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231화 (231/244)

00231  얼스 VS 2대륙 연합  =========================================================================

* * *

모두가 끝난 건 줄 알았다. 벌써부터 '세계전쟁'이라 불리고 있는 그 전쟁은, 크리시스 3단계가 끝나고 난 뒤 정부가 대피령을 풀어버린 직후에 다시 발발했다.

"저, 저, 저길 봐!"

"저길 보라고!"

직접 눈으로 목격하는 이들도 있었고 또 일부는 홀로그램 중계영상을 보기도 하면서 입을 쩍 벌렸다.

때는 저녁 무렵. 얼스의 핵폭발과는 무관한 듯, 주황빛 저녁놀은 얼스의 상처입은 땅을 전부 뒤덮었다. 둥그런 태양은 어느새 지평선 사이로 몸을 반쯤 숨긴 채 마지막 열을 토해내며 얼스의 땅 위에 주황빛 도화지를 덮어씌웠다. 그리고 그 위에, 몇몇의 사람들이 새겨졌다.

30명은 어깨에 거대한 대도를 둘러메고 있었고 10명은 마도사 특유의 로브를 입었다. 그리고 붉은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묶은 여자를 대동한 여자 한 명도 함께였다. 태양을 뒤로하고서 걷는 그들의 그림자가 길게 뻗어갔다.

왼 편에 30여명의 천외천 대장을, 오른편에 10탑의 마도사를 세우고 천천히 걸어오는 남자가 화면에 잡혔다. 차림새는 확연히 얼스인이다. 편안한 차림에 왼쪽 허리에는 얇은 검 하나를 아무렇게나 매고 있다는 게 평범한 얼스인과의 차이점이라면 차이점이었다. 걸어오는 구조를 보나 느낌으로 보나 그 남자가 이 괴상한 무리의 중심이었다.

여태까지 교묘하게 계속 가려지던 얼굴이 드러났다. 그 얼굴은 얼스인 모두가 익히 아는 얼굴이었다.

전쟁영웅 안졸리냐졸려. 사황성주의 마수로부터 얼스를 구한 위대한 영웅이며 최연소 대장의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 얼스의 600억 인구가 자랑스레 생각하는, 현시대가 낳은 최고의 영웅이었다.

"도, 도대체가 어떻게 된..."

"말도 안 돼..."

얼핏 보면 그렇지 않아 보이지만, 유토피아 세계는 일반 NPC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시스템 자체가 그랬다. 중원 NPC를 구제하였더니 당나귀 성자의 칭호가 생겼고 상당히 극적인 장면을 연출하며 사황성주와 싸워서 일반 NPC들에게 감동을 줬더니 전쟁영웅의 칭호가 생겼다.

일반 NPC는 곧 유토피아의 대중이다. 개개인의 힘은 약해보일지 몰라도 결코 그렇지 않다. 그들이 곧 유토피아를 이루는 중심 축이며 그들이 바로 유토피아의 국민이다. 윤석은 그 점을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적절히 이용할 줄도 알았다.

지금의 이 장면 역시, 일부러 더 극적인 상황을 만들기 위해 연출한 장면이다. 때는 저녁 무렵. 저녁놀을 뒤로하여 그림자를 길게 뻗으며 천천히 걸어오는 모습. 혼자서 걸어오면 어떨지 모르겠으나, 좌우에는 각 대륙의 최상급 인사들인 천외천 30대장과 10 마탑주를 거느리고 있다.

‘이 정도면 충분히 내 얼굴을 클로즈업 했겠지.’

생김새 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캐치할 수 있을 터. 그러나 얼스쪽 방송은 믿을 수 없다. 아무리 여기서 진실을 얘기해봐야 아마 정부에서 재빠르게 수습할 터. 하지만 방법은 있다. 얼스의 방송사에 있되 얼스에 소속되지는 않은 사람을 통하면 된다.

“저, 저 저 여자는 누구야!”

“미쳤어! 미쳤다고!”

대피령이 떨어지기도 전에 사람들은 우왕좌왕 서로를 밀치며 지하대피소로 숨어들었다. 그런데 화면에 이상한 사람이 잡혔다. 어떤 여자였다. 기자처럼 보였는데 저 무시무시한 괴물들에게 겁도 없이 다가가고 있었다.

들릴 리는 없겠지만, 그래도 NPC들은 그녀를 향해 외쳤다.

“이, 이봐! 돌아와! 목숨보다 귀중한 건 없다고!”

“어찌 저렇게 무모할 수가...”

여자의 정체는 다름아닌 김나영. 얼스의 방송국에 소속되어 있으며 위성영상을 송신할 수 있는 권리(라이센스)를 획득하고 있는 기자 유저다. (이 라이센스를 취득하는데에 다수정예회의 힘이 컸다.)

윤석은 기척을 느껴봤다. 지금 마도사들 수백명이 기척을 죽이고 플라티곤 주위를 감싸고 있다. 방송을 끊을 것을 대비하여 뇌탑의 스크롤을 잔뜩 준비하게 했다. 그들의 마법은 전파 유도 장애를 일으킬 것이다.

‘좋았어.’

모든 준비는 완료 됐다.

* * *

천외천 30대장 중 한명이자, 현 천외천의 제 1 대장인 무명이 검을 겨누었다.

“걸음을 멈춰라.”

스나도 수희를 뒤로 숨기며 단도를 빼내들었다. 윤석에게 조용히 물었다.

“... 죽입니까?”

그러나 그 말은 현캐인 나영에게는 들리지 않았다. 그녀가 계속해서 뛰어왔다. 윤석이 무명을 제지했다.

“괜찮아.”

윤석의 말에 무명과 스나가 경계태세를 풀었다. 자신이 방금 죽을 뻔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영은 간단하게 인사를 하고서 바로 인터뷰에 들어갔다.

인터뷰의 내용은 놀라웠다. 충격 그 자체였다.

과거 중장이었던 안졸리냐졸려는 얼스에 의해 살해당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살해당할 뻔 했다. 얼스에서는 안졸리냐졸려를 일부러 살해하고서는 1계급 특진을 시키고 국가의 영웅처럼 취급해주었다. 그러나 안졸리냐졸려는 살아있었고 여러 과정을 거치며 판타리아의 왕좌와 중원의 황좌를 손에 거머쥐게 되었다.

“그러니까 과거 전쟁영웅이었던 중장 안졸리냐졸려는 현재 중원의 황제이자 판타리아의 왕이 된 건가요?”

“그렇습니다. 중원. 판타리아. 얼스. 이 3대륙은 결코 전쟁 중이었던 대륙이 아니었습니다. 3대륙의 전쟁을 뒤에서 조장하면서, 그 긴장상태를 이용하여 국민들을 통제하고 자신들의 배를 불렸던 세력이 있습니다.”

천인에 대해서도 간략하게 설명했다.

“그리고 나의 입을 막기 위해 정부는 움직였습니다. 얼스 국민들의 소중한 재산들을 모두 파괴해가면서까지, 나의 입을 막기 위해 크리시스 3단계를 발령했습니다.”

민심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그냥 그저그런 누군가가 저런 말을 했다면 미친놈 취급했을지도 모르지만 말을 하는 상대가 그 유명한 전쟁영웅 안졸리냐졸려다. 대피소에 이미 들어온 사람들도, 대피하고 있는 사람들도, 아직 대피하지 못한 사람들도 근처의 화면에 귀를 기울였다. 이상하게도 모두 조용해졌다. 정적이 흘렀다.

“저는 국민들게 이 모든 상황을 알려야 했습니다. 비록 작은 국지전이라고 할지라도, 그 순간순간에 우리의 형제, 우리의 부모, 우리의 가족들이 목숨을 바쳤습니다. 명예로운 죽음을 맞이했고 그들의 희생을 통해 평화를 지킬 수 있었다고 굳게 믿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누군가의 장난질이었다면... 그 것을 용서할 수 있습니까? 아뇨. 저는 절대로 그렇게 하지 못하겠습니다. 내 가족과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사실은 명예로운 것이 아닌, 누군가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함이었습니다.”

과거, 전쟁영웅이 말을 하는 거다. 그리고 현재는 2대륙을 통합해낸, 역사상 전례 없는 위대한 인물이 말을 하고 있는 거다. 그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일단은 모두가 집중했다.

슐터가 소리쳤다.

“뭣들 하고 있어! 위성부터 통제해! 너희들까지 저런 헛소리에 농락당하는 거냐!”

“위, 위성 통제가 되지 않습니다!”

"플라티곤 반경 30km 이내 거대한 전자기장 발생. 전파송수신이 불가능합니다. 해결하는 데에 약 5분 정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통제실의 장교들도 놀라기는 매한가지다. 천인에 대해 모르는 장교들도 많았고, 대통령과 슐터는 애써 감추려고 하고는 있지만 얼굴이 시퍼렇게 질렸다. 방송을 차단하려 했는데, 그것마저도 여의치가 않았다.

“그래서 저는 진정한 평화를 위해 목숨을 걸기로 했습니다. 제 좌우에 서있는 사람들은 보시다시피 중원과 판타리아의 사람들입니다. 이 쪽이 판타리아를 대표하는 10개 마탑의 탑주들이고, 이 쪽이 중원을 대표하는 30명의 대장들. 그리고 3대 세력의 수장들입니다.”

또 놀라운 사실이 밝혀졌다.

“과거 중장이었던 저는, 평화를 사랑했던 전대 천마의 자리를 이어받았고 무림맹의 맹주께서도 저와 뜻을 함께 해주셨습니다.”

천마는 당연히 길길이 날뛰었다.

- 이 미친눔아! 평화를 사랑해? 내가? 네가 이렇게 나를 능멸해? 나는 천마란 말이다! 세상천지에 평화를 사랑하는 천마가 어디있단 말이냐!

그러나 윤석은 천마의 말 따윈 신경도 쓰지 않았다. 이러나저러나 잘 포장해서 말하는 게 최고다. 어쨌든 결과적으로 천마의 자리와 무림맹주의 자리를 이어받은 건 사실이니까.

그리고 사황성주 역시 평화를 사랑하는 평화주의자이며 3대륙의 통합과 화평을 위하여 이렇듯 힘을 써주었다고 말했다. 10개 마탑의 탑주들 역시 마찬가지 생각이라고 했다.

“미, 미친... 이거 꿈은 아니지...?”

“진짜야? 이, 이거 진짜냐고...?”

“아냐. 아닐거야. 이건 단순한 음모론이라고!”

“누가 음모론을 짜기 위해 자기 목숨 내던지고 여기까지 쳐들어오냐! 저들의 능력 못 봤어? 얼마든지 떵떵거리면서 살 수 있는 놈들이라고!”

“그, 그건 그렇지만...”

확실히 저런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뭐가 아쉬워서 얼스까지 목숨을 걸고 쳐들어 오겠나 싶다. 저런 능력이 있으면 얼마든지 떵떵거리고 살 수 있다. 그 것을 포기하고 이 곳으로 왔다.

계속해서 충격적인 말이 흘러나왔다.

“저희는 얼스의 민간인은 아무도 공격하지 않았습니다. 우리는 살아있는 인간을 생체병기로  만드는 짓 따위도 하지 않았습니다. 얼스 스스로를 파괴한 것은 얼스의 정부였으며, 국방성 플라티곤이었습니다.”

생각해보니 그랬다. 얼스를 파괴한 것은 저들이 아니었다. 바로 얼스의 정부였다. 국민들은 전혀 알지도 못했던 생체병기 맥아더. 그리고 크리시스 3단계. 그 모든 것을 사용하여 얼스를 황폐화 시킨 것은 바로 얼스였다.

그리고 윤석은 준비했었다는 듯 짧은 영상을 보여주었다. 각종 전투를 모아 편집한 것인데, 그들은 민간인을 죽인 적이 없었다.

“죄 없는 병사들을 죽인 것은... 저희로서도 불가피한 선택이었습니다. 저희는 먼저 이 모든 사단을 일으킨 얼스의 정부와 국방성과 천인에게 죄를 묻겠습니다. 더 이상 헛된 죽음이 일어나지 않게 막겠습니다. 그리고 그 이후 죄 없는 병사들을 죽인 죗값을 달게 받겠습니다. 유족들에게는 최대한의 보상을 약속드립니다. 보상 따위가 결코... 가족과 형제를 잃은 얼스 국민 여러분의 상한 마음을 달래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저희는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을 굳게 맹세합니다.”

대통령의 눈이 시뻘겋게 충혈 됐다. 고래고래 악을 썼다. 이건 전쟁보다 더 위험하다. 어떻게든 막아야했다.

“죽여! 저 여자부터 어떻게 죽이란 말이야!”

슐터가 황급히 외쳤다.

“아, 안됩니다! 어차피...”

이쪽에서 공격한다고 해도, 저쪽엔 저 괴물같은 놈과 더불어 30대장. 그리고 마탑주들까지 있다. 어떻게 한건지는 모르겠지만 크리시스 3단계에서도 살아남았다. 그러니까 여기서 공격해봤자 먹힐 가능성은 없다는 거다. 괜히 저 여기자를 죽이려고 시도해봤자 현 정부에 대한 불신만 크게 일으킬 뿐이다.

“죽이란 말이다!”

그러나 기어이 대통령이 사고를 쳤다. 장교 하나를 억지로 밀쳐내고 한 버튼을 눌렀다. 과거 윤석이 사마천과 싸울 때 사용했었던, 플라즈마 캐논포의 가동 버튼이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당시 사용했던 것은 휴대가 가능했던 휴대용이었고 지금 것은 거대한 지대지 캐논포라는 것이 다를 뿐.

윤석이 씨익 웃었다. 얼스 쪽에 어떤 멍청이가 있는 것 같다.  어떤 에너지 파동이 느껴졌다. 스파크로부터 알림도 들려왔다.

[플라즈마 캐논포 가동 준비가 확인되었습니다. 발사 5초전.]

============================ 작품 후기 ============================

위, 위험해! 무지 강한 놈이 온다!

프, 프, 플라즈마 캐논포라니! 너무 세잖아 힝... 봐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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