홍삼 선물 세트는 컨테이너로 운송하자.”

[김 선물 세트를 선적할 때 같이 보내면 되겠지?]

“그렇게 해 주고, 김 선물 세트는 유통기한을 감안해 줬으면 좋겠어.”

[생산된 직후의 제품을 보내 달라는 얘기지?]

“맞아.”

[그럴 생각이니까, 염려 마라.]

“이제 진짜로 내일 통화하자.”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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