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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46화 (46/328)

[46화] 조력자들의 놀라운 활약

드르륵―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핸드폰이 진동했다.

핸드폰을 들어서 발신자를 확인한 조병석 부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통화 버튼을 눌렀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웬일인가요?”

[제가 20분 안으로 부사장님의 방에 가겠습니다. 죄송합니다만, 임원분들을 긴급 소집해 주십시오.]

정명훈 지점장의 목소리가 상당히 다급한 것으로 봐서, 긴급 상황이 발생한 것 같았다.

“중요한 일인가요?”

[네, 그렇습니다. 저희가 입찰에 실패할 수도 있는 긴급한 상황입니다.]

“알겠어요. 빨리 오세요.”

정명훈 지점장과 통화를 마친 조병석 부사장은 급히 대한건설의 윤성한 상무에게 전화를 걸었다.

* * *

같은 시각.

누군가와 급하게 전화를 끝낸 겨울을 향해 은센기가 조심스런 목소리로 물었다.

“겨울 씨, 저도 가야 합니까?”

“네, 지점장님이 같이 오라고 하셨습니다.”

“하아…….”

은센기는 한숨부터 내뱉었다.

겨울은 그가 한숨을 내뱉은 이유가 무엇인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기에 즉시 행동으로 옮겼다.

은센기는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하루 종일 택시 운전대를 잡아 봐야 2만 콩고 프랑(약 22달러)을 벌기도 어려운데, 겨울은 무려 100달러를 자신의 손에 쥐어 주었기 때문이다.

“겨, 겨울 씨… 이, 이게 뭡니까?”

겨울은 은센기의 마음을 알고 있다는 듯 빙긋 웃으며 질문에 대답했다.

“택시 요금하고 정보 제공 수당이라고 생각하세요.”

“그래도… 100달러는 너무 많습니다.”

“만약에 은센기 씨의 정보 제공이 아니었다면, 저희가 화웨이를 이길 수 있을 것 같습니까? 그러니까 부담 갖지 말고 주머니에 넣으세요.”

“으음, 알겠습니다. 그건 그렇고, 화웨이 놈들의 음모를 분쇄할 수는 있습니까?”

은센기가 100달러짜리 지폐를 윗주머니에 꽂아 넣으며 물었다.

“머리를 맞대면 어떻게든 해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요?”

“화웨이 놈들을 박살 내서 겨울 씨가 특별 보너스를 받았으면 좋겠네요.”

“만약에 그렇게 되면 제가 은센기 씨한테 한턱 크게 낼게요.”

“하하,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 * *

“부사장님, 입찰에 실패할 수 있는 긴급한 상황이 도대체 뭡니까?”

제일 먼저 도착한 윤성한 상무가 비어 있는 소파에 앉으며 물었다.

“나도 잘 모르겠어요. 정 지점장이 와서 얘기해 줄 겁니다.”

“불길한 소식이 아니기를 바라야겠네요.”

“그러게 말입니다.”

뒤이어 도착한 대한텔레콤의 하제훈 상무를 포함한 다른 임원들도 이유부터 물었으나, 조병석 부사장은 똑같은 대답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한편, 킨샤사 인터내셔널 호텔 로비에 먼저 도착한 정명훈 지점장은 출입문만 쳐다보며 초조한 마음으로 겨울이 도착하기만을 기다렸다.

겨울과 만나기로 약속한 시간은 9시 30분이었지만, 그는 10분이 지나도록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왜 이렇게 안 오지? 혹시 사고라도 난 거 아니야?”

적정되는 마음에 전화를 걸어 보려는 순간, 출입문을 열고 뛰어 들어오는 겨울과 은센기가 눈에 보였다.

숨을 헐떡거리며 달려온 겨울은 거친 숨을 겨우 삼키고 정명훈 지점장에게 말을 걸었다.

“헉헉… 타이어에 펑크 나는 바람에… 헉… 뛰어오느라 늦었습니다.”

“알았네. 빨리 올라가자고.”

“헉헉… 알겠습니다.”

조병석 부사장은 땀을 뻘뻘 흘리며 들어오는 겨울과 흑인 한 사람을 보고 깜짝 놀랐다.

“한겨울 씨, 무슨 일이 있었나요?”

“그게…….”

“이곳까지 뛰어오느라 그랬답니다.”

정명훈 지점장이 겨울의 말을 자르며 대신 대답했다.

“냉장고에서 물이라도 꺼내 마시고 잠깐 숨 좀 돌리시죠.”

겨울은 냉장고에서 페트병 두 개를 꺼내 은센기와 나눠 마셨다.

그러고 잠시 에어컨 바람으로 땀을 식힌 뒤, 겨울은 뻘쭘하게 서 있는 은센기를 임원들에게 소개시켰다.

“은센기 씨, 한겨울 씨를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조병석 부사장은 은센기의 긴장을 해소시켜 주기 위해서 주제와 관련 없는 얘기를 꺼내 들었다.

“한겨울 씨를 처음 만난 것은 7년 전, 한국의 상암 월드컵 경기장에서였습니다.”

은센기는 주저하지 않고 겨울과 처음 만나서 지금까지 맺어 온 인연을 제법 자세하게 늘어놓았다.

“…해서 일주일에 한두 번식 만나서 밥을 얻어먹고 있습니다.”

“한겨울 씨가 부자는 아닐 텐데, 매번 밥을 산다고요?”

“부사장님, 제가 대신 말씀드리겠습니다.”

은센기가 머뭇거리며 말을 잇지 못하자, 겨울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제가 은센기 씨에게 프랑스어를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데 수강료를 받지 않겠다고 해서 할 수 없이 밥을 사는 것으로 퉁치고 있는 중입니다.”

조병석 부사장은 며칠 전에 나눈 서동호 실장과의 통화 내용이 떠올랐다.

그의 말대로 겨울은 실력을 늘리기 위해서 피나는 노력을 전개하고 있었고, 이렇듯 척박한 환경에서도 자기 개발에 힘쓰고 있었다.

그런 겨울의 모습이 조병석 부사장에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하하, 은센기 씨한테 맛있는 거 많이 사 주셔야겠네요.”

겨울과 짧은 대화를 중단한 조병석 부사장은 정명훈 지점장에게 말을 건넸다.

“정 지점장, 이제 우리를 긴급 소집한 이유를 들어 봅시다.”

“이 얘기는 은센기 씨의 입에서 처음 흘러나온 얘기입니다. 본인에게 직접 들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겨울은 두 사람의 대화 내용을 재빨리 은센기에게 통역해 주었다.

은센기는 알았다는 의미로 겨울에게 고개를 가볍게 끄덕여 주고는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저녁 8시 무렵에 중년으로 보이는 중국 남자와 우리나라 남자가 제 택시에 탔습니다. 두 사람은 저녁을 먹으면서 술을 많이 마셨는지, 얼큰하게 취한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습니다.”

“어떤 내용으로 대화를 나눴나요?”

“위양…이라는 이름을 가진 중국 사람이 바캄부라는 이름을 가진 우리나라 사람한테 핸드폰 기지국… 무슨 입찰에서 자신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100만 달러를 수당으로 지급하겠다고 했습니다.”

그때, 윤성한 상무가 말을 자르며 그에게 물었다.

“입찰과 관련한 내용을 그쪽이 어떻게 알게 됐습니까?”

“그건 왜 묻습니까?”

가는 말이 고와야 오는 말이 곱다는 속담이 있다.

따지듯 묻는 윤성한 상무의 질문에 은센기는 불쾌한 감정을 실어서 반문했다.

“이유를 묻지 말고, 내가 묻는 말에 대답이나 하세요.”

“지금 저를 심문하는 겁니까?”

두 사람의 언쟁을 가만히 내버려 두었다가 괜한 사단이 발생할 것 같아 겨울이 재빨리 발언권을 요청하고 입을 열었다.

“상무님, 기지국 업그레이드 입찰과 관련한 정보를 저한테 얘기해 준 사람이 은센기 씨입니다.”

윤성한 상무는 겨울이 은센기에게 입찰 관련한 정보를 전달한 것이라 착각해서 이런 행동을 벌인 것이다.

중요한 입찰 정보는 여기저기에 함부로 떠벌려서는 절대 안 된다.

만약 겨울이 은센기에게 말한 것이라면 따끔하게 혼내 줄 생각이었다.

하지만 정반대의 상황.

자신의 잘못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는 주저하지 않고 사과했다.

“그… 제가 오해한 것 같네요. 미안합니다.”

“오해가 풀렸다니 다행입니다.”

잠시 대화가 일단락 된 틈을 타서 조병석 부사장이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이제부터 임원들은 내 허락 없이는 절대로 입을 열지 마세요. 내 지시를 어기는 사람은 바로 방에서 쫓아내겠습니다.”

조병석 부사장의 엄포에 임원들의 표정은 즉시 굳어졌다.

그들은 조병석 부사장이 대한 그룹 넘버 투인 서동호 실장의 처남이라는 사실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네! 알겠습니다.”

임원들에게 겁을 왕창 준 조병석 부사장은 고개를 돌려서 정명훈 지점장에게 말을 걸었다.

“정 지점장, 은센기 씨가 얘기한 위양과 바캄부라는 사람에 대해서 알고 있습니까?”

“위양이라는 사람은 화웨이에 소속된 이사인 것 같고, 바캄부는 보다콤의 콩고 지사에 소속되어 있는 치프 매니저로 확인됐습니다.”

“위양의 신분은 아직 정확하게 모른다는 뜻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그의 신분을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내일 현장 설명회에 참석해서 확인하는 게 가장 확실할 것 같습니다.”

윙―

한참 중요한 대화가 오고가는 중, 겨울의 핸드폰에 문자 하나가 수신됐다.

누가 보내왔는지 알고 있었기에 겨울은 그 자리에서 문자 내용을 확인했다.

― 화웨이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찾아낸 인물임. 맞는지 확인 요망.

― 고마워요.

그에게 얼른 답장을 보내 주고, 첨부 파일을 열어 사진을 확인했다.

모두의 시선은 알 수 없는 행동을 하는 겨울에게 꽂혀 있었다.

겨울은 그런 시선들을 무시하고 조병석 부사장한테 급히 보고했다.

“부사장님, 제 지인이 위양이라고 추정되는 사람의 사진을 보내왔습니다. 은센기 씨?”

겨울에게 핸드폰을 넘겨받은 은센기는 사진을 유심히 살펴보고 위양이 맞다는 뜻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조병훈 부사장은 사진을 보내온 사람이 누구인지 단박에 알아챘다.

“이번에도 저번의 그 사람입니까?”

여러 가지 뜻이 들어 있는 말에 겨울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주위를 의식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게… 네, 그렇습니다.”

“어떻게 상황을 파악하고 위양의 사진을 보내온 겁니까?”

“여기로 오는 도중에 혹시나 싶어 제가 부탁했더니만, 화웨이의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찾아냈다고 합니다.”

“그분께 내가 진심으로 고마워한다고 전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겨울과 대화를 끝마친 조병석 부사장은 은센기에게 고개를 돌리며 물었다.

“은센기 씨, 위양 이사가 바캄부 치프 매니저한테 어떤 제안을 했는지 알고 있습니까?”

“어… 분명 결과 발표를 마감… 그러니까 입찰 마감 후 하루 뒤에 해 달라고 요청했습니다.”

조병석 부사장은 화웨이의 꼼수가 훤히 들여다보였다.

그놈들은 그 하루 동안 입찰 결과를 바꿔칠 생각을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만약에 화웨이의 로비가 재대로 먹혀든다면, 자신들은 아무리 용빼는 재주가 있어도 낙찰받을 수 없을 게 분명했다.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화웨이 놈들의 비열한 짓거리를 분쇄할 수 있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얘기해 보세요.”

“내일 현장 설명회할 때 강력하게 항의하면 되지 않을까요?”

“만약에 보다콤 관계자가 우리의 항의를 묵살하면 어떻게 하죠?”

“그렇게 되면… 대책이 없을 것 같습니다.”

“또 다른 의견은요?”

“우리 쪽에서 두 배의 수당을 주겠다고 하면…….”

임원들은 나름대로 아이디어를 제시했지만, 대부분 한두 개씩 문제점들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 조병석 부사장의 눈에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침묵을 지키고 있는 겨울이 들어왔다.

“흠… 한겨울 씨, 지난번처럼 괜찮은 아이디어가 없을까요?”

“생각하고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만…….”

“말해 보세요.”

“저는 가지를 흔드는 것보다 몸통을 흔들면 어떨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몸통이라면… 남아공의 보다콤 본사를 말하는 건가요?”

“네, 그렇습니다.”

“몸통을 흔든다라… 어떻게 흔들어 볼 생각인가요?”

“제가 지난번에 지인에게 받은 자료로 보다콤 CEO와 담판을 짓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겨울의 얘기를 듣고, 조병석 부사장은 힌트를 얻었다.

조병석 부사장은 즉시 침실로 뛰어 들어가서 서동호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러고는 현재 처해 있는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한 뒤, 자기의 의견을 이어 붙였다.

“…현재 이런 상황입니다. 실장님이 한겨울의 지인에게 부탁해 보면 안 됩니까?”

[내가 회장님께 말씀드려서 어떻게든 화웨이 놈들의 수작질을 박살 내 볼게.]

“저희는 실장님만 믿고 입찰 준비를 하겠습니다.”

[그렇게 하고, 귀중한 정보를 제공한 택시 운전기사에게 소정의 보너스를 지급하도록 해.]

“그렇게 하겠습니다.”

응접실로 돌아온 조병석 부사장은 서동호 실장과의 통화 내용을 간추려 말했다.

“…회장님께서 움직이기로 했으니까, 그 문제는 잊어버립시다.”

조병석 부사장은 서동호 실장한테 지시받은 대로 지갑에서 100달러짜리 지폐 다섯 장을 꺼내 은센기에게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건네주었다.

“저… 부사장님, 정보 제공의 대가는 이미 한겨울 씨한테 받았습니다.”

“허허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하는 은센기의 모습에 조병석 부사장은 흡족한 마음을 담아 너털웃음을 터트렸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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