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28 얼스 VS 2대륙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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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야는 한정적이다. 서울에서 하늘을 바라본다고해서 미국의 하늘이 보이는 건 아니다. 미국은 커녕, 같은 나라 아래에 있는 부산의 하늘도 볼 수 없다. 서울에선 비가 오고 있는데 부산은 맑을 수도 있다. 수희가 바라보는 하늘이 딱 그랬다. 수희가 바라보는 하늘은 온통 검은색이었고 기계로 만들어져 있었다. 그리고 눈으로는 셀수 조차 없이 많은 곳에서 크고 작은 자잘한 폭발이 일어나고 있었다.
"저, 저걸 오빠가 저렇게 만들고 있는 거야?"
"그렇습니다. 주인님은 자연경에 도달한 무인이십니다."
스나는 마치 자신이 칭찬을 들은 것마냥 굉장히 자랑스러워했다. 자랑스러움을 넘어 행복한 표정까지 지어보였다.
"왜 네가 기뻐해? 울 오빠가 대단한게 왜 스나가 자랑스러워?"
"그 분은 저의 영원한 주인님이시자 제 주군입니다. 자랑스러운 것이 당연합니다."
"흠..."
수희는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 스나를 흘겨봤다. 평소 말수가 별로 없는 스나는 고개를 숙였다. 얼굴이 잔뜩 붉어졌다.
"수상해. 오빠를 아무래도 다그쳐봐야겠어."
포와 소총은 그대로 둔 채 스나만 되살렸다. 물론 스나가 은미상단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핑계가 있기는 있지만 아무래도 이거 좀 수상하다.
"위험 합니다."
스나가 재빨리 앞으로 나섰다. 파편을 잘라내는 시늉을 했다. 수희는 스나의 뒷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파편이 날라와? 내가 아무리 허접이어도 그래도 사황성주라고! 설마 진짜 파편이 날아왔다고 주장하려는 건 아니겠지!'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스나가 자신의 얼굴을 감추려고 일부러 앞에 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하늘에서 폭발이 일어나고 있어서인지 스나의 하얀 목덜미가 조금 붉어보였다.
한편, 윤석은 마나를 끌어올렸다. 아무래도 저 거대한 것은 어지간한 공격으로는 꿈쩍도 하지 않을 거다. 거대한 쉴드로 보호받고 있는 것 같은데, 지금 수십만 번의 크고작은 폭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큰 타격을 입은것 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하늘섬. 반물질입자포 가동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계산 상 노이즈 발생. 다시 계산을 시작합니다.]
방금 게이트를 오픈하여 미사일을 플라티곤에 선물해줬다. 플라티곤 상공 위에서 2000발에 가까운 미사일이 폭발했고 덕분에 플라티곤을 감싸는 일렉트릭 쉴드에 충격을 줄 수 있었다. 저쪽에서는 재래식 무기 -타겟 근처에서 폭발하는- 사용을 멈추고 신무기를 사용할 참인가보다. 반물질 입자포는 과거 사황성주와의 전투에서 이순신편대가 사용하던 무기다. 이순신에 탑재된 반물질 입자포는 쇠사슬이라고도 불리며, 하늘섬에 탑재된 반물질입자포보다 훨씬 소형이기도 하고 정밀하지 못하다.
'그 엄청난게 온다고?'
반물질입자포는 공격당한 대상을 지워버린다. 원자단위 이하로 분해해버리는 신형무기이며 중장이었던 윤석도 사황성주와의 전투에서 처음 알았을 정도로 비밀에 부쳐져있던 무기였다. 이순신이 발사한 쇠사슬은 수백미터 깊이의 한 순간에 크레이터를 만들어버렸었다.
'8대의 공격을... 겨우 피했었지 사황성주가.'
8대 편대의 공격이었다. 사황성주는 그 공격을 피해내기는 했었다. 그 당시는 그 공격을 쉽게 피해냈다고 생각했었는데, 자연경에 이른 지금 떠올려보면 사황성주는 그 공격을 힘들게 피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그보다 훨씬 대형이며, 그보다 훨씬 정밀하며, 타겟팅을 할 수 있는 반물질 입자포다.
타겟팅이라함은, 특정 목표에 화력을 집중하는 기술을 뜻한다. 얼스는 현재 전술핵에도 타겟팅 기술을 접목시키는데 성공했으며 폭발반경을 능동적으로 조절할 수 있다. 당연한 말이지만, 폭발반경을 늘리면 늘릴수록 한 점에 집중되는 파괴력은 줄어들고 폭발반경을 좁히면 좁힐수록 한 점에 집중되는 파괴력은 증가한다.
[ 재계산 완료. 반물질입자포 사용완료까지 약 3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예상되는 시나리오. 3분의 시간을 벌기 위해 맥아더를 출전시킬 가능성 95퍼센트. 재래식 무기 사용 가능성 3퍼센트. 그 외 예상할 수 없는 오차 2퍼센트 입니다.]
스파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맥아더 군단이 전진해왔다. 역시 국방성 플라티곤이다. 수많은 맥아더가 지하에 숨겨져 있었던 것 같다. 아무리 적게 잡아도 2000대 가량은 되어 보였다.
"텔레포트."
아까 실패했지만 다시 한 번 시도해봤다.
[일렉트릭 쉴드때문에 플라티곤 내로의 이동이 불가합니다. 일렉트릭 쉴드는 모든 에너지 흐름을 차단합니다.]
그러나 역시 실패다. 얼스의 국방을 담당하는 국방성답게, 워프나 텔레포트를 통한 이동은 접근이 제한되었다.
"일렉트릭쉴드를 깨버리면 되는 거잖아."
[플라티곤의 일렉트릭 쉴드는 크리시스 3단계의 폭발에서도 플라티곤을 완벽하게 보호할 수 있습니다. 주인님의 능력으로 100퍼센트 파괴가 가능하지만 약 5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 됩니다. 21초 후 크리시스 3단계가 발동됩니다. 주인님의 능력으로, 방어에 전념할 시 80퍼센트 방어가 가능하지만 방어에 성공한다고 해도 체력이 모두 소진될 가능성이 95퍼센트 이상입니다.]
"크리시스 3단계가 발동되면 방어에만 집중해야 한다는 뜻이야? 그래도 방어확률이 80프로 밖에 안 된다고?"
[그렇습니다. 크리시스 3단계는 우주함포 1200억문의 포문을 동시에 열어 타겟팅 소형 전술핵을 일시에 폭발시키는 얼스 최후의 방어단계입니다. 최고 비상사태에만 발령되며 지상 위 살아있는 인간의 탐지하여 마도사의 평균 워프 거리인 1만 km의 워프 가능 지역을 계산하고 지상을 폭파시키는 방어작전이며 소형 전술핵이 미치지 못하는 공간에는 2400억 문의 반물질 입자포가 0.00000003 초 이내에 발사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현재 주인님 외 521명이 록온(lock on) 된 상태이며 얼스의 2000개 이상의 대도시, 4000개 이상의 소규모 도시가 파괴될 것이라 예상됩니다,]
"정말 무식한 작전이군."
천외천 대장 30명. 마도사 10명을 제외하고 나머지 400여명은 미처 대피하지 못한 인원인 것 같다. 그도 아니면 기자들이든가. 어찌됐든 군인만 60억에 달하는 거대한 세상에서 대피하지 않은 인간이 겨우 400여명 밖에 안된다는 건, 최고위 인사들 -천인과 관련된-을 제외한 다른 국민들은 타대륙에 대한 방비를 철저하게 해온 듯 했다.
"우주함포라..."
우주함포라는 것이 있는 줄도 몰랐다. 그것도 1200억 문이나 있는데 그 모두가 타겟팅 전술핵을 폭발시킨단다. 그것도 타겟을 찾은 뒤, 마도사의 워프 거리와 지점까지 계산해서 그 주변을 초토화 시키는 전략.
"저따위 맥아더로 시간을 벌어보겠다 이거지?"
윤석은 손가락을 튕겼다. 마도사나 천외천 대장과는 급을 달리하는 윤석이다. 마도사도 그렇고 대장들도 그렇고 마법과 무공이 합쳐졌을 때의 시너지 효과에 상당히 놀랐었다. 윤석은 그 두 힘에 더불어 슈퍼컴퓨터 스파크의 능력까지 갖고 있다.
이쪽을 향해 전진해오던 맥아더 300여 기의 머리가 일시에 폭발했다. 화면을 바라보던 대통령의 다리가 후들후들 떨렸다.
"저, 정녕 인간이 맞단 말인가..."
슐터가 옆에서 대통령을 부축했다.
"각하!"
"저, 저런놈이 어떻게 세상에 살아있을 수가 있는 거지?"
"금방 처치하겠습니다."
"그, 그, 그래야지. 자, 자네만 믿겠네."
대통령은 식은땀을 흘렸다. 마도사도 봤었고 천외천의 대장들도 봤지만 저 정도는 아니었다. 하늘요새의 불기둥을 맨 손으로 밀어내고 수십만의 폭발을 일으킨것도 모자라 손짓 한번에 8세대 맥아더 300기가 동시에 터져나갔다.
슐터는 속으로 욕지거리를 내뱉었다.
'대통령이란 작자가...'
슐터도 천인에 대해서 안다. 그가 전쟁영웅으로 추앙받을 수 있는 것도 사실상 천인이 배후에서 3대륙의 국지전을 조종해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해서 슐터가 아주 형편없는 인물은 아니다. 적어도 대통령처럼 지레 겁을 먹고 부하들 앞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다.
"9세대 맥아더를 어서 내보내도록해! 30초만 버티면 된다!"
윤석이 계속해서 손가락을 튕겼다. 맥아더의 제어시스템이 들어있는 뒷통수쪽의 공기를 압축시키고 일시에 폭발시키는 방법을 사용하여 제어시스템을 터뜨려버렸다. 그 압도적인 파괴력은 맥아더의 방어시스템이나 복구시스템이 보호하기엔 너무나 역부족이었다.
3천기에 달하는 맥아더를 터뜨리는데 걸린 시간은 불과 2초.
"어라?"
그런데 그 폭발에 버틴 맥아더도 있다. 못보던 놈이다. 아무래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9세대 같다. 스파크도 알지 못했다.
[검색결과 없습니다. 자료에 없는 물체입니다.]
"네가 모르는 것도 있어?"
[주인님이 저를 소유하기 이전의 모든 기록은 갖고 있습니다만, 주인님이 저를 소유하기 이후의 새로운 정보는 아직 기록되지 않았습니다.]
슐터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역시 예상대로 9세대 맥아더의 방어시스템은 놈의 공격을 막아냈다. 파손되지도 않았다.
"9세대의 능력은 8세대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다!"
설령 놈을 이기지는 못하더라도 크리시스 3단계가 발령될 때까지, 시간을 벌 수는 있으리라. 일단 그것이 발령되면 아무리 놈이라고해도 살아남지는 못할 터.
윤석이 피식 웃었다.
"어쨌든 터뜨리면 되는 거 아냐?"
손가락을 튕겼다. 한 번. 두 번. 세 번. 네 번. 다섯 번. 어차피 일반인의 시각으로 보면 단 한번 튕기는 것과 매한가지다. 손가락 한 번 튕기는데 0.01초도 안 걸린다. 9세대 맥아더의 뒷통수에서 일시에 폭발이 일어났다.
"어라?"
확실히 9세대 맥아더를 터뜨리기는 했다. 그러나 몇몇 맥아더들이 이상반응을 보이기 시작했다.
"왜 저놈들이 플라티곤을 공격해?"
윤석은 어이가 없어 고개를 갸우뚱했다. 9세대 맥아더를 파괴하는데 손가락 튕기기 7번이면 충분했다. 7번만 튕기면 수백대가 한 번에 몰살이다. 참고로 7번 튕기는 시간 역시 0.1초도 안 걸린다. 그런데 약 1/3에 달하는 맥아더들이 플라티곤의 쉴드를 공격했다.
윤석에 비해 약해보여서 그렇지, 그래도 얼스가 숨겨놓은 비밀병기다. 그 파괴력이 약할 리 없다. 아까의 미사일 2천발보다 더욱 강력한 화력으로 플라티곤의 쉴드를 공격했고, 또 일부는 다른 맥아더들과 전투를 벌이기도 했다.
"저것들이 도대체 뭐하는 거지?"
그런데 덕분에 시간이 좀 생겼다. 윤석에게 필요한 건 길어봐야 5초 정도의 시간이다. 마나와 내공을 다시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왼손으로는 손가락을 튕기며 이쪽을 공격하는 맥아더의 공격을 막아내면서 큰 공격을 준비했다.
스파크의 알림이 들려왔다.
[크리시스 3단계 발동 10초 전.]
윤석이 슈퍼페리온의 인원들에게 귓말을 보냈다.
- 모든 작전을 멈추고 전원 대피하라고 전해주세요.
[7초 전]
윤석이 씨익 웃었다. 아마 화면을 통해 이 쪽을 보고 있으리라.
"슐터. 아마 보고 있을 거야."
[5초 전]
"아무리 생각해봐도 날 견제하려고 그냥 죽인 것 같단 말이지."
[2초 전]
"억울해서 밤에 잠이 안올 지경이야."
[1초 전]
상황실에서 지켜보던 슐터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심장이 두방망이질 쳤다. 이제 끝이다. 물론 얼스에도 막대한 피해가 일겠지만 놈을 죽이고나면 어떻게든 수습할 수 있을 거다. 슐터가 희열에 가득찬 목소리로 외쳤다.
"끝이다 놈!"
윤석의 귀에 알림음이 들려왔다.
[크리시스 3단계 발동.]
슐터의 곁에 선 대통령이 바들바들 떨었다.
"어째서... 저 놈은 저렇게 여유로운 거야...? 크리시스 3단계가 뭔지 알고 있다며...근데도 어떻게 저렇게 여유로워? 이거 뭔가 있는 거 아니야...?"
슐터가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그가 알기로 크리시스 3단계는 무적이다.
"자세히는 잘 모르는 것 같습니다. 이걸로 이번 전쟁은 저희의 승리입니다. 각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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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똑똑한 대통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