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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94화 (94/328)

[94화] 상상하지 못한 강력한 카드

문두야 부통령의 집무실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만약에 김종학 지점장의 발언이 사실이라면, 불어오는 후폭풍 또한 만만치 않을 것이기 때문에.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문두야 부통령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김 지점장님, 중국에서 우리의 동향을 감시하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까?”

김종학 지점장은 문두야 부통령이 이런 질문을 해 올 것을 예상하고, 겨울 등과 함께 모범답안을 찾아 놓은 상태였다.

“CNOOC 측으로부터 화웨이 핸드폰을 선물 받은 사람들의 성향을 분석해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분명 친중국 정책에 반감을 가지고 있는 인사가 많이 포함되어 있을 겁니다.”

“맞아! 그 방법이 있었지!”

문두야 부통령이 무릎을 탁 치면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러고는 비서실에서 대기하고 있는 누페 칼리마니 비서실장을 불러서 무언가 지시를 내렸다.

마사카 부통령도 마찬가지.

즉시 아론다 무세베니 비서실장을 불러서 똑같은 지시를 내렸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칼리마니 비서서실장이 손에 두툼한 클리어 파일을 들고 들어와서, 비어 있는 자리에 앉았다.

“칼리마니 실장, 빨리 보고해 보세요.”

“그게, 저어…….”

문두야 부통령은 그가 말끝을 흐린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자신들과 같은 공간에 앉아 있는 겨울 일행을 의식해서라는 것을.

“칼리마리 실장, 정보 제공자가 누구인지 아십니까?”

“앞에 앉아 계신 분들입니까?”

“네, 맞아요. 그러니까 주저하지 말고 보고하도록 하세요.”

“알겠습니다. CNOOC 측으로부터 선물받은 화웨이 핸드폰은 모두 475대입니다. 이를 자세하게 분석해 보면, 대통령님을 포함한 정부 측 사람들은 235명이고…….”

결국 김종학 지점장의 말이 맞았다.

칼리마리 비서실장이 언급한 사람들 중에는 정부의 정책에 대해서 날선 비판을 서슴없이 내뱉는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증거가 명확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보고는 사족에 불과했다.

“칼리마리 실장, 이제 그만하세요.”

“네, 부통령님.”

“화웨이 핸드폰을 선물받은 사람들한테 백도어가 설치된 사실을 통보했습니까?”

“입이 무거운 극소수의 사람들에게만 통보한 상태입니다.”

“알았어요.”

잠시 후, 무사카 부통령의 비서실장인 무세베니 실장이 집무실 안으로 들어와서 거의 유사한 내용으로 보고했다.

“…극소수의 인물들에게는 다른 핸드폰을 구입해서 사용하라고 한 상태입니다.”

그때, 김종학 지점장이 다급하게 발언권을 요청했다.

“무사카 부통령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얼른 얘기해 보세요.”

“전쟁에서 가장 큰 전과를 얻을 수 방법은 뭐니 뭐니 해도 기습공격이 최고입니다.”

무사카 부통령은 김종학 지점장의 의도를 정확하게 읽었다.

중국 정부에 비수를 들이대기 위해 원하는 결과를 얻을 때까지 평상시처럼 행동하라는 뜻임을.

하지만 심각한 문제도 있었다.

“김 지점장님, 우리도 그러고 싶은데, 우리나라의 기밀 정보가 중국으로 유출될 가능성이 있지 않겠습니까?”

“고급 정보를 취급하는 극소수의 인물들은 핸드폰을 추가로 개통해서 사용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아하, 그렇게 하면 되겠네요!”

김종학 지점장의 말에 무사카 부통령이 환하게 웃으며 화답했다.

그때, 문두야 부통령이 다소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김 지점장님, 우리나라가 중국 정부에 어떤 손해배상 청구를 했으면 좋겠습니까?”

지금까지는 워밍업이었다면 이제부터가 본 게임이었다.

김종학 지점장은 자신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서 성과물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는 남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가볍게 숨을 들이마시고 차분한 목소리로 문두야 부통령의 질문에 대답했다.

“제 의견을 말씀드리기 전에 전제 조건이 하나 있습니다.”

“전제 조건이 무엇인지 말씀해 보세요.”

“중국 정부가 빼도 박도 못할 정도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완벽한 증거 자료를 확보해 놓으셔야 합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질게요.”

“알겠습니다. 중국 정부와 체결했던 일대일로 프로젝트와 관련된 모든 계약을 파기하고, 부채를 전액 탕감해 달라고 요구하십시오.”

“네?!”

문두야 부통령 등이 깜짝 놀라며 경악에 가까운 소리를 내질렀다.

사실 자신들은 중국 정부에 적당한 액수의 손해 보상을 받는 선에서 사건을 종결할 생각이었다.

김종학 지점장은 전혀 상상하지 못한 강력한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문두야 부통령이 즉시 자신 없는 목소리로 물었다.

“김 지점장님, 중국 정부가 우리나라와 우간다의 요구 사항을 들어줄까요?”

“저는 높은 확률로 들어줄 수밖에 없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그에 합당한 이유가 있겠죠?”

“중국이 아프리카 대륙의 나라들을 상대로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는 이유는 모두 셋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미국의 패권에 도전하기 위해서 동맹국을 확보하기 위함이고, 다음으로 중국산 제품을 판매하기 위한 시장 개척과 자원 수탈을 하기 위해서입니다. 만약에 탄자니아와 우간다가 중국의 몰염치한 행동을 국제사회에 공론화시키면 어떤 상황이 벌어지겠습니까?”

안 봐도 비디오였다.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공을 들인 나라들이 차례로 등을 돌릴 것만은 분명했다.

최악의 경우에는 부채를 탕감해달라고 주장하고 나올 나라들도 있을 것이고.

하지만 문두야 부통령은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했다.

“김 지점장님, 우리나라와 우간다는 국제사회에서의 영향력이 거의 없는 편입니다.”

“부통령님, 나이지리아는 어떻습니까?”

“중국이 나이지리아에도 장난을 쳤습니까?”

“오코사 비서실장이 작년 가을에 중국 대사한테 생일 선물로 화웨이 핸드폰을 선물받았습니다만, 백도어가 설치되어 있었다고 합니다.”

“물론 사실이겠죠?”

“한 대리가 바하리 대통령님과 통화해서 확인한 사실입니다.”

“죄송합니다만, 내가 다시 한번 검증해도 되겠습니까?”

“얼마든지요.”

문두야 부통령은 즉시 바하리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서 김종학 지점장에게 들은 얘기가 사실인지 물었다.

[네, 사실입니다.]

“중국 놈들한테 어떤 방법으로 보복하실 생각입니까?”

[지금 현황 파악 중이기 때문에 거기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오코사 실장 말고 피해자가 또 있습니까?”

[지금까지 확인된 사람만 모두 열두 명인데, 아마도 계속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문두야 부통령은 큰일 났다는 생각부터 들었다.

만약에 나이지리아 정부의 움직임을 중국 정부가 눈치채기라도 한다면 죽도 밥도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었다.

“바하리 대통령님, 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실 수 있습니까?”

[네. 말씀해 보세요.]

“제가 지금 마사카 부통령과 함께 중국 정부에 손해배상 청구를 위한 회의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문두야 부통령은 지금까지 나온 대책 방안을 자세하게 설명하고 하고 싶은 말을 꺼내 놓았다.

“…죄송스럽지만 최대한 은밀하게 현황을 파악해 주십시오.”

[걱정 마십시오. 지금도 그렇게 하고 있는 중입니다.]

“고맙습니다, 대통령님.”

[중국 정부가 두 나라의 요구사항을 들어줄까요?]

“나이지리아 정부까지 합세해서 덤비면 충분히 가능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우리 힘을 합쳐서 중국 놈들을 박살내 봅시다.]

“대책 회의가 끝나는 대로 별도로 연락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바하리 대통령과 통화를 끝낸 문두야 부통령은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사람들한테 통화 내용을 간단하게 알렸다.

“…나이지리아도 동참하기로 했습니다.”

문두야 부통령의 얘기를 끝까지 들은 마사카 부통령이 김종학 지점장에게 말을 걸었다.

“루군다 대통령님께 보고하고 컨펌받을 시간을 주십시오.”

“그렇게 하십시오.”

그때, 지금까지 긴 침묵을 지키고 있던 겨울이 발언권을 요청했다.

“마사카 부통령님, 어젯밤처럼 루군다 대통령님과 화상회의를 하는 것이 어떨까요?”

“그게 좋겠네요.”

“저도 찬성입니다.”

마치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문두야 부통령도 즉각 찬성을 했다.

회의실.

겨울은 김종학 지점장과 하도진 부지점장을 루군다 우간다 대통령 및 마지리 탄자니아 대통령에게 소개시켜 주었다.

시간이 별로 없는 관계로 지체하지 않고 문두야 부통령이 지금까지 있었던 회의 내용을 두 대통령에게 상세하게 보고했다.

“…대통령님들께서 컨펌해 주십시오.”

[김종학 지점장님께 묻겠습니다. 중국이 우리들의 요구를 들어줄 것 같습니까?]

“저는 나이지리아까지 합세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흠, 그렇다는 말이지요?]

“네, 그렇습니다.”

잠시 대화가 끊어진 틈을 타서 겨울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입을 열었다.

“저는 중국이 두 나라의 요구를 들어주겠지만, 설령 들어주지 않더라도 결코 손해 보는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자세하게 말씀해 주실 수 있습니까?]

“두 대통령님께서 중국 정부에 당당하게 손해 보상을 요구하는 모습을 국민들이 알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 것 같습니까? 국민들을 하나로 뭉치게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님들의 지지도 또한 하늘을 찌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까?”

[으하하하!]

역시 정치인들은 인기를 먹고 사는 직업이 맞다는 듯 마지리 대통령이 화통한 웃음보를 터트렸다.

겨울은 조금 기다렸다가 하고 싶은 말을 다시 이어 나갔다.

“그리고 두 대통령님께서 중국 정부와 대립하게 되면, 미국 정부가 모르고 있는 척 하겠습니까? 어떤 식으로든 도움을 주려고 하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무슨 말인지 알았어요. 화끈하게 일을 저질러 보겠습니다.]

“루군다 대통령님의 생각은 어떻습니까?”

[우리나라도 당연히 동참하겠습니다.]

겨울이 화끈하게 역할을 수행하고 2선으로 물러났고, 그 자리를 김종학 지점장이 차고 들어왔다.

“제가 탄자니아에 출장 온 이유는 두 나라에서 구입해 주기로 약속한 대한전자 핸드폰의 가격을 협의하기 위함입니다.”

[우리 탄자니아는 김 지점장님이 제시한 가격을 그대로 수용하겠습니다.]

[우리 우간다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님들, 제가 바가지를 씌울 수도 있습니다.”

[바가지를 씌워 봐야 100억 달러가 넘지는 않겠지요.]

“갑자기 100억 달러 얘기는 무슨 말씀입니까?”

[우리가 중국에 빌린 돈이 100억 달러라는 뜻입니다.]

[우리 우간다 정부는 80억 달러입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핸드폰 5,000대는 너무 적은 것 아닙니까?]

[우리 우간다는 1만 대를 구입하겠습니다.]

루군다 대통령이 선수를 치고 나왔다.

김종학 지점장은 루군다 대통령의 제안이 구미가 당겼지만, 나중을 위해서 자중할 필요가 있었다.

“루군다 대통령님, 무리하지 마십시오. 핸드폰은 약속대로 5,000대만 공급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면 합니다.”

[음, 다른 반대급부를 요구할 생각인가요?]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그렇습니다.”

[혹시 송유관 건설 공사를 원하고 있습니까?]

“송유관 건설 공사는 정정당당한 방법으로 수주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럼 우리나라에 요구할 반대급부를 말씀해 보세요.]

“아직 우간다는 생각해 보지 못했고, 탄자니아는 반대급부로 요구할 것이 있습니다.”

[그게 무엇인지 말씀해 보세요.]

마지리 대통령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모습이 대형 모니터에 비춰졌다.

“탄자니아의 경우에는 이동통신 시장을…….”

김종학 지점장은 심바 과장에게 들은 얘기를 간단하게 설명해 주고, 하고 싶은 말을 이어 붙였다.

“…핸드폰 기지국 업그레이드와 증설 공사를 저희 대한 그룹이 수주할 수 있도록 조금만 힘을 써 주십시오.”

[나도 그러고 싶지만, 통신회사들은 본사가 외국에 소재하고 있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네요.]

김종학 지점장은 통신 회사들의 동의를 받아내는 방법을 알고 있었으나, 그렇게 되면 또 다른 형태의 갑질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한발 물러섰다.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역시 죽으라는 법은 없었다.

문두야 부통령이 바로 입을 열었다.

“김 지점장님, 내가 책임지고 핸드폰 기지국 업그레이드와 증설 공사는 대한 그룹에 넘겨줄 수 있도록 해 드릴게요.”

[해법이 있습니까?]

김종학 지점장보다 마지리 대통령의 입이 먼저 열렸다.

“이동통신 사업자 허가권이 우리들한테 있다는 사실을 적절히 이용하면 될 것 같습니다.”

[하하하, 그 방법이 있었는지 몰랐네요.]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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