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219 업데이트를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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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십자 길드'는 판타리아 5대 길드에서 빠지게 됐다. 왕의 갑작스런 척살령에 의해 살아나는 족족 척살당했고 그 세력은 급속도로 약화되었다. 성십자 길드가 왕 때문에 망했다면, 그 반대의 경우도 있었다.
"야야. 그 얘기 들었어?"
"뭐?"
"성십자길드가 왕때문에 쫄딱 망했잖아."
"알지. 유명한 얘기잖아."
"근데 이번엔 샤무길드가..."
"샤무? 샤무도 찍혔대? 망했대?"
"아니. 들어봐. 샤무가 왕 직속 길드로 임명받았대. 기사의 칭호라나 뭐라나."
"뭐? 기사? 그런 게 있어?"
"몰라. 하여튼 요즘 막 이것저것 업데이트 되고 난리도 아니네."
"와... 어떻게 그런 일이? 기사? 헐..."
왕에 의해, 샤무는 '기사'의 칭호를 받았다. 왕 직속의 명예를 받게 됐다. 왕 직속 길드. 그건 여태까지 전례가 전혀 없었던 완전히 새로운 것이었다.
윤석이 키득키득 웃었다. 현 판타리아 내에서 거의 최고라고 일컬어지는 네임드 유저인 노란머리에게 물었다.
"어때요? 왕 직속이라는 건."
"길드 네임에 기사의 칭호가 덧씌워졌습니다. 게다가... 모든 상점에서 이십퍼센트 할인된 가격으로 물품을 구입할 수 있고... NPC들도 저희를 함부로 대하지 못합니다. 게다가 마도사 NPC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니..."
"아. 그건 제가 특별히 계약을 맺은 거에요. 마탑주들이 충성심이 있는 건 아닌데 나름대로 부려먹기 좋거든요. 그리고 지들은 움직이기 귀찮아 해도 그 밑에 마도사들한테 명령을 참 잘도 한다니까요?"
마탑주들보고 스스로 움직이라고 하면 굉장히 귀찮아한다. 그들은 그들의 시간을 빼앗는 걸 매우 싫어한다. 그러나 그게 아니라 마탑 소속의 다른 마도사들을 움직이라고 말한다면, 그 명령을 꽤 잘 듣는 편이다. 그것도 공짜로 부려먹는 게 아니라, 그들이 납득할만큼의 충분한 보상이 있다면 오히려 만족하는 축이다.
"유저들 규합하는 건 잘 되어가죠?"
"기사의 칭호를 얻고나서는 일이 쉬워지고 있습니다. 다만... 기존 3대, 아니 2대 길드의 반발이 좀 강합니다."
본래 샤무는 5대 길드 중 하나로써, 또다른 5대 길드인 현자길드와 연합세력을 구축하고 있던 중이었다. 그리고 나머지인 프리티 플라워 길드, 백사자 길드, 성십자 길드가 또다른 연합세력을 형성 중이었는데 이번 척살령으로 인해 성십자 길드는 사실상 몰락한 상태고 프리티 플라워와 백사자 길드가 남았다. 이 두 길드 역시 5대 길드로써 상당한 힘을 가지고 있는 세력이었고, 샤무의 세력 확장을 방해하는 커다란 걸림돌이기도 했다.
"그... 천외천 대장이란 NPC는...?"
"아. 요즘 천외천 대장들은 조금 바빠요."
"들...입니까?"
노란머리는 또 한번 놀랐다. 천외천 대장 무명. 그 엄청난 무력을 직접 목격했다. 그런데 그런 NPC가 하나가 아니라 둘 이상이다? 노란머리는 침을 꿀꺽 삼켰다.
"원래 36대장이었는데... 지금은 30대장이에요. 조만간 6명을 뽑아서 36대장으로 만들어야죠."
천외천에는 대장만 있는 게 아니다. 대장 밑에 단장이 있고 단장 밑에 부단장도 있다. 그리고 단원들도 있다. 조만간 시간적 여유가 생기는대로 단장 급 인원들을 특별히 훈련시키고 엄선해서 대장으로 승급시킬 생각이다. 그건 그렇고 노란머리는 입을 쩍 벌렸다.
" 사... 사... 삼십 육명이요?"
그런 말도 안 되는 능력을 가진 NPC가 하나나 둘도 아니고 무려 36명이 있었단다. 그 중 6명은 윤석때문에 황천행을 갔다는 것을 안다면 아예 까무러칠지도 모를 일이다.
"아뇨. 지금은 삼십명이라니까요."
"그, 그, 그렇군요."
판타리아의 최강유저 중 한명인 노란머리는 머리가 어질어질해짐을 느꼈다. 과거 중장일때보다 오히려 훨씬 강해진 것 같은 느낌이다. 천마가 툴툴거렸다.
- 뭘 저렇게 놀라?그 36명을 혼자서 쓸어버릴 수 있는 인간이 눈 앞에 있는데.
"근데 천외천 병력들은 당분간 쓰기가 좀 힘들어요. 처리해야할 잔존세력들을 정리하는데 모두 투입됐거든요."
윤석이 말하는 잔존세력이란 바로 천인을 일컫는 말이다. 비록 썩은 물이라고해도 3700년을 통치해온 세력이다. 그 뿌리가 얕지는 않았다. 얼스까지 손을 쓰고 있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승상이었던 제갈열과 판타리아의 많은 공신들, 천외천 병력들이 합심하여 판타리아와 중원을 정리 중이다.
"그리고 왕이 너무 전면에 나서서 모든 일을 처리하는 것도 좀 꼴불견이잖아요. 전 검사님...아니 노란머리님을 믿습니다."
노란머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맡겨만 주십시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천운이다. 윤석의 여동생. 그러니까 수희가 예전 샤무소속이었던 덕택에 이런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역시 인맥이 최고다. 그는 자신만만하게, 2대 길드 연합에 도전장을 들이밀었다. 얼마 후, 판캐 최대 세력인 샤무, 현자 연합과 백사자, 프리티 플라워 연합이 정면 충돌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 * *
사황성주는 황제 앞에서 매우 오만불손한 태도로 다리를 꼬고 앉았다. 다른 NPC들 모두가 서있는데 그녀만 특별히 앉았다. 턱을 괴고 앉아 황제를 쳐다봤다. 심지어는 반말까지 했다.
"도대체 뭘 할라고 그래?"
황제를 보필하는, 과거 천마교의 장로였던 추광채가 발끈했다.
"폐하께 예를 갖추지 못할까!"
윤석이 귀를 후볐다.
"광채야."
"예. 폐하."
"죽고잡냐?"
".......?"
추광채는 눈만 꿈뻑 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죽을 짓을 하지는 않은 것 같다.
"폐, 폐하. 통촉하여 주시옵소서."
추광채는 땀을 뻘뻘 흘렸다. 단순한 황제가 아니다. 자연경에 접어든 역사상 첫번째 인물이다. 그리고 천마교의 오랜 숙원을 풀어준 위대한 영웅이다.
"앞으로 사황성주한테 개기는 놈 있으면 다 코박고 죽을 줄 알아. 알겠니 얘들아?"
비록 그 황제는 위엄과 체통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그는 자연경에 접어들었고 저 오만한 판타리아까지도 모두 정복해버린 유일무이한 황제다. (적어도 NPC들의 입장에선 그랬다.) 그런 황제의 말이라면 똥을 된장이라고해도 믿어야만 한다.
모두가 알겠다고 크게 대답했다. 수희는 머리를 긁적거렸다. 아무래도 오빠가 엄청나게 출세를 한 것 같다.
"이건 뭐... 진짜 대박이네..."
중장일때도 대단했지만 지금은 더 대단하다. 중장과는 비교가 안 된다. 판타리아의 왕이자 중원의 황제라니. 현실로 치자면 미국과 중국, 러시아, EU 등을 다스리는 세계왕쯤 되는 것 아닌가. 현실보다 더한 현실이 바로 유토피아다. 대다수의 사람들이 현실과 유토피아를 동급으로 치거나 그도 아니면 유토피아에 더 비중을 둔다. 그러한 가운데에 왕과 황제라면, 현실의 대통령이나 UN의 사무총장보다도 훨씬 더 높은 위치고 동경할만한 대상이 되는 거다.
어쨌든 오빠 하난 잘 만났다. 그래도 내색하지 않으려고 일부러 퉁명스런 척 했다. 수희는 사황성주이기는 하지만 무력자체가 엄청나게 강한 것은 아니고, 특별히 전전대 천외천 제 3대장이 비밀리에 수희를 보호하고 있다. 현실로 치자면 전투기와 탱크가 수희를 둘러싸고 경호하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수희는 플레이 자체가 아주 편해졌다.
"모든 준비는 잘 되어가고 있겠지?"
"그렇사옵니다."
승상 제갈열은 확실히 능력이 뛰어났다. 만약 제갈열이 감옥에 갇힌 상태만 아니었다면 황궁정복이 훨씬 힘들었을지도 모른다. 윤석은 제갈열에게 중원 3대세력을 통합하고 규합, 그리고 천인의 잔존세력을 소탕하는 일을 전임했다.
윤석은 모두를 내보내고 수희와 단 둘이 남았다.
"동생아."
"응?"
"너 새로운 캐릭 키울 생각 없...으악! 알았어! 알았다고!"
수희가 살기를 품었다. 물론 수희가 아무리 마음먹고 덤벼봐야 전혀 소용없을테지만 윤석은 순순히 수희의 주먹에 맞아줬다. 맞아봐야 H/P에 기별도 안간다.
"나 오빠때문에 샤무 접고 이거 키운거거든?"
"알아. 안다고. 알았다고. 됐어. 다른 사람 알아볼테니까 놓기나 해."
일명 헤드락. 수희는 두 대륙을 통치하고 있는 황제의 목을 졸랐고, 자연경에 접어들었으며 세탑주의 능력을 이어받은 황제는 그 힘에 짓눌려 캑캑거렸다. 수희는 윤석을 놓아주고서 말했다.
"근데 뭔지 들어나 보자."
"판타리아 쪽에도 상단이 하나 있으면 좋겠어서."
얼스에는 다수정예회가 있다. 그리고 중원에는 은미상단이 있다. 모두 윤석 휘하의 상단(유니온)으로 엄청나게 거대한 세력을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판타리아에는 아직 이렇다할 휘하 상단이 없다.
"이왕이면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좋지."
"그 왜... 있잖아. 그 누구야... 갑자기 이름이 기억 안나네!"
"누구?"
"그 왜... 설아한테 언니 있잖아. 오빠 첫사랑!"
윤석이 황급히 수희의 입을 틀어막았다. 아무리 게임 속이어도 말은 항상 조심해야 한다.
"내 첫사랑은 주랑이야. 알겠지?"
"질식시켜 죽일 셈이야!"
수희가 주먹을 치켜들었다. 비록 현실에서는 때리지 못하지만 게임 속에서라면 괜찮다. 아무리 때리고 밟아도 전혀 타격이 가지 않을 것을 아니까 마음놓고 오빠한테 대들 수 있다.
"아, 알았다고! 오빠 첫사랑은 주랑언니! 입에 달고 살면 될 거 아냐."
"그래. 잊지 마라."
"그런데 그 뭐야... 오빠 그 신선문인가 뭔가 그건 어떻게 됐어?"
"지금은 10일정도 시간이 남았어."
윤석은 수희의 머리를 두어번 쓰다듬었다. 잊고 있었다. 설아의 언니인 설하가 어떤 캐릭터를 육성 중이고 클래스는 상인이긴 상인인데 무슨 히든클래스라고 했다. 투윙 마도사였던 시절 설아가 많이 도와줘서 얻은 특수한 클래스라고 했는데 정확한 건 잘 몰랐다. 윤석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아랑 한 번 만나봐야겠네."
한참이나 머리를 갸웃하던 수희가 드디어 이름을 떠올렸다.
"아 맞다. 아 기억났다! 설하! 설하 언니 맞지? 설아랑 얘기한 적 있어. 정확하게 말은 안해줬는데 무슨 히든클래스고 판타리아에서 상단 운영 중이라고 하는 거 같던데..."
"정확하게 어떤건지 알아?"
"흘려들어서 정확하게는 기억 안나."
수희는 자신이 힌트를 줬다며 매우 뿌듯해했다. 혼자서 고개를 끄덕이며 스스로에게 칭찬해줬다.
"역시 난 천재야."
그리고 스스로를 천재라고 주장한 수희는 급하게 일어섰다.
"오빠. 나 어디좀 갔다올게."
"어딜?"
"길드전 신청 들어왔거든."
"길드전?"
윤석은 모른 척 했다. 그러나 이미 다 알고 있다. 중원에 널리고 널린 것이 윤석의 정보망이다.
"그런게 있어! 나도 유토피아를 플레이하는 유저라고?"
수희는 뭐가 그렇게 즐거운지 통통 뛰면서 밖으로 나갔다. 윤석이 천장을 향해 말했다.
"계속 수고해줘."
분명히 아무도 없던 것 같은 공간에서 누군가 나타났다.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는데 하얀색 수염이 땅바닥에 닿았다. 천외천의 대장들과 똑같은 거대한 검을 땅에 받치고 있었다.
"알겠습니다."
"가봐."
전전 천외천대장. 은퇴하고서 소일거리를 찾아하던 전전 천외천 제 3대장 운삼은 공손히 예를 취한 뒤 사라졌다. 윤석이 캡슐에서 나왔을 때, 수희가 깡총깡총 뛰면서 윤석에게 자랑했다.
"오빠오빠. 나 있잖아. 사황성주 스킬은 하나도 안쓰고 순수하게 싸워가지고 엄청 유명한 네임드 길드랑 싸워서 이겼다? 나도 엄청나지? 대단하지? 그렇지?"
"그래. 대단하네 내 동생."
윤석은 수희와 눈 높이를 맞추어 허리를 숙이고서 수희의 머리카락을 헝크러뜨렸다. 그러자 수희가 눈을 가늘게 떴다.
"오빠. 뭔가 수상해. 어째서 이렇게 쉽게 동의해? 뭐 나 모르게 무슨 뭐 했어?"
"뭘 하긴 뭘? 배고프다 밥이나 먹자. 너 그리고 오늘 밤엔 집에 좀 가라. 신혼집에서 맨날 자는 거 예의 아니야."
"알아! 안 그래도 갈거다 뭐뭐뭐!"
수희는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그래도 그녀는 내심 기분이 좋았다. 사황성주라는 것을 숨기고서 길드를 하나 창설했는데, 길드전에서 승승장구하고 있다. 그녀가 만든 길드의 이름은 '사황'. 요새들어 이름을 떨치기 시작한 길드였고 꽤 유명해진 길드이기도 했다.
그녀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내일도 무조건 이겨야지."
그래도 조금 불안하다. 여태까지는 어찌어찌 잘 이겨왔는데, 다음번 상대는 네임드 유저인 불기둥승부사가 포함된 불기둥이다. 오빠한테 혼날까봐 말은 안했다. (불기둥은 유토매니아 산하조직에 속한 길드이며 불기둥승부사인 은현이 무캐들을 이끌고 있다.)
"아무리 네임드 길드라고해도 우리가 이길거야! 왜냐하면 난 짱이니까! 나는 엄청 세니까!"
한편, 식사를 마친 윤석이 유토피아에 접속해서 운삼을 불렀다. 은밀하게 명령을 하나 더 내렸다.
"꿈에서 깨어나도록 해줘. 대신 그 아이 목숨만 살려놓도록 해."
"알겠습니다."
"그리고 슬슬 준비하도록 해. 거사일이 다가온다."
"예."
윤석의 명령을 받든 운삼이 사라졌다. 그리고 무팀의 팀장 정은현을 불렀다.
"내일 사황이랑 길드전 한다며?"
"옙! 사장...이 아니라 형님!"
"대충 봐주면서 해. 엄청 힘들게 고전하는 척 좀 해주고 아주 가까스로 이기도록 해."
"예?"
"까라면 까."
"옙..."
사장님이 까라면 까는 거다.
"대신 너희도 죽지는 마라. 죽이는 거보다 사는 것에 중점을 두도록 해. 한 명도 죽지 않도록 해. 한 명이라도 죽었담 봐라. 3일치 월급 까버릴 테니까."
팀장인 은현의 경우 연봉이 2억이다. 월급으로 치면 2천만원이 좀 안 된다. 일급으로 치면 60만원 쯤 된다. 3일치 월급을 까면 무려 180만원이 날아간다.
"알겠습니닷!"
"죽지마. 모레 작전 시작할 거니까."
은현이 오른손으로 경례를 취하며 장난스레 웃었다.
"옙! 여부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아주 엄청나게 힘들게 겨우겨우 이기도록 하겠습니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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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거 들었어? 사황이랑 불기둥이랑 한판 뜬대?"
"에이... 사황이 아무리 요즘 뜬다고 해도 어떻게 불기둥이랑 싸우냐?"
"그래도 사황 요즘 엄청 잘싸우잖아. 이유는 몰라도 갑자기 막 픽픽 쓰러진다는데? 졸라 짱 세다던데."
"하긴... 그렇다더라."
"그럼 사황이 이길수도 있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