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72화 (72/328)

[72화] FTA?

12월 초에 실시된 사원 인사에서 겨울은 정명훈 법인장에게 언질받은 대로 아프리카 법인 본부로 발령이 났다.

콩고민주공화국 내무부에서 발주한 SUV 자동차 건은 일본 도요타 자동차 측에서 클레임을 걸어왔으나, 카손가 부총리의 강력한 대처로 인해서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 버렸다.

덕분에 콩고 지점은 신임 김종학 지점장의 지휘 아래 12월 중순에 무사히 계약 체결을 완료했다.

전염병 전문 치료 병원 설립 프로젝트는 대한건설의 윤성한 상무가 실무 협상팀을 이끌고 콩고민주공화국으로 날아와서 협상을 진두지휘했다.

그 결과, 크리스마스를 며칠 앞두고 계약을 체결하는 데 성공했다.

모든 일이 순탄하게 흐르는 듯했으나, 한 가지만은 예외였다.

무케나 사장이 소유하고 있는 코발트 광산의 공동 개발 건만은 협상해야 할 내용이 방대한 관계로 예상보다 더딘 진척률을 보이고 있었다.

덩달아 은센기의 코발트 운송 사업 시작 시기도 점차 늦어지고 있는 중이었다.

크리스마스를 콩고 지점에서 보낸 겨울은 12월 말에 발령지인 남아공 요하네스버그로 날아왔다.

숙소는 지난 4월에 도착할 당시에 묵은 호텔로 정했다.

오늘은 12월 31일.

샌드위치데이라는 이유로 정명훈 법인장은 아프리카 법인 전체에 휴무를 지시했다.

딱히 할 일이 없던 겨울은 부모님을 비롯해서 지인들에게 전화를 걸어 새해 인사를 전했다.

“그래서 어느 회사로 취업할 생각인데?”

[글쎄? 오라는 곳이 하도 많아서 어디에 가야 할지 모르겠네.]

“하여간 허세는…….”

“허세? 허세 아니야, 오빠.”

“…진짜? 와아, 뭔가 상대적으로 박탈감이 느껴지는데… 좋겠다. 나는 대한 그룹에 겨우 입사했는데.”

겨울의 말에 가을이 버럭 화를 냈다.

[겨우? 대한 그룹이 겨우야?]

“뭐, 확실히 겨우라고 할 만한 곳은 아니긴 하지.”

겨울은 지난 11월에 정명훈 법인장으로부터 대리로 특별 승진한다는 얘기를 귀띔 받았다.

적어도 집안 식구들에게는 이 사실을 알려 주고 싶었으나, 만약을 위해서 그동안 언급을 삼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자신의 판단은 탁월했다.

이제 해가 바뀌게 되었으니 대리 승진 사실을 밝혀도 될 때였다.

“흠흠, 그 대단한 대한 그룹에서 말이야, 오빠가 모레 시무식에서 포상을 받을 예정인데…….”

“진짜?!”

“응. 성과급도 제법 될 것 같아.”

[오라버니! 이 불쌍한 동생을 굽어 살펴 주시옵소서.]

“흐흐흐. 이래서 다들 돈이 좋다 좋다 하는 거구나.”

[오빠, 용돈 줄 거지?]

“너 하는 거 봐서.”

[아잉.]

“…….”

[뭐, 왜. 애교 부려 달라는 거 아니었어?]

“됐어. 200만 원 보내 줄게.”

[뭐?! 그렇게나 많이?]

“취업하면 옷도 많이 필요할 거고, 준비할 것도 많잖아.”

[…고마워, 오빠.]

“그리고 말이야, 내일자로 대리로 승진한다.”

[정말?!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입사한 지 1년도 안 됐는데, 대리로 승진한다고?]

가을 역시 겨울의 부모님과 같은 반응을 보였다.

못 믿는 것도 당연하지만, 왠지 정말로 거짓말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서 괜히 심통이 났다.

“진짜인지 아닌지는 네 남친한테 물어보든가.”

[어. 응? 어, 어어…….]

“하, 진짜였냐?”

뚝.

가을은 당황했는지 전화를 끊어 버렸다.

혹시나 싶어서 가을을 찔러 본 것이었는데, 겨울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이것들이… 지금까지 숨겼다는 말이지? 내가 가만히 있을 것 같아?”

겨울은 전의를 불태우며 호영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대회의실.

대부분의 회사들은 매년 1월 2일에서 3일 사이에 새해 출발을 알리는 시무식을 진행한다.

대한 그룹 아프리카 법인도 당연히 오늘 시무식이 예정되어 있었다.

법인 본부에 근무하고 있는 직원들과 각 지점에 근무하고 있는 한국인 지점장들이 시무식장에 모여들었다.

정해진 시간이 되자, 정명훈 법인장을 필두로 두 명의 팀장, 다섯 명의 지점장이 회의실 안으로 들어섰다.

정명훈 법인장이 상석에 앉았고, 좌우에 비어 있는 자리에 관리팀장인 추성민 이사와 남아공 지점장인 박정훈 이사가 자리했다.

정명훈 법인장이 시무식에 참석한 직원들을 한 차례 둘러보고, 사회자석에 서 있는 오정수 과장에게 말을 건넸다.

“오 과장, 시무식을 시작합시다.”

“네, 법인장님.”

큰 목소리로 대답한 오정수 과장이 누군가에게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회의실에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에 2019년 새해 출발을 알리는 대한 그룹의 홍보 동영상이 재생되었다.

동영상을 지켜보고 있던 겨울은 적잖이 놀랐다.

작년 신입 사원 연수 당시에 부릉부릉 팀원들이 공연한 동영상이 회사 홍보 영상에 떡하니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다른 팀원들은 잘하고 있으려나?’

겨울이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에 동영상 재생이 완료되었다.

다시 회의실에 조명이 들어왔다.

“이제부터 2019년 대한 그룹 아프리카 법인의 시무식을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지난 한 해 동안에 뛰어난 업무 성과를 올린 우수사원에 대한 시상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상은 법인장님께서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정명훈 법인장이 시상을 위해서 앞으로 나오자, 오정수 과장이 말을 이어 나갔다.

“대한 그룹에서 수상하는 상 중에서 최고 영예인 ‘대한 그룹인 상’이 우리 아프리카 법인에서 배출되었습니다.”

오정수 과장은 긴장감을 높이려는 의도인지, 이 말을 끝으로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예상했던 대로 회의실은 고요한 적막에 빠져들었다.

오정수 과장은 싱긋 웃음을 짓고는 큰 목소리로 외쳤다.

“축하합니다, 한겨울 씨!”

“와!”

짝짝짝.

시무식에 참석한 사람들이 겨울에게 고개를 돌리며 환호성과 함께 박수를 보냈다.

호명을 받은 겨울은 얼떨떨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나서 정명훈 법인장 앞으로 다가갔다.

정명훈 법인장은 케이스에서 상장을 빼 들고 차분한 목소리로 읽어 내려갔다.

“한겨울 씨는 평소 투철한 사명감과 확고한 애사심으로… 2019년 1월 2일 대한그룹 회장 송훈석 대독.”

“부상으로는 대리 승진과 포상금으로 10만 달러입니다.”

오정수 과장의 말에 겨울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포상금을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10만 달러나 될 것이라고는 상상도 하지 못했다.

겨울의 놀라는 모습을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고 있던 정명훈 법인장이 입을 열었다.

“한겨울 대리,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감사합니다, 법인장님.”

짝짝짝.

누구도 예상치 못한 결과에 직원들도 덩달아 놀란 듯, 처음보다 더 큰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겨울은 정명훈 법인장과 시무식 참석자 모두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왔다.

“다음은 아프리카 법인에서 수여하는…….”

계속해서 수상이 줄줄이 발표되었지만, 겨울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겨울이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기만의 생각에 잠겨 있는 사이, 정명훈 법인장이 입을 열었다.

“여러분께서 지난 1년 동안에 수고해 주신 덕분에 우리 아프리카 법인이 상반기에 이어서 하반기와 연간 평가에서도 1위를 달성했습니다. 따라서 우리 아프리카 법인의 모든 직원들에게 1월 말에 성과급으로 200%가 지급될 예정입니다.”

“와!”

두말할 필요 없이, 성과급은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는 데 있어 최고였다.

대회의실에 환호성이 넘쳐흘렸다.

성과급으로 200%를 준다고 하는데, 싫어할 사람이 누가 있겠는가.

약간의 어수선한 시간이 지난 후, 오정수 과장이 또다시 입을 열었다.

“이제 법인장님의 말씀을 듣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흠흠.”

정명훈 법인장이 가볍게 헛기침해서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몰리게 한 후, 말문을 열었다.

“2019년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해 우리 아프리카 법인은 놀라운…….”

정명훈 법인장의 말을 한 마디로 축약하면, 2019년도 훌륭한 성과를 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달라는 말이었다.

이제 시무식의 마지막 절차만 남아 있었다.

“올해 저희 아프리카 법인에서는 태스크포스를 운영할 예정입니다. 리더인 고영규 차장에게 태스크포스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에 대해서 들어 보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단상으로 이동한 고영규 차장은 시무식 참석자들에게 정중한 자세로 인사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태스크포스 팀의 리더를 맡은 고영규 차장입니다. 태스크포스 팀의 팀명은 For The Africa(아프리카를 위하여)이고, 줄여서 FTA팀이라고 호칭하겠습니다. 저희 FTA팀 인원은 저를 포함해서 한국인 직원 다섯 명과 현지 직원 다섯 명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저희가 수행해야 하는 업무는 장표를 보면서 말씀드리겠습니다.”

또다시 회의실의 조명이 꺼지고, 스크린에 ‘For The Africa의 Role’이라는 제목의 장표가 비춰졌다.

“각 지점들이 수행해야 하는 고유의 업무는 모두 세 가지입니다. 대한 그룹이 생산하는 제품을 아프리카 전역에 판매하는 역할과, 대한 그룹이 필요로 하는 제품과 원재료들을 매입해서 한국으로 수출하는 것, 마지막으로 대한 그룹이 아프리카에서 수행하는 업무를 보조하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서 FTA는 맨 마지막 업무를 중점적으로 수행할 예정입니다.”

고영규 차장은 FTA팀이 수행해야 할 업무를 차분한 목소리로 설명해 내려갔다.

“…각 지점의 과중한 업무가 어느 정도 해소되는 성과를 거둘 것으로 봅니다. 이제부터 질문을 받겠습니다.”

콩고 지점을 맡고 있는 김종학 지점장이 제일 먼저 발언권을 요청했다.

“FTA팀이 창출한 성과는 어떻게 배분할 예정입니까?”

“저희 FTA팀은 계약서를 작성하는 데까지만 관여할 예정입니다. 계약 체결 이후의 업무는 각 지점에서 수행해야 합니다.”

“저희는 숟가락하고 젓가락만 들고 있으면 됩니까?”

“아닙니다. 먹을거리에 대한 정보를 끊임없이 제공해 주셔야겠죠. 경우에 따라서 저희 팀원들이 각 지점에 장기적으로 파견을 갈 수도 있습니다. 지점을 위해서 파견되는 만큼 식구처럼 대해 주십시오.”

“네, 알겠습니다.”

“질문 받겠습니다.”

고영규 차장은 여기저기서 쏟아져 나오는 질문을 막힘없이 술술 대답해 주었다.

이제 더 이상 질문이 없다고 판단한 그는 다음 안건을 입에 올렸다.

“저희 팀원들을 여러분께 소개시켜 드리겠습니다. FTA팀원들은 모두 앞으로 나와 주십시오.”

겨울을 포함한 아홉 명이 앞으로 나가서 일렬횡대로 섰다.

고영규 차장의 구령에 맞춰서 시무식 참석자들에게 허리 숙여 인사하고, 사전에 정해진 순서대로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저는 한겨울 대리입니다. 제가 관할하는 지역은 콩고 지점으로…….”

맨 마지막에 리더인 고영규 차장까지 자기소개를 모두 끝냈다.

여러 명이 인사를 했지만, 직원들의 눈길을 사로잡은 사람은 당연히 한겨울이었다.

그가 이뤄낸 성과로 인해서 FTA팀이 구성되었음을 모두 알고 있었기에.

자기소개를 끝낸 FTA팀원들이 자리로 돌아가자, 오정수 과장이 매조지 발언을 위해서 입을 열었다.

“이것으로 2019년 시무식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안녕히 돌아가십시오.”

* * *

시무식을 끝마치고, 정명훈 법인장은 두 명의 팀장과 다섯 명의 지점장들을 법인장실로 불러들였다.

“박창훈 이사, 현지 직원을 부지점장으로 임명한 것에 대한 반응은 어떻습니까?”

“이제 보름 정도 지났지만, 현지 직원들의 반응은 상당히 좋은 편입니다.”

“임형식 부지점장과의 갈등은 없습니까?”

“클레크 부지점장이 스스로 몸을 낮추고 있기 때문에 아직은 갈등이 없는 상태입니다.”

“향후에 갈등이 발생할 소지가 있으니까, 업무를 확실하게 분장해 주는 것이 좋을 겁니다.”

“네, 알겠습니다.”

잠시 대화가 끊어진 틈을 타서 추성민 이사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법인장님, 한국 직원들의 충원이 시급한 상태입니다. 오장식 전무님께 다시 한번 부탁해 주십시오.”

아프리카 법인의 한국 사람들 T/O는 모두 28명.

작년에 안정혁 전 법인장과 민경진 팀장이 퇴사했고, 태스크 포스로 다섯 명이 빠진 상태였기 때문에 현재 일곱 명이 부족한 상태였다.

정명훈 법인장도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작년 12월 중순에 법인의 인사를 담당하고 있는 오장식 전무에게 인원 충원을 부탁했다.

그러나 알았다고 대답만 할 뿐, 아직까지 이렇다 할 연락이 없었다.

인사팀의 경우, 연말이 매우 바쁜 시기라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차마 물어보지 못하고 기다렸다.

하지만 이제 연초가 왔기에 물어봐도 될 시기였다.

“오늘까지 기다려 보고 내일 말씀드려 보겠습니다.”

“네, 법인장님.”

“이제 다른 얘기를 잠깐 해 봅시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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