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든 플레이어-221화 (221/244)

00221  얼스 VS 2대륙 연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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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리아의 왕이 마탑을 총괄하는 총마탑을 세웠고, 그에 질새라 중원의 황제는 사황성과 정의맹, 그리고 천마교를 황실의 이름아래 한데로 뭉쳤다. 사람들은 그 것을 두고 중원과 판타리아가 조만간 대규모 전쟁을 벌일 것이라 예측하곤 했다.

판타리아인과 중원인은 얼스인과는 다르다. 얼스인의 진정한 힘은 과학기술에서 나온다. 따라서 타대륙 정벌은 아무래도 힘들다. 포탈게이트를 탈 수 있는 건, 휴대할 수 있는 무기인데 그 정도 무기로는 타대륙을 정복하기 어려우니까. 그러나 판타리아인과 중원인은 과학기술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본연의 힘을 사용한다.

모두 그런 건 아니지만, 대략적으로 판타리아인은 마법을 사용하고 중원인은 무술을 사용한다. 그리고 마법과 무술에 필요한 무기나 장신구등은 대부분 휴대가 가능하다. 다른 말로 하면, 판타리아와 중원인은 제대로 마음만 먹으면 얼스로 쳐들어갈 수 있다는 뜻이다.

여태까지는 세 대륙이 국지전을 계속해왔다. 전면전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한 상황에서, 판타리아의 유저들과 중원의 유저들이 한꺼번에 얼스로 향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판타리아는 샤무를 필두로, 중원은 불기둥을 필두로하여 엄청나게 많은 유저들이 포탈게이트를 타고 이동했다.

당연히 슈퍼페리온에서도 난리가 났다. 유저들이 쳐들어 온단다. 유저들이 쳐들어오면, 유저가 막는게 보통이다. 커다란 대강당이 있는데, 거기에 눈에 보이지도 않는 아주 작은 날피리가 좀있다고 해서 거기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사람은 별로 없다. 현대의 npc들에게 있어서 -특히 고위급 npc들에게 있어서- 판캐들이 쳐들어오거나 무캐들이 쳐들어오는 건 큰 문제가 아니다.

윤석이 이토록 서두른 것에는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었다. 오른쪽 하단에 카운팅되고 있는 숫자도 숫자이거니와 지금이 얼스를 치기에 절절한 타이밍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마 중원과 판타리아의 천인 사태때문에 정신없을 거야."

천인의 힘은 요즘 얼스쪽에 집중되어 있는 상태였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판타리아와 중원에서의 세력확장과 잔존세력 정리가 쉬웠다. 그런 상황이다보니, 천인은 그 문제에 신경을 곤두세울 수 밖에 없고 유저들이 쳐들어오는 문제는 차후 문제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천인이 유저들에게 크게 신경쓰지 않는다는 것은 곧 얼스의 최상급 지도층이 그들에게 별로 신경쓰지 않는다는 거다.

슈퍼페리온은 그들을 막기 위해 모든 전투력을 집중하고 최대한 npc를 포섭하며 힘을 모으고 있는 중이었는데 윤석으로부터 연락을 받았다. 연락의 내용은 놀라웠다. B.C.T를 비롯하여 슈퍼페리온의 간부가 모두 모였다. 긴급 간부회의를 열었다. 회의의 결과는 놀라웠다.

"우리 슈퍼페리온은 판캐와 무캐편에 섭니다."

슈퍼페리온이 판캐와 무캐편에 서겠다고 공고했다. 그 말은 즉, 얼스의 정부에 반기를 들겠다는 소리다. 그러니까 유저들. 즉 판캐, 무캐, 현캐가 전부 얼스 NPC를 공격하겠다고 한거나 다름 없다.

국방을 책임지는 플라티곤에서도 물론 보고를 받았다. 슐터를 비롯한 장군급 인사들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그렇다고 아예 두고만 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약한 놈들이지만 숫자가 많으면 귀찮다. 민간인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는 노릇이다. 더군다나 현대의 군인들까지 공격에 가담했다. 이건 엄연한 쿠데타다.

"쓸어버려."

"알겠습니다."

현재 유토피아는, 동시접속자만 5억이 넘고 전체 이용자가 25억가량 된다. 재미있는 건, 얼스로 진격한 유저의 수가 얼추 5억쯤 된다는 거다. 그 말은 즉, 평소의 동시접속자보다 훨씬 많은 수의 유저들이 접속했다는 뜻이다.

그러나 1억이 모이든, 2억이 모이든 안되는 건 안되는 거다. 일찍이 윤석 혼자서 중장의 힘을 가지고 1억의 판타리아 유저들을 싹쓸이했던 적이 있다. 지금 상대하는 건 중장이 아니라 얼스 전체다. 당연히 이길 수가 없다.

그런데 얼스측 입장에서 무언가 문제가 발생했다. 예상외로 저항이 격렬했다.

"예상외로 저항이 격렬합니다. 실력자들이 곳곳에 포진해있습니다."

유저들의 수가 무려 5억이다. 그 정도 되면, NPC들도 그 틈바구니에 껴서 이동할 수 있다. 그리고 단순히 5억이 문제가 아니다. 5억은 5억인데 유저 5억이다. NPC의 입장에서 그들은 불사신이다. 죽여봤자 며칠 있으면 다시 살아난다. 그리고 총합이 5억이지 동일한 구성의 5억이 계속 상주하는 것도 아니다. 로그아웃하고 로그인하는 숫자를 모두 합쳐서 대략 5억쯤 되는 거다. 계속 싸이클이 돌면서 유저의 수가 충원되고 있다.

슐터가 탁자를 쾅 내리쳤다.

"별 잡스러운 것들이 속을 썩이는군."

자세한 사항이 속속들이 발표된 것은 아니다만, 요즘 중원과 판타리아의 형세가 영 심상치 않았다. 천인이 몰살당하고 있는 중이고, 중원과 판타리아의 천인 세력이 급속도로 몰락하고 있지 않은가. 게다가 왕과 황제가 바뀌었다. 얼스 지도부도 바보는 아니다. 확실한 건 아니지만 왕과 황제가 동일인물이라는 것은 짐작했다.

그러나 이토록 빨리 얼스에 직접 진격할 것은 예상하지 못했다. 적어도 유저들이 쳐들어왔을 때에는 황제가 꾸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으레 그래왔듯 소규모 국지전을 생각했었다. 대규모로 왔어도 상관 없다. 전투기 몇 대를 보내 놓으면 상황이 정리가 되니까.

"F-350K. 6대 격추. 조종사 4명 사망. 2명 중상. 현재 의식상태 불명입니다."

그런데 심지어 전투기가 격추되는 상황까지 발생했다. 그 때부터 알게 됐다. 이 전투는 단순히 유저들의 전투가 아니라, 황제가 배후에 있다는 걸 말이다. 윤석이 애초부터 노렸던 게 이거다. NPC들은 어지간해서는 유저의 일에 끼어들지 않는다. 유저들이 무엇을 하든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그 것을 노려서 유저들을 대규모로 보내놓고 그 사이사이에 NPC들을 끼워 넣었다.

NPC들도 그냥 NPC들이 아니다.

중원의 경우, 사황성주는 비교적 약하지만 -수희이다.- 그 휘하 NPC들은 아직도 건재하다. 장로급 이상 NPC의 무력은 말할 것도 없을 뿐더러 일반 무사들의 힘도 유저들에 비해선 상당히 강한 축에 속한다. 무엇보다도 사황성의 무사들은 수가 많다.

천마교의 경우는 일당백의 초인급 무사들이다. 장로급 NPC인 사마천이 지휘하는 휘하 병력들은 과거, 전쟁에서 윤석의 전투단과 함대를 몰살시킨 적도 있을 정도다. 뿐만 아니라 소형 전술핵 아리랑의 폭발로부터 도망까지 쳤으며, 휴대용 화기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되는 플라즈마 캐논을, 매우 지친 상태에서 쉽사리 막아내기까지 했다. 그러한 무인들이 유저들 사이에 섞여서 얼스로 흘러들어왔다.

정의맹의 경우는 사황성과 천마교에 비해서는 아무래도 세력이 약한 편이다. 원래 무림맹 인원들 중 중추에 해당하는 인원들이, 천마교와의 전쟁에서 많이 죽었고 무림맹을 이은 정의맹의 세력은 다른 두 세력에 비해 약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그렇다고는 해도 일반 유저들보다는 훨씬 강하며, 천마교의 장로 못지 않은 NPC들도 다수 포진해 있다.

중원의 3대 세력이라 일컬어지던 사황성과 천마교, 정의맹(과거 무림맹)이 합심하여 얼스로 쳐들어왔다. 그러나 그건 애교나 다름없다.

대중에게는 알려지지 않았던 천외천이 유저들 사이에 섞여 들어가 있었다. 활동 중인 천외천 30대장은 물론이고 현재 생존해있는 전전 천외천 대장 중 1명이 전선에 투입됐다. 예전, 얼스는 사황성주를 상대하기 위해 대중에게는 비밀이었던 무기를 두 개나 꺼내들었다. 그런데 그 사황성주보다 강한 천마에 비견되는 천외천 대장들이 총 31명이나 얼스에 투입됐다. 이 정도면, 얼스에서도 상당히 긴장을 해야만하는 전력이다.

비보가 날아들었다.

"F-220K 제 292 전투 비행대대. 전멸입니다."

슐터는 끄응, 한숨을 쉬며 이마를 부여잡았다. F-350K도 아니고 F-220K 대대가 전멸당했단다. F-220K는 대중에게 알려진 전투기 중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기체가 아니던가.

"그게 가능한 일인가?"

"아무래도... 마도사가 포함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탑주급 마도사가 다수 발견되었습니다."

"어째서 그 엉덩이 무거운 놈들까지 움직인 거지..."

처음엔 가벼운 문제라고 생각했는데, 껍질을 까면 깔수록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이건 비상사태다. 그것도 그냥 비상이 아니라 '초비상 사태'다.

저번에 사황성주가 얼스로 넘어왔을 때에 전 국민에게 비상대피령을 내렸다. 사실 그것엔 정치적인 계산이 많이 들어가 있었다. 정말로 사황성주 하나 때문에 전국민을 대피시켰다고 보기엔 아무래도 무리가 따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굳이 전국민 대피령을 내린 것은, 국민들에게 긴장감을 주기 위해서라는 정치적 판단 때문이었다.

어쨌거나 사황성주 하나가 넘어왔을 때에도 그랬다.

"20485,. 4836123 포인트에서 뇌탑주 사일런트가 목격되었습니다. 휘하 마도사 70여명을 이끈 대군단입니다."

"도대체 정보부는 뭘 하고 있었나!"

보고를 하던 NPC는 입을 꾹 다물었다. 각처에 심어놓은 첩자들은 어찌된 일인지 하나하나 연락이 끊겼다. 아마도 천외천 대장들의 소행이리라, 짐작은 하는 중이고 보고도 분명 올렸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들려오는 대답은, 대충 알아서 새로운 첩자를 물색하라는 것이었다. 그러나 사실 얼스는 다른 두 대륙에 대한 첩보활동을 안한지 오래다.

어차피 3 세계는 천인들의 지배하에 있으며, 3세계의 전쟁은 구색을 갖추기 위한 구색놀음이었을 뿐이다. 그게 3700년간 이어져왔고 서로에 대한 경계를 많이 하고 있을 리가 없다. 그렇다보니 뒷통수를 제대로 맞았고 그것에 대한 대처능력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가뜩이나 대처능력이 부족한데 상황까지 나빴다. 얼스를 지배하다시피하고 있는 천인들의 세력이 지금 자신들의 신변의 위협을 느꼈고 얼스의 지도부를 닦달하고 있는 중이었다. 얼스의 지도부는 천인들의 신변 보호 때문에, 다른 것에는 신경쓸 여력이 별로 없었다.

또다른 보고가 들어왔다.

"103947, 472356 포인트에서 철탑주 페브릭이 목격되었습니다! 휘하 마도사 80명과 함께 입니다. 전투대대 하나가 몰살당했습니다."

슐터는 다리에서 힘이 풀리는 것 같았다. 유저들이 쳐들어온다길래 별로 신경 안썼다. 그런데 그 사이사이에 마도사를 비롯한 괴물 같은 놈들이 숨어들어왔나보다.

"482363, 38474 포인트에서 무탑주 아타니아가 목격되었습니다. 휘하 마도사 400여명을 이끌고 있습니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놈들은 약속이라도 한 것처럼 일시에 모습을 드러냈다.

수탑주 워툴러스는 홍수를 일으켰고 암탑주 달리트가 독으로 하늘을 덮었다. 그에 질새라 뇌탑주 사일런트가 번개를 쏟아냈고 철탑주 페브릭이 얼스의 과학기술을 무력화시키며 군대를 학살했다. 거기에 화탑주 파루티앙이 불폭풍을 일으켰고 천탑주 수쿠아가 그에 질새라 하늘로 부터 유성을 떨어뜨렸다. 그 파괴력은 가히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풍탑주 와인드라카는 군대 뿐만 아니라 국민들까지 무참히 살해하는 참상을 보여주었다. 무탑주 아타니아 역시 무시무시한 기세로 얼스로 진격중이었고 목탑주 플루토가 만들어낸 나무거인과 숲의 공격 역시 어마어마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으며, 성탑주 버피러스를 비롯한 성탑주의 마도사들이 곳곳에 파견되어 마도사들을 도왔다.

얼스의 지도부는 혼란에 빠져들었다. 절대로 한꺼번에 쳐들어올 수 없는데, 일어날 수 없는 일이 기어코 일어나고야 말았다. 3700년간 한 세력의 통치 아래 있던 세 대륙이다.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서로간 작은 규모의 국지전 혹은 아주 가끔 큰 규모의 전쟁을 치러왔다. 그건 어디까지나 서로 약조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번엔 그런 게 아니다. 원래대로라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나버린 거다.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기자들은 앞다투어 보도를 내기 시작했고 사람들은 발 빠르게 소문을 옮겼다.

"중원의 황제. 판타리아의 왕. 이상합니다. 그 두 인물이 혹시 유저가 아닐까요? 그게 아니라면 어째서 왕과 황제가 유저들을 돕는 것일까요?"

"베일에 가려져 있던 마탑주들이 전부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들의 영상을 구했습니다. 그야말로 엄청나다고밖에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유저들의 전쟁인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유저들 사이에 그간 볼 수 없었던 최상위급 NPC들이 일시에 전쟁에 참여했습니다! 이게 도대체 어찌된 일일까요!"

어차피 3대륙의 통일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유저들과 사람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3대륙의 전쟁은 유토피아를 이루는, 최대의 시스템이 아니던가.

"이건 무슨 이벤트지?"

"몰라. 유토피아측에서도 공지도 없고."

"시즌 2라든가... 그런 거 아니야?"

"그런 거대 업데이트면 당연히 공지를 하겠지. 공지도 없었잖아."

"슈퍼페리온은 도대체 왜 타대륙 편을 드는 거야?"

유토피아 운영진도 난리가 났다. 두 대륙에 관한 업데이트 (황실과 총탑)에 대해 공지한지 불과 하루밖에 안 지났다. 게임상 시간으로 쳐도 그래봐야 3일이다. 이 짧은 사이에 너무 거대한 일이 벌어져 버렸다. 유토피아 운영진이 미쳐 공지를 하거나 대비를 하기도 전에, 얼스에서 전국민 대피령이 떨어졌다.

너무나 갑작스런, 두 대륙의 총공세에 우왕좌왕하던 얼스였지만 이제 제대로 된 전쟁에 들어가기로 한 것 같았다. 국민들을 대피시켰으며 전열을 가다듬고 병력을 정비했다.

얼스에서 들려오는 사이렌 소리에, 윤석도 내심 긴장했다.

'이제부터 진짜 시작이네.'

오른쪽 하단, 정체 모를 남자가 준 시간 30일이 이제 9일 가량 남았다.

============================ 작품 후기 ============================

사람 1. "혹시 왕이랑 황제가 유저일수도 있지 않을까?"

사람 2~100,000 "미친 소리하고 있네. 왕이랑 황제가 유저라고? 이게 말이야 막걸리야? 그럼 내가 석유왕이다. 절대 그럴리 없다는 것에 내 소중한 XX를 건다."

사람 1. "그, 그건 그래. 내가 잠깐 미쳤었나봐. 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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