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237화 (237/244)

00237  최종장 - 유토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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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에서는 경비병력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어떻게 배치되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윤석은 모른다. 그냥 어떻게든 알아서 움직이겠거니 할 뿐이다. 그러나 유토피아에서는 다르다. 어떻게 움직이고 얼마나 움직이고 또 어디에 있는지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

놈은 모르겠지만 지금 세 대륙의 전력이 모두 모였다. 이정도 전력이면 대륙간 전쟁을 치러도 될만큼의 병력이다.

'극단적인 작자들이 많네.'

예전에 ms엔터테인먼트의 만수사장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상당히 극단적이다. 얼스는 경찰병력과 특수부대병력은 물론이고 무인 드론까지 상공에 띄웠다. 거기에 마탑주 세 명과 현 천외천 대장 15명이 모였다.

윤석이 피식 웃었다.

"이봐. 너 좀 큰일 났다고 생각하지 않아?"

"큰 일? 물론 났지. 네 놈은 여기서 죽는다."

"나한테 손이라도 하나 까딱 하는 날에는 큰 일 날걸?"

윤석이 너무나 여유로운 나머지 피식 웃었다면 건달은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었다.

"큰 일은 네가 당하는 거고."

그는 덩치가 꽤 컸다. 고압적인 태도로, 윤석의 머리에 손을 올리려고 했다. 그 순간.

"꼼짝 마!"

경찰 기동대 SWAT의 요원들이 빵집문을 박차고 들어왔다. 건달의 이마와 심장부근에 레이저로 만들어진 빨간 점이 수십개나 찍혔다.

"뭐, 뭐야 이건...?"

그는 건달이다. 갑자기 특수병력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바깥을 힐끗 보니, 밖에서 난동을 부리던 놈들 모두가 웬 여자 하나 앞에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 여자는 상당히 아름다웠는데 옷 대신 붕대 한 겹으로 몸을 감싸고 있었다.

'저, 저건... 무탑주 아타니아? 아타니아가 도대체 여긴 왜...'

도대체 무슨 일인지 모르겠다. 눈을 다시 조심스럽게 돌렸다.

"으, 으악!"

그는 비명을 지르며 뒷걸음질 치다가 SWAT요원과 부딪쳤다. SWAT 요원 중 한 명이 건달을 제압해 바닥에 눕혔다.

"처,처,처,천외천 대장들?"

이유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천외천 15대장이 나타났다. 아까 그 건방진 유저 뒷쪽을 마치 병풍을 두른 것처럼 서있었는데 그 기세가 자못 살벌했다.

SWAT의 작전지휘팀장 이재훈은 가까이 다가왔다.

"다치신 곳은 없으십니까?"

"설마요."

윤석이 어깨를 으쓱했다. 다칠래야 다칠 수가 없다. 그 대단하다는 천외천 30대장이 마음먹고 덤벼도 못 이기는 게 윤석이다.

"하긴..."

이재훈도 그걸 알긴 안다.

"끌고 가."

건달은 영문도 모른 채 끌려갔다. 평소처럼 그냥 빵집에서 난동을 피웠을 뿐인데 갑자기 국제 테러리스트를 상대라도 할 법한 엄청난 병력들과 마탑주와 천외천 대장이 모였다. 끌려나가면서 보니 하늘에는 무인 드론도 수백기나 상공을 떠다니고 있었다.

얼스측에서 윤석은 엄청나게 귀한 인사다. 물론 윤석이 다치지 않을 거라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성의표시는 해야만 하는 거다. 현재 임시 대통령이 되어 얼스의 대소사를 처리하고 있는 '이박명'이란 NPC는 윤석에 대해 각별히 신경쓰고 있었다. 윤석에게 잘못 보여서 좋을 게 없다. 사실 얼스는 윤석에 의해 점령당한 것과 마찬가지다. 다행히 윤석이 강압적 지배에는 뜻이 없었기에 망정이지 만약 식민지처럼 지배를 하려고 했다면 지배 받을 수도 있었다. 어쨌든 얼스의 입장에선 윤석에게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성의표시를 해야만 했다.

윤석이 말했다.

"변장같은 거 하지 말까?"

"그러면 다들 오빠 알아볼 텐데요? 귀찮다고 싫어하셨잖아요."

"그건 또 그렇지."

이래도 귀찮고 저래도 귀찮다.

"뭐, 그래도 이런식으로 귀찮은 일이 일어날 일은 많지 않으니까."

윤석이 일어섰다. 주랑도 따라 일어섰다.

"어디 가시려구요?"

"꼬리만 잡아서 뭐해? 대가리를 쳐야지."

윤석은 빵집주인에게 걸어갔다. 빵집 주인은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벽에 찰싹 달라붙었다.

"너희들 기세 풀고 그냥 돌아가라. 호위 같은 거 필요 없는 거 알잖아?"

"하지만..."

"무명. 네가 세냐 내가 세냐?"

"물론 폐하가 강하십니다."

"그럼 그냥 가라. 여기 시선 쏠리는 것도 귀찮고 내 정체가 드러나는 것도 귀찮아."

몇 번의 실랑이를 벌였으나 천외천 대장들은 결국 중원으로 돌아갔다.

"쟤네 떄문에 놀라셨죠?"

이쯤 되자, 빵집 주인도 윤석의 정체에 대해 알아차릴 수 있었다.

"기, 김윤석 사장님 되십니까...?"

윤석은 멋쩍게 뒷통수를 긁적거렸다.

"예, 뭐... 아! 그나저나 오늘 일었던 일에 대해서 자세히 좀 설명해주실 수 있겠어요?"

설명을 들었다. 다 듣고나서 윤석은 빵집 주인을 안심시켰다.

"사장님한테 이건 하나의 삶이잖아요? 아무래도 그냥 두고볼 수는 없겠네요."

* * *

주랑이 윤석에게 찰싹 달라붙어 팔짱을 꼈다. 생김새가 어느정도 변형이 가능한 유토피아여서 미남미녀가 넘치는 곳이지만, 주랑만큼 특유의 아름다움과 분위기와 아우라를 전부 갖춘 미인은 드물다. 윤석과 주랑에게 시선이 쏠렸다. 이런 시선은 윤석도 이제 익숙해졌다.

"오빠. 대현 그룹 가시는 거에요?"

"응. 나 좀 열받았거든."

"저도 그랬어요."

"있는 놈이 더하다더니 이건 너무하잖아?"

"맞아요."

주랑은 윤석에게 더욱더 밀착헀다. 주랑의 가슴이 윤석의 팔에 닿았다.

"주랑아. 이제 이틀도 안남았거든?"

"그 카운팅된다는 시간이요?"

"응. 그 시간동안 내가 할 수 있는 걸 알아냈어."

"어떤 걸 하실 건데요?"

이틀 후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윤석도 잘 모른다. 게임 시간으로 2일이고 현실 시간으로는 그래봐야 16시간밖에 안 된다.

"예전부터 느낀건데 말이야. 유토피아 세계는 일반대중들이 엄청난 힘을 가지고 있어. 칭호시스템도 그렇고... 덕분에 슈퍼컴퓨터 스파크도 얻었고 말이야. 개개인은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모이면 큰 힘을 발휘하거든."

윤석은 무명을 불렀다.

"무명. 숨어있는 거 다 알아. 나와."

건물 그림자 사이에서 무명이 불쑥 모습을 드러냈다. 주랑은 깜짝 놀라 윤석의 허리를 꽉 껴안았다. 유저들도, NPC들도 그 광경을 보며 깜짝 놀랐다.

"천외천 대장들 다시 소환해. 전대 천외천 대장들도."

마탑주들에게는 명령을 하기가 힘들다. 그들은 실질적인 상하관계는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중원의 NPC들은 다르다. 이들은 완벽한 상하관계이며 황제와 신하의 관계다. 윤석의 명령이 떨어지고 얼마 니자니 않아 천외천 대장들이 다시 소환되었다.

"스파크. 오늘처럼 서민들 등골 빼먹으려한 그룹들 다 열거해봐. 그리고 얼스 기자들 전부 불러."

* * *

스파크는 얼스의 슈퍼컴퓨터다. 윤석이 소유하기 이전의 모든 것이 기록되어 있으며 증거영상도 충분히 확보하고 있었다.

천외천 30대장이 뿔뿔이 흩어졌다. 그들은 품 속에 매우 귀중한 것을 지니고 있었는데.

"대현 그룹은 고명하신 황제폐하의 칙령을 받들라."

그것은 바로 황제의 칙명이었다.

법대로 절차를 밟아가면서 하기엔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릴 뿐더러 멋도 없다. 전문 지식을 가진 사람들이야 법과 절차를 좋아할 지도 모르지만 대중들은 그런 것보다는 눈에 확실히 보이는 걸 좋아한다. 통쾌한 복수. 그런 것 따윈 남는 것도 하나 없는 완전히 비효율적인 행위이지만 대중들은 복수에 열광하고 '통쾌한 감정'에 가치를 부여한다.

대현그룹의 본사 앞에서 무명이 검을 빼들었다.

"대현그룹은 자신의 배를 불리고자 얼스의 수많은 서민들의 심장에 비수를 꽂았으며..."

무명의 말은 암탑주의 마법을 통해 만들어진 음성번역기를 통해 쩌렁쩌렁 울려퍼졌다. 그는 목소리에 내공을 담았다. 대현그룹 본사 빌딩의 지하는 물론이고 꼭대기의 화장실 맨 끝칸에서도 전부 들린다.

"이에 황제폐하께서 천벌을 내리신다."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이와 같은 일이 30군데에서 동시에 벌어지고 있었다.

"...그러나 아량이 넗으신 황제폐하께서 인명을 살상하지는 말라 약조하셨으니 지금 당장 모든 인원은 건물 밖으로 나오라."

얼스의 지휘부도 난리가 났다. 지금 얼스는 식민지상태나 다름없다. 중원의 황제에게 복속당했다. 중원의 황제가 지배하지 않을 뿐이지, 사실상 상황은 그런 거다. 그런데 중원의 황제가 칙령을 가지고서 얼스의 기업들 본사 앞에 가서 똑같이 칙명을 읽었다. 내용은 대동소이했다.

임시 대통령 이박명은 관자놀이를 꾹꾹 눌렀다.

"임시 대통령 각하. 그들이 홀로그램 영상을 띄우고 있습니다."

"무슨 영상인가?"

"서민들을 압박했거나 비리를 저지른 기업들에 대한 증거 영상입니다."

이박명은 한숨을 내쉬었다.

"도대체 그런 건 또 어디서 어떻게 구한 거지..."

어떻게 손 쓸 수도 없다. 얼스 최후의 방어단계인 크리시스 3단계마저도 무력화시킨 장본인이다. 플라티곤을 점령했으며 하늘섬을 맨손으로 추락시켜 없애버린 역사상 전무후무한 인물이다. 그 인물은 법보다 위에 있었으며, 사실상 얼스의 정복자였다. 얼스의 법을 그에게 들이댈 수는 없는 노릇이다.

"막습니까...?"

"어떻게?"

"그 사람을 막을 방도가 있기는 있나? 우주함포를 전부 동원해도 가능할 거라 생각하나?"

"그건..."

부관이라고해서 딱히 방도가 있는 건 아니다. 막기는 막아야할 것 같은데 막을 수가 없다.

"병력들 동원해서 얼른 대피나 시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법 위에 군림하고 있는 세 대륙을 통합한 최강자를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명분없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니 일단 건물 내의 인원들을 빠르게 대피시키는게 고작이었다.

천외천 30대장이 얼스를 휩쓸고 다녔다. 얼스는 무기력했다. 황제의 명령을 받든 30대장은 증거영상을 유포하면서 얼스 내 740여 그룹의 빌딩을 산산조각 내버렸다.

30대장들이 말했다.

"이 것은 황제폐하의 넓으신 도량에 따른 첫번째 경고이며, 차후 너희의 거취는 황제폐하께서 결정하실 것이다. 이후의 행동을 잘 선택하여하길 바란다."

영상은 얼스 곳곳에 실시간으로 퍼져나갔다. 그로부터 몇 시간 후, 얼스 국민들은 만세를 불렀다. 그룹의 총수들은 높은 자리에 오른 인물들이다. 말이 통하는 상대와 그렇지 않은 상대를 구분할 수 있는 안목 정도는 가지고 있다. 그도 아니면 대들어도 될 상대와 대들면 안 될 상대를 구분할 수 있다.

윤석에게 직접적으로 경고를 받은 기업들은 솔선수범하여 대국민 사죄문을 발표하고 그간 피해를 입혔던 모든 국민들에게 이례적인 보상을 약속했으며 장학재단 및 기금을 설립하여 지역사회의 발전에 이바지하겠다 공표했다.

경고를 받지 않은 기업들 역시, 자신의 목에 언제 칼날이 떨어질 지 모를 일이라 생각했는지 앞다투어 사회에 재산을 환원하고 서민과 근로자들을 위한 온갖 방책을 앞다투어 쏟아냈다. 마치 자신들이 자선단체라도 되었다고 주장하는 것처럼 그들은 불과 한 두시간만에 엄청나게 발빠르게 움직였다. 구체적인 방도가 없다면 일단 대략적으로라도 어떻게 변화하겠다며 공표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야했다. 안 그러면 빌딩이 폭삭 가라앉는 수가 있다. 다들 발등에 불 떨어졌다.

"중원의 황제... 진짜 대단하지 않나?"

"정말 엄청나신 분이야. 누가 뭐래도 전쟁영웅 아니셨던가!"

"그런 분이야말로 왕에 어울리는 분이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전쟁영웅 안졸리냐졸려다. 같은 말을 해도 신뢰받는 사람이 하는 말과, 협잡꾼이 하는 말은 그 무게가 다르다. 얼스 국민들은 단 몇시간만에 다시금 감동을 받았다. 그 황제는 권력자들의 편이 아니었다. 재력가들의 편도 아니었다. 그는 세대륙을 통합한 위대한 왕이었으며 권력과 돈에 좌지우지되지 않고 서민과 국민들을 위해 헌신하고 봉사하는 역사상 가장 훌륭한 지배자였다. 적어도 현재 NPC들에게는 그렇게 느껴졌다.

위대한 황제 안졸리냐졸려가 끄응, 한숨을 내쉬었다.

"야야. 무명. 그래도 다수정예회는 건들면 안 되지. 그건 내 밥줄이라고. 보니까 비리도 이정도면 아주 양호하구만 뭘. 아 시끄러워! 공명정대? 개뿔! 난 그딴거 모르니까 이제 판타리아나 가자고."

알림음이 들려왔다.

[띠링. 얼스의 600억 국민이 안졸리냐졸려님의 공명정대함과 정의로움에 감동하였습니다. 위대한 정복자의 칭호가 생깁니다.]

============================ 작품 후기 ============================

법? 그게 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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