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9 얼스 VS 2대륙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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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 위의 인간을 록 온(Lock-on)하고 그를 기점으로 하여, 마도사의 워프 거리인 1만 km 내의 모든 회피/워프 지점을 계산하여 1200억 문의 우주함포가 타겟팅 전술핵을 발사하면서 그 외 나머지 빈 공간을 2400억 문의 초정밀 반물질 입자포를 사용하여 인간을 말살해버리는 얼스 최후의 방어작전이 바로 크리시스 3단계다. 이미 바퀴벌레를 대상으로한 소형 모의 실험에서 100퍼센트의 살상효과가 증명되었다.
그리고 그 얼스 최후의 최종 방어단계인 크리시스가 발령되었다.
[크리시스 3단계 발동]
윤석이 피식 웃었다. 윤석은 3대륙의 능력을 모두 갖추었다. 그의 물리적인 힘은 거의 중원과 판타리아의 능력이다. 그러나 지적인 능력은 슈퍼컴퓨터 스파크에 의존한다. 그 것은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절대 그렇지 않다. 맥아더에 대한 설명은 그렇다치더라도 크리시스 3단계에 대해서 미리 알고 있지 못했다면 어렵게 얻은 모든 병력을 잃을 수도 있었다.
무인으로서 자연경에 입성한 마도사인 윤석이 전력으로 방어해도 방어확률이 80퍼센트밖에 안 된다. 윤석이 그 정도면 다른 모든 병력은 모두 사망한다고 보면 된다. 그렇게 되면 얼스에 집중되어 있던 천인이 다시금 판타리아와 중원에 손을 뻗쳤을 거다.
모든 병력을 잃은 왕(황제)이다. 아무리 개인의 능력이 뛰어나도 몸은 하나이고, 혼자서는 한계가 있기 마련이다. 그렇게 됐으면 위험할 뻔 했다. 그러나 중요한건 윤석이 슈퍼컴퓨터 스파크의 도움을 받고 있다는 거고, 크리시스 3단계에 대해서 이미 간파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1200억 문의 우주함포와, 우주 내에 설치된 2400억 문의 초정밀 반물질 입자포.
"워...가 아니라."
윤석은 짧게 워프했다. 이미 수희와 스나가 근처에 있음을 눈치채고 있었다. 갑자기 나타난 윤석 때문에 놀란 수희가 미처 '오빠?'를 말하기도 전에, 윤석은 다시금 워프했다.
"워프."
그리고 포탈게이트를 탔다. 깜짝 놀란 수희가 정신을 차려보니 중원의 황실이었다. 중원과 차원이 겹쳐져 있는, 각종 마법진으로 보호되는 곳이다. 이미 이 곳엔 10탑주와 30 대장이 자리잡고 있었다.
천마교의 장로 추광채가 감격한 듯 절을 올렸다.
"폐하. 무사하셔서 다행입니다."
"이 정도는 껌이지."
꺼, 껌이라... 껌이 무엇인지 모르는 추광채는 재빨리 머리를 굴렸다. 무슨 뜻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만 그래도 문맥상 대충 이해했다. 바로 아부했다. 아부는 아부인데 진심이 담긴 아부다.
"폐하의 놀라운 복안 덕분에 모두가 생명의 은총을 입었습니다."
추광채 입장에서 윤석은 신이나 다름 없었다. 자연경에 입성한 것도, 3마탑주의 비전을 이은 것도 놀랍지만 얼스의 모든 전략과 책략을 한 눈에 꿰뚫어보는 신비한 눈까지 가지고 있지 않은가.
철탑주 페브릭이 낄낄대며 웃었다.
"낄낄! 하기야 왕님이 미리미리 다 알려주지 않았으면 전부 뒤졌을지도 모르지! 낄낄! 아타니아가 참 보는 눈이 있어!"
그와 동시에 아타니아와 스나가 눈싸움을 시작했다. 그 살벌한 기세에 다른 마탑주들은 흠흠- 헛기침을 하면서 고개를 돌렸고 수희는 윤석의 팔을 붙잡고 흔들면서 빠른 설명을 요구했다.
"오빠. 도대체 어떻게 된거야?"
"오빠가 엄청나게 똑똑해서 그렇지."
윤석이 똑똑한 건 아니다. 그대로 밀고 들어갔으면 몰살당했다.
"아 쫌! 어떻게 된거냐고요! 이 아저씨야!"
"내 말 제대로 안 듣고 쓸데없이 군 누구누구 때문에 그 짧은 시간에 내 h/p가 절반 넘게 날아갔어."
윤석이 검지손가락을 튕겨 수희의 이마를 살짝 때렸다. 장로급 이상의 고위 npc만 상대하도록 했던 8세대 맥아더와, 슐터가 8세대 맥아더보다 훨씬 뛰어난 성능이라 자부하던 9세대 맥아더를 순식간에 전멸시키던 그 손가락은 수희에게 별다른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왜 때려! hp 100이나 달았잖아!"
"내가 미리 돌아가라고 했잖아."
참고로 사황성주인 수희의 hp는 30만이 넘는다.
"잘 들어봐 수희야. 크리시스 3단계란 말이야...."
윤석의 설명이 끝났다. 수희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말을 듣고 보니,
"오빠가 대단하긴 대단한가봐."
"당연하지. 나 빼고 2명을 더 데리고 순식간에 14만km 를 워프했는데. 이건 나 말고는 아무도 불가능 한거야. 마나는 되도 체력이 안돼 다른 마도사들은. 몸이 못 버티거든."
플라티곤은 얼스 국방의 중추이다. 그리고 반경 7만 km이내에는 포탈게이트가 없다. 슐터도 그 것을 알고 있기에 윤석의 사망을 확실시 했다. 마도사들의 데이터를 수집했고 그 데이터를 토대로 계산한 거리가 바로 1만 km 이다. 쉽게 말해 한 인간을 중심으로 반경 1만km의 워프 가능 지점을 계산하여 그 모든 지점에 폭격을 쏟아붓는 것이 크리시스 3단계인데, 윤석은 그 데이터의 대상을 훨씬 벗어났다는 게 문제다.
크리시스 3단계의 기본 전제인 '마도사의 최대 워프 거리가 1만km이다.' 라는 가정 자체를 뒤흔드는 존재가 바로 윤석인 셈이다. 가정이 틀렸는데 결론이 맞을 리 없다. 윤석은 혼자서도 아니고 2명을 더 데리고 워프를 했는데 그 거리가 무려 14만km 였다.
"하긴... 내가 법사 키울 떄...좀 먼 거리 텔레포트 하면 지치긴 했어."
윤석을 제외한 다른 마도사들이 1만km이상을 워프 못하는 건 아니다.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러나 몸이 받쳐주질 못한다. 윤석만큼 튼튼한 몸을 가진 마도사는 역사상 전무할 정도고, 윤석은 14만 km 를 이격해서 포탈게이트를 타고 이 곳으로 이동해왔다.
아타니아는 뇌탑주 사일런트를 보며 작게 중얼거렸다.
"저 계집아이는 저를 매우 불쾌하게 만드는 군요.."
"그, 그러냐?"
"호승심과는 거리가 먼 감정입니다. 저는 이 감정상태를 잘 이해하지 못하겠어요. 뇌탑주 선배님께서는 아시나요?"
"그, 글쎄...?"
비록 한 시대를 풍미하고 있는 마탑주, 화탑과 더불어 최강의 파괴력을 자랑한다는 뇌탑주이지만 아타니아의 살벌한 기세에 말을 더듬었다.
그녀의 눈은 스나를 향하고 있었고, 스나의 눈도 아타니아를 향하고 있었다. 스나는 붉은색 머리카락을 포니테일로 질끈 동여맨 상태로 혀로 단검을 핥았다. 아타니아를 노려보는 눈빛이 매우 매서웠다.
수희는 제자리에 주저앉아 팔짱을 끼고서 중얼거렸다.
"그니까 얼스는 오빠가 이렇게 타이밍을 딱 맞춰서 사라져버릴지 몰랐다는 거네."
"그렇지. 걔네들도 크리시스 3단계는 최상위 고위층만 아는 거거든. 이래서 기밀유지가 중요한 거야. 보안의 중요성이지."
윤석은 한껏 우쭐대며 턱을 높이 쳐들고 음하핫! 크게 웃었다.
"여기 얼마나 더 있어야 되는데?"
"6시간 정도."
슈퍼컴퓨터 스파크가 계산한 바로는, 6시간 정도 있으면 안전이 확보된단다.
"근데 오빠 뭔가 힘들어 보이는데?"
"응. 지금 정신집중 중이거든."
"뭐하는데?"
"가짜 분신 만들기."
"가짜 분신?"
윤석은 스나를 만들어냈다. 같은 방식으로 가짜 분신을 만들어서 두고 왔다. 거기서 가짜 윤석은 힘들게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래야 내가 저쪽에서 힘겹게 싸우다가 죽었다고 생각할 거 아냐?"
윤석은 아타니아로부터 건네받은 성수를 들이마셨다. 그것을 본 아타니아의 표정이 알게 모르게 밝아졌고 스나를 향한 살기도 누그러들었다.
"일단 사고뭉치 바보 멍청이 내 동생 데려오느라고 피가 반이나 날아갔는데..."
"우씨."
"천외천 30대장이 동시에 후려쳐도 1도 안다는 내 h/p가 반이나 날아갔다니까?"
수희의 얼굴이 빨개졌다.
"드, 들었어! 몇 번을 말하는 거야!"
"그리고계속 깎이고 있거든. 분신의 데미지가 일정부분 나한테도 들어오니까."
그래도 저가 잘못한 것은 있는지라 감히 항의는 못하고 수희는 입술을 삐죽였다. 하지만 이내 자신감을 되찾았다.
"저 사태. 주랑언니한테 말 안할테니까."
스나와 아타니아의,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살벌한 싸움. 수희는 이미 진작에 눈치챘다. 윤석은 식은땀을 흘렸다.
"주, 주랑이는 별로 신경 안 써."
예전에는 분명히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유토피아 내에서의 섹스는 야동을 보는 것과 별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했었고 실제로 주랑도 그렇게 이해를 해줬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더 정확히 말해 주랑과의 결혼생활이 길어질수록 괜히 눈치가 보인다.
"과연 그럴까?"
"그, 그럼."
"그럼 언니한테 말하지 뭐. 엄청 이쁜 npc 둘이 오빠 놓고 질투하면서 싸움질 한다고."
윤석은 끄응, 신음소리를 냈다. h/p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포션을 들이켰다.
"수희야."
수희가 애교 가득한 목소리로 윤석에게 몸을 밀착시키면서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응? 왜에? 오빠야가 나 불렀어요?"
"오빠가 많이 반성하고 있다."
수희가 눈을 가늘게 떴다.
"맨 입으로?"
"원하는 거 아무거나 하나 해줄게."
수희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그녀도 주랑에게 말할 생각은 없다. 말해봤자 좋을 것도 없을 뿐더러, 윤석이 주랑을 두고 한 눈 팔지 않을 거란 확신도 있어서다. 그래도 얻어낼 수 있는 건 다 얻어내는 게 좋다. 엄청난 부자 오빠를 가진, 여동생의 특권이다. 수희가 당당하게 요구사항을 말했다.
"그럼 나 결혼식 때 오빠가 축가 불러줘!"
얼스에는 얼스 최후의 방어단계 크리시스 3단계로 인해 핵폭풍이 불어닥치고 있지만 그것과는 별개로 윤석은 매우 힘든 심적 싸움을 해야만 했다.
"추... 축가?"
"응!"
"그, 그럼 내가 가수를 몇 명 초빙..."
"아니! 난 오빠가 직.접. 불러줬으면 좋겠어. 돈은 우리 민혁 오빠도 많아!"
윤석은 자꾸만 포션을 들이마셨다.
"수희야. 네 결혼식엔 정재계 각 인사들과 슈퍼페리온의 글로벌 기업 인사들이 전부 올 거라고...? 네가 영화속에서나 보던 회장님, 사장님들 말이야."
수희가 눈웃음을 지었다.
"가만 있자. 우리 주랑이 언니 번호가 어떻게 되더라... 오늘 맛있는 거 해달라고 해야지."
"잠깐만 수희야. 알았어. 알았다고. 하면 되잖아, 하면!"
"헤헤. 약속했다?"
"그래."
"아싸! 오빠가 축가 불러준다! 완전 신나!"
"그, 그러냐..."
수희는 눈웃음을 짓고 윤석은 울상을 지었다. 아타니아와 수희의 눈이 이번엔 수희에게로 향했다. 그녀들은 잘 보여야만하는 상대가 누구인지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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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를 잡으려면 말을 쏘아야 하는 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