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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수저 성공 신화-44화 (44/328)

[44화] 중국의 아성을 무너트리는 법 (2)

전해수 이사가 이처럼 뜬금없이 질문을 던진 이유는 겨울이 가지고 있는 업무 지식을 확인해 보라는 조병석 부사장의 지시 때문이었다.

‘가쿠타 과장한테 안 배웠으면 큰일 날 뻔했네.’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겨울은 전해수 이사의 질문에 차분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콩고민주공화국은 제조업이 발달하지 않은 세계 최빈국 중에 하나입니다. 따라서 모든 공산품들은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배를 통해 모든 공산품을 콩고강 하류에 위치한 마타디 항구를 통해서 수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이곳까지의 거리는 350㎞ 정도 떨어져 있는데다, 운송 수단도 마땅치 않아서 물류 운송비가 상당히 비싸기 때문입니다.”

“얼마 정도 하기에 비싸다고 하는 건가요?”

“마타디 항구에서의 통관 비용을 제외하고 40피트 컨테이너를 이곳 킨샤사까지 운송할 때 들어가는 비용이 3,000달러입니다.”

“흠, 상당히 비싼 금액이군요. 그럼 콩고강을 통해서 배로 운송하면 되지 않나요?”

“콩고강은 급류가 많기 때문에 배로 운송하는 비용이 도로를 이용하는 것보다 비쌉니다.”

조병석 부사장도 겨울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러고 보니 한겨울 씨가 잠비아의 바이어한테 가전제품을 화물기를 임대해서 운송하자고 제안했다고 들었는데,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었나요?”

‘내가 지금 면접시험을 보고 있는 중인가?’

쏟아지는 질문에 겨울은 시험당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다.

그러나 워낙 어려운 사람들 면전이었기 때문에 생각으로만 가지고 있을 뿐.

정신을 집중한 겨울은 조병석 부사장의 질문에 대답했다.

“잠비아는 바다를 가지고 있지 않은 나라이기 때문에 모든 공산품을 모잠비크의 베이라 항을 통해서 수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겨울은 베이라 항에서 잠비아의 루사카까지 40피트 컨테이너를 운송할 때 들어가는 비용과 화물기를 임대했을 당시의 비용을 비교하며 설명해 주었다.

“…계산 결과, 비용은 4만 달러밖에 차이가 나지 않았습니다.”

“흠흠, 싱칼라 사장을 설득하기 위해서 한겨울 씨는 단종 예정인 핸드폰을 판매하는 것이 어떠냐고 저한테 제안했고…….”

겨울의 뒤를 이어서 정명훈 지점장이 당시에 벌어진 상황을 자세하게 언급했다.

“…해서 말라리아와 콜레라 치료제를 각각 500만 개씩 주문받아 놓은 상태입니다.”

“흐음, 한겨울 씨의 아이디어 하나로 콩고 지점이 대박을 쳤다는 말이네요?”

“네, 그렇습니다. 상반기에만 75% 신장했고, 연간으로는 전년 대비 100%, 아니, 운이 좋으면 300%까지 신장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렇게 장담하는 근거가 있나요?”

“부사장님께서 핸드폰 기지국 업그레이드 입찰을 성공해 주시면 됩니다.”

“알았어요. 콩고 지점을 위해서라도 입찰을 성공해 보일게요.”

두 사람의 대화를 듣고 있던 대한 텔레콤의 하제훈 상무가 발언권을 요청했다.

“부사장님, 정말 저희가 화웨이를 누르고 입찰을 딸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화웨이를 꺾을 수 있는 비책을 우리 부지점장, 한겨울 씨가 가지고 있다고 합니다.”

“으음… 한겨울 씨, 부사장님의 말씀이 맞습니까?”

하제훈 상무의 질문을 받은 겨울은 생각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침착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상무님, 비책보다는 입찰 가능성을 조금 높인다는 표현이라 정정했으면 합니다.”

“어찌됐든 대책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잖아요.”

“네, 그렇습니다.”

“빨리 얘기해 보세요.”

“저희가 화웨이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는 이유는 모두 세 가지입니다. 먼저 중국이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겨울의 입에서는 정명훈 지점장이 조병석 부사장에게 한 말이 그대로 흘러나왔다.

“흠, 그래서 근거 자료는요? 가지고 있나요?”

이 질문은 정명훈 지점장의 귀띔으로 어느 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겨울은 얼마 전 입사 동기인 장대산과 오랜만에 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도중에 핸드폰 기지국 업그레이드 입찰과 관련한 얘기가 나왔는데, 그는 자기에게 귀중한 자료를 하나 보내 줄 테니 참고하라면서 전화를 끊었다.

얼마 후, 약속대로 장대산은 이메일로 자료를 보내왔다.

첨부 파일을 열어 본 겨울은 놀라서 눈알이 튀어나오는 줄 알았다.

자료의 우측 상단에 ‘Top Secret’이라는 문구가 선명하게 적혀 있었고, 출처도 미국의 국무부로 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겨울은 즉시 장대산에게 전화를 걸어 극비 자료를 어떤 방법으로 입수했냐고 물었으나, 그는 끝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장대산이 MIT 공대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했다는 기억을 떠올린 겨울은 더 이상 이유를 묻지 않았다.

상념을 거둬들인 겨울은 하제훈 상무의 질문에 대답하기 위해서 입을 열었다.

“네, 가지고 있습니다.”

“보여 줄 수 있나요?”

“제가 근거 자료를 보여 드리기 전에 두 가지를 약속해 주셔야 합니다.”

“뭔지 얘기해 보세요.”

“제가 근거 자료를 어떤 경로를 통해서 입수했는지를 묻지 말아 주시고, 근거 자료는 읽은 뒤 돌려 주셔야 합니다.”

준비했으면 얼마나 준비했을까 싶어 내심 무시하고 있던 그들은 ‘중국의 화웨이 제재방안’이라는 제목의 극비 자료를 건네받아 읽어 보다 놀라서 까무러치는 줄 알았다.

화웨이가 중국 정부가 소유하고 있는 국영기업이라니.

중국 정부가 화웨이를 통해서 스파이 활동을 자행해 오고 있었다니.

이 극비 자료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화웨이는 미국의 제재를 받아서 몰락의 길로 접어들 것이 확실했다.

그것보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일개 신입 사원에 불과한 겨울이 이렇게 엄청난 자료를 어떤 방법으로 입수했는지의 여부였다.

“…이 자료의 내용이 사실이라고 확신할 수 있습니까?”

“확신은 합니다만, 검증해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 자료는 어떻게 얻은 겁니까? 누구에게 받은 거죠?”

“죄송합니다. 밝힐 수 없습니다.”

“흐음… 알겠습니다. 중국 정부도 미국이 대응해 올 것을 눈치채고 있을까요?”

이 부분은 겨울도 궁금해 장대산에게 물어봤다.

그는 중국 정부도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만 말하고 그 근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았다.

“…이미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을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그때, 대한 건설의 윤성한 상무가 궁금한 것이 있는지 발언권을 요청했다.

“부사장님, 그렇다는 소리는… 이번에는 우리가 화웨이보다 유리한 상황에 놓인 것이지 않습니까?”

“네. 다른 것은 몰라도 화웨이한테는 악재임이 분명합니다. 무선통신은 기술 발전 속도에 따라서 기지국을 계속 업그레이드해 줘야 합니다. 만약에 화웨이가 자신들의 운명을 몰랐다면, 사오 년 뒤에 있을 기지국 업그레이드를 대비해서 이번 입찰에서 가격을 왕창 후려쳤을 겁니다.”

“후려치기까지 했을까요? 그들이 사오 년 뒤에 입찰을 딸 수 있다는 보장도 없지 않습니까?”

“아니요. 분명히 했을 겁니다. 저는 그들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입찰이 아닌 수의계약으로 전환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충분히 가능성 있는 얘기였다.

국제 건설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이 사용하는 전형적인 수법이었으니까.

“아, 확실히… 부사장님의 말씀이 맞는 것 같습니다.”

“그들이 자신들의 운명을 알고 있다면 대규모의 손해를 감수하고 저가에 투찰할까요?”

“아마도 불가능할 겁니다.”

“그럼 이번 입찰은 일방적이 아니라 엄청난 눈치 싸움으로 진행되겠네요.”

윤성한 상무와 대화를 끝낸 조병석 부사장은 고개를 돌려 겨울에게 말을 걸었다.

“한겨울 씨, 이런 자료는 가지고 있어 봐야 위험할 뿐입니다. 지금 이 서류들과 이메일의 자료까지 최대한 빨리 삭제해 버리세요.”

“네, 알겠습니다. 조언 감사합니다.”

“임원 여러분도 방금 전에 본 자료는 기억에서 영원히 지워 버리는 것이 여러모로 이로울 겁니다.”

“네, 부사장님.”

임원들도 상황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일사분란하게 대답했다.

“자, 그럼 한겨울 씨. 이제 두 번째 이유를 얘기해 보세요.”

“이번 입찰을 진행하는 업체는 보다콤이라는 회사로 본사가 남아공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그 나라는 다른 아프리카 나라들과는 달리 중국의 입김이 그나마 약한 편입니다.”

“화웨이의 로비가 통하지 않을 거라고 보면 됩니까?”

“제가 알아본 바로는 그렇습니다.”

“알았어요. 세 번째 이유는 뭔가요?”

“중국이 국제 건설 시장에서 낮은 가격으로 입찰에 참여할 수 있던 이유는 낮은 인건비와 재료비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나라 사람들의 인건비는 중국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인건비에 대한 경쟁력은 거의 없다고 보시면 됩니다.”

겨울의 뒤를 이어서 정명훈 지점장이 입을 열었다.

“재료비가 문제이기는 하지만, 저희가 최선을 다해서 품질 좋고 가격경쟁력이 있는 재료들을 수급해서 공급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까 콩고 지점이 300% 신장한다는 이유가 그 이유였나요?”

“네, 그렇습니다.”

하제훈 상무는 자신들이 입찰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경쟁자 둘을 물리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화웨이와 한국의 BK 그룹.

겨울이 입수한 극비 자료가 사실이라면, 최대 난적이던 화웨이는 더 이상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이제 BK 그룹만 물리쳐 버리면, 입찰 성공에 한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짧게 생각을 끝낸 그는 정명훈 지점장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 지점장, 혹시 BK 그룹을 물리칠 비책을 가지고 있습니까?”

“물리치기 이전에 상대할 일도 없을 겁니다. 저는 BK 그룹은 이번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음? 저는 처음 듣는 소리입니다만.”

“저희는 입찰 공고가 뜨고, 다음 날 신속하게 정보 보고를 했습니다. 하지만 BK 그룹은 이 나라에 지점을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아직까지 입찰 정보를 보고받지 못했다고 들었습니다.”

“…잠깐만 기다려 보세요.”

두 사람의 대화를 중단시킨 조병석 부사장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서 한참 동안 통화하고 난 후 전화를 끊었다.

“하하, 이것 참… 방금 BK텔레콤에 근무하고 있는 대학 동창과 통화해 봤는데, 정말로 아직까지 모르고 있군요.”

“부사장님, 연막작전인 것은 아닐까요?”

“흠, 그럴 수도 있겠지만,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 보이는군요.”

하제훈 상무는 조병석 부사장을 20년 넘게 상사로 모셨기 때문에 그에 대해서 누구보다 잘 파악하고 있었다.

그는 100% 확실한 것에도 약간의 틈을 남겨 놓는 묘한 버릇을 가지고 있었다.

방금 전의 그의 대답으로 판단해 보면, BK 그룹은 입찰에 참여하지 않는 것이 확실했다.

“부사장님, 이제 저희와 화웨이의 진검 승부만 남아 있는 셈 아닙니까?”

“그럴 가능성이 높지만, 현장 설명회에 어느 회사가 참석하는지 파악해 봐야 할 것 같아요. 우리가 이번 기회에 화웨이에 매운맛을 제대로 보여 줍시다.”

“네, 부사장님!”

“이제 숙소로 돌아가서 쉬다가 저녁 6시에 식당에서 만납시다.”

축객령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스위트룸을 떠나갔다.

조병석 부사장은 소파에 몸을 파묻고 한참 동안 생각에 잠겼다.

제법 많은 시간이 흐른 후, 생각을 정리한 그는 핸드폰을 들어서 서동호 실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처남, 이 늦은 시간에 웬일이야?]

“매형은 한겨울을 언제부터 알고 계셨습니까?”

[…나한테 그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뭔가?]

“이제 입사한 지 6개월밖에 안 된 친구가 너무 노련해 보여서 그럽니다.”

[그만큼 아프리카에서 피나는 노력을 하는 중이라고 보면 될 거야.]

“제 질문에 대한 답변은 언제 해 주실 생각입니까?”

[신입 사원 면접날 처음 봤어. 이제 됐나?]

“매형, 작년 신입 사원 면접 때 제가 면접관이었다는 사실을 잊으셨습니까?”

[한겨울은 특별 채용으로 입사한 거야.]

“아, 그렇군요.”

[설마 그거 물어보려고 이 늦은 시간에 전화한 것은 아니겠지?]

“당연히 아닙니다. 한겨울이 화웨이를 박살 낼 수 있는 비책을 저한테 애기해 줬는데…….”

조병석 부사장은 방금 전까지 있었던 일을 상세하게 말했다.

[흐음, 한겨울이 처남한테 보여 준 자료는 100% 믿어도 좋아.]

“매형은 내용을 알고 계십니까?”

[보지는 못했지. 다만, 극비 자료를 한겨울에게 건네준 사람이 누구인지 알고 있을 뿐이야.]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

[만약에 처남이 화웨이와의 승부에서 패배하면, 사장 승진은 영원히 물 건너갔다고 생각해.]

“매형, 제가 어떻게 해서든지 화웨이를 박살 내겠습니다.”

조병석 부사장이 굳은 의지를 다졌다.

흙수저 성공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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