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30 얼스 VS 2대륙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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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성 플라티곤은 일렉트릭쉴드로 보호받고 있으며, 크리시스 3단계 발령시에도 플라티곤에는 최소의 피해가 가도록 시스템이 짜여져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플라티곤은 흡사 대지진이라도 일어난 듯 거칠게 요동쳤으며 혹여나 천장에서 무언가 떨어질 것을 대비하여 모두가 머리를 숨길 수 있는 곳을 찾아 숨어들어간 상태다.
그 상태가 무려 4시간 이상 지속되었다. 아무리 자신들이 만들어낸 상황이라고는 하지만 그러한 상황이 4시간쯤 되면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막말로 누군가에게 방탄조끼를 건네주며 이 방탄조끼는 완벽한 방탄조끼이니 4시간동안 총알을 한 번 맞아보라고하면, 맞아보고 싶은 사람 아무도 없다. 인간이 하는 일에 있어서 완벽이란 건 없다.
"슈..슐터. 안전한 게 맞긴 맞겠지?"
"안전합니다. 하늘섬의 미사일과 맥아더의 오작동으로 인한 데미지로 인해 일렉트릭 쉴드가 조금 약화되기는 했지만 애초에 크리시스 3단계는 플라티곤을 직접 타격하지 않도록 고안된 작전입니다."
"그, 그렇겠... 으악!"
천장에 달려 있던, 바깥의 상황을 비추는 홀로그램 재생장치 하나가 떨어져 내렸다. 그게 하필이면 대통령이 몸을 숨긴 책상 바로 앞이었고, 장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터져버렸다. 치지직- 치지직- 소리를 내며 푸르스름한 연기를 피워올렸다. 대통령은 완전히 겁을 집어먹었다.
'썩은 물이 맞긴 맞군.'
슐터는 내심 씁쓸해했다. 자신 역시 썩은 물의 일부라고 할 수 있었으나 그래도 이 정도는 아니다. 적어도 부하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는다. 부하들 앞에서 이런 모습을 보이는 건, 사기진작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그래도 다행이다. 크리시스 3단계는 역시 가공할 위력을 보여주었다. 중소도시는 물론이고 대도시 수천여개를 포기하고 실행하는 작전이다. 그 위력은 상상을 초월했다.
하늘섬의 수십km 불기둥을 오른팔만을 사용하여 쉽사리 밀어내고 역으로 하늘섬을 공격하며 수십만발의 폭발을 일으켰던 윤석이지만 역시 속수무책이었다. 폭발반경을 최소로한 타겟팅 전술핵은 제아무리 괴상한 힘을 가진 놈이어도 방어가 불가능하리라.
"각하. 보십시오. 놈이 필사적으로 반항하고는 있으나 지친 기색이 역력합니다."
"그, 그렇지?"
그저 흔들리는 플라티곤 안에 숨어 있기만 했는데도 이토록 숨이 차고 공포스럽다. 이건 전율 그 자체다. 크리시스 3단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플라티곤 밖은 이곳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끔찍한 공간이 되어있을 터였다.
"그, 그래도 어떻게 인간이 핵폭발 속에서 4시간이나 버틸 수 있는 거야...?"
슐터도 모른다. 그러나 알 필요도 없다.
"그것은 조사해봐야 알겠지만... 놈도 이제 끝입니다. 여기저기 데미지를 입고 있습니다. 놈을 보호하는 쉴드가 깨져나가고 있다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4시간 40분 후. 대통령이 공포에 질려 부들부들 떠는 그 시간도 어느덧 지나갔다. 다소 희망적인 보고가 올라왔다.
"지상 위에 살아있는 인간 탐지되지 않습니다."
"인간 생체반응 무. 완벽하게 사살되었습니다."
플라티곤 내의 장교들과 슐터, 그리고 대통령은 서로를 얼싸안고 기뻐했다. 물론 막대한 피해는 있었으나 역시 얼스다. 결국 2대륙 연합을 막아낸 거다. 슐터도 긴장이 풀리자 다리가 풀려 쓰러질 뻔 한 것을 겨우 부여잡았다.
"일렉트릭 쉴드 현재 출력 가능 잔량 약 3퍼센트!"
슐터가 한숨을 내쉬었다. 원래대로라면 10퍼센트가 넘게 남도록 설계되어 있다. 그러나 '안대장'이 플라티곤에 워낙 가까이 있었고 예상치 못한 공격들 -미사일과 맥아더- 떄문에 출력이 많이 떨어졌다. (9세대 맥아더는 윤석이 상대해서 약해보인 거지, 실제로는 어마어마한 살상무기다.)
"크리시스 3단계 80초 후 소멸합니다. 우주함포 대기상태. 초정밀 반물질 입자포 경계상황에 들어갑니다."
그래도 괜찮다. 잔량 3퍼센트면 핵도 막아낼 수 있다. 크리시스 3단계도 이제 막바지에 접어들어 경계태세로 전환 됐다. 에너지는 충전하면 된다.
모두가 만세를 외쳤다.
유토피아 밖. 그러니까 현실의 사람들은 현재 얼스의 상황을 잘 모른다. 원칙적으로는 말이다. 그나마 남아있던 기자들도 크리시스 3단계의 폭발 속에서 모두 죽었다. 그러나 기자들 중에는 교묘하게 머리를 쓴 유저들도 있었다.
M게임 매거진의 김나영기자가 바로 그런 케이스였다. 그녀는 윤석과의 독점 인터뷰를 통하여 많은 이득을 봤고 윤석과 인연이 있다. 김나영은 윤석의 직속 비서인 수정을 통해 다수정예회와도 안면을 텄으며 덕분에 이러한 자리를 탈취할 수 있었다.
다수정예회의 도움을 받아 그녀는 얼스의 실제 방송국에 입사하였으며, 그녀는 대피지시에 따라 지하로 대피했다. 지하에 대피한 수백억 인구는 만세를 부르고 있었고, 나영은 그 모든 장면을 생생히 담았다.
그리고 얼스의 정찰위성가 전송하는 정보를 받아 기록하여 실시간으로 방영했다. 전세계적으로도, 나영처럼 현재 얼스의 상황을 전송하는 기자들은 많지 않았고 M게임 매거진은 거의 독점에 가깝에 유토피아의 현재 상황을 실시간으로 방영할 수 있었다.
다른 기자들처럼 발로 뛰지 않아도 된다. 과학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정밀 인공위성이 보내는 영상을 받아 편집만하면 된다. 지금 같은 경우는, 실시간 방영이고 따라서 편집같은 건 무리지만 지금은 딱히 편집할 것도 없었다. 크리시스 3단계의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타겟팅 전술핵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는 그야말로 황폐화가 되었으며 크고작은 도시 수천개가 한 줌의 재로 변해버렸다.
"2대륙 연합과 얼스의 전쟁은... 과연 누가 승자일까요? 최후의 1인이 남아 끝까지 치열하게 싸웠으나 결국 거대한 폭발을 이기지 못하고 사라져버렸습니다."
지하대피소 내의 김나영은 주위를 둘러봤다. 감동적인 영화만 봐도 우는 게 사람이다. 유저들은 그렇다치고, NPC들이 진심으로 기뻐하며 눈물을 흘리고 만세를 부르는 광경을 보며 나영도 괜히 눈시울이 붉어졌다.
"유토피아 역사이래 가장 치열했던 대륙간의 전투! 그 전투가 이제 끝났습니다! 현재 얼스에는 타대륙의 NPC와 유저는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러나 과연 얼스가 승자일까요? 그건 확실하게 말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얼스 역시 상상을 초월하는 피해를 입었으며..."
그러던 차, 수정에게 연락이 왔다. 캡슐 밖에서 안으로 직접 연결이다.
- 나영아.
- 지금 바빠. 엄청 바쁘니까 나중에 얘...
- 급한 얘기야.
- 내가 더 급해.
나영은 연결을 끊지는 않은 채로 중계를 진행했다.
"네. 그러니까 현재 얼스의 상황은..."
- .......
인간은 두 가지 일을 동시에 하는 것이 익숙하지 않다. 나영은 지금 이 상황을 중계해야만 하는 스스로의 의무를 가지고 있었는데, 수정때문에 조금 꼬여버렸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수정처럼 고리타분하고 소셜스킬이 없는 친구가 갑자기 직접 연락해서 급하고 바쁜 일이라고하면, 정말로 급하고 바쁜 일일 가능성이 높았다.
나영은 짧은 시간동안 갈등에 갈등을 더했다.
'에이씨...'
지금 M게임 매거진은 독점에 가깝게 이 상황을 밖으로 전달하고 있었는데.
"어, 어이. 김기자가 왜 갑자기 말을 멈춘 거야?"
"모, 모르겠습니다! 연락 중입니다!"
M게임 매거진의 사람들은 깜짝 놀라 나영과의 연결을 시도했다. 발을 동동 굴렀다.
"제기랄!"
"지금 캡슐과 직통으로 누군가 연결 중입니다!"
"어디냐! 어디야!"
"예?"
"딱 보면 견적 나오잖아! 지금 경쟁업체에서 김기자 빼낼라고 수작 부리고 있는 거 아냐! 아니면 방해하고 있든가! 아니지! 방해면 나영이가 끊어버렸겠지! 아이씨! 몰라! 어떻게든 막아!"
"예, 예!"
"못 막으면 다 줄초상 날 줄 알앗!"
M게임 매거진의 본사의 상황을 까마득히 모르고 있는, 김나영은 현재의 중계상황과 친구의 급한 일 사이에서, 친구의 급한 일을 선택했다.
- 무슨 일인데? 얼마나 급하길래 네가 이래?
그런데, 친구에게 급한 일은 아니었나보다. 안타까운 소식이지만 상을 당한 건 아닐까 생각 중이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 사장님 아직 로그아웃 안하셨어.
- 무슨 소리야?
- 아직 그대로 계셔. 접속 중이셔.
- 그러니까 그게 무슨 소리냐고? 내가 죽는 걸 분명히 두 눈으로 확인 했는데...
- 정확한 작전은 나도 몰라.
아무리 수정이 직속비서여도 유토피아 내의 자세한 사정과 작전을 아는 건 아니다. 그렇다고 사장이 유토피아를 플레이하고 있는데, 직접 연결해서 사정을 들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일과 관련된 사항이면 얼마든지 그럴 수 있는 수정이지만 사적으로 그런 짓은 못한다. 일반적인 사람들도 그렇고, 특히나 수정같은 성격이면 더욱 그렇다.
- 다만 사장님이, 정확한 시기는 몰라도 다 끝난 것 같은 그 때가 진짜 시작이라고 말씀해주시긴 했었어.
- 다 끝난 거 같은 때면 지금이잖아?
정보는 곧 힘이다. 윤석이 얼스를 상대로 전력을 고스란히 보전할 수 있었던 것도 다 슈퍼컴퓨터 스파크의 능력 덕분이다. 마찬가지로 나영도 힘을 가지게 됐다. 아직 끝난 게 아니란다.
'아직 끝이 아니라 이 말이지?'
수정이 김윤석의 비서로 들어가게 된 것은 그녀에게도 행운이었다.
- 사랑해 수정아. 네가 원한다면 딥키스도 마다할게! 뜨거운 밤도 좋아! 남녀 안 가려! 난 지조 같은 거 버려버린 지 오래... 어라?
연결이 끊겼다. 수정은 피식 웃었다. 그와 동시에 수십통의 부재 중 연결이 와있는 것을 확인했다. 상황을 알고보니 어처구니가 없다. 버럭 소리를 질렀다.
- 뭐에요! 내가 그렇게 지조 없는 년처럼 보여요? 나 빈정상했어!
============================ 작품 후기 ============================
수희: "나 욕 많이 먹어써...힝... 철 없는 거 알긴 알지만... 그래도 날 만든건 당신이잖아! 책임져!ㅠㅠㅠㅠ "
작가: "걱정마. 넌 내가 아끼는 캐릭터야."
수희: "그럼 뭐해! 완전 철부지 만들었잖아! 그리고나서 출연도 안시켜주고! ㅠㅠ"
작가: "내가 아끼는 캐릭터라는 게 뭔 뜻인지 몰라?"
수희: "흥! 몰라 힝...ㅠㅠ"
작가: "그 말은 즉, 작가버프란 게 있다는 뜻이지."
수희: " ?! "
작가: "자. 여기서 문제. 버프 중에 가장 좋은 버프는 누구의 버프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