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92화 (92/328)

[92화] 상대하기 힘든 거물

[송유관 건설 공사의 2대 주주인 중국의 CNOOC에서 작년 연말에 새해 선물로 탄자니아와 우간다의 대통령과…….]

정명훈 법인장의 설명을 듣고 있던, 송훈석 회장은 자신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드디어 자신이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는 장대산의 이름이 언급되었기 때문이다.

그가 마지리 대통령 등의 핸드폰에 백도어 프로그램이 설치된 것을 확인시켜 줬다는 대목에서는 기뻐서 박수라도 치고 싶은 심정이었다.

장대산의 도움으로 핸드폰 1만 대를 두 나라에 수출할 수 있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송유관 건설 공사 입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그의 양부를 볼 면목이 생긴 것도 기분을 한껏 고취시키는 데 한몫 작용했음은 물론이었다.

송훈석 회장이 기분 좋은 생각에 빠져 있는 동안, 정명훈 법인장의 설명이 끝이 났다.

[…해서 현재 콩고 지점에서 핸드폰의 가격을 산출하고 있는 중입니다.]

“정 법인장, 핸드폰의 가격은 어떻게 책정할 생각입니까?”

[저희 법인의 마진을 10%로 책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그러지 말고, 가격을 대폭 인하해 주는 게 어떨까요?”

[저도 이진호 사장님께 보고할 당시에는 회장님과 같은 생각이었습니다만, 한겨울 대리의 얘기를 듣고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한 대리가 뭐라고 했는데요?”

[한 대리는 송유관 건설 공사 입찰과 관련해서 마지리 대통령 등에게 생각보다 큰 선물을 줬기 때문에, 추가로 핸드폰 가격을 인하해 줄 필요가 없다고 했습니다.]

정명훈 법인장의 입에서 또다시 정체 모를 선물 얘기가 언급됐다.

송훈석 회장은 선물이 무엇인지, 누구의 손에서 흘러나갔는지 이제야 감이 잡혔다.

선물의 출처가 확인된 이상 여기저기 떠벌여서 좋을 것은 없었다.

“정 법인장, 선물과 관련한 얘기는 기억 속에서 지워 버리세요.”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송훈석 회장은 듣고 있던 사람들에게도 똑같이 입단속을 시키고, 정명훈 법인장과 통화를 이어 갔다.

“정 법인장,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요.”

[아닙니다.]

“핸드폰의 가격 인하 건은 없던 것으로 하고, 콩고 지점에 자율적으로 맡깁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두 나라의 고위 공무원들이 5,000명이나 됩니까?”

[고위 공무원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기껏해야 500명 남짓일 겁니다.]

즉, 핸드폰 5,000대 구입 건은 겨울에게 생색내기 위함이라는 뜻이었다.

“우리는 모른 척하고 넘어갑시다.”

[저도 김종학 지점장에게 그렇게 지시를 내려놓은 상태입니다.]

“두 나라가 CNOOC를 가만히 내버려 둔 답니까?”

[두 나라가 어떤 조치를 취할 예정인지 한 대리는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저한테 얘기해 주지 않았습니다.]

“송유관 건설 공사와 관련해서 딜을 걸려는 걸까요?”

[저도 그럴 거라 예상하고 한 대리한테 물어봤는데, 그것은 아니라고 했습니다.]

그때, 조병석 실장이 할 말이 있다는 듯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정 법인장, 조병석 실장이 통화하고 싶다는데, 바꿔 줄게요.”

[네, 회장님.]

송훈석 회장에게 핸드폰을 건네받은 조병석 전략기획실 실장은 심중에 있던 얘기를 풀어놓았다.

“정 법인장님, 두 나라가 CNOOC를 박살낼 수 있는 방법을 알려 줄 테니까, 한 대리한테 전해 주세요.”

[네, 말씀해 보십시오.]

“제가 알고 있기로는 중국이 일대일로 프로젝트를 위해서 탄자니아와 우간다에…….”

송훈석 회장은 묘하게 가슴이 뛰었다.

조병석 실장의 아이디어가 제대로 실행되면 CNOOC는 큰 타격을 입게 될 것이기 때문에.

게다가 운이 좋다면 송유관 건설 공사를 가져올 수도 있었기 때문에.

그가 기분 좋은 상상에 빠져 있는 사이, 두 사람의 통화는 계속 이어졌다.

[실장님, 정말 끝내주십니다.]

“우리가 개입되었다는 사실은 철저하게 숨겨야 한다는 건 알고 계시죠?”

[물론입니다.]

“이제 회장님께 핸드폰을 건네드리겠습니다.”

핸드폰을 건네받은 송훈석 회장은 정명훈 법인장에게 전혀 다른 것을 물었다.

“정 법인장, 생각난 김에 하나만 물어봅시다. 권고사직을 거부하고 아프리카 법인으로 간 두 사람은 잘 적응하고 있습니까?”

[아닙니다. 도저히 적응하지 못하겠다고 하면서 오늘 오후에 사표를 제출했습니다.]

“흠, 그렇군요. 나중에 또 통화합시다.”

딸깍.

통화를 끝낸 송훈석 회장은 심각한 얼굴로 당부의 말부터 꺼냈다.

“방금 전에 조 실장이 언급한 아이디어는 폭발력이 매우 강합니다. 만약에 우리 쪽에서 아이디어가 흘러나간 것이 확인되면, 중국으로부터 큰 봉변을 당할 수 있습니다. 내 방을 나가는 즉시 기억에서 지워 버리세요.”

“네, 회장님.”

“조 실장과 문 사장은 아프리카에서 분투하고 있는 우리 회사 직원들을 위해서라도 송유관 건설 공사는 반드시 가지고 올 수 있도록 하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서 실장만 남고, 이제 다들 돌아가서 일 보세요.”

축객령을 받은 사람들이 집무실을 떠나가자, 송훈석 회장은 창가로 이동해서 팔짱을 낀 채 멀리 보이는 남산을 향해 시선을 고정하고 생각에 잠겼다.

서동호 실장은 그의 생각을 방해하지 않으려고 식은 커피를 마시며 말없이 자리에 앉아 있었다.

이윽고 생각을 끝낸 송훈석 회장이 자신의 자리에 돌아와 앉으며, 서동호 실장에게 말을 걸었다.

“서 실장, 한 대리가 점점 거물이 되어 가고 있는 느낌이 드는 이유가 뭘까?”

“고작 세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과 안면을 튼 것만 가지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른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그 사람이 한 대리를 돌봐 주고 있는 것 같지 않아?”

“아무 이유도 없이요?”

“그 사람이 어디 그럴 사람인가? 당연히 이유가 있겠지.”

“만약에 그분이 한 대리를 밀어주는 것이 사실이면, 목적이 뭘까요?”

“이제부터 슬슬 파악해 봐야지.”

“제가 움직여 볼까요?”

“움직이더라도 아주 조용히 움직여야 할 거야.”

* * *

다르에스살람, 줄리어스 니에레레 국제공항 입국장.

“아함…….”

겨울은 연신 하품을 하면서 김종학 지점장과 하도진 부지점장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만을 기다렸다.

피곤한 티가 역력한 그의 모습을 보고 있던, 가쿠타 과장이 측은한 표정으로 말을 건넸다.

“한 대리님, 호텔에서 조금 더 주무시지 왜 따라 나오셨어요?”

“저보다 잠을 더 못잔 심바 과장님도 오셨는데요, 뭐.”

“심바 과장은 김 지점장님이 직속상사니까 그렇고요.”

“제가 김 지점장님을 직속상사로 모시게 될 날이 올지 혹시 압니까? 그때를 위해서라도 잘 보여 놔야죠.”

“아이고, 제가 졌습니다.”

잠시 후, 정장 차림의 김종학 지점장과 하도진 부지점장이 입국장에 모습을 드러냈다.

겨울은 얼른 두 사람에게 다가가서 인사를 건넸다.

“탄자니아에 입국하신 것을 환영합니다.”

“한 대리, 어젯밤에 무슨 일 있었어?”

‘법인장님과 지점장님이 저를 못 자게 괴롭혔잖아요…….’

이 말이 식도를 타고 목구멍 끝까지 올라왔지만, 차마 내뱉을 수는 없었다.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지 잠을 제대로 못 잤습니다.”

“에이, 우리 입은 비뚤어졌어도 말은 바로하자고. 나하고 법인장님의 등쌀에 잠을 못 잔 거 아냐?”

“하하, 지점장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내가 오늘 밤에 한턱 쏠 테니까, 피곤해도 조금만 참아.”

“넵, 알겠습니다.”

“자, 이제 사무실로 가자고.”

승합차에 오르자마자, 김종학 지점장은 심바 과장과 핸드폰 수출과 관련해서 의논에 들어갔다.

그 시간 동안 겨울은 체력회복을 핑계 삼아 맨 뒷자리에 앉아서 모자란 잠을 보충했다.

약간의 시간이 흘렀을 무렵.

윙윙―

겨울의 바지 주머니에 들어 있는 핸드폰이 진동했다.

잠에서 깨어난 겨울은 액정에 떠 있는 전화번호를 보고 옆자리에 앉아 있는 가쿠타 과장에게 작은 목소리로 말을 건넸다.

“과장님, 국가번호가 234이면 어느 나라입니까?”

“나이지리아.”

앞자리에 앉아 있던 김종학 지점장의 대답이 먼저 나왔다.

겨울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사람들에게도 주의를 환기시켰다.

“죄송합니다만, 제가 통화를 끝낼 때까지 조용히 해 주십시오.”

“알았어. 빨리 통화해 봐.”

겨울은 재빨리 통화 버튼을 누르고 평상시 목소리로 전화를 받았다.

“대한 그룹의 한겨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모하두 바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님을 모시고 있는 케이브 오코사 비서실장입니다. 바하리 대통령님께서 통화를 원하시는데, 시간이 괜찮습니까?]

“네,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잠깐만 기다리십시오.]

잠시 후, 나이지리아의 바하리 대통령의 중후한 목소리가 수화기를 통해서 들려왔다.

[한겨울 대리님, 마지리 탄자니아 대통령님께 얘기 많이 들었습니다. 직접 만나서 대화를 나눴어야 하는데, 전화로 인사하게 돼서 미안합니다.]

“아닙니다. 미안하실 것 하나도 없습니다.”

[마지리 대통령님께 자세한 얘기를 듣지 못해서 그러는데, 뭐 좀 물어봐도 됩니까?]

“네 물론입니다. 그 전에 긴급하게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말씀하십시오.]

“오코사 실장님의 핸드폰 제조 회사를 저한테 알려 주십시오.”

[그게 왜 궁금한지 얘기해 줄 수 있습니까?]

기대한 대로 바하리 대통령이 미끼를 덥석 물었다.

사실 겨울이 이런 얘기를 꺼낸 이유는 만약을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중국의 화웨이가 제조한 핸드폰이라면 곤란한 문제가 있어서 그렇습니다.”

[그 회사 핸드폰에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

“대통령님, 혹시 마지리 대통령님께 아무 말씀도 듣지 못하셨습니까?”

[네.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어떤 내용인지 얘기해 줄 수 있습니까?]

“죄송합니다만, 제가 말씀드릴 수 있는 권한은 없습니다.”

[알았습니다. 잠깐만 기다리세요.]

뚝.

바하리 대통령이 급하게 전화를 끊었다.

‘설마… 화웨이 핸드폰은 아니겠지?’

겨울이 속으로 혼잣말을 내뱉는 사이, 앞자리에 앉아 있던 김종학 지점장이 호기심을 담아서 질문해 왔다.

“한 대리, 방금 통화한 사람이 진짜로 바하리 나이지리아 대통령님이야?”

“아마도 그런 것 같습니다.”

“그분과 왜 통화했는데?”

사실대로 얘기해 주면 일이 커질 것 같아서 겨울은 최대한 축소해서 대답했다.

“마지리 대통령님이 바하리 대통령님을 잘 알고 계신다고 해서 제가 소개시켜 달라고 했습니다.”

“왜?”

“알아 두면 나중에 도움 받을 일이 있을 것 같아서요.”

“혹시… MTN이 진행할 핸드폰 기지국 증설과 업그레이드 입찰을 노리고 있는 건가?”

“네? 지점장님이 그것을 어떻게 알고 계세요?”

겨울이 두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내가 지난달까지 나이지리아 지점장이었다는 사실을 잊었나 본데?”

“지점장님, 진짜로 MTN이 입찰을 진행한답니까?”

“어. 늦어도 상반기 안에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하도진 부지점장이 할 말이 있다는 듯 입을 열었다.

“한 대리, 입찰에 대비해서 바하리 대통령에게 화웨이를 슬쩍 언급한 거야?”

“그런 면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와, 진짜… 한 대리의 선견지명에 내가 졌다.”

하도진 부지점장이 양손을 위로 치켜들며 익살스런 표정을 지었다.

제법 시간이 흐른 후, 겨울의 핸드폰이 다시 진동했다.

나이지이라에서 걸려온 전화였지만, 조금 전의 번호는 아니었다.

느낌상 바하리 대통령이 직접 전화를 걸어온 것 같았다.

“네. 바하리 대통령님.”

[한 대리님, 좋은 정보를 알려 줘서 정말 고맙습니다.]

“오코사 실장님의 핸드폰이 화웨이가 제조한 스마트폰입니까?”

[네, 그래요. 작년 가을에 생일 선물로 중국 대사한테 선물받았답니다.]

“혹시… 백도어 프로그램이 설치되어 있었습니까?”

[네, 맞아요.]

“아이고, 저런…….”

겨울이 진심으로 안타깝다는 듯 탄식을 내뱉었다.

[한 대리님, 화웨이가 중국 정부가 운영하는 국영기업이 맞겠지요?]

“대통령님의 이메일 주소를 알려 주시면, 근거 자료를 보내 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한 대리님을 믿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대통령님.”

[마자리 대통령이 알려준 테슬라와 관련된 정보는 사실입니까?]

“네, 물론입니다. 다만 시간이 생각보다 빨리 흘러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셔야 합니다.”

[최대한 빨리 움직이라는 뜻인가요?]

“가급적이면 그렇게 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한 대리님은 나한테 원하는 게 없습니까?]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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