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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80화 (80/328)

[80화] 시커먼 속셈

우황청심원의 효능과 부작용에 대해서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겨울을 보면서, 바통고 대통령은 커다란 호기심이 일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고 권력자와 만나면 긴장하기 마련이었다.

하물며 자신과 30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온 부투야 비서실장도 자기와 대화를 나눌 때는 긴장을 풀지 못했다.

그런데 겨울은 처음 인사를 나눌 당시에만 살짝 긴장하더니, 어느 순간부터는 물 만난 물고기마냥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 주고 있었다.

그가 한겨울이라는 눈앞의 인물에 대해 흥미를 갖고 틈틈이 관찰하는 사이, 어느새 겨울의 설명이 끝이 났다.

“…효능과 부작용, 그리고 복용법을 프랑스어로 정리한 자료를 같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까지 수고를 하셨습니까?”

“사실은 제 선배가 정리해 놓은 것을 제가 얻어 온 겁니다.”

“한겨울 씨, 어찌됐든 정말 고맙습니다.”

“대통령님께 드릴 선물이 하나 더 있습니다. 선물이 무엇인지 설명하는 데 시간이 제법 오래 걸릴 것 같으니 저녁 만찬이 끝난 후에 말씀드리겠습니다.”

“허허허, 선물이 또 있다고요?”

바통고 대통령이 넉넉한 웃음을 지으며 물었다.

“네, 그렇습니다.”

“기대하고 있어도 되겠죠?”

“절대로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하하, 알았어요. 이제 다른 얘기를 잠깐 해 볼까요?”

“네, 말씀하십시오.”

“한겨울 씨는 여기에 오기 전에 방금 말씀하신… 우황청심원을 복용이라도 한 건가요?”

“복용하지 않았습니다만… 왜 그러십니까?”

“하하하, 그렇다면 원래부터 그렇게 강심장이었나 보군요?”

겨울은 바통고 대통령이 어떤 이유로 질문을 했는지 눈치챘다.

“아마 제가 축구선수로 활동한 기간 덕분에 그런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결국 축구선수도 관중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보이는 직업이라, 저도 모르게 긴장을 푸는 법을 익힌 것 같습니다.”

“오, 축구선수라… 왜 계속 축구선수로 활동하지 않고 대한 그룹에 입사했는지 이유를 물어봐도 될까요?”

“7년 전에 부상을 당해서 은퇴하게 되었습니다.”

“아이고, 저런…….”

바통고 대통령이 안타까운 듯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저는 은퇴한 게 천만다행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네? 그게 무슨 소리입니까?”

“만약에 제가 축구선수로 계속 활동했다면, 이렇게 대통령님과 만찬을 즐길 기회가 없었을 테니까요.”

“하하하! 얘기가 그렇게 되나요?”

잠시 대화가 끊어진 틈을 타서 부투야 실장이 나지막하게 바통고 대통령에게 말했다.

“대통령님, 만찬장으로 이동하실 시간입니다.”

“아, 벌서 시간이 그렇게 되었군. 자, 이동하시죠.”

* * *

저녁 만찬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되었다.

겨울은 고위급 인사들과의 식사는 난생 처음이었다.

그 때문인지 음식의 맛에 대해서 생각해 볼 겨를이 없었다.

오로지 이 시간을 헛되이 낭비하지 않기 위해 적당한 기회만 엿보고 있을 뿐이었다.

식사가 거의 끝나갈 무렵, 부투야 실장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께서 한겨울 씨를 만나고 싶어 했던 이유는 감사한 마음을 전달하기 위함입니다.”

순간, 겨울의 머릿속에 선물이라는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후후후, 이번에는 어떤 선물을 주시려나? 김종학 지점장님이 좋아하시겠는데?’

하지만 자신의 이런 속마음을 드러낼 생각은 없었다.

“작년에 우리나라 군대가 반군 놈들한테 무기를 강탈당한 사건을 알고 계시죠?”

“네, 기억하고 있습니다.”

“만약 한겨울 씨가 반군 기지 창고에서 무기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우리나라는 앙골라와 전쟁을 치를 뻔했습니다.”

겨울은 순간적으로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만약에 두 나라가 전쟁을 치렀다면, 원인을 제공한 콩고민주공화국이 모든 책임을 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과적으로 최악의 상황을 자신과 은센기가 막은 것이었다.

겨울이 즐거운 상상을 하는 도중에 부투야 실장의 말이 끝이 났다.

“…대통령님께서 감사함을 전달하기 위해 한겨울 씨와 은센기 씨를 초대한 겁니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이라고 누가 말하지 않았나.

선물이 바통고 대통령과의 저녁 식사라는 말을 듣는 순간, 겨울은 실망감이 물밀 듯 밀려왔다.

하지만 자리가 자리인지라 결코 내색할 수 없어서 얼굴에 계속 미소를 머금었다.

“대통령님 덕분에 진귀한 음식을 먹을 수 있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바통고 대통령은 겨울의 표정이 살짝 굳어지는 찰나의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겨울에게 줄 선물을 준비하지 않았다는 데에 문제가 있었다.

바통고 대통령은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 다른 얘기를 꺼내 들었다.

“아, 그러고 보니 한겨울 씨, 이제 나한테 어떤 선물을 주려는지 얘기를 들어 봐도 될까요?”

“말씀드리기에는 장소가 적합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흐음, 그럼 접견실로 자리를 옮길까요?”

“제가 빔 프로젝터를 사용하면서 말씀드렸으면 합니다.”

“알았어요. 회의실로 자리를 옮깁시다.”

회의실.

겨울은 가지고 온 노트북과 빔 프로젝터를 연결시키고, 가쿠타 과장과 은센기에게 이것저것 부탁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난 후, 바통고 대통령이 수행원들과 함께 회의실에 입장했다.

그들이 정해진 자리에 착석하자, 겨울이 회의 참석자들에게 정중하게 인사하고 입을 열었다.

“지금부터 제가 여러분께 보고서를 보여 드릴 예정입니다만, 어떤 경로로 취득했는지는 묻지 말아 주십시오.”

진지한 표정의 겨울의 모습을 본 바통고 대통령은 예사 선물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맛있는 음식은 여러 사람이 나눠 먹어서는 절대로 안 되는 법.

“잠깐만요.”

겨울의 발언을 중단시킨 바통고 대통령은 부투야 실장에게 지시를 내렸다.

“비서실에 얘기해서 마실 있는 음료수를 빨리 가지고 오라고 하고, 회의실 근처에 아무도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세요.”

“네, 대통령님.”

약간의 어수선한 시간이 지난 후.

회의실에 차분한 정적이 찾아오자, 음료수를 한 모금 마시고 바통고 대통령이 입을 열었다.

“한겨울 씨, 계속 얘기하세요.”

“네, 대통령님. 제가 보여 드릴 보고서에는 상당히 민감한 내용이 많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곳에서 보고 들은 내용은 함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점에 대해서는 내가 책임질게요.”

“알겠습니다. 저는 대통령님을 믿고 보고서의 내용을 공개하도록 하겠습니다.”

겨울이 은센기와 가쿠타 과장에게 신호를 보내자, 회의실의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에 ‘전기자동차 시장 확대 방안’이라는 제목의 장표가 비춰졌다.

바통고 대통령은 전기자동차 시장 점유율 1위업체인 테슬라와 미국 상무부가 공동 제작한 Top Secret가 선명하게 인쇄되어 있는 문서를 보고 크게 놀랐다.

상무부가 민간기업인 테슬라와 공동으로 보고서를 제작했다는 의미는 앞으로의 전기자동차 시장을 미국이 주도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는 뛰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겨울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한겨울 씨, 보고서가 진짜라는 사실을 증명해 줄 수 있습니까?”

겨울은 바통고 대통령이 이런 질문을 할 것을 예상하고 있었고, 적절한 답변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가쿠타 과장님, 보고서의 맨 뒷장을 보여 주시기 바랍니다.”

테슬라의 윌리엄 패티슨 회장과 상무부의 대니얼 해인스 장관의 자필 서명과 사인이 큼지막하게 인쇄되어 있는 장표였다.

“한겨울 씨, 두 사람의 자필 서명과 사인의 진위 여부는 어떻게 확인해 줄 생각입니까?”

겨울이 대답하기 전에 부투야 실장이 발언권을 요청하고 입을 열었다.

“대통령님, 해인스 장관의 서명과 사인은 본인이 직접 한 것이 맞습니다.”

“어떻게 확신할 수 있죠?”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부투야 실장은 급하게 회의실 밖으로 나갔다가, 5분 정도 지난 후에 바인더를 들고 돌아왔다.

그는 바인더에서 문서를 꺼내 바통고 대통령에게 건네주었다.

바통고 대통령은 손에 들고 있는 문서와 스크린 속의 자필 서명과 사인을 비교해 가면서 꼼꼼하게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

결과적으로 부투야 실장의 말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가 또 다른 궁금증이 일었다.

“보고서에 해인스 장관의 서명과 사인을 복사했을 가능성은 없을까요?”

부투야 실장은 바통고 대통령이 뭔가 잔뜩 오해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겨울이 뭐가 아쉬워서 자신들에게 사기를 치려 하겠는가.

게다가 전기 자동차 시장이 커진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어디 있다는 말인가.

“대통령님, 한겨울 씨는 저희에게 사기를 치려고 극비 문서를 보여 준 게 아닙니다.”

“부투야 실장의 말이 맞습니다. 한겨울 씨는 정말로 저희에게 선물을 주려는 겁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끝까지 설명을 들어 보고 사기라 생각되시면, 그때 가서 중단시켜도 늦지 않을 것 같습니다.”

부투야 실장부터 카반구 장관까지 겨울의 편을 들어 주었다.

“흐음, 알았습니다. 한겨울 씨, 계속 설명해 보세요.”

“네, 알겠습니다.”

가쿠타 과장이 재빨리 노트북을 조작해서 보고서를 처음으로 되돌렸다.

“제목에서 보신 바와 같이, 테슬라는 미국 정부와 손을 잡고 전 세계 전기자동차 시장을 키워 갈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통고 대통령은 겨울이 자신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려는지 감 잡았다.

전기자동차 시장이 커지면, 필연적으로 배터리의 수요도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자연적으로 배터리를 제조하는 데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코발트의 수요도 늘어나게 되는 것이었다.

겨울은 그때를 대비해서 코발트를 최대한 많이 확보해 놓으라고 힌트를 주고 있었다.

그는 이런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고민하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네. 대통령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때, 카손가 부총리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한겨울 씨, 코발트의 수요 대비 공급이 부족하면 가격이 상승할 텐데, 굳이 재고를 많이 확보해 놓을 필요가 있을까요?”

“코발트 공급이 부족하면, 배터리 제조 회사들은 다른 대체재를 활용해서 배터리를 제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렇게 되면 전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50%를 차지하고 있는 콩고민주공화국의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될 겁니다. 따라서 배터리 제조 회사들이 다른 생각하지 못하도록 적정 수준에서 원활하게 코발트를 지속적으로 공급해 줘야 합니다.”

“무슨 말씀인지 확실하게 이했습니다.”

“이제부터는 여러분께 드리는 선물에 대해서 대화를 나눴으면 합니다.”

“네? 우리들한테 주는 선물이라뇨?”

카손가 부총리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의 주가는 동종 업계의 주가보다 항상 높은 편입니다.”

즉, 테슬라의 주식을 매입하라는 얘기였다.

카손가 부총리는 자신의 생각이 맞는지 단도직입적으로 물어 확인했다.

“네. 그렇습니다.”

“테슬라의 현재 주가와 목표 주가는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제가 말로 설명해 드리는 것보다 보고서를 보시는 편이 나을 것 같습니다. 가쿠타 과장님, 13페이지를 비춰 주세요.”

테슬라의 목표 주가를 확인한 바통고 대통령은 놀라서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현재 주당 120달러 수준인 주가를 졸금졸금 끌어 올려서 연말에는 주당 500달러가 넘게 만들 거라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즉, 1억 2,000만 달러를 투자하면, 연말에는 원금을 제외하고 3억 8,000만 달러를 손에 쥘 수 있다는 뜻이었다.

그러다가 문득 궁금한 것이 하나 생겼다.

“한겨울 씨, 테슬라의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하는 시기는 상반기 넘어서인데, 굳이 지금 우리한테 자료를 보여 주는 의도가 뭔가요?”

당연히 시커먼 속셈이 있었다.

그러나 먼저 얘기를 꺼내면 오해받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적당한 때를 기다리기로 했다.

“정보력이 뛰어난 사람들은 이미 보고서의 내용을 알고 있습니다. 만약에 그들이 투기 세력들과 손을 잡고 행동으로 옮기면, 테슬라의 주가는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충분히 일리 있는 얘기군요.”

바통고 대통령이 인정한다는 듯 고개를 주억거렸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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