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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든 플레이어-216화 (216/244)

00216  업데이트를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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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인.

일반 사람들은 들어보지 못한 단어다. 들어봤더라도 그저 아주 간간히 전설처럼 회자되는, 혹은 이야기 속에서나 등장하는 단어다. 천인에 관하여 아는 사람은 전세계를 통틀어서도 ?판타리아, 중원, 얼스- 불과 10만명이 채 안 된다. 이는 전체 인구의 0.0001 퍼센트도 되지 않는 극 소수다. 이들은 ‘천인’과 직간접적으로 연관이 되어 있으며 때로는 표면적으로 대륙을 다스리고, 또 때로는 뒤에서 암약하며 세계를 저희들의 뜻대로 조종해왔다.

천인은 하나의 씨족 가문이라 할 수 있다. 천인은 전체 인원이 3천명이 채 되지 않는 혈족가문이다. 이들은 철저하게 자식들의 수를 조절해왔으며 혈족 결혼을 통해 외부인이 천인이 되는 것을 방지해왔다.

제 아무리 비밀서고의 문서들이 많다 하더라도 그 모든 것들을 스캔하고 받아들는데에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그에겐 스캔마법도 있고 슈퍼컴퓨터 스파크도 있다. 윤석이 기억 못해도 스파크가 알아서 기억해준다.

“그래서…”

그래서 중원의 황제더러, 마도사들이 왕이라고 불렀었나. 하고 윤석은 머리를 벅벅 긁었다. 이제보니 유토피아의 3 세계는 서로 끝없는 전쟁 중이 아니었던 듯 하다. 사람들에게 알려진 것과 다르게 중원의 황제와 판타리아의 왕은 동일인물이었고, 그 두 세력(황제와 왕)이 대중들에게 공개되어 있지 않았던 것도 그 이유 때문인 듯 했다.

얼스의 상황도 다른 두 대륙과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얼스의 경우는 직접적으로 전면에 나서 통치를 하지는 않았다. 얼스에는 대통령이 있다. 대통령은 천인일 때도, 천인이 아닐 때도 있었다. 그러나 천인의 입김이 닿아있지 않은 경우는 없었다. 직,간접적으로 대통령에게 영향을 미쳐왔으며 세계경제(판타리아와 중원을 포함한)를 좌지우지해왔다.

‘그렇다면 천인이란 놈들이 3세계 사이에 분란을 조장하고 적절히 통제함으로써 사람들 위에 군림해왔던 건가…’

유토피아의 NPC들에게는 그렇다치더라도, 유저들에겐 청천벽력 같은 소리다. 유저들에게 있어서 이 유토피아 세계는 ‘인간에 의해 창조된’ 하나의 세계다. 그 것은 다른말로 가상현실이라고도 불리며, 그 세계는 인간(운영진)에 의해 완벽히 통제될 수 있다는 가정하에 마음 놓고 서비스를 즐기곤 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항은 유토피아 운영진들도 전혀 모르는 상황일 거다.

3 세계의 대립과 분쟁은 현 유토피아를 지지하는 가장 커다란 시스템이다. 그러나 이 분쟁과 대립이 누군가에 의해서 조장된 것이고 심지어는 통제받고 있었고, 유토피아 운영진들은 그것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었다라고 한다면 대중들의, 유토피아 운영진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을 칠 것이다.

안 그래도 유토피아의 운영에 대해서 이런 저런 말들이 많은 형국이다. 유토피아측에서는 대답할 가치도 없다는 듯 상대하지 않고 있지만, 이미 음모설 비슷한 이야기가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윤석도 예전부터 유토피아측의 개인적 해명을 듣기 전엔 그 운영이 이상하다고 생각했었다.

세계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업데이트나 이벤트는 여태까지 단 한번도 없었다. 이를테면 새로운 종족을 추가하는 것 같은 업데이트 말이다. 그것 외에도 운영진은 NPC에 관한 업데이트나 이벤트는 해온 적이 없다. 운영진이 주도해왔던 이벤트나 업데이트는 온전히 ‘유저들만을 위한, 유저들에 의해 치러지는, 유저들에게만 해당되는’ 것들이었다. 그것과 관련하여 윤석도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적이 있었고 음모설 비슷하게 ‘유토피아 운영진은 유토피아 세계에 전혀 간섭하지 못한다’ 라는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떠돌고 있는 중이다. 사실상 그러한 이야기에 크게 신경 쓰는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어쨌든… 오빠는 유토피아랑 한 배를 탄 사이라고 하셨잖아요.”

주랑이 앞치마를 두른 채 윤석 앞에 된장찌개를 놓으면서 말했다. 뚝배기 속에 담긴 된장찌개의 하얀김은 구수함을 잔뜩 머금고 몽실몽실 피어올랐다. 주랑이 호- 호- 입김을 크게 불었다. 된장찌개의 하얀 김이 윤석의 얼굴이 가리는 것이 불만이라는 듯 입김을 불었다가 이내 의자를 옆으로 움직였다.

“아. 이제 우리 서방님 얼굴 잘 보인다.”

주랑은 윤석의 양 볼에 손바닥을 얹고서 마사지하듯 빙빙 돌렸다. 아주 옛날 윤석이 가지고 놀았던 장난감인 만득이처럼, 윤석의 얼굴이 이리저리 뭉개졌다.

처음엔 여보라고도 부르지 못했던 주랑이다만, 이젠 서방님이라고도 줄줄 말한다. 물론 옆에 수희를 비롯한 제 3자가 있는 경우에는 다르지만 둘만 있을 때엔 표현도, 행동도 굉장히 과감해졌다.

“내가 좀 잘생기긴 했지.”

윤석은, 밖에 나가서 했다가는 뺨 맞을 소리를 아주 자랑스레 했다. 어차피 여긴 둘 밖에 없다. 둘 밖에 없는 자신을 제외한 다른 한 사람의 눈엔 자신이 원빈이나 장동건쯤 잘생겨 보이면, 실제로 그건 잘생긴 거다. 적어도 둘만의 세계에선 말이다.

주랑은 배시시 웃으면서,

“우리도 빨리 아기 가져야 하지 않겠어요?

“주랑아. 근데 우리집에도 거울 있거든. 자꾸 그러면 나 버릇 나빠진다? 진짜 잘생긴 줄 알아.”

그러나 애초에 주랑이 말하고자 했었던 포인트는 윤석의 외모가 아니었던 듯 했다.

“아빠 닮아서 무척 귀여운 아가가 나올 거에요.”

하고 말했다. 윤석의 외모 얘기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 결국 중요한 얘기는 아기 얘기였다. 그녀의 얼굴이 조금 붉어졌다. 그리고선 핑계처럼 말했다.

“시누도 아기를 가졌으니깐… 친구 만들어주고 좋을 것 같으니까….”

거기에 한마디 덧붙였다.

“보약도 지어 왔어요. 오늘부터 꼭꼭 챙겨드릴게요.”

*  *  *

유토피아 운영진을 대표하는, 윤석과 여러분 만난 적이 있던 하부장과 얘기를 나눠봤다. 역시 유토피아 측에서는 3세계를 배후에서 조종하는 ‘천인’이란 세력에 대해서 전혀 모르고 있었다. 윤석 역시 이 사실을 함구하기로 약조했다.

지금 미리 알게 되었으니 다행이란다.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나중에 혹시라도 밝혀질 때를 위해 미리부터 시나리오 작가를 투입하여 적절한 이야기를 꾸며내고 그럴듯한 설정을 잡겠다며, 알려주셔서 정말로 감사하다고 말했다.

윤석은 별 거 아니라는 듯 얘기했다.

“어차피 서로 돕고 사는 세상이니까요.”

윤석의 말이 맞다. 유토피아가 없으면 유토매니아도 없다. 그런데 유토피아가 유토매니아에게, 소위 말하는 ‘갑질’을 하지 못하는 건 정말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은 오히려 윤석이 유토피아의 갑이나 다름없다.

“김사장님은 언제나 호탕하셔서 참 좋습니다.”

“유토피아 없으면 유토매니아도 망해요. 저 망하기 싫어요.”

윤석은 키득키득 웃었고 하부장은 이마의 땀을, 손수건으로 연신 닦아내며 하하- 크게 웃었다. 그러다가 문득 생각난 듯 물었다.

“저… 그런데 사장님… 여쭤볼 것이 하나 있습니다만…”

“예? 뭔데요?”

“그, 그러니까… 사장님 말씀대로라면… 그… 천인이라는 그 세력은 이제 어떻게 된 겁니까…?”

“완전히 뿌리 뽑지는 못했어요. 아무리 무능해졌다지만 어쨌든 아주 오랫동안 터를 잡아온 녀석들이라 시간은 좀 걸릴 것 같아요. 천외천 33대장과 많은 장로들, 그리고 10탑주를 비롯한 판타리아의 유능한 인재들이 불철주야 열심히 일하고 있습니다.”

“그, 그말은 즉…?”

“반역에 성공했죠. 전투 중에 3대장이 죽어버린 건 아쉬운 일이지만… 아참!”

몇 가지 설명을 더했다. 전전 대 천외천 대장들 중 생존해 있는 대장들은 총 4명. 그들도 포섭을 완료했다. 천외천의 무공을 손봐주기로 했다. 무공과 마법 둘 모두에 소양이 깊은 ?거의 최고인- 윤석이고 따라서 어느 한쪽만 알면 손댈 수 없는 천외천의 무공을 보다 안전하고 강력하게 바꾸어주기로 했다. ‘천인’이라는 보이지 않는 세력에 의해 꼭두각시 노릇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된 마탑주들과 천외천 대장들은 윤석의 편에 쉽사리 돌아섰다.

마탑주들이야 왕이야 어찌됐든 마법연구만 잘 할 수 있으면 좋고 ?거기에 윤석은 파격적인 지원까지 약속했다- 천외천 대장들은 윤석에 대한 무인으로서의 존경과 감사-다 죽어가는 대장들을 손짓 한번에 살려냈고 현실을 직시하게 해주었으며 무공마저도 손봐주기로 했다- 가 크게 한 몫 했다. 지금 남은 것은 이제 ‘얼스’인데, 얼스의 경우는 판타리아와 중원보다 경우가 조금 복잡했다.

각 분야에 상당히 많이 진출해 있는데, 한 번에 뿌리 뽑을 수도 없고 타 대륙처럼 쉽사리 암살을 해버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쨌든 윤석은 반역에 성공했다. 천인이란 집단은 썩은 물이나 다름 없었고, 그 물을 지탱해주던 기반인 10탑주와 36대장이 돌아서자 그들은 판타리아와 중원에서의 힘을 순식간에 잃어버렸다. 3700년동안 유지해왔던 그 힘을, 불과 3일만에 잃어버렸고 윤석은 왕조를 뒤바꿨다.

하부장은 침을 꿀꺽 삼켰다. 닦아도 닦아도 이마에서 땀이 철철 흘러내렸다.

“그, 그럼 지, 지, 지금 화, 황제가…?

“황제 겸 왕이요.”

“…….”

하부장은 졸도할 뻔 했다.

“아, 물론 반격을 예상하고는 있어요. 요즘 천인의 힘이 얼스쪽에 집중되어 있더라고요. 그니까 어떤식으로든 반격을 해올 거에요.”

그러나 하부장에게는 그런 말 따윈 들리지 않는 듯 했다.

“화, 황제 겸 와, 왕이라니…”

거기에 윤석이 한마디 덧붙였다. 언제나 그랬듯, 전혀 격의 없는 표현으로 너무나 쉽게 얘기했다.

“아. 그리고 정의맹, 사황성, 천마교를 통일해서 관리하는 기관 하나 만들 거고,아니 이건 그냥 황궁의 이름으로 할 것 같고요. 10 마탑을 관리하는 총 마탑을 세울 거에요. 공지나 잘 때려주세요.”

하부장의 손수건이 땀 때문에 완전히 젖어버렸다.

“고… 공지 말입니까?”

“좋잖아요? 유토피아 측에서 유토피아 세계 원래의 구성에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첫번째 업데이트가 되는 것 아니겠어요? 인터넷에 떠다니는 소문도 잡을 수 있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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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를 하자.

황궁이 전부 관리하는 식으로...그리고 마탑 하나 더 만들고... (그럼 새로운 마도사 클래스도 생기겠지?)

음... 그리고... 뭐라고? 결국 어떻게 어딜 가도 결국은 하렘왕국 건설이 목표인 거라고? 그래야만 한다고?

아...아..안돼...

주, 주랑이한테 혼나...(하렘왕국이 싫단 말은 하지 않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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