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5 최종장 - 유토피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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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어가는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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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성은 자신의 상식 내에서 확신했다.
'이, 이 사람들 MS엔터테인먼트에 대해서 모르나 보다.'
알면 이렇게 나올 수가 없다. 그가 다시 입을 열었다.
"저기 그러니까..."
윤석이 뒤를 힐끔 돌아봤다.
"뭐야? 아직도 안 갔어요? 우리 주랑이 연예인 시킬 생각 없어요."
윤석은 그렇게 말하고선 주랑의 눈을 똑바로 쳐다봤다. 그 눈에는 주랑을 향한 사랑이 가득 담겨 있었고 수희는 그 눈빛을 외면했다. 평소라면 그 느끼한 눈빛 좀 어떻게 하면 안 돼? 라고 타박을 놓았을지도 모르겠으나 지금은 아니다. 수희의 속마음이야 어떻든간에 윤석은 할 말은 하고 봤다.
"나만 봐도 아까운데, 어떻게 전 국민이 다 보게 하겠어?"
주랑의 얼굴이 붉어졌다. 수희는 내심, 더욱더 황당해졌지만 내색하지는 않았다. 그저 고개를 살짝 숙이고 다 마셔버린 카페모카에 꽂은 빨대를 자꾸만 빨았다.
"당신도 참..."
윤석의 태도는 상당히 건방지고 무례했지만 김수성은 그런 것에 굴하지는 않았다. 다시 한 번 명함을 건네며 강세를 주었다. 특히 'MS‘에 힘을 줬다. MS는 대한민국에서 알아주는 대형 기획사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저 멀리 시골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MS의 이름정도는 다 들어봤다.
"저는 M.S 엔터테인먼트의..."
윤석이 인상을 찡그렸다. 조금 기분 나빠졌다.
"연예인 안 시킨다고요. 하기 싫다잖아요. 왜 자꾸 이래요?"
김수성은 다급해졌다. MS엔터테인먼트에 대해 일단 간략한 설명이라도 해야할 것 같다. 알고나면 분명 태도도 바뀌리라.
"그러니까 MS 엔터테인먼트는 국내 굴지의 기획사로써..."
"알아요. 아는데, 필요 없다니까요?"
“예?”
MS 엔터테인먼트고 SM 엔터테인먼트고 윤석에겐 중요한 게 아니다. 대형기획사 쯤 그냥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만들 수 있다.
태어나면서부터 연봉 1억으로 태어나는 카타르의 국민들, 두바이의 수많은 사람들. 그들은 페라리, 람보르기니등 엄청난 차들을 장난감처럼 끌고 다닌다. 부의 개념 자체가 일반 사람들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전 세계인이 필요로하는 석유를 팔아서 그렇다. 윤석은 어쩌면 석유보다도 더 수요가 높은 코드를 전세계에 판매한다. 마음만 먹으면 기획사가 아니라 제 2의 헐리웃도 만든다. 주랑이가 연예인을 하고 싶어했으면 진작에 연예인 만들어줬다.
한편, 많은 사람들이 바빠졌다. 현재 까페 내에는 일정거리에서 주랑을 항시 경호하는 여성 경호원 둘 -평범한 차림이다-을 비롯하여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한 특전사 출신 경호원 세 명이 손님을 가장하여 앉아 있는 상태다. 그리고 300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카페 주변을 샅샅이 뒤지면서 혹시 모를 위험 인자를 없애며 순찰을 돌고 있다.
그런 와중에 이상한 남자가 접근했다.
-현재 상황 주시 중. 악의는 없어 보이나 사모님께 접근했다.
-라져. 현 상황 계속해서 주시할 것. 약 3분 뒤, 사장님께서 카페 내에 진입.
-라져.
악의는 없어보이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이 발생하면 경호원들은 똥줄이 탈 수밖에 없다. 병장의 아주 사소한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이병들은 굉장히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사장님께서 진입하셨다. 남자와 대화 중.
-현 상황을 계속 유지할 것.
-라져.
경호지원팀의 이해명 팀장은 상황실에 앉아 전체적인 상황을 조율하면서 주랑과 윤석, 그리고 수희의 신변에 각별히 신경을 썼다. 세 사람은 전혀 모르겠지만 수백에 달하는 사람들이 지금 눈에 보이지 않는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반대편 건물 옥상에는 저격수들이 배치됐다. 물론 실탄은 아니다. 아무리 윤석이어도 실탄을 소지한 병력을 고용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실탄은 아니지만 특별히 제작한 마취탄을 장착한 저격총이며 정부로부터 허가도 받았다.
- 알파 배치 완료.
- 베타 배치 완료.
- 감마 배치 완료.
저격수들이 배치되고 카페 내의 특전사출신 경호원들과 청와대 출신 경호원들이 언제라도 뛰어들 채비를 갖추었다. 물론 겉으로 보기에는 티가 나지 않는다. 평화로운 일상이다. 바깥에서도 언제든지 뛰어들 준비를 갖춘 병력 수백이 일상을 가장하여 대기 중이다.
연희동은 여느때처럼 평화로워 보였다. 윤석은 평화로운 일상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김수성이 목소리를 조금 높였다.
"제 말을 한 번만 들어보시라니까요."
윤석도 드디어 신경질이 났다. 솔직히 주랑이 길거리 캐스팅을 받으면 기분이 나쁘지는 않다. 주랑이 그만큼 예쁘다는 거니까. 그런데 이렇게까지 거절을 했는데도 자꾸 들이대면 좀 짜증난다. 애초에 참을성이 많은 사람도 아니고.
윤석이 벌떡 일어섰다.
"아 진짜. 승질 나네. 일단 명함 줘봐요."
명함 안 받으면 죽어도 안비킬 것 같은 기세에 일단 명함은 받기로 했다. 윤석이 일어나는 바람에 찔끔 놀랐던 김수성은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명함이라도 일단 주는 게 어디냐. 일종의 청신호라고 생각했다. 원래 사람은 보고 싶은 걸 보고 듣고 싶은 걸 들으며 믿고 싶은 걸 믿는다.
‘좋아. 청신호다.’
윤석은 수성의 명함을 받았다.
“MS 엔터테인먼트의... 김수성씨군요...”
수성은 고개를 끄덕이고선 말을 이었다.
"저기... 이 분 명함... 아니 그도 아니면 선생님 명함이라도 하나만 주시면 안될까요?"
이쪽 명함을 주기는 줬는데, 저쪽 명함도 받아놔야 겠다. 그래야 연락을 할 수 있을 테니까. 여자의 명함 혹은 연락처를 받는 게 최고겠지만 남자의 명함을 받아도 될 것 같다. 딱 보니 어느 회사의 대리정도 될 것 같다. 그리고 그 쫌 되면 명함 정도는 기본으로 있다. 그런데 조금 의외의 상황이 벌어졌다.
"아. 저 지금 명함 없는데요."
"예?"
김수성은 속으로 생각했다.
'혹시 백수 아냐?'
하기야 이런 낮시간에 대리가 한가하게 커피를 마시러 올리는 없을 거다. 어쩌면 백수일지도 모르겠다. 원래 사람은 자기의 세상만큼, 자기 세상의 시야만큼만 세상을 보는 법이다. 눈 앞의 남자가 별 볼일 없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오히려 기회다. 저런 여자는 얼마의 거금을 들여서라도 캐스팅해야만 한다.
“명함이 없으시면 연락처라도...”
"잠깐만요."
윤석이 전화를 걸었다.
"네. 차에 명함 있죠? 그것 좀 갖다 주세요."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명함을 가지고 왔다. 김수성은 조금 의아해졌다. 누군가 명함을 가져다줬다. 차에 있는 걸 가져다줬다 함은, 차에서 대기 중이던 사람이란 뜻인가. 그 말은 즉, 기사가 있다는 말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그렇게 보이지는 않는다. 그는 사람 보는 안목이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다. 괜히 캐스팅 담당자가 아니다. 그가 보기에 이 남자는 그냥 어느 중소기업의 대리쯤 되는 사람이거나 백수다. 그건 거의 확신에 가까웠다.
윤석이 명함을 건넸다. 씨익 웃었다.
"여기요. 나중에 따로 연락 드리죠."
수희가 어깨를 부르르 떨며 주랑에게 귓속말했다.
"언니. 오빠 엄청 화난 거 같지? 저 아저씨 이제 죽었다."
명함을 받은 김수성이 고개를 숙여보였다.
"다시 연락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몸을 돌렸다. 명함을 확인해봤다. 그리고 걸음을 멈췄다. 몸이 굳어버렸다. 그의 손에 들려있던 명함이 땅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의 몸이, 마치 고장난 로보트처럼 뻣뻣하게 움직이며 다시 돌아섰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저, 저, 저, 저기 그러니까..."
잘못 본 게 아니라면 확실했다. 여긴 연희동이다. 그 사람의 생활터전이기도 했고, 그 사람과 연령도 비슷하다. 그러고보니 그 사람의 아내가 연예인 뺨치게 예쁘다는 말도 들어본 것 같다.
하늘이 갑자기 어두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 * *
윤석은 잠시 전화를 걸었다. 수정이다.
“수정씨. 제 집사람 증명사진 제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거든요?”
“예.”
수정은 주랑의 사진을 클릭했다. 예전부터 느낀건데 정말 아름답다. 세상에 이런 사람이 존재하는게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질투조차 할 수 없으리만치 예뻤다.
“이거 한국 내 모든 기획사들한테 돌리고, 다시는 캐스팅같은 거 않도록 단단히 주의를 주세요.”
수정은 의아해했지만 오더는 오더다.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전할게요.”
“특히 MS. MS 걔네한테 각별히 주의를 주도록 하세요. 솔직히 좀 짜증났었거든요.”
“네.”
수정이 한국 내의 전 기획사에게 연락을 돌렸다. 대형기획사는 물론이고, 작은 기획사들에까지 전부 주랑의 사진이 이메일에 첨부되어 갔다. 작업은 얼마 걸리지 않았다.
기획사들 사이에도 서로서로 연락을 했다. 유토매니아의 사장이 아내 사진을 돌렸단다. 확인을 해보니 모든 기획사에 다 간 것 같다. 아무도 그 사진을 도용할 생각 따윈 못했다. 기획사의 캐스팅 담당자들은 모두 주랑의 얼굴을 반드시 숙지하도록 했다.
“사장님께서 각별한 주의를 부탁하셨습니다.”
MS의 사장 만수는 땀을 뻘뻘 흘렸다. 다른 기획사들에 전부 이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안다. 그런데 모두 우편 및 전화로 연락을 받았지, 김윤석 사장의 직속비서가 직접 사진을 들고 찾아온 건 MS가 처음이었다. 만수 역시 한국 내의 내노라하는 재력가지만 그래봤자 윤석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석유왕들보다 더한 놈인데... 어째서 우리 기획사만...’
“불미스러운 일이 조금 있었거든요. 때문에 사장님께서 무척 불쾌해하셨습니다. 특별히 주의해달라고 당부하셨습니다.”
때문에 MS엔터테인먼트는 발칵 뒤집어졌다.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단다. 한국에서 김윤석한테 찍히면 안 된다. 속된말로 훅간다. 돈이면 돈, 명성이면 명성, 여론이면 여론. 모든 걸 다 갖췄다. 심지어 젊음까지 가지고 있다.
회사 내를 이잡듯 뒤지다 보니, 불과 몇 시간 전 연희동에서 있었던 일이 보고되어 올라왔다. 자세한 사정은 모르겠는데 어쨌든 안 좋은 일이 있었고 윤석이 직접 '짜증난다'고 말했단다.
“제기랄! 뭐 이딴 이런 재수 없는 경우가 다 있어!”
수성이 잘못한 건 아니다. 증명사진으로 봤을 때, 이 정도 미인이면 연예인으로 충분히 성공할만큼의 미모다. 그건 거의 확신에 가까웠고 사실이었다. 따라서 안목 자체는 훌륭했다. 그 상대가 김윤석 사장의 아내였다는 사실만 제외하면 말이다. 대통령 영부인을 찾아가 니 예쁘니까 연예인좀 해볼래? 하고 말하는 것과 별로 다를 게 없는 상황이다.
“젠장!”
어떻게든 수를 써야만 했다. 김윤석에게 찍히기는 싫다. 전 직원 및 소속 연예인들에게 자필로 편지를 쓰게 만들었다. 어차피 돈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상대다. 마침, 여동생의 결혼날짜도 가까워졌겠다 가수들을 보내 축가를 부르고 공연도 해주기로 마음 먹었다.
“정성! 정성이 중요한 거야. 빨리들 써!”
한편, 윤석은 다시 까페로 돌아왔다. 굳이 일어서지 않아도 되는데 주랑이 일어서서 윤석을 맞았다.
“오빠 어디 갔다 왔어요?”
“아, 잠깐 수정씨랑 할 얘기가 있어서. 그 이상한 남자는 갔네. 김... 누구시더라...”
이름도 잊어버렸다. 주랑이 방긋 웃었다.
“네. 무슨 전화 받더니 급하게 막 뛰어나가던데요?”
“그래?”
그런가보다 했다. 어차피 별로 신경쓸 일도 아니다. 아까 기분 나쁘긴 했었지만 그렇다고 그걸 물고 끝까지 늘어질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수정더러 연락해놓으라고 했으니 알아서 잘 처리했을 터. 기억에서 지워버렸다.
수희가 인상을 찡그렸다.
“그 사람 뭔가 재수 없었어. MS 엔터테인먼트 씩이나 되니까 알아서 좀 숙여라. 이런 느낌이었단 말야.”
“그랬어?”
“응.”
그러나 수희도 금방 잊었다. 중요한 일도 아니다. 윤석도 그렇고 수희도 그렇고 당사자인 주랑도 그렇고 전혀 신경도 안 썼다.
2시간 후, 윤석은 일어서기로 했다. 그런데 경호팀에 약간 문제가 생겼다.
- 검은색 밴 3대 출현. 현재 사장님이 계신 까페를 향해 이동 중.
- 속도가 빠름. 전 경호팀은 주의 요망.
- 저격수들. 위치 고수할 것.
- 라져.
MS의 사장 만수는 소년시대의 매니저를 닦달했다. 빨리 가야만 한다. 이런 불미스러운 일이 있을 때엔 시간 끌어서 좋을 거 없다. 시간 되는 아이들 스케쥴 다 취소하고 달려왔다. 분명 오바스러운 행동이지만 조금 오바스러워서 나쁠 것 없다.
사단장이 부대를 방문한다고 하면, 부대가 매우 깨끗해진다. 낙엽 하나 용납되지 않는다. 그렇다고 사단장이 부대의 청소상태를 유심히 보는 건 절대로 아니다. 사단장 그렇게 한가한 사람 아니다. 하지만 사단장에게 잘 보이기 위해 병사들은 죽어난다. 쓸데없이 청소를 매우 열심히 해야만 한다. 지금 상황이 딱 그랬다.
윤석은 이미 그 상황 다 잊었다. 수정에게 맡겨놨을 뿐이다.
- 주의 요망. 검은색 밴 3대. 까페 앞에 정지했음.
- 전 경호병력은 주의를 집중할 것.
경호팀이 매우 바쁘게 움직였다. 밴 3대가 빠른속도로 접근해서 멈춰 섰다. 혹시 김윤석을 노리고 있다면 반드시 막아내야만 했다. 저격수들이 총구를 겨누었다. 사설 경비업체의 연락을 받은 경찰병력도 동원됐다. 김윤석은 한국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인물이다. 그가 벌어들이는 외화가 도대체 얼마이던가. 경찰권에서도 각별히 신경 쓴다. 특수 경찰팀 SWAT에게도 대기명령 떨어졌다.
연희동은 여느때와 다름없이 평화로워 보였다.
밴의 문이 열렸다.
만수가 황급히 뛰어 들어갔다. 경호팀과 경찰들을 긴장시킨 상황은 순식간에 종료됐다.
“사, 사장님! MS 엔터테인먼트의 사장 이만수라고 합니다!”
밴에서 연예인들이 대거 내렸다. 대부분 유명 연예인들이다. 순식간에 인파들이 몰리기 시작했다. 윤석은 조금 당황했다.
“예?”
갑자기 연예인들이 오질 않나, 사장이 오질 않나. 뭐 이런 상황이 다있나 싶다. 윤석의 입장에선 왜 이런 일이 벌어진건지 잘 모르겠다. ‘주의 요망’은 말 그대로 ‘주의 요망’이다. 다른 뜻 없이 앞으로 주의하란 뜻이지 이렇게 찾아와 거창하게 사과를 하라는 뜻은 아니었다.
그러나 장난으로 던진 돌에 개구리는 맞아 죽는 법이다. 주의를 하라던 윤석의 말에, MS의 사장은 물론이고 연예인들까지 자필 편지를 써서 죄송하다며 사과를 하러 찾아왔다. 불과 2시간 전에 일어난 일인데 말이다.
‘아니 뭐 이렇게 극단적인 인간이 다 있어?’
윤석은 어이가 없어서 웃고 말았다. 기분이 나빴던 건 사실인데 이건 과해도 너무 과하지 않은가. 그 웃음을 본 이만수는 눈 앞이 암담해졌다.
“사장님, 정말 죄송합니다. 감히 사모님을...”
사실 무슨일이 있었는지는 만수도 잘 모른다. 다만 비서로부터 특별히 연락이 온 것을 보면 무슨 일이 있어도 있었던 것 같다. 이미 유토매니아의 사장이 상당한 애처가라는 소문은,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
“아뇨, 그러니까... 제 말은 주의를 하란 거였지 이런 뜻은 아니었는데...”
윤석은 괜히 머쓱해져서 뒷통수를 긁었다. 윤석은 진심이다. 이런 뜻은 아니었다. 보아하니 연예인들이 스케쥴도 취소하고 올 수 있는 인원은 전부 온 것 같다. 이건 과해도 너무 과하다. 윤석의 표정을 본 만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 살았다.’
그의 입장에선 과한게 부족한 것보다는 나았다. 이 정도로 성의를 보이면 그래도 화를 풀 거라 생각했고, 극성을 부리긴 했지만 어떻게든 잘 해결될 것 같다.
주랑은 수희를 보며 웃었다. 아주 작게 속삭였다.
“행동 하나하나를 조심해야만 하는 이유 중 하나야. 오빠의 말 한마디가 이 많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들고, 당황하게 만들고, 어렵게 만들거든.”
“와... 그래도 이건 너무 했다. 너무 오바잖아. 오빠는 그냥 조금 짜증난다고 했을 뿐인데...”
새삼스레 오빠가 달라보였다. 만약 자신이 같은 상황에 처해있으면 어땠을까를 생각해봤다. 오빠가 “짜증나니까 좀 주의해!”라고 말하면 “흥. 그러셔?”하고 되받아쳤을 거다.
그러나 세상사람들에겐 그렇지 않은가 보다. 주랑언니의 말이 맞았다. 사소한 말 하나가 이렇게 큰 결과가 되어 날아왔다. 굳이 찾아가지 않는 이상, 평생 한 번 보기도 힘든 연예인들과 대형기획사의 사장이 와서 고개를 숙이며 사과했다. 그리고 이 황당한 일이 불과 2시간만에 벌어졌다.
“아마... 모르긴 몰라도 방금 조용한 전쟁이 치러졌을 거야.”
“전쟁?”
“이 사람들이 갑자기 오면서 경호원들이 바짝 긴장했을 테니까.”
수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경호원이 얼마나 있는지 어디에 있는지는 잘 모른다. 그러나 이제는 좀 알 것 같다. 그 사람들에게는 그 사람들의 임무가 있고 그 사람들의 생각이 있다. 무려 대형기획사의 사장님이 오빠의 말 한마디에 이토록 과민하게 반응했다.
그렇다면 경호원들도 마찬가지였을 거다. 그 사람들은 만에 하나의 위험 가능성 때문에 촉각을 곤두세워야하는 사람들인데, 이 곳에 모르는 사람들이 이렇게 잔뜩 들이닥치면 경호원들은 굉장히 바쁘게 움직였을 거다.
오늘 수희는 확실히 깨달았다.
‘오빠의 행동 하나... 말 하나가... 진짜 엄청난 거구나.’
수희는 어리광을 부리듯 주랑의 허리를 가만히 껴안았다. 주랑은 수희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어 줬다. 수희가 까치발을 들어 주랑의 귀에 속삭였다.
“언니. 나 이제 좀 알 거 같아. 나 진짜 잘못했어. 오빠한테도 사과하고 제대로 잘할게.”
주랑이 빙그레 웃었다.
============================ 작품 후기 ============================
* 어떤 전설 이야기.
쓰리스타:
"(정말 순수한 의미로) 음... 이거이거 산 때문에 시야가 막혔구만! 오홍홍홍!"
며칠 뒤. 산이 사라졌다.
대령:
"헤헤헤, 중장님께서 산을 싫어하시는 것 같아 (삽으로) 치웠습니다... 헤헤"
쓰리스타:
"????????????????(내가 언제?????)"
그리고 병사들은 삽질의 달인이자 몸짱이 되었다는 전설이 전해진다. 믿든지 말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