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흙수저 성공 신화-70화 (70/328)

[70화] 오해를 풀어라

문두야 부통령이 병문안을 마치고 돌아가자, 카손가 부총리와 카반구 보건장관도 자신들의 병실로 돌아갔다.

부투야 실장은 말없이 병원 밖 풍경을 쳐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이런저런 생각 끝에 결심을 굳히고 그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짧게 통화한 후에 전화를 끊었지만, 곧바로 다시 핸드폰이 진동했다.

윙―

문자가 온 것이었다.

“어차피 일을 저지르기로 결심했으니까, 끝을 보자고.”

조용히 혼잣말을 흘린 부투야 실장은 미지의 인물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서동호 실장은 오늘 사장으로 승진한 조병석 전략기획실 실장과 시내 모처에서 저녁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처남, 전략기획실을 멋지게 운영해서 실력을 만천하에 증명해 봐.”

“매형의 이름에 누가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게요.”

“최성진 부회장의 외아들인 최준하가 우리 회사에 재입사할 예정이야. 그 친구를 전략기획실에 배치시킬 거니까, 그렇게 알고 있어.”

“네? 그런 개차반을 왜 받아요?”

“나중에 자연스럽게 알게 될 거야.”

“알겠어요. 제가 그놈을 사람으로 만들어 보죠. 그 대신 부탁이 하나 있어요.”

“한겨울은 안 돼.”

“아, 왜요?”

조병석 실장이 짜증을 섞어서 물었다.

“녀석이 아프리카에서 벌여 놓은 일들이 만만치 않아서, 뒷수습을 끝낼 때까지는 데리고 올 수 없어.”

“한겨울 씨가 또 무슨 사고를 쳤는데요?”

“사고라고 해야 하나… 글쎄, 이 친구가…….”

조병석 부사장이 겨울을 곁에 두고 싶어 하는 이유는 머리가 똑똑해서가 아니었다.

겨울이 가지고 있는 긍정적인 에너지와 용기, 거기에 이상하리만치 잘 풀리는 그의 좋은 운 때문이었다.

지난 8월에 있었던 핸드폰 기지국 업그레이드 입찰 당시에도 겨울의 도움이 아니었으면, 절대로 화웨이를 물리칠 수 없었을 것이었다.

이번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하필이면 그 시간에 산사태가 일어나서 도로가 막힐 게 무엇이란 말인가.

핸드폰이 터지지도 않은 오지에서 콩고민주공화국의 실세들을 만난 것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연달아 이어지는 이상한 우연은 절대로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러니 오로지 운이 좋다고 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았다.

그런 운을 타고난 겨울을 곁에 두고 있으면, 뛰어난 성과는 따 놓은 당상일 것이라 생각한 조병석 부사장이었다.

그가 이런저런 생각에 빠져 있는 사이, 서동호 실장의 설명이 끝이 났다.

“…이런 복덩이를 정명훈 법인장이 덥석 내줄 것 같은가?”

“두고 보세요. 제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데리고 올 겁니다.”

지이이잉―

그때, 테이블에 올려놓았던 서동호 실장의 핸드폰이 진동했다.

발신자를 확인하니, 국가번호 243인 나라에서 걸려온 전화였다.

“처남, 243이 어느 나라지?”

“한겨울이 있는 나라잖아요.”

“그래?”

서동호 실장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그는 혹시 몰라서 영어로 자신의 신분을 먼저 밝혔다.

“서동호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카바나 바통고 대통령을 모시고 키부토 부투야라고 합니다.]

“부투야 실장님이요? 정명훈 법인장에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네? 법인장이라뇨?]

부투야 실장의 반응을 보니 정명훈 법인장이 인사 이동 소식을 아직 전달하지 않은 듯싶었다.

“콩고민주공화국 시간으로 오늘 오전에 대한 그룹 정기 임원 인사가 있었습니다. 정 지점장은 그동안 뛰어난 성과를 보여 준 결과로 아프리카 법인장으로 승진된 상태입니다.”

[아… 그렇군요.]

처음과 달리 차갑게 돌변한 목소리.

순간, 서동호 실장은 무언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판단했다.

“부투야 실장님, 기분이 언짢은 일이 있으십니까?”

[저희는 대한 그룹에 선물을 줄 때 정 법인장이 아니라 한겨울 씨를 보고 준 것입니다. 그런데 한겨울 씨에게는 아무런 보상도 해 주지 않고, 엉뚱한 사람에게 보상이 돌아간 것 같아서 말입니다. 별로 기분이 좋지만은 않네요.]

“아, 아닙니다. 한겨울 씨한테도 보상해 줄 예정이었습니다.”

[보상을 해 줘 봐야, 성과급으로 달랑 만 달러 정도만 줄 거 아닙니까?]

서동호 실장은 부투야 실장의 오해를 풀어주지 않으면, SUV 자동차를 포함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갈 것 같은 위기감을 느꼈다.

때문에 일단 일을 저지르고 나서, 나중에 뒷수습하기로 결정했다.

“그럴 리가요. 콩고민주공화국 정부에서 저희에게 주신 선물이 얼마인데, 고작 만 달러를 성과급으로 주겠습니까.”

[그렇죠? 그 금액보다는 훨씬 많겠죠?]

다행히 급조한 전략이 먹혀들었는지 부투야 실장의 목소리가 다시 제자리로 돌아왔다.

‘어지간히 한겨울이 마음에 들었나 보네.’

서동호 실장은 속으로 미소를 지으며, 부투야 실장과 대화를 이어 나갔다.

“그럼요. 그리고 한겨울 씨한테는 또 다른 선물을 줄 계획이었습니다.”

[역시… 대한 그룹은 성과에 대한 보상이 확실하군요.]

“괜한 오해를 가지게 해서 죄송합니다.”

[아닙니다. 저야말로 오해를 해서 죄송하죠. 아무튼 제가 전화를 드린 목적은 두 가지입니다. 첫 번째 목적은 이미 달성했고, 두 번째 목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네, 경청하겠습니다.”

[혹시 은센기라는 이름을 들어 봤습니까?]

“그럼요. 한겨울 씨와 상당히 친한 친구로 알고 있습니다.”

[알고 계시다니 말씀드리기 편하겠네요. 저희는 한겨울 씨뿐만 아니라 은센기 씨한테도 큰 도움을 받았는데, 마땅한 보상거리가 없습니다. 그래서 드리는 말씀인데…….]

서동호 실장은 부투야 실장의 아이디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만, 걸림돌을 제거할 경우에.

“무케나 사장님의 동의를 먼저 받아 주신다면, 저희는 부투야 실장님의 뜻을 따르겠습니다.”

[이미 동의를 받은 상태입니다.]

“만약에 저희가 무케나 사장님과 코발트 광산을 공동으로 개발하게 되면, 그 비즈니스는 은센기 씨한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무케나 사장님이 다른 업체와 계약하지 못하도록 못을 박아 놨기 때문에 만약이라는 단어는 삭제하셔도 됩니다.]

“하하하, 알겠습니다.”

[우리나라에 기초 의약품 기부를 약속해 주신 회장님께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씀을 전해 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고… 조금 전에 언사가 과했던 점은 너그러운 마음으로 용서해 주십시오.]

“이미 기억에서 지워 버렸습니다.”

[그럼 나중에 또 통화하겠습니다.]

딸깍.

핸드폰을 내려놓은 서동호 실장은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내뱉을 수 있었다.

“후우…….”

“매형, 부투야 실장이 뭐랍니까?”

“한겨울을 챙겨 주지 않으면 가만히 안 있겠다고 하네.”

“아이고, 한겨울 씨를 챙기는 사람이 아주 많네요.”

“그러게 말이다. 한겨울에게 뭔가가 있긴 있는 모양이야.”

* * *

정명훈 법인장이 아프리카 법인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오자, 모든 직원들이 일어나서 박수와 함께 함성을 보냈다.

“와! 축하합니다!”

짝짝짝!

잠시 함성이 가라앉기를 기다리자, 직원들 대표로 추성민 이사가 나와 정명훈 법인장의 손을 덥석 잡았다.

“법인장님, 어서 오십시오.”

“추 이사, 반겨 줘서 고마워요.”

“법인장실로 모시겠습니다.”

비서가 내온 커피를 한 모금 마신 정명훈 법인장이 잔을 소탁 위에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민 팀장은 어디로 갔나?”

“점심때 슬그머니 사라졌습니다.”

“민 팀장은 곧 사표를 낼 예정이니까, 더 신경 쓰지 마.”

“사표요? 왜요?”

“감사에서 비리가 발견된 것 같더라고.”

“어쩐지…….”

추성민 팀장이 생각난 것이 있다는 듯 끝말을 흐렸다.

“민 팀장 얘기는 그만하고, 조직 책임자 인선을 시작해 보자고.”

직원들의 인사 이동은 법인장의 고유권한이지만, 관리팀장의 조언을 받아서 수행하곤 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직원들의 능력이나 스펙, 그리고 성향과 같은 세세한 사항까지 법인장이 신경을 쓸 여력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런 말이 나온 순간, 추성민 이사는 정명훈 법인장이 자신을 관리팀장에 임명했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법인장님, 감사합니다.”

“감사는 뭘. 마케팅 지원팀장은 누가 적당할까?”

“알제리 지점의 이용수 지점장이 어떨까요?”

정명훈 법인장도 이용수 지점장과 같이 근무해 본 경험이 있었고, 그가 매우 유능했던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었다.

“음, 좋아. 그렇게 하지.”

“법인장님, 제일 중요한 콩고 지점은 누구한테 맡길 생각입니까?”

“잠깐만 기다려 봐.”

정명훈 법인장은 대답 대신 핸드폰을 꺼내서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네, 법인장님.]

“김 지점장, 콩고 지점을 맡길 생각인데,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저야 영광입니다.]

“내년에 수행해야 할 일이 많은데도 상관없겠어?”

[많아 봐야 얼마나 많겠습니까?]

“잠비아의 ZAHA 유통에 말라리아와 콜레라 치료제를 각각 1,000만 개씩 수출해야 하고, SUV 자동차 5,500대를 콩고민주공화국에…….”

정명훈 법인장은 김종학 지점장한테 내년에 진행해야 할 업무 중에서도 간단한 것만 늘어놓았다.

그러나 워낙 벌여 놓은 일이 많았기에 말이 제법 길게 이어졌다.

“…내가 벌려 놓은 일을 설거지만 잘해도 내년에 임원으로 승진하는 데 문제가 없을 거야.”

[법인장님, 감사합니다.]

“김 법인장이 콩고 지점장으로 가기 위해서는 조건이 하나 있어.”

[그게 뭔지 말씀해 주십시오.]

“한겨울 부지점장은 내가 법인으로 데리고 올 생각이야.”

[알겠습니다. 업무 인계만 확실하게 해 주십시오.]

“알았어. 지점장 인사 발표가 날 때까지는 비밀인 거 알고 있지?”

[네, 물론입니다.]

“업무 인수인계할 때 보자고.”

딸깍.

정명훈 법인장이 전화를 끊자, 추성민 이사가 기다렸다는 듯이 말을 걸어왔다.

“법인장님, 한겨울 씨는 관리팀에 배치하면 됩니까?”

“하여간… 한겨울에 대한 얘기는 나중에 하고, 일단 조직 책임자 인선부터 마무리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정명훈 법인장과 추성민 이사는 머리를 맞대고 상의한 끝에 조직책임자 인선을 원만하게 마무리했다.

“사원 인사는 추 이사가 알아서 하는데, 이번 기회에 공동 부지점장 제도를 도입해 볼 생각이야.”

“공동 부지점장 제도는 또 뭡니까?”

“지점에 근무하는 현지 직원들 중에서…….”

정명훈 법인장은 겨울에게 들은 얘기와 자신의 생각을 보태서 추성민 이사에게 설명해 주었다.

“현지 직원들이 상당히 좋아하겠는데요?”

“추 이사도 그렇게 생각하나?”

“그럼요. 부지점장 감투에 월급까지 올려 준다고 하는데, 싫어할 직원이 누가 있겠습니까?”

“법인 예산 문제도 있으니까, 내년은 시범적으로 실시해 보는 것으로 하자고.”

“네, 알겠습니다.”

“이제부터 내가 하는 얘기는 한겨울 씨한테 들은 얘기를 구체화한 거야. 추 이사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의견을 제시해 봐. 우리 아프리카 법인은 지점 수에 비해서 관리하는 나라가 너무 많다는 문제가 있어…….”

태스크포스 팀 신설.

추성민 이사는 정명훈 법인장이 겨울을 법인으로 데리고 오려는 이유를 이제야 깨달았다.

그는 겨울이 보유하고 있는 능력을 적극 활용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나쁘지 않았지만, 문제가 아예 없는 것도 아니었다.

“저도 법인장님의 의견에 찬성합니다만, 두 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뭔지 얘기해 봐.”

“한겨울 씨가 능력이 있는 건 알지만, 경력이 너무 짧습니다.”

“나도 한 부지점장을 태스크포스 리더로 임명할 생각은 없어.”

“그렇다면 문제없고요.”

“두 번째 문제점은 뭔가?”

“현지 직원들을 차출해서 태스크포스에 참여시키는 아이디어는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그들을 이곳에 불러서 근무시키려면 급여를 올려 주고 숙소 등을 제공해야 하는데, 법인 예산이 부족할 겁니다.”

“내가 사장님께 말씀드려서 예산을 타내면 어떨까?”

“오, 그래 주실 수 있습니까?”

“알았어. 잠깐 기다려 봐.”

정명훈 법인장은 이미 그것까지 구상했다는 듯, 바로 이진호 사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 법인장, 어쩐 일입니까?]

“늦은 시간에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이제 밤 11시도 안 됐는데요, 뭐. 나한테 할 말이 있나요?]

“네, 사장님. 저희 아프리카 법인은…….”

정명훈 법인장은 추성민 이사에게 했던 말과 도출된 문제점을 보고했다.

이진호 사장은 그의 말을 진지하게 경청했다.

[흠… 정 법인장, 태스크포스를 운영하려면 그에 걸맞은 성과를 내야 하는데, 가능하겠습니까?]

“성과에 대해서는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좋아요. 그렇게 진행하도록 하세요. 예산을 지원해 주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뚝.

정명훈 법인장이 전화를 끊자, 추성민 이사가 득달같이 질문을 던져 왔다.

“법인장님, 성과를 못 내면 어떻게 하려고 그런 약속을 하십니까?”

“내가 언제 허튼 소리 하는 거 봤어?”

“그런 건 아니지만… 아무튼 저는 태스크포스가 잘 운영될 수 있도록 백업해 드리겠습니다.”

“다 잘 될 거야. 우리에겐 히든카드가 있잖아.”

“아, 그렇죠.”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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